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warrior turns into a million-dollar actor RAW novel - Chapter (159)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159화(159/199)
용사의 기억 (3)
* * *
씨네99| 김정익 저널리스트
[파수꾼, 세계를 압도하다]···하여, 그윈 레이먼의 작품 세계를 아는 이라면 스크린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수많은 보석들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오디세이아의 흐름··· ‘도리를 어긴 이에게 어려움이 온다’는 신화적 모티프에 충실하다는 점이 그렇다.
태생의 저주. 그 시작부터가 도리에 어긋난 인간이기에 고드는 수많은 난관을 맞는다. 거기에 ‘킬 쏜’의 아성, ‘절대무쌍’과 ‘저니맨’의 오마쥬를 넘어, 배우의 저력만으로 영화 속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했다는 것은······.
대형폭탄이 떨어졌다.
‘흑의사제’를 극찬했던 씨네99의 김정익 저널리스트를 필두로, 숱한 평론가와 블로거와 팬들이 리뷰를 쏟아냈다.
C&J의 진규일 본부장은 개인 SNS에 무려 3차례의 재관람 인증을 남겼고, ‘망회돌’의 윤발25는 아예 팬카페에 사진을 찍어 올렸다.
다소 폐쇄적인 몇몇 커뮤니티에서까지 영화는 호평 일색이었다.
제목 : 고든지 고든램진지 바이럴 개빡치네
내용 : 대체 얼마나 재밋길래 ㅋㅋ 딴따라 나부랭이들이 저렇게 난리냐? 누벨바그의 황제 나 김경진이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 ㅋㅋ
(심야영화 예매표 사진)
-보러가서 지리겠네 ㅉㅉ
-제발 누첩냄새좀 풍기지마라… 쪽팔린다..
└이새끼 메모장에 사회부적응자 영화감독지망생이라고 써져잇음
└└아이피좀 그만따
-네오리얼리즘이고 뉴웨이브고 마스터피스 앞에서는 힙스터병일 뿐
└그건 좀;
└└악성예술충 검거
-니가 말하는 딴따라들이 갤 돌아가게 하는 동력원이다 ㅅㅂ
종종 진지하게 영화를 까는 어그로 글도 올라왔지만, 금세 묻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모든 마니아들이 그렇겠으나, 영화 팬들이란 기본적으로 더 나은 작품에 목말라 있다.
K-컬쳐니 K-드라마니 오그라든다곤 해도 결국은 같은 국민.
근 십여 년간 해외에서 죽을 쑤던 한국 영화가, 배우 혼자나마 명작을 뽑았으니 흥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첫 시사회가 열린 지 일주일 뒤, ‘고드’가 해외 박스오피스에 이름을 올렸다.
“몇 명이야?”
“264만··· 그런데 예매 매진율이 미쳤어요. 이번 주말에 300만도 넘을 것 같은데요?”
“스크린독점이고 뭐고 늘려 달란 관객 요청이 줄을 섰어요. 초반부에 자체 제한만 안 걸었어도 벌써 뚫었는데, 하.”
로만 엔터테인먼트, 넥타이를 풀어헤친 공기형 홍보팀장이 고개를 돌렸다.
“형식이, 해외는?”
홍보실에는 지난달부터 신입이 들어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모니터 세 대를 확인하던 신참 남직원이 손을 번쩍 들었다.
“완전히 잡았습니다!”
“뭐?”
“데드랜드요.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오늘 새벽부터는 아예 깔아 버렸습니다! 이제 압도적인 1위예요!”
홍보실 사람들의 표정에 미소가 스친다. 무려 전미 박스오피스 1위.
영화 개봉 전까지 웰메이드 좀비스릴러라는 평을 받으며 흥행가도를 달리던, 조 클루아지의 ‘데드랜드’를 드디어 잡은 것이다.
피슉, 펑!
어디서 가져왔는지, 무알콜 샴페인 뚜껑을 딴 공 팀장이 직원들 앞의 종이컵에 넘치도록 따랐다.
“자, 조촐하게 축배부터 들자. 본부장님이랑 대표님이 곧 뭐라도
“그래도 팀장님, 아무리 무알콜이라지만 종이컵이 뭐예요! 무슨 동네잔치도 아니고.”
“그래서, 먹기 싫다고?”
질색하던 여직원이 얼른 컵을 낚아챘다.
“당연히 아니죠! 건배사는 팀장님이?”
“오케이, 연말까지 쭉! 가자!”
“가자아아!”
쨍한 형광등 불빛 아래, 종이컵들이 부딪치며 샴페인 방울이 튀어올랐다.
미친 말은 멈추지 않는다.
설치한 폭약이 연쇄적으로 터지듯, <고드: 분노의 파수꾼>은 개봉한 국가마다 박스오피스를 갈아치우며 기록을 경신했다.
유럽, 오세아니아, 북미, 아시아··· 어느 하나 떨어지는 타선이 없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 흥행 돌풍을 짧게 표현했다.
[미친 감독, 더 미친 배우, 세계가 원하는 각본의 당연한 결과]일에는 시기가 있다고 했던가. 십여 년 전, 한창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을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모든 조건이 좋았다.
주연은 칸의 수상자, 감독은 독립영화의 신성, 거기에 현지 TV 쇼까지 출연해 최대 박스오피스 고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지 않았던가.
한 명이 열 명을 부르고, 열 명이 백 명을 부르는 것은 한국이나 유럽이나 같다.
영국 일정 때문에 최초공개 시사회를 오지 못했던 그윈 레이먼은 트위터에 한 줄을 남겼다.
-자, 이제 누가 이겼지?
당연히 막차를 탄 놈이다.
외신들이 우후죽순 고드와 관련된 기사를 찍어내고, 국내 언론은 문화란이고 사회란이고 할 것 없이 도배를 해 버렸다.
누가 보면 한국 감독이 헐리우드를 뒤집어 놓은 모양새지만, 열린 축제판에 닭인지 달걀인지는 큰 상관이 없는 법이다.
직접적인 이득을 본 쪽은 더욱 노났다.
‘고드’의 투자사, 42픽쳐스는 쏟아지는 달러 벼락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중이었다.
“쟝, 쟝!”
회의실 문을 벌컥 연 공동 대표, 로뎅 무즈켈이 친구를 소리쳐 불렀다.
탁자에 두 발을 올려놓은 채, 선글라스까지 끼고 전자담배를 피우던 쟝 르노가 한 손을 든다.
“그래, 친구. 무슨 일인가?”
“이건··· 미쳤어. 벌써 2주째 1위라고!”
“어디, 북미 박스오피스?”
“아니! 전 세계! 이젠 아시아까지 정복했어. 멍청한 중국 놈들, 그렇게 수작질을 부리더니 기어이 거품이 빠진 거지!”
모 영화감독에게 선물 받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쟝 르노는 피식 웃었다.
그윈 레이먼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 들었던 말이 떠오른 것이다.
“그 친구가 장담한 게 옳았군.”
두 손을 치켜든 채 회의실을 빙빙 돌던 로뎅 무즈켈이 되물었다.
“응, 뭐라고?”
“아냐, 자네가 날뛰는 게 신기하다고. 월가에선 더한 돈도 벌지 않았었나.”
“거기랑 여긴 다르지! 빌어먹을, 문화예술이 이렇게 짭짤한 걸 알았다면 진작 손 좀 댔을 텐데. 그 누구야··· 이태리 촌뜨기 친구를 무시했던 게 무진장 후회되는군.”
듣고 있던 쟝 르노가 정정했다.
“이태리 촌뜨기가 아니라 그윈 레이먼일세. 어제도 연락이 왔고. 자네한테 엿이나 먹으라고 전해 달라던데.”
“괜찮아, 얼마든지! 한국의 엿이 그렇게 맛있다고 들었거든!”
“···오늘 뭘 좀 잘못 먹었나?”
로뎅 무즈켈이 흥분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고드: 분노의 파수꾼>의 첫 예산은 천만 달러, 거기에 여기저기서 조금씩 자본이 들어오고 투자를 받아 오백만 달러가 추가됐다.
단돈 천오백만 달러로 벌어들인 흥행 성적은 개봉 한 달째인 현재, 그 다섯 배.
더 충격적인 소식은, 저 수익이 북미 박스오피스만을 합산한 돈이라는 것이다.
제법 명성 높은 투자사인 42픽쳐스라 한들, 근 1년간 영화제작 쪽··· 아니, 다른 종목들을 다 합쳐도 이만한 투자금 대비 리턴은 없다.
급기야 스마트폰을 꺼낸 로뎅 무즈켈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웬 전화?”
“고드. 아니지, 우리의 컴뱃 갓(Combat god)에게 한 마디 해야겠어. 당장 다음주라도 LA로 관광을 오라고!”
“전화번호도 모르면서 무슨······.”
장은 헛웃음을 흘렸다.
미쳐 날뛰는 사업 파트너 말고도, 북미 쪽 팬들의 반응은 얼추 비슷했다.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던가. 한국에서야 몇몇 전문가들 말고는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해외 사이트에서는 무기 및 전투술만 수십 년씩 파고들은 진짜들이 깔려 있었다.
군사정보 커뮤니티, 무기술 동호회, 특수전술 비밀 웹사이트······.
그 밖, 수십만 명씩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들이 감탄하며 더 큰 이목을 끌게 된 것이다.
-고드(Gord)라고? 이름을 잘못 지었어. 그는 그냥 싸움의 신(God)이야.
-맙소사, 저 배우의 나라가 아직 전쟁 중이라고?
└나도 놀랐어. 핵이고 뭐고 혼자 잠입하면 로켓맨 목 정도는 날릴 것 같은데?
└└과몰입하지 마. 그는 병사가 아니라 배우야.
└└└실제로 특수부대 출신의 배우지. SAS나 씰(SEAL)처럼.
-시리아랑 우즈베키스탄 전쟁이 20년만 더 늦게 종전됐다면 저 남자가 전설을 썼을 텐데.
그 와중, 아시아 박스오피스에서 중국의 견제가 심했다는 것까지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고드’ 촬영 초기. 본래 로케이션 목록에 있던 홍콩의 밤거리에서 조율이 틀어졌고, 거기 앙심을 품은 공안당국이 상영제한을 걸었다는 폭로가 퍼진 것이다.
-추하군, 추해.
-누가 거대 선풍기 좀 가져와. 저기서 날아오는 먼지바람 좀 다시 보내게.
-친구들, 그럴 시간에 네 지인들에게 추천 한 번을 더 해. 아시아 수익이 우리 쪽보다 더 나오면 무슨 망신이야?
*
다시, 한국.
현직 배우들은 의외로 덤덤했다.
어디 박건의 차력쇼가 한두 번인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지만, 아예 나라를 건국하는 수준이 되면 질투도 나지 않는다.
평소 괴수영화의 팬이던 모 남자 배우는 비공식 인터뷰에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박 선배··· 아, 선배가 아니지. 박건 배우요?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해요. 데뷔했을 때부터 규격 외의 괴물이었잖아요. 공룡이 다른 공룡들이랑 괴수대격돌을 벌인다는데, 인간계에서 질투해 봤자 뭐가 되겠어요.”
한편, 여자 배우들 쪽은 다소 다르다.
“그 오빠··· 아니, 박건 씨요? 진짜 독해요. 제 주변에 좀 잘 나간다는 여배우랑 아이돌들, 자신 있게 DM 보냈다가 다 깨졌거든요. 어떻게 톡도 그 따위로 고자같이··· 아, 이건 편집해 주세요.”
···아무튼, 방송계 관계자들의 반응도 하나같이 호의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작진들은 연예인의 바로 곁에서 먹고 호흡하고 촬영한다.
약에 취한 놈, 자기만 아는 놈, 스탭들한테 욕을 하는 놈이 넘쳐나는 현장에서, 박건 같은 캐릭터는 천연기념물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박건과 함께 일해 본 이들, 그 중에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이들의 어깨는 덩달아 올라갔다.
확장 이전한 ‘큰범 스튜디오’의 대표실에서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와하하하핫! 아직도 1위라고? 아니, 앞으로도 1위일 거라고 해야지!”
대표실 밖의 여비서가 남몰래 귀를 막지만, 태종범 대표는 목젖이 보이도록 웃어젖혔다.
‘흑의사제’ 이후 박건이 연일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큰범의 이름도 널리 퍼졌다.
거기에 의리를 지킨 김률까지 감독으로 훨훨 날고 있으니, 이만하면 낙수효과가 아니라 물을 드럼통으로 들이붓는 셈이다.
미팅을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타 프로덕션 대표가 인상을 썼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난 자네만 보면 속이 끓어. 김률 감독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어쩜 사람이 이렇게······.”
“이보게, 강 대표.”
“왜, 또.”
“억울하면 진작 잡았어야지! 그때 왜 김 감독 영화를 깠나. 사람 보는 눈도, 응? 운도 실력이야, 와하하하핫!”
치를 떨던 프로덕션 대표가 떠난 뒤, 태종범은 배불리 웃으며 비서를 불렀다.
“예, 대표님.”
“나머지 일정은?”
“잠시 후 16시에 배우 오디션이 있습니다. 장소는 저희 스튜디오 3층 회의실이고요.”
아이패드를 휙휙 넘기던 태종범 대표가 문득 시계를 봤다.
“음, ‘나의 아가씨’ 오디션? 거긴 김 감독도 동석한다고 하지 않았나?”
“조금 전 연락이 왔습니다. 박건 배우 본가로 병문안을 가야 한다고, 죄송하지만 촬영영상만 보내 달라고 하셨습니다.”
“거 참, 그렇게 무리하니까 과로가 오지. 선이 씨 병문안이라면 나도 간다고, 일정 없으면 좀 더 기다리라고 해 둬.”
비서는 아리송한 표정이 됐다. 이상한 말을 들은 표정이라, 태 대표는 다시 물었다.
“왜, 뭐 문제 있어?”
“그··· 박선 매니저님이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박건 배우가 아프다고 합니다.”
‘고드’가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찍었을 때도 빠지지 않았던, 태종범 대표의 턱이 떡 벌어졌다.
“누가 아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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