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warrior turns into a million-dollar actor RAW novel - Chapter (165)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165화(165/199)
미완의 원고 (3)
* * *
천만 배우가 사람을 찾는다.
작품 이름은 ‘주신의 서’,
비록 몇 년 전 출간을 중지한 책이지만, 작가와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로만 홍보실 발, 공기형 홍보팀장과 측근들이 슬그머니 흘린 뉴스는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떴어, 떴다고!”
“뜨긴 뭐가 떠. 박건 박건 노래를 부르더니, 새 작품이라도 들어간대?”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잖아. 다른 찌라시도 아니고, 로만에서 나왔으니 백 퍼센트야!” “······?”
사실, 이런 식의 언급이 그간 씬에서 흔치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모 각본가와 작업하고 싶다, 어떤 작품이나 음악을 감명 깊게 감상했다, 연이 된다면 꼭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저런 코멘트로 관심이 가는 상대를 언급하면서 넌지시 어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공개적인 러브콜은 드물다. 하물며 자취를 감춘 소설, 그 작가를 찾는다며 써 붙인 대자보라면 더더욱.
대형서점의 소설 코너에 서 있던, 안경 쓴 고객이 휴대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주신의 서? 요즘도 나오는 책인가?”
적당히 이름값 있는 배우여도 기사 몇 줄씩은 났을 판에, 이쪽은 최근까지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하게 지키던 월드스타다.
당장 ‘주신의 서’ 관련 트래픽이 물밀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신의 서, 대체 누구의 작품인가?] [지금은 사라진 ‘늘푸른봄날’··· 업계에서 유명하던 악덕 출판사?] [박건의 ‘주신의 서’ 언급, 천만 배우가 침묵을 깨고 언급한 10가지 이유] [한국형 판타지의 시초, 아는 사람은 다 알던 1세대 명작은 왜 묻혔을까]기자들의 경우는 차라리 낫다.
박건을 한 번이라도 모셔온다면 올해··· 아니, 근 몇 년간의 최고시청률이 갱신될 수 있는 방송 관계자들은 눈에 불을 켰다.
“가.”
“예?”
“가라고. 주접의 서인지 뭔지, 그거 쓴 작가부터 잡아 와. 들어보니 출판사랑 생활고 때문에 절필한 것 같은데, 계약금 빵빵하게 안겨주고 우리 쪽에 시나리오 넘기도록 만들라고.”
KBC 국장실.
은희욱 작가의 삼촌, 황 국장이 물러나고 후임자로 들어온 최구일 국장이 명령했다.
고양이 앞 쥐 신세가 된 PD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절판된 도서라던데요. 그래서 뭐 어떻게 구할 수가 없······.”
“그럼 눈 뜨고 넘겨줄 거야! 황현식이 그 머저리처럼!”
대뜸 터진 고함에 PD가 찔끔한다.
최근 JNBC 김백동 국장이 흰머리 호랑이에서 너그러운 코끼리가 됐다면, ‘박건 특수’를 받지 못한 방송국 국장들은 화가 늘었다.
특히 예능 한 번 빼고는 박건과 도통 인연이 없던, KBC 수뇌부도 비슷한 상태였다.
‘전임자 국장한테 가서 뭐라고 하든가, 왜 사장도 아니고 나한테 지랄을······.’
PD가 속으로 꿍얼대는 사이, 최 국장이 책상을 탕탕 쳤다.
“가만히 있지 말고 애들이라도 풀어. 요즘 작품 안 들어가고 쉬는 놈들 많잖아! 손가락만 빨면서 기다리다가 또 뭐, JNBC에서 촬영 오피셜이라도 뜨게 되면 다 죽는 거야!”
“···그런 일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확실하지?”
“예, 고 PD가 출판업계 인맥이 빠삭하다고 들었습니다. 그 친구한테 걸어 봐야죠.”
“누구? 고석진?”
“맞습니다. 석진이라면 분명 뭐라도 건져 올 겁니다!”
본래 친구는 이럴 때 팔아먹으라고 있는 법. 살벌하게 눈을 부라리는 최 국장을 피해, PD는 얼른 꽁무니를 뺐다.
닫히는 국장실 문 너머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저리 같은 놈들. 내가 삼 년 전에 여기 있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배우로······.”
이 비슷한 상황이 업계 곳곳에서, 고하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중이었다.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막내들, 조연출들, 새끼작가들은 일단 뛰면서 세상을 원망했다.
“갑자기 뭔데, 왜 박건이 복귀한다는 건데!”
“몰라! 이제 반 은퇴한 거 아니었어?”
뒤따라 걸음을 재촉하던 스탭이 혀를 찼다.
“어휴, 멍청이들아. 그 연기 귀신이 은퇴는 뭔 은퇴야, 또 스케일 잔뜩 키운 폭탄 하나 터뜨리려고 준비 중이었던 거지.”
나머지 둘도 눈을 끔뻑거렸다. 하긴, 생각해 보면 박건의 휴식기가 끝날 때마다 이 바닥이 오죽 떠들썩했던가.
다른 스탭이 스마트폰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고드가 얼마나 들었지? 천만?”
“어제부로 천 사백만을 넘었어. 강 선배가 물어봐서 검색해 봤거든.”
“···그래, 칸 남우주연상에 국내 관객 천만을 넘어갔으면 몇 년 푹 쉴 만도 하지 않냐고. 그 망할 놈의 소설은 또 뭐야?”
어제까지 알지도 못했던 책이, 이제 베스트셀러 순위로 진입할 기세다.
처음 말했던 스탭이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긴, 작가가 잠수 탄 비운의 명작이지.”
한편, 시들어 가던 환상소설 커뮤니티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제목 : 이런 날이 오다니… 주신의 서가 빛을 보다니…
내용 : 믿고 있었다고 ㅋㅋㅋㅋㅋ 연중튀했다고 욕한 놈들아 ㅇㅇㅋ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재림을 봐라… 주신의 서는 신이고 작가는 무적이다, 돌아오기만 한다면 ㅇㅇ
-호들갑이 과하다
-이새끼 주신서로 꾸준글 달리던 놈이네
└끈기 미쳤음 ㅋㅋㅋㅋ 나도 들어올 때마다 몇번 본듯
└└그것도 상반기 하반기에 정확히 2번씩 씀; 개소름
-아니 저 고대소설이 대체 뭔데 ㅡㅡ 틀딱들아
└미완인 것만 빼면 한국 판타지 GOAT
└└고트? 용류백이랑 흑길이랑 전수림이 조스로 보이냐?
└└└솔직히 스케일이랑 캐릭터, 서사 짜임새는 넘사 맞음 ㅇㅇ
-마지막 줄에 집중해라… “돌아온다면”
└완결 없는 소설은 앙꼬 없는 찐빵일 뿐
└└근데 돌아올 것 같은데? 천만배우가 모셔간다는데 안 오면 사람인가 ㅋㅋㅋㅋ
└└└나라도 현업 때려치우고 글쓰러갈듯
골수 독자, 올드팬들의 기억 속에서만 남아 있던 주신의 서다.
전후 상황을 수상하리만치 상세하게 아는 이들이 글을 올리고, 당시 출판사와 있었던 갈등까지 퍼져나가며 장작을 보탰다.
결국 당시 정황과 출판사에게 당한 고소, 출간을 접을 수밖에 없던 사연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기사로 뜨기 시작했다.
“와, 이거 진짜 개새끼들이었네. 대표가 원고 방향에 개입했다고?”
“자기들 마음대로 안 쓰면 책도 못 낼 줄 알라고 협박했다잖아. 그래서 작가가 공황장애에 우울증까지 앓다가 절필한 거고.”
“접을 만 하다, 접을 만 해.”
당연히 지금은 없어진 악덕 출판사는 폭격을 맞았고, 책을 읽어본 이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완성도에 감탄했다.
그리하여 지금,
모든 이들의 관심은 한 곳에 쏠렸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과연 ‘주신의 서’의 작가, 이십 년간 잠적했던 그 소설가는 나타날 것인가?
*
“강 주임님, 어디 아프세요?”
“아뇨, 괜찮습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안색이 창백하신데··· 무슨 일 있으신 거 아니에요?”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봅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검단의 모 물류유통업체.
동료 직원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뒤로 하고, 중년 사내가 화장실로 걸어들어갔다.
“······.”
거울 속에 피로한 얼굴이 비친다. 핏발 선 눈과 푸석한 피부, 쑥 들어간 뺨까지.
본래도 그리 좋은 낯빛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대표가 놀라 달려나올 정도로 수척한 몰골이다.
‘그 기사를 보는 게 아니었는데.’
사내의 가슴에 달린 사원증이 흔들린다. 강영일, 한때 01이라는 필명으로 펜을 휘둘렀던 소설가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이내 세찬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뉴스를 본 것은 사흘 전, 우연히 내리던 포털 기사에서였다.
배우 박건이 ‘주신의 서’를 쓴 작가를 찾는다··· 눈을 의심하며 클릭해 보자, 그보다 더 많은 내용들이 웹사이트에 먹물처럼 번져 있었다.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그 다음은 부끄럽게도 살짝 기뻤고, 시간이 지나자 절망스러워졌다.
스무 살 초반이었던 작가는 이제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장, 펜을 놓은 지 어언 이십 년이 넘은 중년이 되었다.
“왜, 한참 전에 끝난 인간을······.”
용류백··· 그 선배에게 충동적으로 시나리오화시킨 소설을 보내긴 했지만, 그것도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이후 선배가 그를 찾는다는 이야긴 들었음에도 더 연락하지 못했었다. 평생을 쌓았던 그의 바벨탑, 서재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주신의 서’ 시나리오가 아직 완성되지 못했기에.
그런데 이 배우는, 대체 왜 실패한 소설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는 말인가?
지잉, 지잉―
손목의 스마트워치가 진동했다. 필시 그를 찾는 현장의 업무일 터.
쏟아지던 물을 잠그고 화장실을 나가며, 강영일은 입술을 깨물었다.
*
로만 사옥, 회의실.
“네? 연락이 왔다고요?”
박선이 천장을 뚫을 기세로 펄쩍 뛰었다. 유준일 실장이 턱을 긁으며 말했다.
“예. 검단 부근이던데, 전혀 다른 기업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더라고요.”
“다른 기업이라면······.”
“뭐였더라, 물류유통 쪽이랬나? 번호를 바꾸곤 출판업계 사람들하고는 아예 인연을 끊었더래요. 그냥 찾으려고 했으면 모래사장에서 바늘 건지기였을 거예요.”
“와, 대박. 역시 공 팀장님 말씀이 맞았네요.”
박선이 감탄하자, 옆에 와 있던 공기형 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한 것도 없는데요, 뭘. 박 배우 유명세를 슬쩍 갖다 쓴 거지.”
“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긴 테이블 끝에서, 절판된 ‘주신의 서’를 읽고 있던 박건에게 시선이 쏠렸다.
책을 닫은 박건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동료를 찾을 때는 발로 뛰는 편이었어서. 그런데 이런 방법도 있군요.”
“이것도 다 배우가 출중해서 가능한 거죠. 아무리 유명해도 이미지 안 좋은 아티스트들이 언급하면··· 어휴, 오히려 욕 먹어요.”
“출중이라······.”
무언가 곱씹는 듯 하던 박건이 스마트폰을 꺼내는 동안, 유준일 실장이 상황을 정리했다.
“자, 그럼 갈 사람부터 정합시다. 팀장님은 빠지시겠고··· 나랑 박선 씨, 박건 씨만 가도 충분하겠죠?”
연락이 왔다는 것부터가 청신호다. 박선이 기세 좋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공 팀장은 축포는 이르다는 입장이었다.
“인원은 충분한데, 얘기가 잘 될지가 걱정이네요.”
“왜요? 어차피 자기도 하려고 전화를 줬을 거 아냐, 그럼 볼 장 다 본 거지.”
“그건 모르는 일이죠. 한동안 펜도 놨을 거고, 다른 일을 해 왔으면 감이 떨어졌을지도 몰라요. 자긴 쓰고 싶은데 도저히 못 쓸 것 같다고 하면 설득할 방법은 있어야죠.”
그때, 어딘가로 연락하던 박건이 끼어들었다.
“그래서 불렀습니다.”
“예?”
“일전에 비슷한 말씀을 들어서요. 일이 쉽지 않을지도 몰라서, 제 나름대로 도와주실 분들을 불렀습니다.”
그 ‘도와주실 분’들이 누구였는지는, 삼십 분쯤 뒤에 공개되었다.
스튜디오 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을 본 공 팀장과 유 실장의 표정이 아리송해졌다.
반면, 이미 안면을 텄던 박선은 얼굴이 환해져서 소리쳤다.
“용 작가님, 은 작가님!”
개량한복을 입은 중년 사내가 한 명, 그 옆에 빼다 박은 듯 비슷한 차림의 청년이 또 한 명.
용류백과 은희욱, 친분 있는 두 작가를 모두 불러온 것이다.
“강영일 씨의 선배, 용류백 작가님입니다. 여긴 JNBC에서 서울의 개를 함께 했던 은희욱 작가님이고요.”
“아, 은 작가님!”
“처음 뵙겠습니다. 홍보팀장 공기형입니다.”
대략 소개가 오간 뒤, 일어선 박건이 두 작가의 사이에 섰다.
옛 선배와 현직 시나리오 작가, 기획사의 매니저들과 본인을 찾던 배우 당사자까지.
“바로 출발하시죠. 시간이 없습니다.”
마지막 동료를 찾기 위한 파티가 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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