Former warrior turns into a million-dollar actor RAW novel - Chapter (148)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148화(148/199)
위험천만한 로케이션 (3)
* * *
방년 28세.
김양호와 친한 선배의 요청으로, 이번 <고드: 분노의 파수꾼>에 합류하게 된 스턴트팀 막내 이규식은 공포로 넋을 놓았다.
타타타탕, 타앙!
생전 들어 본 적 없는 기관총 소리가 흉흉하게 공기를 찢는다.
처음 와 보는 나라에서, 난생 첫 총격전이 눈앞에 벌어지면 누구나 이러할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대한민국의 예비역, 병장으로 전역했고 총도 쏴 봤지만 그것과는 느낌부터 다르다.
총소리와 폭음, 그리고 화약 냄새. 정말로 인간의 피륙을 부수는 철과 쇠의 울부짖음이다.
지금 이규식과 촬영팀이 있는 곳은 촬영 협조를 받은 도시 외곽의 창고 안.
문을 잠글 수도 없이 허름한 가옥들 밖에서, 연달아 총소리가 울려퍼진다.
이규식은 절망적으로 뇌까렸다.
“···여길 오면 안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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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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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뭔가가 어긋났다.
히라르도타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고 잠깐 나왔을 때였다.
저만치서 잎담배 비슷한 걸 피우던 남자 무리가 이쪽을 보고 외쳐 댔다.
“치노! 치노!”
오히려 유럽보다도 심하다는, 남미의 인종차별이 저 치노(CHINO)라는 소리다.
뜻은 중국인이라는 것인데, 동양인만 보면 저렇게 외치거나 대표적인 제스처로 눈을 찢는 흉내를 낸다.
“저 새끼들, 뭐라는 거야?”
“냅둬. 현지인들이랑 시비 붙어서 좋을 거 없어.”
발끈하려는 이규식을 동료가 말렸다. 콜롬비아 도착 후 항상 대인원이 함께 다니다 보니, 이런 시비가 걸릴 일도 거의 없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특징은 비슷하다. 지금도 이쪽 머릿수가 몇 없는 걸 보고 시비를 거는 것이다.
“어휴, 미개한 놈들. 평생 그러고 살아라.”
결국 그들은 낄낄거리는 사내들을 기분 나쁜 눈으로 쏘아보며 지나갔다.
그 후, 잠깐의 휴식 후에 히라르도타 곳곳에서의 촬영이 이어졌다.
“컷, 이제 다음으로.”
그리고 그윈 레이먼 감독은 대부분의 씬에 OK를 냈다.
본래 완벽주의자적 성향이 짙은 감독이다. 박건이 리드하는 씬 외에는 NG가 숱하고, 같은 씬을 수십 번 찍은 적도 있었다.
헌데 매번 ‘다시’를 입에 다는 총괄 프로듀서가, 엑스트라들의 실수를 다 잡지도 않고 통과시킨다는 건······.
“무슨 일 있어요? 급해 보이는데.”
쉬는 시간. 김양호에게 묻고 나서야 묘하게 조급해 보이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이 근처에서 마약상 놈들이 싸웠대. 3킬로미터쯤 떨어진 마을이었다는데.”
“예? 여긴 그런 거 없는 도시라면서요?”
김양호는 보기 드물게 흉흉한 표정으로 현지 가이드들을 노려봤다.
촬영장 끄트머리, 메데인 출신 사내들은 자기들끼리 가스총을 겨눠 보며 낄낄대는 중이었다.
“저놈들이 뻥을 쳤어. 총격전이 있던 걸 알면서 모른 척 따라온 거야, 괜히 더 멀리 가면 자기들이 귀찮아지니까. 잭이 여기 주민한테 듣고 왔다면서 펄펄 뛰더라.”
“아니, 그럼 지금이라도 안전한 곳으로······.”
“벌써 짐까지 풀었는데 어떻게 그러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얼른 찍고 떠야지.”
그런 상황 속에서도, 어쨌든 촬영은 강행되었고 찍어야 할 씬 대부분은 소화되었다.
문제는 오후와 저녁 촬영이 끝나고, 한밤중의 추격전 씬을 찍을 때 발발했다.
타앙!
맨 처음 총성이 들렸을 때, 대부분의 스탭들은 놀란 눈만 끔뻑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몇 달 동안 총격전 씬만 찍어 온 이들이다.
옆에서 총 쏘는 소리가 들리면 현실감은 둘째치고 벙찌는 것이 당연하다.
‘···어, 혹시 이거 진짜 상황이에요?’
누군가 말했을 때, 바로 가까운 거리에서 기관총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머리를 감싼 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촬영감독 조쉬는 가까운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뭐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인데?”
“뭐긴 뭐야, 우리 다 엿 된 거지!”
레이먼이 스탭들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일단 멈추라고, 흩어지면 안 된다고 외치는 그의 이마에도 땀이 흥건했다.
“경호원들은? 우리가 고용했잖아!”
“멍청아, 저긴 진짜 총이라고! 가스총 몇 개로 되겠냐?”
촬영팁 스탭 두 명이 거의 서로를 잡아먹을 듯 언성을 높였다.
실제로 기껏 고용한 경호원들은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 명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머지 셋도 벌벌 떨고 있었다.
레이먼이 한 녀석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이봐, 어떻게 된 거야. 히라르도타까진 싸움이 번질 일 없다면서!”
사내는 기관총 소리에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것 같았다.
자신감 넘치던 태도 대신, 겁먹은 토끼처럼 손을 떨며 중얼거렸다.
“카야랑 닉스··· 그놈들이 분명해, 기관총에 수류탄까지 사용하면······.”
“경찰은? 시가지에서 총격전이 일어났으니 곧 출동할 거 아냐!”
레이먼의 말에,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이 조그만 도시에서? 정부는 놈들을 방치했고, 경찰들은 자기들 목숨이 더 중요해. 저놈들이 세력다툼 중인 걸 아니까 웬만해선 개입하지도 않는다고.”
주민들은 잘 건드리지도 않고. 사내는 주문을 걸듯 말하면서 입술을 씹었다.
듣고 있던 레이먼의 표정은 점차 일그러졌다.
“뭐, 이렇게 무책임한 자식들이······.”
주민을 안 건드린다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현지인 얘기다.
촬영 스탭들은 관광객과 다름없다. 무장도 없고 짐은 많은 육십 명의 인질.
정부와 교섭할 수 있는 쓸모 많은 수단을, 과연 저 마약상의 잔재들이 내버려 둘 것인가?
그때, 거친 고함소리가 들렸다.
“이봐, 너희들!”
스탭들은 하얗게 질려 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보았다.
급히 조명장비들을 껐지만 눈썰미 좋은 자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총신을 짧게 자른 기관단총을 둘러멘 사내가 그들이 있는 가옥 앞에 멈춰 있었다.
두 손을 든 레이먼이 나섰다. 스탭들을 지키려는 듯, 앞으로 걸어간 그는 서투른 스페인어로 떠듬떠듬 말했다.
“우린 당신들의 적이 아니오. 잠깐 방문한 당국의 직원들로······.”
“닥쳐, 이 백인 놈!”
타협은 먹히지 않았다. 한쪽 뺨에 긴 흉터가 있는 사내는 험상궂은 태도로 총을 겨눴다.
“이곳은 카야 클랜의 새 구획이다.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모두 챙겨서, 다들 손을 들고 나와라!”
“······.”
침묵이 흐르는 와중, 또다시 총소리가 메아리쳤다. 안쪽에 있는 사람들이 눈치만 볼 뿐 나오지 않자 사내의 표정이 흉험해졌다.
“제일 늦게 나온 세 놈, 죽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살 수 있는······.”
퍽!
듣기만 해도 살벌한 경고가 툭 끊겼다. 마취총이라도 맞은 듯, 허물어지는 사내를 보던 레이먼의 눈동자가 커졌다.
쓰러진 납치범 뒤에는 그가 캐스팅한 동양인 배우가 서 있었다.
*
처음 총소리가 들렸을 때, 건은 생각했다.
‘일이 나겠는데.’
영화를 찍는 도중 사고가 난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해 둔 헐리우드의 현장에서도 촬영 중 돌발 상황을 완전히 제어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그것이 당국과의 갈등··· 또는 대마 재배및 유통망 이권을 둔 마약 카르텔과의 총격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콜롬비아 마약 유통의 7할을 차지하던 에밋 로가 사살된 뒤, 조직은 흩어져 몇 개의 클랜으로 나눠졌어. 지금 중부 위에서 활동하는 놈들은 다 그 잔당들이지.’
콜롬비아에 도착한 첫날, 그는 정보 수집을 위해 홀로 산책을 나갔다.
야밤의 손님을 당국이 고용한 해결사라고 생각했는지, 전직 조직원은 정보를 술술 불었다.
‘클랜?’
‘그냥 자기들끼리 부르는 명칭이야. 카야, 닉스, 아모르타··· 굵직한 놈들은 몇 없지만, 하나같이 잔인하고 무자비해. 협조하지 않는 사람은 상대 클랜의 첩자로 간주하고 전봇대에 걸어 놓지.’
전봇대? 특수부대 시절, 영해 경계에서 애를 먹였던 소말리아 해적들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미리 가서 쓸어버려야 할까. 건이 고심하는 사이 조직원은 경고를 건넸다.
‘특히 카야와 닉스, 두 클랜은 경찰서 무기고까지 털고 불을 지르는 놈들이거든.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당신도 조심하는 게······.“
‘로만.’
‘응?’
한때 거대한 마약유통의 나무뿌리 중 하나였다던, 늙수그레한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건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로만이라고, 꽤 큰 회사가 있어.’
그리고 히라르도타에 입성하고 난 뒤, 첫날밤부터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들어왔을 때부터 느낌이 별로였는데.’
아무리 기감을 넓힌다 한들, 도시 저편에서 벌어나는 일까지 알 수는 없다.
거기다 촬영 중이 아닌가. 날이 저물고, 이번 촬영지로 이동하다가 불길한 낌새를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척 봐도 타지인들이 탄, 세 대나 되는 버스가 도시를 떠나면 이목이 쏠린다.
행여 다른 카르텔 일당이 눈여겨보고 있다가 이동 중 습격이라도 하면? 오히려 그 편이 사상자가 늘어날지 모른다.
‘그러니까, 방법은······.’
선수필승이다.
빡!
목 뒤를 얻어맞은 흉터 사내가 허물어졌다. 건은 그의 품을 뒤져 기관단총과 권총, 작은 나이프까지 전부 꺼냈다.
그때껏 레이먼을 포함한 스탭들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 속 ‘고드’와 똑같은 씬이 눈앞에서 연출되니 신기한 모양이었다.
“주··· 죽였어요?”
뒤에 숨어 있던 촬영감독 조쉬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물었다. 건은 기절한 사내를 끌고 와서 스탭들 앞에 내려놓았다.
“그럼 문제가 커집니다. 기절만 시켰어요.”
“···그, 이 사람 총은 왜······.”
“쓸 데가 있어서요.”
‘쓸 데’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스탭들 중 모르는 이는 없었다.
이마를 닦은 레이먼이 물었다.
“그냥 빠져나가는 게 낫지 않겠소? 저쪽도 자기들끼리만 싸울 텐데, 또 우리한테 온다는 보장은 없으니······.”
“점점 많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건은 말을 잘랐다. 지구로 귀환한 이래, 최고조로 펼친 기감에 계속해서 발소리와 고함소리가 걸려들고 있었다.
“기다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시가전이 확장되고 싸움이 장기화되면, 필시 가옥들로 다른 조직원들이 들어올 겁니다. 자리를 차지하고 지나가는 적을 사격해야 하니까.”
“그, 그래서 어쩌겠다고! 가서 그들이랑 싸우기라도 할 건가?”
스탭들의 시선이 뒤쪽으로 돌아갔다. 여태 아무 말 없이 숨어 있던, 현지경호원 중 한 명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다른 놈들도 아니고 카야랑 닉스야! 혹시나 네가 뭔가를 잘못해서, 우리한테 그 불똥이 튀기라도 하면······.”
“이미 불은 질렀어. 그것도 저쪽이 먼저.”
목소리는 같았으나, 그 안에 담긴 억양은 전과 달랐다.
외쳐 대던 사내는 물론, 그 옆에서 뭔가를 말하려던 다른 경호원들도 입을 다물었다.
건은 아까 흉터 사내가 했던 것처럼 기관단총을 둘러메고 권총을 쥐었다.
확인한 탄창은 몇 개 없었으나 이 정도면 충분했다. 어차피 저 벽 바깥, 한창 난리도 아닌 거리로 가면 탄약이 굴러다닐 것이었다.
“현지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안전을 확보하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용사에게 적과의 협상은 불가(不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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