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03
나 혼자 프리서버 103화
103
바로 부동산을 찾았다.
부동산 주인은 나를 바로 알아봤다.
“영웅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웅까지야.”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
부동산 주인은 살짝 내 눈치를 봤다.
나는 대한민국의 영웅임과 동시에 몬스터 사령관이다.
자유 군인 신분이라 사업을 펼치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 직함이 가지고 있는 무게는 상상을 초월했다.
웬만한 사람들은 고개를 숙일 만큼 말이다.
“강남 한복판에 빌딩을 하나 사려고 합니다.”
“빌딩이라면……?”
“드워프 물산이라고 들어 보셨죠?”
“아아! TV에서 광고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TV 광고?”
“제가 했어요.”
백연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그쪽에 인맥이 있었던가?
“어떻게 했는데?”
“아버지에게 부탁했어요.”
“아, 그렇군.”
그녀가 대한그룹의 딸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것도 상속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집에서 반대는 안 하고?”
“사업에 관심을 가지니 오히려 좋아하던데요?”
“그럴 수도 있겠네.”
그녀는 헌터였다.
어쩌다 보니 휩쓸려서 사업에도 손을 대게 되었지만, 원래는 전투하는 것 말고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룹에서도 걱정이 꽤 컸을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백연하가 사업에 전격적으로 관여했다. 대한그룹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리 사람이 많았던 거로군.”
“그 전에 길드장님이 광고를 하셨잖아요. 저는 보조적인 역할만 수행했어요.”
“그래도 그게 어디야?”
어쨌거나 이번 일은 그렇게 넘어가기로 했다.
부동산 주인은 여러 개의 매물을 보여 주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큰 건물로 추천해 주시죠.”
“이건 어떠십니까? 강남역 바로 앞에 있는 건물입니다. 30층 높이이고 역 앞에 있습니다.”
“얼만데요?”
“1,200억에 나왔습니다만, 50억 정도는 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근아, 어때 보이냐?”
“이걸로 하시죠?”
“그럴까?”
“저, 정말이십니까?”
“역 바로 앞이라면서요. 주변 시세도 비슷할 거고.”
“맞습니다. 정말 놓치기 아까운 물건입니다. 30층짜리 건물은 흔하지 않습니다.”
“바로 계약합시다.”
“주인을 부르겠습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너무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사실 1,200억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면 벌 수 있다. 그리하지 않고 있는 것뿐이다.
부동산 주인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건물을 어제 내놓았다고 하는데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계약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던 모양이다.
“50억은 깎아 주실 겁니까?”
“아, 물론입니다.”
그렇게 강남의 30층 빌딩은 내 소유가 되었다.
제70장. 선전포고
드워프 물산 여의도점, 그리고 강남점.
이 정도면 한국에서의 물량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개점하기도 전에 엄청난 숫자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너무 장사가 잘되어도 문제다.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시간이 오전 8시.
9시가 개점인 것을 생각하면 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인파였다.
“이건 대체 뭐냐?”
“형님, 아무래도 귀금속을 더 찍어 내야겠는데?”
오세근의 말이었다.
반쯤은 장난으로 시작한 장사였다.
돈이야 많으면 좋은 것이고, 언젠가는 쓸모가 있다. 길드의 규모도 늘려나갈 수 있고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사냥해서 들어오는 젠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5천 명의 병사들에게 줄 급여도, 길드원들의 월급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부업이라 했었던 거다.
부업이란, 말 그대로 주업이 아닌 부가적인 수입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오늘 준비한 물량으로는 안 되겠지?”
“당연히 안 되겠지. 모자랄 거요.”
“그럼 어쩌냐?”
“가격을 올리면 되죠.”
우리와 함께 사태를 주시하고 있던 백연하가 말했다.
“가격을 올린다고?”
“물건이 모자라면 가격을 올리는 것이 정석이에요.”
“까짓것, 올리자. 어제보다 1.5배로 올려서 받으면 되겠지.”
“정말이오?”
“장사가 안되면 말고.”
곧바로 가격이 수정되었다.
가격은 정확하게 어제의 1.5배. 그렇지 않아도 드워프제 귀금속들은 비싼 축에 속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가격을 50%나 올려 버리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당연히 사람들은 제품을 외면할 것이다.
내가 노리는 것이 바로 그거였다.
부업일 뿐이었으니 너무 잘되어도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매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엄청난 숫자의 인파가 몰려든다.
사람들은 저마다 보석들을 쓸어 담기 시작하였다.
“어제보다 가격이 올랐네?”
“당연한 거 아니야? 이만한 품질의 물건들이야 가격이 오르는 것이 당연하지. 내일이면 더 오를 거라고!”
“어제는 오픈 세일이었나?”
“아마도 그럴걸? 이걸 가져가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프리미엄이 생겨서 웃돈을 주고 구한다는데?”
“…….”
우리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제 밤새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도 많았다. 아예 텐트까지 치면서 말이다. 도대체 왜 저러나 싶었는데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모자라면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었다.
“역효과인가.”
“나도 잘…….”
오세근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공성전을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다 힘을 뺄 이유가 없었다.
강남에 매장을 오픈한 것이 실수였을까.
나는 다급히 우르카 족장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저걸 보도록.”
“장사가 성업 중이로군요.”
“공급이 모자랄 것 같은데?”
“그야 당연한 일입니다.”
우르카는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드워프의 세공품이 인간 세계에 풀렸는데 잘 팔리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드워프제 물건들은 항상 품귀 현상을 빚어 왔다.
“가격을 5배까지 올리시죠.”
“5배까지 올리라고?”
“10배도 괜찮습니다.”
“어쨌거나 물건을 감당할 수는 있고?”
“기계를 만들겠습니다.”
“기계를 만들겠다고?”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기계보다 더욱 정밀하게 만들어서 대량으로 생산을 하겠습니다. 그럼 문제없지요.”
“가능한 일인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사업의 규모를 더 키워야 하나?
어쩌다 보니 사업가라는 소리를 듣게 생겼다.
“그럼 부탁하지.”
“예, 영주님.”
우르카는 공장으로 달려갔다.
아마 곧바로 기계 제작에 돌입할 것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이리될 것을 알고 있었다. 드워프제 공예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말이다.
우리도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뉴욕점과 파리점도 오픈하도록 하자.”
“너무 일을 크게 벌이는 것 아니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미 엎질러진 물, 끝장을 보자고.”
“흐흐흐. 돈 욕심이 지나치신데?”
“지나치기는? 돈이야 없는 것보다 낫지.”
나는 어쩔 수 없이 가게를 확장하기로 했다.
이제 선전포고를 앞두고 있었다.
레빈길드에 선전포고를 하면 3일 안에 공성을 시작할 것이다.
그 때문에 4천에 이르는 영지군이 초보자 마을 앞에 진을 쳤다.
웅성웅성!
헌터들은 이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들을 내놓았다.
“이번에 공성전을 하려나 보다.”
“설마. 오크 성을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니까 하는 거지. 천하의 지존길드가 겨우 오크 성으로 되겠어?”
“그럼 이번에는 어디려나?”
“그건 알 수 없었지만 5천의 병력이라면 예상되는 곳이 몇 군데 있네.”
그들의 말이 맞았다.
헌터들은 초보자 마을이 유력하지 않을까 예상하였고 나 역시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초보자 마을이야말로 가장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다.
초보자 마을은 아투스 영지에 속해 있었다.
초보는 물론 중급자 일부까지 포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아투스 영지였다. 이곳에서 나오는 세금은 어마어마하다.
그 때문에 대형 길드 라빈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라빈 길드는 단 한 번도 아투스 영지를 빼앗기지 않았다. 과거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로 손꼽혔던 레이터와는 동맹 관계였기에 그 누구도 이 영지에 눈독 들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이곳을 벼르고 있다.
그렇게 슬슬 영지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백연하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왜 그래?”
“곤란하게 됐어요.”
“뭐가?”
“아무래도 본가에서 당신과 제 사이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진정한 의미에서 오해는 아니고, 그러니까…….”
그녀는 횡설수설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회장님이 만나고자 한다고?”
“네.”
“가 보도록 하지. 경제 협력 차원에서 만나자고 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게 아니라 당신과 제가 결혼할 사이라고 해요. 뭐, 따지고 보면 오해는 아닌가?”
백연하는 착각하고 있었다.
나와 자신이 이어질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나 역시 백연하에게 마음이 기울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 아이의 엄마가 이런 차가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고려해 볼 일이다.
그녀가 과거에 한국의 지존이었고 대한그룹 승계 서열의 우선순위에 있다고 해도 말이다.
어쨌든 대한그룹이라면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추후에 자동차를 드워프들이 만들었을 때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백연하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가뜩이나 요즘 영지전에 신경을 쓰고 있을 텐데요.”
“괜찮아. 사업도 재미있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백강철 회장과는 점심 약속이 잡혀 있었다.
어차피 선전포고는 오후에 해도 되는 것이었으니 가볍게 백강철 회장을 만나 보기로 하였다.
띠링! 띠리리링!
고급 요정이다.
가야금 뜯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고 마당 가운데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다.
이 연못 앞에 있는 정자 마루에는 상이 차려져 있었다. 이것만 보아도 꽤나 고급 식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선로를 비롯하여 도미면, 수제 떡갈비 등이 보인다. 상다리가 휘어질 지경이었다.
그곳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대한그룹 백강철 회장인가.’
오십 대 초반이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꽤나 미남형에다 흰머리도 보이지 않았다.
강렬한 인상을 보니 과연 백연하의 아버지라는 것을 짐작게 했다.
나는 그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나경철입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대한민국의 영웅이 되었지. 거기에 몬스터 사령관이라니. 출세했군.”
“출세에는 큰 욕심이 없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앉게.”
별로 어려운 자리는 아니었다.
만약 정말로 그가 내 장인이 될 사람이었다면 상당히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혼 생각이 없었다.
“한잔 받게.”
“감사합니다.”
쪼르륵.
독한 향이 확 풍긴다.
40도가 넘는 안동소주였다. 역시 이것도 장인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
단숨에 술을 넘긴다.
“크으.”
위스키와는 다르게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자네와 내 딸의 소문, 사실인가?”
“아니요.”
“사실이 아니라고?”
“네.”
나는 딱 잘라 말했다.
백강철 회장의 얼굴에서 실망하는 기색이 비친다.
그는 소문이 사실이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나와 같은 권력자가 대한그룹의 사위라면 회사의 입장에서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을 테니까.
나를 앞세워 홍보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챙길 이익은 어마어마하다.
백연하가 나섰다.
“반쯤은 맞아요.”
“무슨 뜻이냐?”
“제가 길드장님을 좋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