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warrior turns into a million-dollar actor RAW novel - Chapter (46)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46화(46/199)
폭풍우를 헤치고 (5)
* * *
유료시사회 당일.
사전 섭외된 멀티플렉스 앞에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흡연장은 이미 한 대 피우고 들어가려는 선수들로 북적거린다.
“누가 대형 기획사 아니랄까 봐, 아주 그냥 동네가 떠들썩하네.”
“그러게. GV도 아니고, 언론배급도 아니고, 하꼬 영화로 유료시사회를 때려?”
그야말로 건방지다.
영화가 잘 돼서 배가 아픈 것이 아니다. 보통 이런 급 영화들은 개봉 전, 시사회를 열어 기자와 블로거들을 초대한다.
그 뒤 배우와 감독들이 무대인사를 하면서 분위기를 푼다. 초대받은 이들도 사람인지라, 그 후에 보면 아무래도 후해지게 된다.
헌데 그런 건 일절 없이 유료시사회를 건다, 무려 개봉 2주 전에?
작살나려고 환장한 짓이다.
심지어 여태껏 ‘흑의사제’ 출연진은 유튜브고 인터뷰고 아무 곳에도 안 나왔다.
박건을 포함해 그 충무로의 핵폭탄 감독··· 성추행을 당했다던 여배우마저도.
기사 꼭지 하나라도 잡으려던 기자들 입장에서는 울화통 터지는 행보다.
“어이고, 김 기자. 쫄래쫄래 와 놓고 말이 많아.”
“그럼 어째? 주말에 딱 한 번, 사실상 시사회처럼 열고 끝이라는데.”
거기다 미리 협의한 상영관 한 타임만 쓴단다. 이러면 그냥 돈 내고 보는 시사회랑 다를 게 없다. ‘유료’ 시사회라는 화제성과 페어플레이라는 명분을 다 잡겠다는 거다.
꽁초를 비벼 끈 기자가 전의를 불태웠다.
“거기다 기자들은 따로 초대했잖아. 와서 까 달라는데, 아주 탈탈 털어 드려야지.”
이제 상영까지는 한 시간. 그 전에 기자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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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어쩌려나?”
연예부 기자 하나가 노트북으로 기사 초안을 잡다 말고 중얼거렸다.
옆에 앉은 고참 기자가 받는다.
“어쩌긴 뭘 어째? 둘 중 하나겠지. 폭삭 망하거나 생각보다 괜찮거나.”
“오랜만에 노 대표 옛날 모습 나오네. 한동안 손 떼고 지내더니.”
“왜요, 노중만 대표가 원래 어땠는데요?”
뒷줄에 앉은 여기자가 관심을 보인다. 고참 기자는 거들먹거리며 썰을 풀었다.
“딱 지금 같은 느낌이었지.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마케팅. 모 아니면 도인 스타일.”
“엔터 사업에서? 그러다 삐끗하면 죽 쑤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양반이 대단한 거야. 저런 외줄타기를 매번 해서 구멍가게 사무실을 대형 기획사로 키워냈다는 게.”
“에이, 그럼 완전 마이더스의 손인데. 왜 아직도 DG랑 조이너스는 못 밟았대.”
“후배님. 연예계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막 장광설이 이어지려던 차, 입구가 소란해지며 기자들이 우르르 달려나갔다.
유일하게 인터뷰가 예정된 로만의 관계자, 노중만 대표가 나타난 것이다.
“대표님, 영화 흥행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의 바깥 행보인데, 박건 배우의 지원사격이십니까!”
저벅저벅 걸어 들어온 노중만은 스크린 정중앙에서 멈췄다.
암회색 수트, 큰 키에 단단한 체구.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자주 노출됐건만, 요즘은 대표 배우들 작품 근처에도 안 나타나던 터다.
거기다 이번 작품은 장안의 화제인 오컬트. 궁금증이 끓다 못해 넘칠 수밖에 없다.
“먼저, 지원사격은 아닙니다. 내가 굳이 안 와도 흥행할 작품이니까.”
기자들이 노중만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뻔한 필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낙 시끄러워야죠. 영화가 망할 거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흥망성쇠 좀 직접 점쳐 보려고 와 봤습니다.”
직설적이고 도발적이다. DG의 변동근, 조이너스의 함현식 등 다른 대표들과는 멘트의 화제성부터 다르다.
“김률은 저평가 우량주입니다.”
봐라, 바로 본론이 꽂힌다. 노중만은 기자들이 질문할 새도 없이 말했다.
“당장 데려오고 싶었지만, 우리가 영화 프로덕션이 아니라는 게 아쉬울 정도로.”
침을 꿀꺽 삼킨 기자가 손을 들었다.
“이쪽 기자분.”
“김률 감독의 전작들처럼, 영화가 난파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그럼 이 외인구단을 기대해도 좋다는 이야기입니까?”
“···외인구단이라.”
노중만의 입가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영화계 사람들은 그를 향해 충무로의 불행, 독립영화의 퇴보라고 했죠. 우스운 일입니다. 자칭 평론가라는 자들이, 무엇이 진주인지도 알아보지 못하고 허상만 좇는 게.”
한동안 인터뷰를 거절해 온 노 대표지만, 한번 입을 열면 거침없는 칼날이 춤춘다.
방송사 국장과 타 기획사 사장까지 신랄하게 비난하는 판에, 그깟 평론가가 대수랴.
그를 아는 기자들은 더 극성스레 달라붙었다.
“누구를 향한 말씀이십니까!”
“김정익 평론가를 겨냥한 말입니까!”
“이번 유료시사회는 경쟁작들을 피하기 위해서 여신 겁니까?”
“예상 관객은 얼마로 보십니까!”
무수한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노중만은 짧은 답변 하나만을 남겼다.
“그들은 충무로의 괴물이 될 겁니다.”
*
기자들이 몰려간 성동구 멀티플렉스에서 7킬로미터 떨어진 용산.
아이파크몰에 ‘흑의사제’를 보러 온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자기야, 오늘 흑의사제 개봉이래. 저거 볼까?”
“아냐. 개봉이 아니라 유료시사회라고 써 있잖아, 아까 보니까 진작 매진이더라.”
“에에잉··· 보고 싶었는데!”
커플들의 이야기를 들은 장성화가 씩 웃었다.
“영화배우 개쩐다. 이걸 표를 받네.”
오늘은 장성화와 조용조, 극단 ‘틈’의 단원들이 단체관람을 온 참이다.
애당초 비정기 공연이기도 하고, 극단 동료의 데뷔작이라 다들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게, 엄청 큰 영환가 봐. 저기 전광판에서도 계속 예고편 나오네.”
“알았으면 고맙다고나 해라. 인기작들만 개봉 전에 시사회 때리는 거 알지?”
“어휴, 하여튼 장성화 허세는······.”
혀를 차던 극단원이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근데 이장미는? 오늘 안 온대?”
“걔는 원래 아싸잖아. 또 제작실 가서 감독님 귀찮게 하고 있겠지.”
장성화의 말을 조용조가 낚아챘다.
“뭔 소리야, 감독님도 오늘 이거 보러 오신댔는데?”
그로부터 또 30미터 옆. 스낵 매장 앞에는 방금 극단원들이 말한 주인공이 서 있다.
흰 셔츠에 검은 수트, 똑같은 옷을 맞춰 입은 일행과 함께.
“아,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범상치 않은 손님들의 포스에, 주눅이 든 직원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카드를 꺼낸 김률이 대답했다.
“제로콜라 주십시오. 아버지는 뭐 드시겠어요?”
“안 마신다.”
“러닝타임 길어요. 목마르실 거예요.”
“그땐 내가 나가서 사 오마.”
김률의 아버지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장대한 체구의 노인이었다.
장승처럼 부리부리한 눈이 신기하다는 듯 영화관을 살핀다.
“이 사람들이 다 네 영화를 보러 온 게냐?”
“아뇨, 다른 영화도 해요. 그냥 쇼핑몰에 들른 사람도 있고요.”
노인은 불만스럽게 지팡이로 바닥을 쳤다.
“쯧쯧, 이런 게 있었으면 진작 불렀어야지. 아들놈 영화도 한 번을 못 보고······.”
김률은 쓴웃음만 지었다.
그 전엔 시사회는커녕 개봉도 못 했다. 지인들을 모아 놓고 조촐한 상영회를 한 게 전부다.
서울의 대형 극장에 걸리고, 시사회라면서 주목을 받고··· 이번 영화가 아니었으면 평생을 뛰어도 불가능했을 거다.
‘내 욕은 얼마든지 해도 돼. 배우들이랑 영화만 잘 될 수 있으면.’
시킨 음료가 나왔다. 영화 시작 십 분 전, 예매한 시사회 티켓을 확인하고 입장이 시작됐다.
음료를 든 김률이 티켓팅 줄로 가려는데 따라오는 발소리가 없다.
돌아보자 노인이 우뚝 선 채 팸플릿을 이리저리 뒤집고 있다.
“뭐 찾는 거라도 있으세요?”
“···넌 왜 사진이 없어?”
“예?”
“배우들에, 이상한 시꺼먼 놈도 있는데 왜 감독은 없냐고. 네 엄마가 봤으면 난릴 쳤을 거다, 어떻게 우리 아들놈만 쏙 뺐냐면서.”
괜히 어머니를 찾지만, 실은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인 것을 안다.
김률은 희미하게 웃었다.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서, 개봉한 영화에 생전 처음으로 아버지를 초대했다. 아들이 여기까진 해냈노라고 보여드리고 싶었으니까.
“아버지, 혹시 불편한 곳은······.”
객석에 앉은 뒤, 옆자리를 돌아보던 김률은 말을 멈췄다.
아직 시작도 안 했건만, 노인의 주먹은 무릎 위에서 꽉 움켜쥐어져 있다. 어머니가 생전에 차고 다니셨던 묵주가 셔츠 틈새로 보인다.
조금씩 떨리는 채로.
ㅡ안전한 관람을 위하여 대피로를 알려드립니다. 가장 가까운 위치 및 출구, 비상구는······
영화를 알리는 멘트가 나오고, 관객석 불이 차례로 꺼진다.
관계자들, 관객들, 기자들과 평론가들이 객석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저마다의 간절함을 담아,
영화가 시작되었다.
*
유료시사회를 구입한 관객들은 기대했다.
이 영화가 재미있을까.
비하인드 스토리를 조금 아는 팬들은 궁금했다.
박건은 어떻게 변신할 것일까.
작정을 하고 물어뜯으러 온 기자들, 흥미로운 잔치에 신이 나 방문한 평론가들은 입맛을 다셨다.
어차피 나머지는 떨거지다.
로만의 새로운 피. 이 대형신인은 감독의 헛발질과 무명들의 발연기에도 ‘서울의 개’처럼 극을 견인할 것인가?
영화는 성서의 책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불 켜진 촛대, 피 흘리는 그리스도상, 흔들리는 그림자를 스친 앵글은 다시 성서를 비춘다.
흰 종이에 까만 글씨가 스며나온다.
[ 흑의사제 ]화면은 전환되어 붐비는 라운지 바.
분명 우리가 아는 라운지 바지만, 조명과 색감이 묘하게 다르다.
바(Bar) 앞자리를 감각적으로 타고 들어간 카메라가 주방을 지나 지배인을 찾는다.
ㅡ서요한이 어디 갔냐?.
ㅡ휴게실요, 술 마시고 있을걸요.
ㅡ이놈이 또, 그렇게 말을 해도······!
카메라는 씩씩대며 문을 열어젖히는 지배인을 뒤따라간다. 그리고 위스키를 깐 사제복 차림의 박건이 나온 순간, 영화관에 탄성이 흘렀다.
“······와.”
권태롭게 돌아보는 눈매는 반항적이고, 날렵하게 뻗은 턱은 서늘한 빛을 발한다. 불량스러운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착 붙는 사제복까지.
이걸 보고도 감흥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라 목석이다. 그야말로 ‘기깔’ 나는 언더 샷에,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까지 입을 벌렸다.
영화 촬영 첫날, 스탭이 흘렸던 무저항의 탄식보다 더한 탄성들이다.
ㅡ죄송합니다. 술값이랑 세탁비는 가게로 청구하시죠.
다만 이 사제는 전혀 신실치 않다. 손님들에게 칵테일을 부어 버린 서요한이 아르바이트 면접을 전전하고, 씬은 흘러 첫 구마의식으로 간다.
창백하게 질린 부부가 말한다.
ㅡ신부님··· 꼭 좀 부탁드립니다.
ㅡ제가 나올 때까지, 절대 들어오지 마십시오.
오컬트는 연출적 한계가 있다.
구마라 해 봐야 배우들이 기도문을 외우고 빙의된 연기를 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런 면에서, 노인의 얼굴에 청년의 몸으로 사제에게 달려드는 근육질은 충격적이다. 더불어 부마자를 담배로 지지려던 사제도.
ㅡ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ㅡ됐습니다. 그나저나 아까 장미십자회라고 하신 것 같은데.
ㅡ아, 예, 원래 어디 이태리 분들이라는데, 한국에도 신부님들이 계시대서······.
ㅡ걔들은 부르지 마요. 다 꼴통들이니까.
서요한을 똑똑히 각인시킨 첫 구마가 끝나자, 다큐멘터리에 버금가는 로케이션이 펼쳐진다.
쏴아아아ㅡ
비 오는 회벽에 을씨년스러운 물안개가 퍼져나간다. 김률은 배경 한 컷, 소품 하나조차 허투루 넣지 않는다.
라운지 바에서 감각적이던 앵글은 살해현장을 비추는 부감(俯瞰)에서 괴괴하게 변질된다. 완성도 높은 편집본에, 업계 최고의 전문가가 심혈을 기울인 색보정의 결과다.
그 압도적인 미장센 위를 배우가 걷는다.
ㅡ형사님, 내 말 잘 들어요. 이 새끼들 전부 악마 들린 거예요.
ㅡ악마? 이거 순 미친 놈 아냐?
서요한과 형사들의 실랑이 후, 광수대 형사 김황철은 사제의 뒷배경을 조사한다. 다시 만난 둘 사이에서 숨 막히는 대사가 튄다.
ㅡ너, 저 사람들 죽였냐?
ㅡ그딴 짓을 왜 합니까. 악마도 아니고.
ㅡ사제도 아니더구만, 어렸을 때 부모님이 웬 미친놈한테 돌아가셨다면서. 그것 때문에 그놈의 부마인지 구마인지 하면서 다니는 거잖아.
ㅡ참, 나라 꼴 잘 돌아가네. 경찰이 민간인 뒤나 캐고··· 사제는 시체 쫓아서 현장 뛰고.
처음에는 박건에게 집중했던 관객들은 이제 조연들에 빠진다.
장성화··· 조용조··· 이름 생소한 배우들은 그렇다 치고, 하다못해 잠깐 잡혔다 퇴장하는 엑스트라마저 이 영화는 뭔가 다르다.
ㅡ아저씨, 이쪽으로 와 봐요.
처음 보는 십이 년차 단역배우의 한 마디가 스크린을 압도한다. 곧이어 지금은 은퇴한, 한때 연기파였던 곱창집 사장이 대사를 받는다.
ㅡ왜··· 왜요? 나 교회 다녀요. 여기 묵주도 차고 있잖아요.
ㅡ여기 교회 아냐. 보니까 돈도 없게 생겼네, 와서 좋은 말이나 듣고 가요.
ㅡ어어, 나 직장도 있는데, 잘린 거 아닌데······.
조연 한 명, 대사 한 마디조차 어디 하나 뒤떨어지는 데가 없다. 김률의 디렉팅은 물 안 오른 배우를 수면 위로 올려놓고, 물오른 배우를 하늘까지 치솟게 한다.
연예부 기자 한 명이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요즘 영화를 안 봤던가?’
영화는 불길하고 끈적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서요한은 구원회의 집회에 잠입하고, 먼발치에서 교주 이유원을 확인한다.
ㅡ유황 냄새··· 이미 부마해 있군.
한편, 수사를 거듭하던 김황철 형사는 차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꼭 짐승이 잡아뜯은 듯한 시체의 흔적부터, 사건 현장마다 남겨져 있던 상징이 서요한이 말한 악마의 증표들과 일치했던 것이다.
ㅡ설마, 그 사제의 말이······.
김황철은 다시 서요한의 기록을 헤집는다.
7세 때 집에 든 강도로 부모 사망··· 급격한 정신이상 증상을 보이던 범인은 3년 뒤 정신병원에서 자살··· 이후 지역 교회에 의탁되지만, 16세 때 원인 모를 화재로 전소······.
ㅡ아, 그 사람 자료요. 전에도 웬 신부님이 와서 보여달라고 떼를 썼다던데.
찾아간 정신병원에서 보관된 자료를 일람한 김황철의 눈이 커진다.
자살한 범인이 죽기 전 썼다던 스케치북에, 사건현장과 똑같은 상징들이 그려져 있다.
같은 시각, 집으로 돌아온 서요한은 땀투성이가 되어 악몽 속을 헤맨다.
ㅡ요한아.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새천교회 강 신부, 부모를 잃은 요한을 아들처럼 키워 신학교까지 보낸 은인이다.
ㅡ절대로 수단(사제복)을 벗지 말거라. 행여 다시 걸칠 때는 기도문을 외워라. 용과 늙은 뱀에 맞서 너를 지킬 힘을··· 반드시 길러야 한다.
인자하게 말하던 신부의 얼굴이 갑자기 피투성이로 바뀐다. 깨진 외알 안경을 쓴 채, 비딱하게 목이 꺾여 있던 강 신부가 눈을 뜬다.
ㅡ아니면 널 찢어 죽일 테니까, 예쁜 아가.
놀라 일어난 서요한, 거울 속 얼굴을 보고 소스라친다.
어느 새 거꾸로 걸린 십자가 옆··· 수단을 입은 청년이 징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강 신부가 했던 말이 천둥처럼 맴돈다.
악마는, 나약해진 틈을 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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