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warrior turns into a million-dollar actor RAW novel - Chapter (91)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91화(91/199)
잘라낼 것은 잘라내고 (3)
* * *
[유명 파파라치 팀 검거, 정체는 ‘3인조 전과자’] [매번 허탕치던 경찰, 이번 성과는 익명의 신고자 때문?] [ ‘스토킹’ 제안을 받아 잡지사와 거래, 대상은 현직 연예인들] [인기스타 미행··· 사이버수사대 측,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도 다수일 것”] [사생보다 더한 ‘스타’라치, 아직도 근절되지 않은 이유는?]수면 아래로, 뉴스가 퍼져나갔다.
증거를 확보한 경찰이 파파라치들을 일부 불구속 입건, 일부는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는 소식이었다.
-야, 뉴스 봤냐? 연예인 스토킹하던 파파라치가 무더기로 잡혔다는데?
-냅둬, 그 바닥 원래 그렇잖아.
-어차피 공인 딱지 달고 활동하면 사생활 날아가는 건 감수해야지. 억울하면 연예인을 하지 말든가.
본래 파파라치가 검거됐다는 소식은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오지 못한다. 누군가 사고를 친 장면이 찍혔다면 또 모를까.
마약, 스캔들, 흥미로운 가십거리들이 주로 파파라치 발로 나오는 만큼, ‘연예인인데 당연히 감안해야지’ 식의 여론이 있는 탓이다.
그렇기에 대형 기획사들도, 유명 연예인들도 딱히 관련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영원한 적도··· 마찬가지로 영원한 아군 역시 없는 것이 이 바닥 아니던가. 어설프게 나섰다가 미운털이 박히면 득보다 실이 많다.
물론, 그 와중 주머니를 뚫는 송곳은 언제나 나오는 법이다.
[박건, 연예투나잇 출연··· 120만 유튜브에서 ‘파파라치 문화는 엄연한 위법’ 단호한 목소리]예전 포그(FOGUE) 지면 인터뷰 이후, 유명 TV 쇼에서 작품 홍보 차 섭외가 들어와도 전부 고사했던 박건이다.
하물며 ‘백정장군’과 자르마니 쇼, 매니저의 교통사고까지 한꺼번에 이야기를 푼다? 팬뿐 아니라 관계자들의 흥미마저 끌 컨텐츠다.
지상파의 유튜브 채널에는 박건이 출연한 회차만 조회수가 무지막지하게 올라갔다.
인기 댓글이 파파라치 근절 및 배우의 인성 칭찬 등등으로 빼곡한 와중, 팬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온갖 추측이 무성했다.
-매니저 접촉사고났다는 게 파파라치 때문 맞았네 ㄹㅇ
-굿데이발 찌라시들이 확실하긴 해
-바로 촬영장에 나온 거 보면 ㅇㅇ 큰 사고는 아니어도 다치긴 했던 듯
└그러니까 박건이 빡치지 ㅋㅋㅋㅋ
└└본인 매니저였어도 열받을 판에 친동생이면 눈 뒤집히고도 남는다
-근데 신기하지 않냐? 박건 건드리자마자 파파라치들이 싹 잡히네;
└박건 출신 모름? 동생 괴롭히니까 열 받아서 다 족쳐 버린 거임.
└└전과자를 때려잡누 ㄷㄷ
└└└심지어 진짜 강도랑 몰카범이었대
-친구 중에 검사인가 경찰인가 있다던데, 거기서 힘써 준 거 아님?
└웬만한 소속사도 경찰이랑 연은 있다…
└└암튼 피해 소속사랑 연예인들 ㅋㅋㅋㅋ 누군진 몰라도 크게 신세졌네
-나였으면 바로 로만 찾아가서 큰절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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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늦은 오후.
촬영장으로 가기 전, 잠깐 들른 로만 사옥에선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얘들아, 뭐 해, 여기다 인사를 드려야지!”
“하나, 둘, 감사합니다!”
“아니, 팀처럼 그렇게 하지 말고!”
후줄근한 양복 차림의 남자와 젊은 여자 셋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지금껏 쌓은 경험으로 보아, 높은 확률로 배우보다는 아이돌 쪽이었다.
공기형 팀장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설명했다.
“그게, 강 대표님이랑 이분들이 꼭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건은 자기를 서풍 엔터, 강삼봉 대표라고 소개한 사내의 손을 잡았다.
“과분한 감사입니다. 전 한 게 없는데요.”
“예? 아닙니다, 그 못된 놈들을 싹 소탕해 주셨잖습니까!”
“말씀드렸지만, 그건 제가 아니라······.”
강삼봉 대표는 멍한 얼굴로 라운지를 둘러봤다가, 그제야 알겠다는 듯 목소릴 낮췄다.
“아, 대외적으론 비밀이었죠. 저희도 어디 가서 소문내지 않겠습니다.”
이 정도면 신앙 수준이다. 고개를 드니, 저만치서 공 팀장이 웃음을 꾹 참고 있었다. 그 뒤에서는 박선의 동공이 맹렬히 흔들렸다.
‘누가 봐도 의심할 법한 표정인데.’
기묘한 인기는 사흘 전부터 시작됐다.
MBS의 연예투나잇, 정규 프로그램도 아닌 유튜브 예능에 나온 뒤부터 관심이 확 몰렸다.
목소리를 내줘서 고맙다는 DM이 쏟아지는 통에, SNS를 관리하는 박선이 깜짝 놀라 달려왔을 정도였다.
그 정도였다면 괜찮다. 문제는 대외적으로 관련이 없어야 하는 일마저 ‘역시 박건’이라며 고마움을 표해 오는 것이다.
[올타임 No.1 박건, 백정장군 대박 기원]덕분에 촬영현장만 노났다.
그제는 처음 보는 소속사에서 현수막을 내건 간식차가 오고, 어제는 공 팀장 편으로 홍보팀에 감사의 편지들이 왔다.
파파라치들을 잡아 줘서 고맙다는 내용이라, 이쪽이 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데도 도저히 듣지를 않는다.
건은 최대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해명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아무튼 제가 아닙니다. 전 제 동생과 동종업계 종사자들의 안전을 이야기한 겁니다.”
“예? 하지만 다들 박건 배우님이 나선 거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특히 저희 실장들 사이에선······.”
“대표님, 곤란해하시잖아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삼봉 대표를, 뒤에 서 있던 중단발이 잡아끌었다.
요즘 아이돌 데뷔 연령이 갈수록 어려진다고 했나. 갓 스물쯤 돼 보이는 얼굴에 진심 어린 감사가 담겼다.
“저희 쪽이 정말 파파라치가 많거든요. 다들 말은 안 해도 엄청 고마워하고 있을 거예요.”
“맞아요, 그 유튜브! 배우님이 출연해 주신 덕분에 이젠 조금이라도 덜 난리칠 것 같아요.”
얘기하는 걸 보니 여전히 파파라치를 때려잡은 장본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사실을 해명하기도 어려웠다.
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강삼봉 대표는 자기 명함을 주면서, 도와줄 게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끌려나갔다.
공 팀장은 배부른 표정으로 라운지에 놓인 과일바구니들을 둘러봤다.
“박 배우는 좋겠어요, 옳은 일을 하면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제가 잡은 거 아닌데요.”
“아유, 아무렴. 나도 연예투나잇 얘기한 거야.”
공 팀장이 얄밉게 히죽거렸지만, 찔리는 게 있는 입장에선 할 말이 없다.
‘진짜 찾아올 줄은 몰랐네.’
서풍 엔터라는 이름도, 강삼봉 대표며 같이 온 아이돌들의 얼굴도 익숙했다.
그날 파파라치들을 작살낸 뒤, 저장된 폴더 이름별로 연예인을 정리해 소속사에 자료들을 발송했었으니까.
알고 왔을 리는 없겠지만··· 하필 그 사람들이라는 점은 신기했다.
뒤에서 당사자보다 더 긴장하고 있던 박선이 속삭였다.
“저 사람들 맞지? 그때 형이 얘기해 줬잖아.”
“응. 파일에 있었어.”
“진짜 맞네, 이렇게 만난 것도 신기······.”
공 팀장이 양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다가와, 밀담은 중간에 끊겼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홍보실 분들이 드시죠.”
“이걸 어떻게 다 먹어요, 저희 애들 먹다가 죽을 양인데.”
그도 그럴 것이, 라운지의 긴 테이블 두 개가 바구니로 가득 찼다.
어떻게 들고 왔는지 모르겠다니까. 혼잣말을 하던 공 팀장이 돌연 목소릴 낮췄다.
“그나저나, 그 소식 들었어요?”
“무슨 소식 말입니까?”
“차인혁이 사라졌대요.”
“그렇습니까.”
공 팀장은 특급 정보에도 별 반응이 없자 김이 빠진다는 기색이었다.
“아니, 너무 침착한 거 아냐? 누가 보면 여기 두 명이 쫓아낸 줄 알겠어요.”
뒤쪽에 서 있던 박선이 티가 나게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건은 담담히 대꾸했다.
“신경 쓸 일도 아니잖습니까. 타 소속사 직원일 뿐인데요.”
“맞아요, 팀장님. 저희가 그 사람을 어떻게 쫓아내요? 그냥 갈 때가 돼서 갔겠죠, 하하.”
박선도 어색하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공 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긴 한데··· 너무 안 놀라니까 진짜 좀 의심스러워서요.”
“언제부터 그랬답니까?”
“이틀쯤 전부터요. 출근도 안 하고 관리하던 그룹들한테도 아예 손을 떼서, 잠적한 건지 이적한 건지 알아보고 있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변동근의 대표 선수니까.”
“대표 선수라면··· 은퇴할 수도 있겠죠.”
“예?”
공 팀장이 되물었지만, 건은 대답 대신 받아든 과일바구니를 들어올렸다.
참외와 사과, 멜론과 한라봉을 비닐로 덮은 바구니에서는 희미한 과일향이 풍겼다.
“현역이 영원할 수는 없잖습니까.”
*
업계의 소문, 말(言)은 말(馬)보다 빠르다.
연예인이 아니라 백그라운드의 관계자라면, 대중들보다 같은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거기다 돌연 잠적한 이는 몇 년간 위협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던 다크호스.
거슬리던 강적의 퇴장에, 적과 아군과 구경꾼들이 뒤섞여 입을 섞는다.
“아직도 소식 없어?”
“내부 직원 말론 그렇다는데. 사흘 전인가? 갑자기 퀭한 몰골로 나타나더니, 대표실에 올라간 게 끝이었대.”
“그만뒀네. 번아웃이 와서 쉬려고 하다가 대표랑 한판 한 거야.”
“말도 안 돼, 그 독종이 번아웃?”
경험에 기반한 추측들이 맞부딪친다.
차인혁과 일한 적 있는 제작사 관계자가 코웃음을 쳤다.
“아이고, 이 화상들아. 그놈은 칼빵 맞아 뒈지기 전까지 이 씬을 안 떠날 인간이야. 응급실에 실려가서도 깨어나면 그럴걸? 가서 아이돌 갈궈야 하니까 퇴원시켜 주세요, 하고.”
“그럼 변동근이 팽한 거 아냐? 실적 쌓고 머리가 점점 커지니까. DG가 탑스타한테 후해도 월급 받는 본부장까지 봐줄까.”
이번에는 차인혁에게 늘 치이던 모 회사 소속 헤드헌터가 목소릴 높인다.
“말이 본부장이지, 차인혁이는 그냥 악덕 헤드헌터였어.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내가 그 새끼 설치다 언젠가 크게 데일 줄 알았거든.”
“에이, 그 인간 같잖은 놈이 팽을 당해? 차라리 자기가 키운 아티스트들 데리고 새 기획사 만든다고 보는 게 맞지.”
원한을 가진 누군가에게 보복을 당했다··· 아니다, 자기가 은퇴한 거다··· 사실 변동근과 벌이는 깜짝 쇼일 것이다······.
의혹만 무성했고 진실은 울창한 숲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어 차인혁의 행방은 차치하고, 최근 연예계 뉴스들이 오르내렸다.
유명 파파라치 몇 팀이 검거됐다. 소속 연예인 사진을 담보로 잡혀, 줄곧 협박당하던 중소기획사 두어 곳이 기적처럼 생환했다. 경찰은 최초발견자와 신고자를 찾고 있다.
그 중, 박건의 동생을 건드린 ‘아파치’라는 잡범들이 가장 처참하게 당했다.
“···듣다 보니 왜 이렇게 오싹하지?”
“뭐가 오싹해, 파파라치 킬러가 납셨는데. 당분간 소속 연예인 사진 때문에 잡지사랑 흥정할 일은 없을 거 아냐.”
“아니, 그게 아니라. 유독 박건하고만 엮이면 뭘 하려던 놈들이 엿을 먹잖아.”
투자사 실장의 말에, 다른 관계자들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젠 전설이 된 ‘로만 침공’ 때도, 서울의 개와 흑의사제 때도, 박건을 건드린 상대들은 유독 본전도 못 찾곤 했다.
우연이라기엔 섬뜩하고, 이유가 있다면 더더욱 소름끼친다. 이거야말로 적으로 돌리는 순간 나락이 예정된 열차 아닌가?
침을 삼킨 실장이 소름이 돋은 팔뚝을 쓱쓱 쓸었다.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해지는구만.”
DG-조이너스와 로만-C&J, ‘하이페리온’과 ‘백정장군’의 대결은 이제 후반전이다.
*
허름한 지하 술집.
영업이 끝난 듯, 인기척이라곤 없는 홀에 발소리가 들려왔다.
계단을 내려온 남자는 암회색 수트의 노중만 대표였다. 안쪽을 흘끗 본 노중만은 가까운 테이블로 걸어가 앉았다.
“그만 나오지, 따라온 사람은 없어.”
노 대표의 목소리가 먼지가 떠도는 홀 안을 메아리처럼 울린다.
몇 초 뒤, 어두컴컴한 카운터 안쪽에서 그림자가 나타났다.
DG의 전 아티스트육성 총괄본부장, 차인혁은 비척비척 걸어나와 그의 앞에 섰다.
“······.”
노중만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적장의 몰골은 일전에 봤을 때와 전혀 달라져 있었다.
우선 트레이드 마크인 금장테 안경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구김 한 점 없이 말끔하던 수트도 단추가 떨어지고 군데군데 터진데다, 뒹굴기라도 했는지 온통 먼지투성이였다.
노중만은 셔츠 앞섶, 피처럼 보이는 다갈색 자국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물었다.
“드디어 아티스트들에게 손을 대기 시작했나?”
차인혁은 표정에 미동도 없이 코웃음을 쳤다.
“여전히 재미가 없군. 그런 인간이 눈은 좋다는 게 신기하단 말이야.”
“피차 오래 볼 사이는 아니니, 본론부터 말해. 왜 보자고 했지?”
눈앞에 있는 자는 끈 떨어진 연인가, 더 큰 범죄를 꾸미는 악인인가.
이번만큼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중만도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난 은퇴할 때가 된 모양인데.”
보이지 않는 사슬로 묶인 것처럼, 차인혁은 힘겹게 한쪽 팔을 들어올렸다.
부르튼 입술이 슬쩍 올라갔다.
“남기고 갈 게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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