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warrior turns into a million-dollar actor RAW novel - Chapter (71)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71화(71/199)
역대급 태그팀 매치 (3)
* * *
루이뷔즈 런칭 행사장.
쇼룸 앞에서, 행사에 초청받은 여자 셀럽 두 명이 이야기를 나눈다.
“백하니 못 봤어? 오늘 온다던데.”
“아까 도착했지. 안에서 쉬고 있을걸.”
토끼털 퍼 조끼를 입은 쪽이 반색하며 대기실 쪽을 돌아보았다.
“진짜? 들어가서 인사하면 받아주려나?”
“아서라, 똥 씹은 얼굴로 고개만 까딱거리고 나가 버릴걸.”
“얼음공주잖아, 난 그래도 좋아.”
“공주는 무슨··· 다 늙었으니 여왕이지. 이제 걔도 이십 대 후반인데.”
두 사람이 쑥덕대는 쇼룸 안쪽, 초청객들이 쉴 수 있도록 칸을 나눠 놓은 대기실에 얼음의 여왕이 있었다.
“······.”
회사에서 날아온 대본을 전달했는데도, 가죽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백하니는 반응이 없다.
까딱, 까딱.
쭉 뻗은 다리가 위아래로 흔들릴수록, 로드매니저인 문성훈은 입이 마르고 목이 탔다.
이 배우를 맡은 것도 어언 두 달차.
그 유명한 백하니의 지랄병이 팀장급 아래부터 다소 유해진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지금 저 표정··· 미간이 느슨해지고 입매가 실룩대는 것은 여왕님의 심사가 많이, 아주 많이 불편해졌단 뜻이다.
행사 컨셉에 맞춘, 연한 자줏빛 입술이 열리며 심문이 떨어진다.
“유준일 실장이 이걸 주고 갔다고요?”
“예, 하니 씨한테 주면 알아서 볼 거라고······.”
“쇼를 하네.”
“···예, 예?”
백하니는 보던 대본을 홱 접어 구겼다.
“이깟 쇼에 쉬는 사람 불러다 얼굴마담을 세워, 실장이란 작자는 로드한테 대본을 떠넘겨··· 회사 꼴 잘 돌아간다, 정말.”
금방이라도 폭발할 기세다. 아직 행사 일정이 남아 있는데, 여기서 진정을 못 시키면 쇼고 뭐고 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안절부절못하던 문성훈의 머릿속에 문득 아까 들은 비책이 떠올랐다.
“저기, 하니 씨.”
“왜요.”
“그··· 아까 전에 유 실장님께서 전하셨던 말이 하나 있는데······.”
기어이 백하니의 목소리가 대기실을 짜랑짜랑하게 울렸다.
“답답해 죽겠네, 그러니까 뭐라고 했냐고요!”
“대표님 부탁이라고 하면 될 거라던데요. 약속은 지켜 달라고도요.”
터지기 직전 얼음화산 같던 백하니의 기세가 일순간 사그라들었다.
화가 풀린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간식이나 스마트폰으로 회유했을 때 슬그머니 말을 듣는 네 살짜리 꼬마 아이에 가깝다.
“그리고, 또?”
“어··· 상대 배역은 박건 씨라고, 한번 호흡 잘 맞춰 보라고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문성훈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표정이 나왔다. 짜증스러운 것 같기도, 어딘지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한 눈빛이었다.
알쏭달쏭한 얼굴로 구겨진 대본을 보던 백하니가 돌연 일어섰다.
“빨리 끝내고 회사로 가죠. 대표님 좀 만나야겠으니까.”
*
연예계에 소형 폭탄이 떨어졌다.
로만 엔터테인먼트의 박건이 CVN에서 방영될 주말드라마에 사인했다.
앞만 보면 신생 채널의 드라마에 배우 한 명이 출연하는 정도지만, 뒤를 보면 로만과 C&J가 공식적으로 손을 잡은 것이다.
동시에 신흥 ‘박&진 사단’의 멤버들이 속속들이 공개되며 기대감을 키웠다.
‘가짜 황후’, ‘타임레스’의 영도은 작가.
‘고릴라 범퍼’와 ‘숏트랙’을 연출한 전인우 PD.
능력 있는 작가와 감독에, 언뜻 흘린 정보로는 무려 400억 이상 규모의 시대극이란다.
기자들이 불을 지피기도 전에 팬들이 먼저 선공개된 정보들을 퍼다 날랐다.
-박건 신작 드―가―자
└뭐야 진짜로 CVN에서 찍는다고?
-돈을 얼마나 줬길래 3%따리 폐쇄 직전 채널이 로만 에이스를 ㅋㅋㅋㅋㅋ
-응 반등할거야~ 관련주 풀매수했어~
-근데 방영날짜가 KBC 주말극이랑 비슷하지 않나, 거의 동시방영할 것 같은데
└ㅇㅇ 대놓고 붙겠다는 거임
└└하이페리온인가? 거기도 문한빈 나온다고 언플 엄청 때리지 않았나?
└└└문한빈만 나오면 다행이지 ㅋㅋㅋ 그 동네도 탑배우들 총출동할 듯
-예상 배우 리스트) 문한빈, 최청종, 곽여운, 안미립 등등
└이새끼 관계자네
자연히 관심은 두 드라마의 대립각에 쏠렸다.
공공연히 도는 연예계 소문과 더불어, 이 바닥에 오래 있던 팬이라면 로만-DG-조이너스의 기나긴 반목을 잘 아는 탓이다.
요즘 세상엔 불구경보다 싸움구경이 귀하다. 건수를 잡은 기자들은 장작이고 불쏘시개고 마구 던져 넣었다.
[‘하이페리온’과 ‘백정장군’··· 예고된 전면전] [400억 VS 500억, 별들의 전쟁 열리나] [칼 뽑은 CVN, ‘하리온’ 잡을 캐스팅에 명운 건다··· 진규일의 보검은?] [‘백정장군’에 박건, ‘하리온’에 문한빈··· 20대 남자 배우 탑 Of 탑을 가린다] [DG&조이너스, KBC에 ‘전폭적 배우 지원’ 의사 밝혀··· 병서한 CP “C&J는 상대 어려울 것”]제작비부터가 50억, 100억 수준이 아니다.
아무리 외부 투자사로부터 돈을 끌어 온다지만, 저만큼이 들어가면 시청률이 안 나올 때 아쉬운 정도로 끝나지 않게 된다.
둘 다 잘될 확률은··· 지극히 희박하다.
동시간대 방영, 거기다 대작과 대작이 맞부딪친다면 애초에 치킨 게임이다.
이쪽은 저쪽을, 또 저쪽은 이쪽을 어떻게든 시궁창에 처박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어느 방송국에서나 두세 명이 모이면 이 빅매치가 화두에 올랐다.
JNBC 사옥 라운지, 막간을 틈타 PD 몇몇이 AD들과 둘러앉아 한담을 나눈다.
“단두대 매치네. 둘 중 하난 나락이겠어.”
PD 한 명이 말하자, 다른 PD가 받는다.
“그러게. 이번 분기에 KBC가 30% 넘겨 보겠다고 공 다 들였는데, 웬 놈이 튀어나왔어.”
“그것도 심심하면 밟아 조지던 CVN··· 흐흐, 병서한이가 열 좀 받겠구만.”
“얌체처럼 남의 장사 망칠 땐 언제고. 자기도 당해 봐야 아픈 걸 알지.”
묵묵히 듣고만 있던 나종모 PD가 오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CVN에 오만 원. 최고시청률 기준.”
“와, 나종모 그새를 못 참고 도박이냐?”
“이건 과하게 역배지. KBC도 빡센데 CVN이 너무 약체잖아.”
“쫄리면 뒈지시든가, 난 오만 원.”
씨알도 안 먹히는 나종모의 고집에, 친한 예능국 PD가 혀를 내둘렀다.
“어이고, 이 박건론자 자식. 이번에도 박건이 혼자 다 박살낼 것 같아?”
지폐를 두 번 접은 나종모 PD가 대꾸했다.
“뭔 소리야, 박건이 왜 혼자야?”
“오피셜은 혼자잖아. 끽해야 로만에서 한두 명, 나머지는 C&J에서 수급할 텐데, 저쪽 호화 군단에 비하면 좀 약하지.”
“근데 백하니나 진지유가 나오면 또 어떨지 몰라. 박건이 여태 소속사 배우들이랑 제대로 합 맞춘 적이 없어서.”
오가는 갑론을박 속, 나종모 PD가 돈을 올린 테이블을 탕탕 치며 윽박질렀다.
“입만 산 양반들아, 그래서 안 걸어? 안 걸면 자동으로 KBC에 배팅한다, 어?”
“야, 누가 마음대로 걸래!”
“나는 오피셜 다 뜨고 할 거다, 먼저 이름 적으면 손목 날아가는 거야!”
귀중한 티타임이 순식간에 고등학교 판치기 시간으로 변질됐다.
핏대를 세우는 PD들을 한심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조연출 하나가 중얼거렸다.
“돈도 잘 버시는 양반들이······.”
*
“아이고, 죽겠다······.”
도복을 입은 서희도가 체육관 바닥에 늘어졌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쌩쌩하던 낯빛이 지금은 마라톤 끝낸 개구리 꼴이다.
건은 허리띠를 고쳐 매며 말했다.
“오랜만에 땀 빼니까 좋네요.”
“무슨 소리예요, 형? 지금도 막 씻고 나온 것처럼 보송보송한데?”
경악하는 서희도의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2L짜리 생수를 양손에 들고 온 박두이 관장이 씩 웃었다.
“배우님들, 물 좀 드십시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관장님··· 근데 저 속이······.”
“울렁거려요? 가서 시원하게 토하고 오시죠. 화장실은 저쪽입니다.”
오늘의 행선지는 마포의 라오스 짐.
이곳 박두이 관장은 박건의 배우 활동 초창기부터 화환을 보냈던 1세대 팬이다.
최근에는 팬미팅까지 티켓팅해서 얼굴을 봤는데, 언제든 동료들이랑 체육관으로 놀러오라기에 운동 겸 방문한 참이었다.
체력단력으로 시작해 박두이가 직접 웨이트, 킥복싱, 주짓수까지 가르치자 두 시간 만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서희도의 옆에 쪼그리고 앉은 또 다른 희생자, 박선이 다 죽어가는 얼굴로 물었다.
“···형, 이거 하면 진짜 형처럼 강철체력 될 수 있는 거야?”
“그럼. 꾸준히만 해.”
“매니저님, 저 형이 하는 말 다 뻥이에요. 절대 믿지··· 아으으, 삭신이 다 쑤시네.”
서희도가 앓는 소리를 내며 돌아눕자, 박두이가 싱글벙글하며 끼어들었다.
“어쩔 수 없어요. 우리 박 배우님은 하늘이 내린 인간병기거든. 배우만 아니었으면 진짜, 종합격투기로 세계를 정복했을 겁니다.”
건은 별 대답 없이 빙긋 웃었다.
‘이미 다른 차원을 쓸다가 왔는데.’
두 사람이 박두이에게 굴려지는 동안, 그도 선수부 관원들과 돌려막기로 스파링을 붙었다.
처음에는 1:1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늘더니 막판에는 무려 네 명이 달라붙었다.
결과는 아슬아슬한 승리. 땀도 흘릴 겸, 운동 삼아 살살 뛰었는데도 초인적인 완력과 동체시력은 선수들을 눕히기 충분하다.
“근데 건이 형.”
“예, 희도 씨.”
널브러져 있던 서희도가 상반신만 일으키더니 머리를 개처럼 털었다.
이젠 금발에서 빨강머리로 변해 있었는데, 색이 마음에 안 든다며 볼 때마다 울상이었다.
“진짜로 나도 끼워 주면 안 돼요? 조선시대에도 외국인은 있었을 거 아니에요.”
“희도 씨는 활동 중이잖습니까. 대표님께 허락 맡은 다음 오디션 보시죠.”
“허락을 어떻게 맡아요, 헛바람 들지 말라고 감금할 텐데······!”
서희도뿐만이 아니다. 그가 CVN 주말극에 들어간다는 기사가 뜨자 전직 ‘박건 사단’ 배우들에게서 연락이 쏟아졌다.
[변휘승] : 트러블메이커 준비 완료 [변휘승] : 이번엔 건이 너 말고 다른 배우랑 불화설 내 본다 [변휘승] : 싸우면서 친해진다고, 이왕이면 남배우 말고 여배우로 부탁이번에 JNBC 드라마를 들어가는 용준상은 홍삼 세트 기프티콘을 보냈고, 이장미도 독립영화를 찍는 중이지만 언제든 돕겠다고 했다.
[이장미] : 필요하면 특별출연으로라도 갈게요. 조총 맞고 쓰러지는 엑스트라, 뭐 이런 연기 잘하거든요. [박건] : 혹시 승자총통도 가능합니까? [이장미] : 예….??영화 촬영 중인 최필립에겐 응원의 메시지가, 구신승에게서는 비분에 찬 톡이 왔다.
[구신승] : 내 공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노중만 맹주께서 나가지 말라 하셨다오. 대신 건량과 식수차를 보내겠소. [박건] : 또 무협지에 빠지셨습니까? [구신승] : 무슨 말이오? [박건] : 메신저로는 안 그러시더니··· 그리고 전이랑은 말투도 달라지셨는데요.“···한자 쓰는 속도가 장난 아니네.”
감탄하며 읽던 건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진지유에게서 며칠째 연락이 없었던 것이다.
캐스팅 때문에 바쁜가? 노중만 대표는 이번 작품의 상대 배역으로, 백하니 아니면 그녀가 합류하게 될 거라고 했다.
‘고민 중인가 보군.’
매번 격려를 해 준 회사 동료니, 이번에는 이쪽이 나설 도리가 아닌가 싶었다.
만사형통(萬事亨通)에 명진사해(名振四海)하십시오··· 한자사전을 찾아가며 진지유한테 메시지를 쓰고 있는데 유준일 실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박건입니다.”
-박 배우님, 캐스팅 소식 들었어요?
“아뇨. 배역이 확정됐답니까?”
그새 체력을 회복한 서희도와 박선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봤다.
유 실장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더니 신세 한탄을 시작했다.
-아니, 들어 봐요. 글쎄 그게······.
*
“백하니 씨 이제 출발하신답니다! 그쪽 실장급 동반하고, 계약서 사인하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는 것 같아요!”
“좋아, 다들 준비합시다!”
전인우 PD가 솥뚜껑만 한 손바닥으로 무릎을 철썩 쳤다.
‘스튜디오 창천’의 사무실, 한동안 파리만 날리던 C&J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제작사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바로 영도은 작가님한테 연락해서, 백하니 씨 온다고 이쪽으로 와 달라고 해요.”
“예, 배우 미팅이라고 할까요?
“미팅은 아니고··· 그냥 영 작가 픽 맞은 거 축하한다고, 인사하러 오라면 알아들을 거야. 진호 씨는 내려가서 커피 좀 사오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제작사 직원이 카드를 받아 내려갔다.
이번 ‘백정장군’ 촬영에 들어가는 스탭들 머릿수를 확인하며, 전인우는 끙 소리를 냈다.
“아이고, 이걸 다 먹이려면 돈이 얼마야······.”
며칠 전부터 밀고 당기던 여주인공 배역의 윤곽이 잡혔다.
결과는 영도은이 강력하게 추천한 백하니.
계약서에 사인 전이라 오피셜 기사는 뜨지 않았지만 합류는 거의 확실시되었다.
그 톱스타께서 제작사까지 행차하신다니, 레드카펫은 못 깔아도 맞이할 준비는 해야 한다.
“감독님, 백하니 씨는 어때요?”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던 여자 스탭이 전 PD에게 말을 붙였다.
“음? 어떠냐니?”
“소문으론 그··· 성격이 장난 아니라던데요. 제멋대로에 엄청 기분파라고.”
“나도 작업은 같이 안 해 봐서 몰라요. 다른 PD랑 CP들한테 듣기로는······.”
말하던 전인우는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사무실 직원들이 전부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는 껄껄 웃으면서 화제를 넘겼다.
“내가 말해서 뭐 해요, 이제 올 텐데. 다들 직접 보고 판단하자고요.”
“아, 감독니임!”
이십 분 뒤, 백하니가 도착했다. 미팅 날 봤던 유준일 실장을 경호원처럼 거느린 채였다.
“전인우 PD입니다. 반갑습니다.”
“작가 영도은이에요.”
미리 와 있던 작감의 인사를 받은 백하니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처음 뵙네요. 백하니예요.”
곧바로 안쪽 회의실에서 미팅이 시작됐다. 예상외로 멀쩡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스탭 몇 명이 유리문 안쪽을 힐끔거렸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오자마자 쌍욕이라도 할 줄 알았더니.’
‘조용히 해, 듣겠다!’
작감과 CVN, C&J 관계자들이 둘러앉은 룸 안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배우의 의욕이 바닥이라 생길 문제도 없는 탓이었다.
신 차장이 조심스럽게 서류를 건넸다.
“계약 조건은 이렇게, 지난번에 소속사 쪽으로 보내 드린 그대로입니다. 혹여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소파에 기댄 백하니는 반쯤 감은 눈으로 유 실장 쪽을 쳐다봤다.
“찍어, 오빠. 어차피 나 팔아먹으려고 대표님이랑 작당 끝낸 거잖아.”
“하하, 우리 하니가 기분 좋은가 보네? 오늘따라 안 하던 농담을 다······.”
“대표님 팔아서 농담하는 배우가 어딨어. 아, 반대는 있구나. 지금 나.”
유준일 실장이 진땀을 흘리며 커버했지만 백하니의 혀는 칼춤을 멈출 기미가 없다.
이번에는 영도은 작가 쪽을 보면서 몹시 유감이라는 듯 말한다.
“아··· 죄송해요, 극은 좋은데 우리 소속사가 배우 꽂는 방식이 거지 같아서.”
“하하핫! 아닙니다, 그럴 수 있죠.”
영도은의 말문이 막힌 와중, 전인우 PD가 성격 좋게 웃으며 분위기를 풀었다.
“그나저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노 대표님 연락이 늦어져서, 혹시나 저희 시나리오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닌지 걱정했거든요.”
“그건 아니고요. 어차피 저 아니면 할 사람도 없었을 텐데.”
“그럼요, 이대로 캐스팅 불발되고 송이설이 빠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역시 세상에 인연은 있나 봅니다, 파하핫하핫!”
털북숭이 PD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회의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목청이 워낙 크니 억지 텐션도 억지 같지가 않다. 한쪽 귀를 누른 백하니가 진절머릴 내며 유 실장에게 눈짓했다.
“빨리 해, 이비인후과 들러야 되니까.”
“어, 있어 봐.”
재빨리 계약서를 검토한 유준일 실장이 펜을 꺼냈을 때였다. 전 PD가 기이한 탄성을 올렸다.
“어흠, 어엇······?”
고개를 든 유 실장과 신 차장, 이어 영도은 작가의 눈이 차례로 커졌다.
“뭔데, 또?”
기어코 인상을 구긴 백하니까지 등 뒤를 돌아보았을 때였다. 유리문이 활짝 열리며 새로운 연예인이 회의실에 등장했다.
“···진지유?”
백하니가 더러운 것을 본 것처럼 중얼거리고, 유 실장이 화들짝 놀라 일어선다.
“야, 진지유! 넌 또 왜 왔어?”
“일단 진정하세요, 실장님. 혹시 저희 PD님이 부르신 게 아닐지······.”
“제가 어떻게 부릅니까, 연락처도 모르는데!”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한 명씩 눈을 마주쳐 준 진지유는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왜 왔긴요, 배역 따러 왔죠.”
오디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