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warrior turns into a million-dollar actor RAW novel - Chapter (36)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36화(36/199)
누가 그들을 외인이라 칭하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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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개’ 박건, 구마사제로 깜짝 변신··· 연기 스펙트럼 늘리나] [신흥 라이징스타의 차기작은 드라마가 아닌 영화?] [‘흑의사제’ 제작 확정··· 전격 크랭크인 초읽기] [실패를 거듭했던 한국형 오컬트··· 무명 감독과 신인 배우의 야심찬 도전] [박건X김률, 나머지 출연자들은 누구?] [신인, 무명, 단역과 연극배우로 결성된 ‘외인구단’··· 흥행은 ‘글쎄’] [‘충무로의 불운’과 ‘JNBC의 행운’, 스크린 속 맞대결 기대되는 이유]박건의 다음 출연작이 공식으로 발표됐다.
제목은 ‘흑의사제’, 제작사는 영화를 몇 편 찍은 소규모 스튜디오.
대형 기획사로 행보를 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정된 출연작이란다.
드라마가 아닌 영화인 것도 신선한데, 심지어 장르까지 매니악한 오컬트란다.
뿐만 아니라 감독은 ‘충무로의 실패작’이라 불리는 김률에, 나머지 출연자들도 대표작 하나 없는 어중이떠중이들만 모아 놓았단다.
기자들이 냄새를 맡은 지 십여 분. 순식간에 웹에는 자극적인 기사들과 교묘하게 돌려까는 어그로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 외로 질투가 심하다. 한번 성공을 맛본 자가 연타석 홈런을 때리기보단, 호되게 두들겨 맞고 삼진으로 물러나길 기대한다.
영화판에 대표적인 ‘매운 맛’으로 유명한 모 커뮤니티에서도 혹평이 쏟아졌다.
[박건 사진이 올라온 기사 스크랩]-영화판이 장난이야? 영화판이 장난이야? 영화판이 장난이야?
└대형엔터 물었다고 자신감 오지네 ㅋㅋㅋㅋ
김률? 그 김률을 안고 간다고?
└정보)김률은 3촬영 1개봉 3ㅈ망으로 충무로의 전설과도 같은 인간이다
└정보2)그의 졸작은 서예종 탑급이지만 어디서도 개봉하지 못했다
-제작사도 좆소, 출연진들 싹 마이너한 애들로 끌어모은 거 보면 답 나옴. 배우병 세게 걸려서 무리수 조진 거임.
└작감놀음 드라마판에서 좀 떴다고 뵈는 게 없나보네 ㅋㅋ
-근데 박건이 누구냐? 외계인처럼 생겼는데; 저게 잘생긴 거임?
└영붕게이야.. 질투가 추하다..
└대씹존잘 외계인처럼 생기긴 했지 ㅋㅋㅋㅋ 저게 어떻게 사람 얼굴이냐
-박건 얼빠 많음 ㅇㅇ 관계자 피셜론 김선우나 안보환도 밀린다고 함
└응 성형떡칠 보정떡칠~
└용신고 졸업사진 보고오셈 개똑같은데
└홍보팀 직원이냐? 바이럴은 니들 본진 가서 해
박건의 팬카페, ‘열혈건이’에서는 걱정 반 기대 반 목소리들이 주를 이뤘다.
-와 바로 영화를 들어간다고?
-팬들 생각에 열일하는 배우… 연기밖에 모르는 우리 배우…
-근데 왜 오컬트지? 달달한 로코 하나 찍으면서 템포 조절해도 됐을 텐데 ㅠ
-아니 오히려 좋지; 사제복 쫙 빼입고 살짝 인상 찡그리면서 구마하면……흠큼큼
-벌써부터 망상이냐곸ㅋㅋㅋㅋ
-그나저나 성적 안 나오진 않겠지…?
-모르겠네… 배우 네임밸류가 다는 아닌데 검색해 보니까 출연진들이 ㅠㅠㅠㅠ
-감독이 김률이랬나? 검색해 보니까 너무 악평이 많아서 걱정돼..
-일단 크랭크인 들어가는 거나 지켜보자 ㅇㅇ 로만이잖아, 걱정은 결과 나오고 해도 안 늦음
“손대는 것마다 망하는 창, 손만 대면 성공하는 방패? 와, 진짜 기사 막 쓰네.”
한지영은 기사를 읽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의 개’ 대성공 이후, 팬카페 1기에도 가입해 꾸준히 활동을 이어 가던 그녀다.
로만으로 간다는 오피셜이 뜨고, 며칠 뒤 오컬트 영화를 찍는다고 떴을 때도 내 배우가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구나 싶어 설렜다.
그런데 이 미친 기레기들, 꼭 당장 망하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악성 기사를 찍어내고 있다.
“찍는 영화마다 망할 수도 있지. 안 유명한 배우들하고 연기할 수도 있지. 대형 제작사가 아닐 수도 있지. 대체 뭐가 그렇게 문젠데?”
물론 그녀도 안다.
감독은 전작이 잘 나가야 하고, 출연 배우들은 이름값이 있어야 하며, 대형 제작사가 투자부터 배급까지 맡아야 성공률이 높다는 걸.
하지만 ‘덕질’을 시작한 배우마다 망하기만 하던 불행한 과거 때문일까. 그녀는 왠지 김률이라는 감독이 남 같지 않았다.
실패가 꼭 실력 없음의 증명은 아니다.
게다가 통계도 가끔은 오류를 내는 법. 끔찍한 불운이 다섯 번, 일곱 번, 열 번 연속 올진 모르지만, 그 후에는 대박이 터질지 누가 알겠나?
취준생 생활만 7년을 하다가 칠전팔기로 원하는 회사에 취직한 한지영 자신처럼.
“감독님, 제발 건이 오빠 첫 영화 잘 되게 해 주세요······.”
아마 지금쯤 크랭크인이 들어갔을 것이다. 한지영은 눈에 불을 켜고 기사마다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연예투데이 박유석, 스포츠매일 조선주, 너넨 내가 기억한다, 진짜.”
*
‘흑의사제’ 첫 촬영 날.
장소 섭외와 로케이션, 제작 환경까지 만전을 기하는 감독의 성향답게, 촬영 한 시간 전에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
“야, 홀 쪽 동선 확인 좀 해! 거치적거려서 길이 안 나잖아!”
“이쪽에서 POV(Point Of View) 따면서 팔로우로 가신댔어요, 탁자 안 빼셔도 돼요!”
어젯밤, 동선이 빼곡하게 적힌 콘티들이 배우뿐 아니라 전 스탭에게 돌아갔다.
앵글, 컷신, 편집 방향 등 촬영 현장의 알파부터 오메가가 그려진 지침서에 짬밥깨나 먹은 고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최 감독, 콘티 봤어? 젊은 친구가 디렉팅이 보통 아니던데?”
조명감독의 감탄에, 과거 김률과 일해 본 적이 있는 촬영감독이 픽 웃었다.
“뭘 이거 가지고. 이 정도면 김률이는 아직 시동밖에 안 건 거야.”
“차라리 좋지. 어중간하게 디렉 넣곤 이게 아니니 뭐니, 사람 진 빠지게 하면 찍기도 싫어.”
드라마만 촬영 동선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각도로 찍지 않고 한 씬이 쭉 이어지는 영화의 특성상, 첫 쇼트부터 컷 신호가 나올 때까지 매끄럽게 흘러가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판에서 노니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이미현이! 배우들 분장 언제 끝나!”
“다 됐어요, 이제 나오실 거예요!”
마주 고함치며 돌아서던 스탭이 우뚝 멈췄다. 벌어진 입에서 저항 없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와······.”
칠흑처럼 쫙 빠진 흑색 수단(사제복) 위로, 은색 칼라가 번득인다.
수단의 검은색은 세속에 대한 죽음을 상징한다고 했던가. 몸을 감싼 사제의 옷은 지독히 금욕적이기에 신성모독적인 상상을 불러온다.
얼굴은 또 어떠한가. 그 사이 체중을 몇 킬로 더 감량해, 개성 강한 인상은 더더욱 고뇌하는 사제에 어울리게 변했다.
김률은 구마와 빙의의 영향이 스크린에서 극적으로 노출되도록 주문했다. 따라서 ‘서요한’ 캐릭터는 후반부로 갈수록 수척해질 예정이었다.
“자, 여러분.”
내버려 두면 촬영 전에 턱들이 먼저 빠질 기세다. 배우고 스탭이고 박건만 쳐다보고 있는 걸, 김률 감독이 손뼉을 쳐 환기시켰다.
“구경 다 했으면 슬슬 시작합시다.”
*
S#.1 술집 안
화려한 조명의 라운지 바.
잔 거치대에 거꾸로 매달린 와인잔들이 빛을 반사하고, 형형색색의 술병들은 황금빛 샹들리에 아래 금광처럼 쌓여 있다.
흰 셔츠를 빼입은 바텐더들이 조주 중인 바(Bar)의 뒤쪽, 내부 주방으로 들어온 지배인이 누군가를 찾는다.
지배인 : 서요한이 어디 갔냐?
옷을 갈아입고 있던 바텐더가 대꾸한다.
바텐더 : 휴게실요. 술 마시고 있을걸요.
지배인 : 이놈이 또, 그렇게 말을 해도······!
씩씩거리며 휴게실 문을 열어젖힌 지배인. 사제복을 입은 채 위스키를 홀짝거리는 서요한을 보자마자 소리부터 지른다.
지배인 : 야, 서요한이! 너 내가 매장 술 훔쳐 먹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서요한 :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귀 아파요. 그리고 이거 제가 가져왔거든요?
지배인 :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튼, 얼른 홀 나가서 한 팀만 맡고 와라. 아는 사장 딸들인데, 그 사제님 불러 달라고 난리야.
서요한 : (여전히 만사 귀찮은 표정으로) 저 오늘 근무 끝났는데.
지배인 : 알았어, 인마. 추가수당 준다. 원래 시급 두 배로 쳐서!
서요한, 할 수 없다는 듯 일어선다. 직원 유니폼인 흰 셔츠 대신 입은 새카만 사제복이 묘하게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서요한 : (마시던 위스키 뚜껑을 끼며) 이거 건드리지 마요. 얼마까지 마셨는지 다 봐 뒀으니까.
지배인 : 헛소리할 시간에 빨리 나가!
구겨진 사제복을 탁탁 털고, 어슬렁대며 나간 바 앞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동료가 눈짓한 곳으로 걸어가자 앉아 있던 여자 손님들한테서 환호성이 터진다.
손님 1 : (호들갑을 떨며) 여기, 여기! 지난번에 말했던 사제복 알바생이 이분이야.
손님 2 : 대박. 알바가 아니라 배우 아냐?”
생일자 손님 : 애들이 난리 칠 만 하네. 알바 오빠, 우리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요. 오빠 보고 싶어서 아까부터 떼썼단 말이에요.
오늘의 주인공은 이쪽이다. 생일파티인 듯, 왕관에 어깨띠까지 두른 미녀가 생글생글 눈웃음을 친다.
서요한 : (딱딱한 표정 그대로) 감사합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생일자 손님 : 에이, 그러지 말고요. 어디다 안 올릴게요, 오빠가 너무 잘생겨서 그래요.
손님들 : (다함께) 맞아요, 같이 찍어요!
서요한의 얼굴에 희미한 짜증이 스친다. 보았다면 멈칫했겠지만, 이미 취한데다 조명까지 어두워 그녀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생일자 손님 : (바 위에 올린 서요한의 손을 잡으며) 와, 뭐야? 남자 손이 나보다 예뻐. 혹시 여자친구 없으면 번호······.
주르륵··· 무릎을 적시는 차가운 감촉에 그녀는 흠칫 놀란다. 사제복을 입은 저 바텐더가 칵테일 잔을 툭 쳐서 쓰러뜨려 버린 것이다.
서요한, 아무렇지 않게 냅킨을 뽑아 손님들에게 밀어 놓으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술값이랑 세탁비는 가게로 청구하시죠.”
돌아서서 걷는 검은 사제복을, 카메라를 든 촬영감독이 잰걸음으로 따라간다.
앵글에 다 담기도 어려운 넓은 어깨가 맹수처럼 방향을 꺾는다.
바 안쪽, 주방, 통로를 지나 직원 휴게실.
사태를 전달받고 헐레벌떡 따라온 지배인. 휴게실 라커에서 짐을 꺼내는 서요한에게 고함친다.
“야, 이 새끼야!”
“목소리 낮추시고.”
“손님한테 술을 부어? 지금 매장 컴플레인 들어오고 난리 났어, 어쩔 거야!”
“싫다는데 내 얼굴 찍잖아요. 허락 없이 손까지 만지고. 그런 서비스를 시급 이만 원도 안 받고 해 주라고요?”
“서요한!”
지배인이 바락바락 고함을 지르는데도 서요한의 표정은 태평스럽다.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표정으로 미사(彌撤)용 가방의 지퍼를 닫는다.
“퇴근시간 지났으니 먼저 갑니다.”
“저, 저거, 저런 놈이 무슨 사제라고!”
“사제는 교회에서 찾아야지. 댁이 세금 탈세하는 사업장이 아니라.”
반말이 야생동물처럼 자연스럽다. 경건한 사제복과 불량한 광기가 얽혀,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낚아채 빨아들인다.
“너 이 새끼, 오갈 데 없는 놈 받아 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 내일부터 나올 생각······.”
순간 시커먼 사제복이 몸을 돌린다. 별 것 아닌 동작이지만, 머리 하나가 더 크다 보니 본능적인 위압감이 든다.
움찔 놀라는 지배인에게 서요한이 속삭인다.
“나 팔아서 받은 팁, 아침까지 계좌로 꽂아요. 사장한테 말해서 매장 뒤집어엎기 전에.”
서요한이 걸어나간 뒤, 카메라는 홀로 남겨진 지배인을 미들 앵글로 잡는다.
모욕감으로 일그러진 얼굴엔 분노와 수치가 역력하다. 나가려다 말고, 지배인은 ‘서요한’ 이름표가 붙은 라커에 침을 뱉는다.
“개새끼, 지옥에나 떨어져라.”
*
촬영장에 정적이 흐른다.
지배인 역할의 조연 배우가 퇴장했지만, 신호가 없으면 씬은 끝난 게 아니다. 나머지 스탭들은 감독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컷.”
그렇게 몇 초 뒤, 메가폰을 든 김률 감독의 컷과 함께 씬이 끝났다.
사람들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며 닭살이 돋은 팔을 쓸어내렸다.
“와··· 이거, 진짜로 진짜네.”
“소름 돋은 것 봐, 어떻게 저런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살리지?”
첫 씬을 찍을 때, 현장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뭔가’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지배인 역을 맡은 배우, 지켜보던 스탭들, 카메라를 든 감독들까지. 모두의 머릿속을 스친 감정은 하나였다.
이건, 된다.
“고생하셨습니다.”
무표정으로 돌아온 박건이 말했고, 나머지 배우들도 뒤늦게 외쳤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NG 없이 간 탓에, 몇몇 배우들과는 이 씬이 마지막이다. 생일자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왔다.
“연기 진짜 잘 하세요. 같이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저야말로 영광이었습니다, 유은비 씨.”
탑 배우가 자기 이름을 불러줬다. 그녀가 고개를 푹 떨군 사이, 박건은 원피스 허벅지께를 가리키며 물었다.
“괜찮습니까?”
“예··· 예?”
“무릎이요. 너무 많이 뿌려 버린 것 같아서.”
“아아, 괜찮아요! 어차피 소품용 의상인데요. 거기다 엄청 시원했고요!”
“다들 고생하셨어요. 이거 드세요, 형도.”
어느 새 다가온 박건의 동생, 형과는 정반대로 귀염상인 매니저가 생수를 내민다.
그깟 옷이 좀 젖는 게 대수랴. 형제를 에워싸고 사진을 찍어대는 배우들을 보며, 김률 감독은 땀으로 흥건한 손을 바지에 닦았다.
메가폰을 놓칠 뻔 했다.
방금 연기 때문이 아니라, 다음 씬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변신은 확실하다. 이 한 씬, 오 분 가량의 분량 속에서 박건은 최승을 완전히 벗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기대 이상이다. 서울의 개를 뛰어넘었어.’
껄렁거리고 불량한, 불신자 사제의 알콜중독 연기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미묘하게 비틀대는 발걸음이 취기 때문인지, 다른 무엇 때문인지 모를 정도로.
‘그렇다면 이 다음은······.’
촬영장을 옮기고, 몇 씬 후에 있을 구마 장면.
서요한의 임팩트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한국 오컬트 역사상 가장 스타일리쉬한 구마의식이 관객들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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