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warrior turns into a million-dollar actor RAW novel - Chapter (197)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197화(197/199)
[외전] 그 후의 이야기 – (2)* * *
연예계의 지각변동은 흔한 일이다.
어제까지 최고를 달리던 이가 추락하는가 하면, 하룻밤 사이 무명 신인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명성’은, 연예인들과 함께 일하는 수 많은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아이고, 태 대표님! 어떻게 뵐 때마다 사무실이 달라지십니까. 다음엔 한조타워 꼭대기층에서 보겠어요?”
수많은 난과 화환들 사이, 정장 사내와 마주 앉아 있던 태종범 대표가 흐뭇하게 찻잔을 들었다.
“다 우리 복덩이 때문이지. 내가 아직도 그때 꿈을 꾼다고.”
“무슨 꿈이요? 대표님 빚 청산한 날?”
“아니, 박 배우한테 전화가 온 날 말야!”
흑의사제 성공 이후 3년.
가장 많이 변한 회사가 있다면, 큰범 엔터테인먼트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바닥의 흐름은 빈익빈 부익부라 했던가.
프로덕션의 핵심인 김률은 물론, 다른 소속 감독들이 제작하는 작품들마다 공전의 성공을 거두며 ‘대박’ 프로덕션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김률 차기작, <속죄를 모르는 야수> 베를린 영화제 초청··· 보수의 본산에 깃발을 꽂다] [김률의 <속모야> 경쟁부문 수상 기대··· 평론가들 호평 속출] [‘김률 후배’ 장광칠, 충무로 퇴출부터 웰플릭스 입성까지··· “선배님이 끌어 주신 덕분”]최근에는 바빴던 일정이 하나둘씩 마무리돼, 새로운 기획을 위해 숨을 고르는 중이었다.
태종범 대표의 앞에 앉은 일간지의 연예부 기자, 서한수 팀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안 그래도 기사 봤습니다. 어젠가, 단체 워크샵을 무슨 코타키나발루로 다녀왔더라고요.”
태 대표는 한층 두꺼워진 턱을 긁적였다.
“그래? 건이 씨랑 요즘 얼굴을 못 봐서. 그런 줄도 몰랐구만.”
“어라, 그럼 새 배우도 모르시겠네요?”
“새 배우? 로만에 누가 들어왔어?”
한숨을 쉰 서 팀장이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우리 대표님, 공사다망한 건 알지만 속도가 이렇게 늦어서야 원. 며칠 전에 오피셜로 기사 뜨면서 난리도 아니었잖아요.”
“빨리 말해 봐, 기다리다 목 빠지겠다.”
“일반인 출신이 합류했대요. 심지어 외국인 여배우라던데.”
DG와 조이너스의 주가가 떨어진 지금, 로만에 들어가려면 ‘삼위일체’는 기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외모와 실력, 인성을 고루 겸비하지 못했다면 중견 배우들도 새 둥지를 틀 수 없다는 뜻. 그렇기에 태 대표의 대꾸도 시큰둥했다.
“뭐, 일반인? 웬만해선 못 살아남을 텐데··· 거기 라인업이 어지간히 짱짱해야지.”
“지원영상은 못 봐서 모르겠고, 왜 뽑았는지는 알 것 같던데요.”
“영상도 안 보고 어떻게 알아?”
서 팀장은 대답 대신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사진 몇 장이 넘어간 뒤, 태 대표는 말없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김 감독. 혹시 다음 작품, 외국인 여배우는 주연으로 어때? 아니, 내가 지금 낮술을 한 게 아니라······.”
*
한편, 로만 엔터테인먼트 사옥.
17층 대표실에 노중만 대표와 이성철 본부장이 마주앉았다.
이 본부장은 상사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피부가 많이 타셨습니다.”
노중만은 구릿빛으로 그을린 팔목을 내려다봤다.
“그렇게 됐어. 햇볕이 세더군.”
“잘 다녀오셨습니까? 애들이 사진이랑 영상을 엄청 보내던데요.”
바로 어제, 로만 엔터테인먼트의 워크샵이 코타키나발루에서 끝났다.
명목상은 워크숍이었으나, 실상은 3박 4일의 여행 겸 친목회나 다름없다.
‘고 팀장, 들었어?’
‘워크샵? 안 가, 안 가. 또 속초 같은 데서 우리끼리 술이나 퍼마실 게······.’
‘이번엔 코타키나발루래! 건이 씨까지 간다는데, 진짜 안 갈 거야?’
그뿐만이 아니다. 회사의 글로벌 스타, 박건에 더해 얼굴 보기 힘든 대표 배우들까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 모였다.
결국 촬영 일정이 겹치는 아티스트들 빼곤 전부 몰려가, 그야말로 대부대가 결성됐던 것이다.
“한국은 어땠나?”
이 본부장이 한숨부터 내쉬었다.
“난리였죠. 공기형이가 오랜만에 앓는 소릴 다 하던데요.”
“왜. 누가 사고라도 쳤어?”
“아뇨, 계약 기사가 워크샵 전날에 났었잖아요. 홍보실이 커버한다고 죽어났나 봐요.”
노중만은 알 만 하다는 듯 끄덕였다.
슈퍼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의 주목을 받는 법이다.
그리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타가 된 박건의 소식은, 사람들을 경악하시키기 충분했다.
거의 일 년간 공식 활동이 없었는데, 갑자기 금발 미녀와 함께 있는 파파라치 샷이 찍히더니 로만으로 합류했다는 오피셜까지 뜬 것이다.
[박건, 데뷔 이후 첫 스캔들? 여자친구 OR 알아가는 사이, 귀추 주목] [소속사 공식입장··· 옛 동료일 뿐, 로만 관계자 “조만간 오피셜 있을 것”] [금발 여성의 정체는 유럽 출신 배우 ‘아리아 리버롯’, 로만 엔터테인먼트에 전격 합류] [로만 워크샵 1일차, 코타키나발루 현장 사진 업로드, ‘우리 제법 친해졌어요’]슈퍼스타, 스캔들, 옛 동료가 섞였으니 불타지 않으면 이상할 떡밥이다.
덕분에 팬과 기자, 연예계에 관심 없는 대중들까지 몰려들어 수많은 기사가 양산됐다.
박건과 아리아의 사이, 새로 합류한 아티스트의 비밀스러운 배경, 파파라치 컷에서 찍힌 미묘한 기류······.
결국 워크샵 멤버들이 코타키나발루에서 3박 4일간 진탕 마시는 동안, 직원들은 기름과 물을 번갈아 붓느라 여념이 없었다.
“···근데, 진짜 뭐 하던 사람일까요? 필모그래피는 고사하고 흔적까지 없으니까, 외국계 파파라치들도 단서 하날 못 잡았더라고요.”
“군인이라던데.”
이성철 본부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표정이 됐다.
“아리아 씨가요? 설마, 농담이겠죠.
“본인 입으로 그러던데. 국적을 말할 수는 없지만 전쟁터에서 간호장교로 복무했다고.”
“말도 안 돼요. 어느 나라 군인이 노래에 춤에, 연기까지 다 가능합니까?”
노중만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모르지. 그런데 박 배우 동료였다잖아.”
“아······.”
이 본부장은 납득하고 말았다. 규격 외 괴물의 지인이라면 당연히 평범하진 않을 것이다.
“가끔 보면 신기할 정돕니다. 어디서 그런 사람들하고만 친해지는지, 원.”
“우리 입장에선 환영이지. 신선한 뉴페이스를 놓쳤으면 입맛이 쓸 뻔했어.”
아리아 리버롯, 한국 이름 리아 최.
키는 165.
본인이 밝힌 나이는 스물다섯.
계약이 확정되기 전, 핵심관계자 몇 명만이 모여 진행된 비밀 미팅에서 그녀가 보여 준 퍼포먼스는 모두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노래, 흘러간 영국 록밴드의 히트송에 최신 아이돌 곡까지 무리 없이 소화한다.
연기, 무작위로 준 드라마 대본을 로코부터 스릴러까지 가리지 않고 읽는데 해석력이 엄청나다.
즉흥연기가 끝난 뒤, 이 본부장 본인이 다시 물었을 정도였다.
-혹시 연기를 배운 적이 있습니까?
-배우지는 않았고, 일주일 정도? 한국에 적응하면서 틈틈이 연습했어요.
미심쩍은 표정이던 A&R 팀장이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그럼 노래는······.
-아, 어릴 때 성가대 비슷한 데에 다녀서요. 이쪽 악기도 몇 개 다룰 줄 알아요.
박건을 통해, 비공식 오디션을 잡아 달라는 부탁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러나 배우면 배우, 가수면 가수가 가능할 정도의 재능을 증명해 버리니 더 할 말이 없었다.
이 본부장이 입맛을 쩝 다셨다.
“당장 아무 배역이나 꽂아도 잘하겠던데요. 배우를 한다는 사람이, 가창력은 저희 데뷔조 애들한테 비비고도 남고.”
“음악 쪽은 한동안 안 건드릴 거야. 본인도 연기에 더 욕심이 있어 보이니까.”
“외국인이라는 게 조금 걸리지만··· 뭐, 갑자기 비행기 표 끊고 뜨진 않겠죠?”
“아마. 모국엔 못 돌아간다던데.”
“예? 왜요?”
대답 대신 찻잔을 들며, 노중만은 주변 사람들을 물리고 맞이했던 그녀와의 독대를 떠올렸다.
-한국엔 언제까지 있을 예정이죠?
아리아는 흔쾌히 대답했다.
-쭉, 평생.
-평생? 어째서?
-돌아갈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럴 수도 없고.
그 이야기를 할 때, 줄곧 거침없던 아리아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대표님, 이 나라에서 나고 자라셨나요?
-예.
-전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태어난 뒤, 제가 살아온 삶은 싸움과 굶주림뿐이었으니까. 끝나지 않는 전쟁만 반복되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떠올리듯, 어떤 회상에 잠겨 있던 파란 눈동자가 이쪽을 응시했다.
-그러던 도중 고드를 만났고, 이별했다가, 오랜 시간이 걸려 재회했어요. 제 모든 것이 이곳에 있는데 왜 떠나겠어요?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났다. 선글라스를 내려 쓴 아리아는 지하철을 탄다며 떠났고, 그는 새로운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의심을 접었다.
“그런 눈빛이 거짓일 리가 있나.”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별 거 아냐. 차향이 좋군.”
그러게요, 지유가 한 세트 가져온 건데. 중얼거리던 이성철 본부장이 문득 물었다.
“그래서, 무슨 작품부터 하겠대요? 영화나 드라마, 아니면 미니시리즈?”
“예능.”
“데뷔도 전에 예능이요? 그건 배우라기보다 크리에이터 아닙니까. 소속사 업고 어그로 먼저 끈다고 말이 많을 텐데요.”
“그것도 괜찮다던데, 본인 말로는.”
어느 누구를 생각나게 하는 말에, 이 본부장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예?”
*
방송계는 늘 새로운 얼굴을 원한다.
드라마의 신성, 영화판의 괴물, 예능의 블루칩.
앞의 조건이 뒤를 담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꼭 유명세를 떨친 신인들이 방송에서도 활약하는 건 아니다.
-뭐, 서지오? 걔는 안 돼. 앉혀 봤자 지난번처럼 어버버댈 게 뻔한데, 우리 팬들이랑 걔네 팬들한테 제곱으로 욕먹을 일 있어?
외모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기엔 너무 커져 버린 시장.
그렇기에 PD들은, 신선한 마스크를··· 정확히는 화제가 될 캐릭터를 원한다.
이를테면 지금, 인기 웹예능에서 최초로 공개된 논란의 금발 여배우처럼.
“어··· 아리아 씨? 리아 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아, 애칭은 친해지고 나서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이거 실례했군요.”
“죄송해요. 사실 그렇게 불려 본 적이 없어서, 선배님 말씀을 못 알아들으면 안 되잖아요.”
<누가 나올지 모르지만>, 국민 MC 표종수가 메인을 맡은 웹예능이다.
유튜브의 특성상 소주도 한잔 곁들이고, 게스트와 편하게 사담을 나누는 분위기로 구독자만 200만 명이 넘을 정도.
시즌 1이 마무리되면서 너무 익숙한 얼굴들만 나온다는 평이 있었는데, 첫 게스트로 로만의 핫한 신인이 나온 것이다.
“소주는 입에 좀 맞아요? 다른 술도 준비는 많이 해 뒀는데······.”
“없어서 못 먹죠. 처음에 마시곤 훅 갔었어요.”
술잔을 빙빙 돌리던 아리아의 말에, 표종수가 호들갑스럽게 눈을 치켜떴다.
“세상에, 그렇게 술이 약해요?
“아뇨. 맛있어서 뻑이 갔다고요. 모국에서 마시던 포도주는 최악이었거든요.”
거침없지만 겸손하고, 솔직하되 예의를 잃지 않는다.
벌써 두 사람이 비운 소주만 여섯 병. 외모는 어느 나라 공주님처럼 생겨서 말투는 토종 한국인이니, 눈을 뗄 수 없는 건 덤이다.
토크는 순식간에 삼십 분을 훌쩍 넘겼다.
박건과는 절친한 전우였다, 강한 군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배우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려 한국에 들어왔다······.
방송 막바지엔 호신술이라며 봉술 비슷한 기예를 보여주는 통에, 신이 난 표종수가 엔딩도 잊고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이야, 리아 씨도 홍콩영화 좀 보셨네. 맞죠? 제가 액션에 로망이 있는데, 우리 제작진들은 그런 프로젝트는 절대 안 된다는 거예요. 이 나이 먹고 서러워서 정말······.”
유튜브 스트리밍의 실시간 댓글들은 방송이 종료된 뒤까지 폭주했다.
―오늘 진짜 레전듴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아 시즌2 첫회부터 배째네
―아니 진지하게; 로만은 저런 사람들만 어디서 데려오는 거임…?
―박건 배우 동료라잖아요 ㅎㅎㅎ
―다 노중만 대표의 복이지요… 관상을 좀 보는데… 고생을 많이 하다가 잘 풀릴 운수더이다…
―점성술사 out
유튜브와 대형 커뮤니티 예닐곱 개를 켜 두고, 반응을 체크하던 홍보실 직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로 긍정적인데요? 또 보고 싶다 반, 작품이 궁금하다가 반 정도··· 다들 연기가 궁금하다는 반응이에요.”
“그거야 뭐, 리아 씨 작품 들어가면 알겠지.”
씩 웃은 공기형 홍보팀장이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아, 박건 씨 특출이 오늘이랬나?”
“예. 원래는 구 배우님이 들어가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토스했다고 하더라고요. 스포츠카는 전투기를 못 잡는다면서.”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직원은 이마를 긁었다.
“몰라요. 양수연 팀장님이 거의 입에서 불을 토하시던데요, 그걸 왜 양보하냐고.”
“···신승 씨가 한 건 했네. 명상원 다녀오고부터 한동안 잘 참는 것 같더니.”
구신승의 기행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거니와, 한번 정한 결정은 절대 번복치 않는다.
덕분에 시청률 20%에 육박하는 JNBC의 주말드라마, ‘세 아가씨’의 최종회 카메오는 박건에게 돌아갔다.
정확하게는 박건이 연기해 온 수많은 배역, 그 중 하나의 캐릭터에게로.
“주말극 특출에 웰플릭스 예능에··· 우리 박 배우님, 복귀 신호탄이 화려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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