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warrior turns into a million-dollar actor RAW novel - Chapter (167)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167화(167/199)
미완의 원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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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의 서X박건이 공식화됐다.
[박건, 마침내 다음 작품 결정··· 차기작은 20년 전 ‘미완의 소설’] [‘주신의 서’ 작가 01, 담담하게 풀어낸 근황과 심경··· “실패한 작가의 마지막 도전 될 것”] [로만 관계자, “배우가 적극적으로 러브콜··· 상처받은 작가의 마음을 열었다”]관계자의 언급, 로만 발 소식은 여간해선 허튼소리가 없다.
‘주신의 서’의 작가··· 실명을 공개한 강영일이 전격 복귀를 발표했고, 소설 버전의 완결과 시나리오화를 예고했다.
관계자는 출판사 및 제작사와의 협업도 곧 이루어질 것이며, 오피셜을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거, 돈이 좋긴 좋구만.”
개봉하는 영화의 시사회장.
박건과도, 로만과도 전혀 관련 없는 작품임에도 어딜 가나 화제는 ‘주신의 서’다.
“돈? 왜?”
아직 배우들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다. 동종업계 기자의 물음에, 방금 전 중얼거린 연예부 기자가 대꾸했다.
“저기, 박건네 말야. 돈 냄새가 나니까 이십 년간 절필했던 인간이 기어나오는 거 아니겠어.”
“나라도 그러겠다. 찾기만 하면 화제성 보장에 드라마나 영화화, 판권 대박도 보장된 건데 왜 숨어 살아?”
“거기다 배우가 박건이잖아. 본인이 제작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 작품에서 연기하려고 작가를 찾겠다는데 오히려 고맙지.”
“대충 보니 사연이 딱하더구만. 우리 젊었을 적엔 그런 양아치 출판사가 많긴 했어.”
주변 사람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엉겁결에 나쁜 놈이 된 기자가 얼굴이 벌게져서 항변했다.
“아니, 다들 박건 팬클럽이야? 언제부터 우리가 배우 이미지 봐 줬다고······.”
“어. 난 두 달 전에 가입했는데.”
“······뭘 가입해?”
뒷좌석에 앉아 있던, 안경 쓴 기자가 영화 팸플릿으로 수염 난 턱을 긁었다.
“우리 아들놈이 박건 열혈 팬이거든. 남자들의 로망이다, 커서 저런 형이 되고 싶다고 난리도 아니길래 팬카페에 가입했지.”
“그래서, 거기엔 뭐 딸 게 좀 있던가?”
“오피셜은 다 회사가 관리하는데··· 배우가 직접 쓰는 소설 게시판이 있더라고. 나중에 제작도 하고 싶은 모양이야.”
“하긴··· 본인이 원하는 작품이 확실하니까. 나도 들어가 봐야겠군.”
다른 기자들도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켜 박건의 팬카페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처음, 박건을 비아냥댔던 기자만 볼이 부은 채 노트북 자판을 두들겼다.
“나 참, 여기 와서 저쪽 얘긴 왜 하는 거야? 남의 잔치 놀러가면 떡고물이라도 준다나?”
“말은 강 기자가 먼저 꺼냈잖아. 돈이 좋긴 좋다면서.”
“······.”
잠시 후, 배우들이 감독과 입장하면서 시사회가 시작되었다.
쭉 늘어서 허리를 숙이는 스타들을 내려다보면서, 안경 쓴 기자가 흥미로이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주인공은 박건이겠고, 나머지 인선(人選)은 어떻게 채우려나?”
*
거대한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흔히 ‘명작의 3요소’ 중 두 가지만 충족된다면 나머지 하나를 채우긴 쉽다고 이야기한다.
첫째는 감독,
둘째는 배우,
셋째는 대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주신의 서’는, 이미 성공할 작품의 조건을 넘치도록 가지고 있었다.
현재 국내, 나아가 해외시장에서도 가장 핫하다고 평 받는 스타.
한국 환상소설에 한 획을 그었다고 알려진 미완의 명작.
안 될 작품은 까 봐야 알지만 잘 될 작품은 안 까봐도 안다.
그러니, 한국은 물론이고 <고드: 분노의 파수꾼>을 본 세계 각국의 감독들이 러브콜을 보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데릭 제닌, 에드워드 폴, 후웨이 창, 개인 SNS 및 인터뷰에서 ‘주신의 서’ 언급··· “할 수 있다면 한국으로 날아갈 것”] [박건 측···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원작자와 신중한 상의 후에 결정할 생각]어디까지나 대외적인 액션만 이 정도다. 로만의 직원들, 박건의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이들은 쏟아지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예, KBC 쪽··· 아, CP님이 직접 전화를 주셨다고요. 알겠습니다.”
“YTS 드라마국, 뉴메이크 스튜디오랑 함께요?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저희가 죄송하지만 제작사 미팅은 아직 잡고 있질 않아서요.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다음 단계가 진행될 때 다시······.”
국내 방송사, 영화사, 제작사 등을 막론하고 침이라도 발라 놓으려는 연락이 폭주한다.
들어온 러브콜은 저들뿐만이 아니다. 최고 레벨의 OTT 플랫폼, 웰플릭스와 유엔플러스와 헬릿에서도 컨택을 해 온 것이다.
조건이야 조금씩 다르지만 세 플랫폼 모두 결론은 같다. 독점 공개라면 얼마든, 언제든 환영이니 문을 열어 두겠다는 것.
C&J 엔터테인먼트의 전(前) 본부장, 이제 총괄대표인 진규일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응원해 주었다.
“우리 C-VING이 최근 잘 나간다곤 해도, OTT 공룡 3사를 제칠 순 없으니까. 백정장군으로 초석을 다져 준 것만 해도 충분해.”
비즈니스 미팅 겸, 겸사겸사 오래 못 본 동창의 얼굴을 보는 자리다.
건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정해진 건 없는데. C&J 쪽 플랫폼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 네가 배우로서 뭘 원하는지 뻔히 아는데, 그걸 모른 척 우리 쪽에 서 달라고는 못 하지. 저 세 곳이랑 우리랑은 애초 출발 지점부터 다르다고.”
아직 그 정도로 양심을 갈아엎진 않아서. 덧붙인 진규일이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아, 그런데 원작은 어떻게 됐나? 다행히 작가는 협조적인 것 같던데.”
“소설? 아니면 시나리오?”
“둘 다. 나도 이제 1권을 읽었는데, 영미권 판타지 뺨치는 대서사라면서. 거기다 한동안 쉬기까지 했으니 시간이 꽤 걸릴 거 아냐.”
건은 어젯밤 들은 소식을 말해 주었다.
“소설은 완결까지 다 나왔어. 시나리오는 지금 각색 작업 중이고.”
“······뭐?”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진규일도 한동안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건은 친절하게 덧붙였다.
“우리가 다녀가고, 이틀 만에 전부 썼다던데. 마무리까지 쉬지 않고 한 호흡으로.”
“···분량이 어느 정도였길래?”
“책 두 권 정도. 몇 년간 생각하던 내용이라 어렵지는 않았다고 했어.”
“그 양반도 제정신이 아니군. 나중에 좀 소개해 줘, 우리 회사로 데려오게.”
감탄하는 진규일을 앞에 두고, 건은 오늘 새벽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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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배우님. 제가 일어나서 뵈었어야······.”
“아닙니다. 누워 계십시오.”
심신을 갈아 넣어 이틀간 소설책 두 권 분량을 써낸, 차력쇼의 주인공은 모 종합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병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던 강영일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누웠다.
“이렇게 오실 일이 아닌데,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병원에서도 단순 과로라고 하고요.”
“부탁드린 원고 때문에 무리하신 거니까요. 작가님과 따로 이야기를 나눠 보고도 싶었습니다.”
“예? 저랑은 왜······.”
눈을 깜빡이는 강영일을 지나쳐, 건은 사 들고 온 과일 바구니를 협탁에 올려놓았다.
그 와중에도 뭔가 쓰고 있었던 듯, 침대 이불 옆에 수첩과 연필이 보였다.
“작업 중이셨습니까?”
“아, 예. 1차 완결은 나왔는데 그걸 또 시나리오로 바꿔야 하니까요. 용 선배한테 보냈던 이후 분량부터 각색하고 있었습니다.”
눈 밑에 시커먼 그늘이 생겼지만, 강영일의 얼굴은 처음 봤을 때보다 몇 년은 더 젊어 보였다.
‘주신의 서’ 완결이, 정확히는 놓고 있던 소설을 다시 잡으면서 옛 활력이 돌아온 것 같았다.
“이렇게 일찍 완성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몇 년간 생각하면서 저장이 됐던 모양이에요. 자리에 앉자마자 무슨, 마법에 걸린 것처럼 써내려져서 깜짝 놀랐지 뭡니까.”
“다행입니다. 그럼 건강은······.”
강영일은 멋쩍은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제가 병약해 보여도 의외로 튼튼하거든요. 오늘 점심때 퇴원이라니까, 회사 쪽 인수인계만 며칠 내로 마치면 시나리오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직장, 옛 직종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현재의 마무리는 중요한 법이다.
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도울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저도 요즘 한가해서요.”
“아이고, 아닙니다! 유 실장님이라고 하셨던가요? 그분이랑 그, 같이 오셨던 매니저님까지 또 연락처를 주고 가셨습니다. 배우님의 동생 분이라고 하셨죠?”
“예. 친동생입니다.”
강영일은 감탄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형제가 연예계 다크호스라니, 보통 우애로 할 수 없는 일인데요.”
“과찬이십니다.”
“진심입니다. 사실 박선 매니저님이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거든요. 배우님께 맡기면 절대 후회 안 할 거라면서, 제가 한 발만 떼면 있는 힘껏 도와주시겠다고······.”
건은 잠시 동생을 생각했다. 작품을 들어갈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으로 형을 돕던 박선이다.
데뷔 초창기는 물론, 스타 매니저가 된 지금까지도 함께 작업하는 배우와 제작진에게 헌신적인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형, 나도 다 읽었거든? 이거 진짜 괜찮아! 특히 주인공의 분위기나 고독감이··· 지금까지 찍은 작품들을 다 합쳐 놓은 느낌이야. 딱 다른 세계에 떨어진 이방인이랄까?’
거기다··· 몇 주 전 그의 비밀까지 털어놓지 않았나. 얼마나 전달되었을지는 몰라도, 동생이 필사적이라는 것쯤은 충분히 느껴졌다.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강영일이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배우님이 아니었다면 평생 끝을 내지 못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예?”
“작가님의 작품으로, 오래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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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별 거 아냐.”
점심 식사를 겸한 자리라, 앞의 접시들도 대부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차로 목을 축인 진규일이 말했다.
“그나저나, 제작사는? 역시 국내보다 해외인가?”
“고민하고 있어. 투자사도 그렇고, 가장 원작을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판타지 영화, CG 촬영이 해외의 전유물인 시대는 지났다.
실제로 국내 스튜디오들도 기술력은 충분하고 남는다. 중요한 것은 작품을 찍을 배우와 감독, 그리고 거기 돈을 부을 자본력이다.
“캐스팅도 문제군. 배경이 서양 쪽에 가까운 중세로 아는데··· 인선을 제대로 추리려면 디렉터들이 진땀 좀 빼겠어.”
“그래서 도움을 받으려고.”
“응? 나한테?”
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종진화형 ‘박건 사단’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노중만 대표를 포함해 지금껏 작업한 국내외 감독, 작가, 또 추천을 받은 인맥의 인맥들까지······.
강영일이 각본을 완성하는 동안, 그의 사람들이 힘을 모아 줄 것이었다.
“그 정도면 되겠군. 부탁한 건 이번 주 안으로 추려서 회사로 보내 두지.”
한 시간쯤 더 지나자 자리는 얼추 끝났다.
수트 상의를 걸치고, 기사를 호출하던 진규일이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아, 그럼 결말도 봤나?”
“주신의 서?”
진규일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신의 서’ 전권 사진을 보여 주며 끄덕거렸다.
“응. 출간된 권수까지는 다 구했는데, 나는 보는 속도가 좀 느린 편이거든. 배우로서 만족스러운 완결이었는지가 궁금하군.”
건은 잠시 생각했다.
-이제 끝이다, 폭군.
-어림없는 소리, 네 세계로 꺼져라! 그리고 영원히 저주받아 떠돌지어다,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방랑자가 되어!
-아버지, 안 돼요······!
폭군을 죽이고 세계를 구하려던 이방인과, 미친 아비를 사랑했던 공주.
비극의 폭풍은 차원을 넘어 불어닥친다.
“현실적이던데, 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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