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warrior turns into a million-dollar actor RAW novel - Chapter (150)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150화(150/199)
위험천만한 로케이션 (5)
* * *
당국 경찰.
히라르도타의 경찰서.
콜롬비아 국가경찰(Policía Nacional de Colombia), 호세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야, 똑바로 말해라. 이 새끼들 쪽팔려서 둘러대는 거 아냐?”
옆에서 동료 경찰관이 뒤통수를 갈겼다. 맞은 놈은 머리를 감싸고 끙끙대다가 발끈했다.
“한 놈이 다 족쳤어요. 우린 그냥 허공에 총질한 죄밖에 없다고요.”
“허공은 무슨, 저희끼리 쐈으니까 그 꼴들이 났지. 너희들 팔을 좀 봐라.”
“이걸 걔가 쐈다니까요. 미친놈이, 무슨 가학 변태인지 팔만 다 작살내 놨어.”
옆에서 신음하던 조직원이 붕대를 칭칭 감은 제 팔을 보란 듯 턱짓했다.
‘저건 좀 신기하긴 한데······.’
이 빌어먹을 도시에서 경찰이 된 뒤, 늘 뒤통수를 쑤시던 통증이 또 밀려들었다.
호세는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경찰서 안을 꽉 채운 마피아 놈들을 둘러보았다.
“병원에 보낸 게 몇 놈이지?”
“심하게 다친 놈 여섯. 셋은 죽었고··· 걔들 말고는 다 여기 있어.”
더 어이가 없는 건, 저놈들 진술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쌍방이 이십 명씩. 소총에 기관단총, 진짜 기관총까지 동원됐는데 사망자가 셋밖에 없다.
병원에 보낸 놈들도 총알에 쇄골이 박살났던가, 기관총에 맞아 한쪽 다리가 통째로 갈려나갔던가 하는 놈들이다.
즉··· 여기 있는 놈들은, 일관적인 진술만큼이나 다친 곳도 일관적이다.
‘진짜로 죄다 팔목만 쐈단 말이지. 깔끔하게 관통상으로다가.’
호세 역시 동료들 사이에서는 총 좀 쏘는 명사수로 통한다.
그렇기에 그도 잘 안다. 쏠 때마다 똑같은 곳을, 근육과 힘줄만 찢으며 정확하게 꿰뚫는다?
이건 마약상 똘마니 수준이 아니다. 어릴 적 서부영화에 나오던 전설적 총잡이, 또는 비현실적인 백인 영화의 특수부대 요원이면 모를까.
“다들 모여 봐!”
그때, 안쪽의 사무실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친 사라마은 호세의 상관이자 이 경찰서의 넘버 투였다.
“왜요, 뭐라도 나왔대요?”
“CCTV 뽑혔다. 입 다물고 보기나 해.”
경관들이 어슬렁거리며 모여들자, 상관은 컴퓨터 모니터로 뽑은 영상을 재생했다.
어디에나 블랙박스와 CCTV의 화각이 닿는 한국만큼은 아니라지만, 콜롬비아 역시 CCTV가 제법 상용화된 국가다.
영상은 대로를 내려다보는 앵글이었다. 전신주와 담벼락 뒤에 숨은 클랜의 조직원들이 총을 발사하다가, 별안간 팔목을 붙들고 쓰러졌다.
그러고는 몇 초 후. 어디선가 나타난 복면 쓴 사내가 쓰러진 놈들을 기절시키고 무장을 강탈했다.
다음, 또 다음··· 넘어가는 CCTV마다, 각도는 달랐지만 똑같은 장면만 반복되었다.
흡사 총싸움 중인 어린애들을 현직 특수요원이 쓸고 다니는 꼴이었다.
“······.”
마지막 영상이 끝나자, 사무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누가 이것을 마피아들끼리의 총격전이라고 말할 수 있겠나.
그 마음을 대변하듯, 누군가 허탈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놈, 누군지 모르죠?”
“그럼 알겠냐. 무기들까지 수거해서 경찰서 앞에다 쌓아 놨더라.”
“에이, 히라르도타에 자경단원이 있을 리가. 솔직히 말해 봐, 호세 네가 한 일이지?”
“뭐라는 거야.”
지목받은 호세는 신경질을 내며 동료의 손을 뿌리쳤다. 대대로 눈이 좋았던, 총을 가르쳐 준 그의 할아버지조차 저렇게는 못 쏠 것이다.
수염을 벅벅 긁던 상관이 중얼거렸다.
“거, 할 일만 더럽게 많아졌네.
*
“이 빌어먹을 나라, 엿이나 먹어라!”
움직이는 버스 창문 밖으로, 멕시코 출신 조명스탭이 가운데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옆에 앉은 스탭들이 헛웃음을 흘렸다.
“같은 남미 아닌가?”
“콜롬비아는 멕시코랑 근본이 달라. 한 데 묶지 말라고!.”
“그래, 그래. 뭐든 좋으니 다신 오지 말자고, 죽을 뻔하니 정신이 확 드네.”
콜롬비아의 촬영이 드디어 다 끝났다.
히라르도타에서 그 일을 겪고도, ‘고드’ 팀은 즉각 출국하지 않았다.
작품에 미쳐 정신이 살짝 나간 감독이 열변을 토했던 것이다.
‘정말로 돌아가자는 소린가? 죽을 뻔했다고 집으로 갈 거야? 고작 저 덜떨어진 마약상 놈들한테 쫓겨서?’
무모한 이가 있다면 현실적인 이도 있다. 성격이 괄괄한 프랑스인 스탭, 파비안이 다른 사람들 대신 반론에 나섰다.
‘···아니, 감독님. 죽을 뻔했으니까 빠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우린 꼼짝없이 피랍되는 거예요. 경호랍시고 데리고 온 인간들은 저 꼴이고······.’
파비안은 벌레 보듯 한쪽을 흘겨보았다.
자기들도 지은 죄를 아는지, 그 이후 말수가 부쩍 줄어든 현지 경호원들은 눈을 피했다.
‘어쩔 수 없죠. 남미가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가까운 곳에 촬영 협조만 받아도 지금 씬이랑 이어붙일 순 있어요.’
‘맞아요. 말이 나와서 말이지, 꼭 히라르도타에서 마무리할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톤이 달라지잖아, 톤이! 한나절만 있으면 다 마무리하고 갈 수 있다고!’
‘감독님 혼자 찍으십쇼. 우린 못 하겠으니까. 다 죽일 것도 아니고, 원.’
의견대립이 말싸움으로 번져 갈 때, 팔짱을 끼고 있던 박건이 입을 열었다.
‘바로 돌아오진 않을 겁니다.’
다투던 사람들 모두가 주연 배우를 쳐다보았다.
몇 달에 걸친 촬영 로케이션에 이어, 한 소대도 넘는 마피아를 쓸어버린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선 암묵적인 리더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박건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추가로 도시에 당도한 조직원은 없었습니다. 양쪽 다, 무기를 빼앗기고 전투원 상당수를 잃었으니 다시 맞붙기엔 부담스러울 테고요.’
싸움이 끝나고, 뒤늦게 당도한 콜롬비아 경찰들이 카르텔 조직원들을 데려간 뒤 박건은 몇 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다.
그 시간 동안 뭘 했는지,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모두가 짐작하고 있었다.
눈썰미 좋은 스탭 한 명이 박건의 허리춤을 슬쩍 쳐다봤다. 기관단총이며 소총 등 대부분의 총기류를 인계하는 와중 그들의 주연 배우는 권총 한 자루를 슬쩍 빼돌렸다.
‘다른 조직원이 있나, 도시 전체를 살펴보고 왔다는데. 이만하면 그냥 파견 나온 특수부대 팀장 아닌가?’
결국 몇 분의 대화 끝에 촬영분은 마무리하고 떠나는 것으로 합의가 났다.
과연 박건이라는 구심점은 특별했다.
전날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스턴트맨들은 혼을 담은 연기를 펼쳤고, 투덜대던 스탭들도 한 몸처럼 움직여 신속히 촬영을 끝냈다.
그렇게 히라르도타에서 하룻밤을 더 묵고, 해가 뜨는 지금 길을 재촉하는 것이다.
마지막 촬영지, 마이애미를 지나 워싱턴까지 그들을 인도할 공항으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언제나 똑같이,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그윈 레이먼이 고개를 돌렸다.
바로 뒷좌석. 곤히 잠든 박선 옆, 피로해 보이지도 않는 박건이 그를 보고 있었다.
“하, 내가? 저 뒤의 친구들이 들으면 몽둥이를 갖고 달려올 거요. 남미까지 데려와서 떼죽음을 시킬 뻔했다고.”
“감독님의 탓이 아닙니다. 현지에서 그런 돌발상황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레이먼은 잠시 말을 잃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가 신도 아니고, 하필 잡은 로케이션에서 망할 놈의 마피아들이 저희끼리 싸울 것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다만··· 봐도봐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은 저 주연 배우의 비인간적인 침착성이다.
‘···군인 출신이었다는 걸론 설명이 안 돼. 최소한 내전, 또는 전쟁을 경험한 자다.’
레이먼 역시 주변에 파병을 다녀온 퇴역 군인들이 있다. 나이가 많든 적든, 그들 사이에서도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인간을 죽여 본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그가 보기에, 저 어려 보이는 배우는 무조건 전에 해당했다. 그것도 한둘로 끝나지 않을.
‘전쟁 영웅이 칸까지 흘러들다니, 놀랍군. 연기는 대체 왜 하는 거야?’
짧은 고민에 빠졌을 때, 레이먼의 귀로 마음을 꿰뚫어 본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있으니까요.”
쿵, 대형버스가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덜컹거렸지만 감독과 배우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내 레이먼이 희미하게 웃었다.
“이제야 알겠군. 내 눈이 틀리고 말고의 문제였던 게 아냐.”
박건은 대답 없이 예의 무감정한 눈으로 그를 빤히 바라봤다.
저 눈빛 속의 뜻도 이젠 안다.
저것은 ‘당신의 생각이 맞다’는 긍정의 표현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당신이었던 거요, 내가 니스에 발을 딛기도 전에.”
어떤 작품은 완성되는 순간부터 주인공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은퇴한 영웅, 추락한 대배우, 한때 마약중독자였던 악당······.
그 중, <고드: 분노의 파수꾼>은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갔다.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본 박건은 선명한 발음으로 말했다.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이곳의 모두가.”
이제,
탄창을 찾은 권총이 불을 뿜을 차례다.
*
다시 한국.
며칠 전부터, 연예계뿐만 아닌 사회면과 해외면에서도 난리가 났다.
화제는 ‘고드’ 팀의 무사 여부.
콜롬비아에서 촬영을 시작했다는 기사가 뜨고 난 뒤, 바로 다음날 히라르도타에서 마약 카르텔들이 총격전을 벌인 것이다.
[히라르도타, 마약상 클랜들끼리의 총격전··· 촬영 중이던 ‘팀 고드’ 휩쓸렸나?] [“실제 상황” 마약유통망을 둘러싼 카르텔 총격전, 소총에 기관총까지] [콜롬비아 히라르도타에서 총격전으로 3명 사망··· 새벽의 혈투]지구 반대편의 외신도 한 시간 뒤면 국민 모두가 알게 되는 시대다.
총격전을 알리는 1보에 이어, ‘고드’ 촬영팀이 하필 그 도시에 있었음이 확인되고 나자 매스컴과 웹사이트는 펄펄 끓어올랐다.
-아니 이게 맞나…? 진짜 총격전이라고?
└어떻게 이러냐; 재수가 너무 없는데
└└주작기사 제발 주작기사
└└└이미 현지언론에서 대서특필됨. 부상자 30여명에 사망자 3명이라 함.
-박건이랑 한국인들은? 피랍된 거 아님?
└아직 모름
└└히라르도타가 워낙 작은 도시라,, 안 엮였을 가능성도 있긴 한데,,
-아ㅠㅠㅠㅠ 특수부대물 찍으러 갔다가 마피아들이랑 만나는 건 뭐야ㅠㅠㅠ
└현실고증 ㅁㅊ다
└└이게 현실고증이냐? 자국민이 피랍당했을지도 모르는데 드립이 나옴?
└└└알빠노 지들이 위험지역에서 촬영한다고 설치니까 총맞지
-알고 말하셈. 히라르도타는 원래 저쪽 카르텔하고도 거리가 멀음. 현지에서도 그냥 조용한 소도시인데 무슨 위험지역?
└응 그냥 똥남미 기어들어간게 잘못이야~
촬영팀을 걱정하는 이들, 남미까지 로케이션을 잡은 감독을 욕하는 이들, 이 틈을 타 누구든 까내리며 싸움을 벌이는 이들까지.
혼란의 구렁텅이인 포털 댓글 란을 닫으며, 변휘승은 혀를 찼다.
“쯧쯧, 뭘 알고들 떠들어야지. 그 친구한테 한두 번 속나.”
이 인간도 습관성 해외여행을 마치고 이틀 전 귀국한 참이다.
스케줄을 위해, 데리러 가려고 와 있던 매니저가 걱정스레 말했다.
“형님, 아무리 박건 씨라도 이번에는 진짜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놈들도 아니고 남미 마피아라잖아요.”
“그놈들이 마피아면 이쪽은 대한민국 특수부대원이야. 우리나라 국방력 무시했냐?”
이렇게 유치한 논리가 또 없다. 매니저는 못 말리겠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예, 아무렴요. 어차피 여기서 걱정해 봤자 소용없긴 한데······.”
“그래. 그러니까 우리 밥그릇 잘 챙기면서 지원해 줄 궁리나 해 보자고. 내가 볼 때는 곧 크랭크업(crank up)이니까.”
매니저는 고개를 갸웃했다.
“크랭크업요? 영화 들어간 게 작년 여름이었는데, 아직 한참 남지 않았을까요?”
“로케이션 소화가 빠르잖아. 필리핀에 싱가폴, 터키까지 쭉 달렸으니 곧 마무리되겠지.”
캘린더를 켠 채, 촬영한 나라를 하나하나 꼽아 보던 변휘승이 씩 웃었다.
“이것 좀 봐, 내 말 맞지?”
바로 몇 분 전, ‘고드: 분노의 파수꾼’의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이었다.
짧은 촬영장 쇼츠 밑에, [굿바이, 콜롬비아!]라는 트윗이 게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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