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hise in the Otherworld RAW novel - Chapter 149
제 149화
24. 149화
사절단이 출발을 했다.
물론 사절단이라고 불렸지만 막강한 전투력을 지닌 기사단과 중장갑 부대를 거느린 전투 부대였다.
그 숫자도 사절단이라고 불리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규모였다.
더욱이 아르센의 지시라면 목숨을 도외시한 채로 적을 잔인하게 분쇄할 만큼 아르센에 대한 충성심이 강력했다.
그렇게 협상을 하러 가는 것인지 정복을 하러 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사절단의 모습에, 아르센이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해서 반대를 하던 이들은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마족에 대한 역사도 정보도 아무것도 없는 아르베니아의 존재들이었기에 고작 오크들의 일부 부대를 제압했다는 마족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왕국 중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볼테르 왕국의 최정예 부대라면 마족들 따위는 대화가 아닌 무력으로 협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정복군으로 위장한 사절단이 출발을 했지만 아르센은 여전히 대화를 통해 마왕과 협상을 할 생각이었다.
마족들에게도 자본주의의 멋짐을 맛보여 주기 위해 아르센은 자신의 마차에 각종 식재료와 조리 도구들을 챙겨 두고 있었다.
“되도록이면 검보다는 국자를 사용했으면 좋겠단 말이지.”
아르센은 자신의 마차에서 국자를 꺼내었다.
사실 아르센이 직접 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을 터였다.
전투가 벌어진다고 해서 군을 지휘할 능력도 없었고 외교적인 능력도 그다지 클 수는 없었다.
아르센 자신의 영향력이 마족이라는 종족의 왕인 마왕에게 미칠 것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센은 할 수 있다면 대화를 나눠 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것이 무척이나 현실적이지 못한 이상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아르센이 아르베니아 대륙에서 해 온 성과를 생각한다면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르센의 기대와는 달리 이 세계의 신은 아르센의 행동이 너무나도 못마땅했다.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았기에 너무나도 무료했던 신은 자신을 흥미롭게 해 주었던 아르센이 좀 더 자신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기를 기대했다.
자신이 만든 세상을 이토록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마왕이라는 세기말적인 재앙 앞에 격렬하게 반응해 주기를 바란 것이다.
이대로 아르센이 마왕에게 가서 커피 한 잔 마시자고 제안하는 것은 신에게 있어선 그냥 자살하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아르센이 너무나도 허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면 맥이 빠질 터였다.
그렇게 신은 아르센이 마왕에게로 자살하러 가는 것을 막고자 했다.
“몬스터입니다!”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등장했지만 척후병은 기사의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조용히 해라! 대공께서 신경 쓰실 만한 일이 아니다!”
“죄…… 죄송합니다.”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며 기사들은 겁도 없이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면서 비웃음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과거였다면 기사들도 몬스터들의 거친 울부짖음 소리에 겁을 집어먹었을지도 몰랐지만 돈이란 것은 생각보다 좋은 것이었다.
막강한 생산력은 기사들뿐만 아니라 일반 병사들에게까지 엄청나게 튼튼하고 위력적인 장비들을 제공해 주었다.
더 강력하고 더 튼튼한 무기와 방어구들은 몬스터들의 날카로운 이빨로도 뚫을 수 없고 몬스터들의 질긴 가죽을 손쉽게 찢어발길 수 있었다.
“쏴라!”
몬스터가 아무리 빠르다고 할지라도 바람을 뚫고 가는 화살들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퍼퍼퍽!
화살은 총알보다 느리지만 무게는 더 무거웠다.
사람이든 몬스터든 제대로 맞는다면 물리 에너지만으로도 망치로 후려치는 효과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 화살들 수십 발이 온몸을 후려쳤으니 강인한 몬스터라고 할지라도 별수 없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찔함에 비틀거리고 있으면 보기만 해도 무식해 보이는 워 해머를 한 손에 쥔 기사가 두개골을 깨부쉈다.
어디엔가 전설처럼 존재한다는 언데드가 아니라면 두개골이 부서지고 뇌가 곤죽이 되어 버리면 몬스터도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한 무리의 몬스터들이 고깃덩이가 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신은 인간들이 이토록 강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끔 환생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법이니 뭐니 하는 기이한 힘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마족들이 마법이라는 것과 비슷한 힘을 사용할 수 있기는 했지만 환생자들이 말하는 마법과는 꽤나 달랐다.
일종의 권능 같은 것이었고 그건 신인 자신이 빌려준 힘이었다.
손에서 불을 뿜어내고 번개를 쏘아 내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킬 만한 힘은 아직 신이 창조한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환생자들이 말하는 마법들에 신은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 어쩌면 특별한 환생자가 나타나 그 마법이라는 것을 추가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마법이라는 것이 추가가 되지는 않았다.
하여튼 자신이 알던 것보다 더욱 강력한 인간들의 군대가 몬스터들을 손쉽게 처리해 버리자 신은 다시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
“강하긴 하지만 마왕에게는 미치지 못해. 마왕의 손에 결국 세상은 멸망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는 것은 재미가 없단 말이지.”
신은 몬스터들로 아르센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고민을 하다가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더욱이 아르센과 한번 대화를 나눠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던 것이다.
신은 자신이 만든 거대한 놀이터에서 유희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유희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도무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즐겁지가 않았다.
고단한 행군에 달콤한 휴식 시간이 찾아오자 다들 넉넉한 저녁을 먹고서는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아르센은 자신의 막사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아직 오크들의 영역도 들어서지 못했으니 마왕이 있다는 곳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그렇게 협상을 끝내고 다시 볼테르 왕국까지 돌아오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아르센도 알 수 없었다.
자칫 협상은 결렬되고 오크들과 함께 마왕군과 싸워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나도 그거 한 잔만 주지.”
“…….”
아르센은 낯선 목소리에 움찔 몸을 떨었다.
수백이 넘는 뛰어난 기사와 수천의 잘 훈련된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을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이가 절대 평범할 리는 없었다.
“마족인가?”
신비로운 능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마족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아르센은 어느덧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의문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마족은 아니야. 그러니 걱정하지는 마.”
마족이 아니라는 말에 아르센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의문의 청년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이십니까?”
판타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뛰어난 종족을 뽑으라면 드래곤일 터였다.
물론 아르베니아 대륙의 인간도 엘프와 드워프 및 오크들도 드래곤이 뭔지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실존하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아르센은 눈앞의 남자가 드래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르센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런 종족은 만들지도 않았고 그 정도로 강하다면 끌고 오기도 힘들어. 아니야.”
마족도 드래곤도 아니라는 말에 아르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다음으로 생각나는 존재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내 정체가 그리 궁금한가? 일단 그 커피라는 것 좀 줘 보지. 자네만큼 커피 잘 타는 인간도 없다고 하던데 말이야.”
커피 한 잔 달라고 하는 청년의 말에 아르센은 피식 웃고서는 물을 다시 끓였다.
어차피 검술을 할 줄 아는 아르센도 아니었고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의 이목을 따돌리고 자신의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면 아르센의 목숨은 이미 끝이 나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나마 대화를 나눠 보고자 하는 듯한 느낌에 아르센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커피를 타며 다시 한 번 물었다.
“마왕입니까?”
“마족 아니라고 했잖아.”
“흐음! 그럼 신이군요.”
“눈치는 있네.”
신이라는 존재가 뜬금없이 자신의 앞에 나타나 있는 것에 아르센은 자신을 이 세계로 끌고 온 존재라는 생각을 하며 신 앞에 커피를 내려놓았다.
“우유하고 시럽은 원하시는 대로 추가하시면 됩니다.”
“고맙네.”
신은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며 한 모금 음미하고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맛이 좋았던 것이다.
“이건 마음에 드는군. 자네가 내 세계를 엉망으로 만들었지만 자네를 그냥 지금까지 놔둔 이유가 이것들 때문이야.”
꽤나 살벌한 말을 하는 신을 아르센은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는 듯이 마주 보며 자신의 잔에 남은 커피를 마셨다.
상대가 정말로 신이라면 자신이 아무리 발악을 해도 달라질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신이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기다린 아르센은 신이 커피 잔을 내려놓자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지금까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도 않던 신이 지금에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의아한 것이다.
“혹시 제 수명이 다한 것입니까?”
전생의 시간까지 다 친다면 아르센의 삶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시간 이상을 살았다.
더욱이 더 이상 삶의 미련도 없을 만큼 이룰 것도 다 이루었다고 생각을 하는 아르센이었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지만 자신의 수명이 여기까지라면 별수 없는 법이었다.
“수명이 다한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수명이 다할 거긴 하지.”
신의 대답에 아르센은 자신의 존재와 신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마왕이라는 존재를 떠올렸다.
“제가 마왕과 싸우길 원하시는 것이군요.”
보통 환생자의 운명은 세계를 위협하는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역할이었다.
신은 아마도 그것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아르센이었다.
“맞아. 그러니까 다시 돌아가서 인간이든 오크든 대병력을 모아서 마왕을 물리치게.”
신은 생각보다 아르센과 대화가 잘 통하자 미소를 지었다.
마왕의 강림 전까지 열심히 강해진 용사가 마침내 세상에 드리워진 어둠을 물리치는 뻔하디뻔한 진행을 요구하는 신이었다.
아르센 이외에도 몇몇 환생자들을 자신의 세계에 불러들였지만 아르센만큼의 능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어린아이가 모래사장에서 공들여 만든 모래 탑을 싫증 내며 부숴 버리듯이 신 또한 싫증 난 세계를 부수려는 것이다.
다만 그 부서지는 과정을 좀 더 흥미롭게 하기 위해 아르센을 지켜보려는 것이었다.
그런 신의 의도를 아르센은 곧바로 꿰뚫어 보았다.
‘마왕보다 눈앞의 신이 더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당연히 그런 의도대로 흘러가게 놔둘 수는 없지.’
신탁에 따라 마왕과 싸워야 한다면 아르센이 만든 세계는 잿더미가 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아르센은 깨달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마왕에게 자네는 죽게 될 것이야.”
신은 자신의 지시를 거부하는 아르센에게 인상을 찡그리며 엄포를 놓았지만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 아르센의 모습에 자신의 협박이 통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든 세계의 존재들은 신인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할 수 있게 할 수 있었지만 다른 세계의 환생자들만큼은 신이라고 할지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환생자들을 지켜보는 것이 그나마 즐거웠던 것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