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04
나 혼자 프리서버 104화
104
“그렇다면 나경철 자네는…….”
“저는 생각 없습니다만.”
“허어, 이럴 수가.”
그는 탄식하였다.
백강철 회장도 자신의 딸이지만 백연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있었다. 성격적인 결함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한그룹의 장녀라는 것만으로도 배경도 꿀릴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백연하의 구애를 거절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런 모습이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내 딸이 일방적으로 쫓아다니고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자네는 그 어떤 감정도 없고?”
“친구로서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길드원으로도 손색이 없고요. 하지만 그뿐입니다. 저는 정해진 선이 있습니다.”
“어째서 그러나? 내 딸 정도면 일등 신붓감이지.”
“이상형이 아니라서요.”
“허허허! 자네만이 할 수 있는 발언이로군.”
백강철 회장은 탄식 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자신의 딸이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는 것. 아버지로서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만약 내가 자네에게 회사를 준다고 하면?”
***
“어떤 회사를 말입니까?”
“내 딸과 결혼하면 대한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다고 하면?”
“별로 당기지가 않습니다만.”
“어째서 그러나?”
“저는 황제가 될 생각입니다.”
“……!”
“이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광활한 땅이 있습니다. 그 지역들을 차례대로 정벌해 가는 중이지요. 게다가 지구의 금역들도 모조리 제 차지가 될 겁니다. 그리고 제국을 이룩할 예정이지요. 그런 저에게 회사 하나가 눈에 차겠습니까?”
“……내가 자네를 과소평가하였군.”
백강철은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사실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맞아요. 이 세상의 이면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광활한 땅이 있죠. 지금의 길드장님이라면 충분히 황제가 되실 수 있어요.”
“그런 야심을 품었다니.”
백강철 회장은 이제야 나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이런 야심이 있었으니 대한그룹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이번에 사업을 한다고 들었네.”
“그랬죠. 부업으로 하나 하고 있습니다.”
“그 부업이라는 수준이 엄청나던데? 추후 계획이 있나?”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닥치는 대로 해 볼 생각입니다.”
“문어발식 확장인가?”
“글쎄요. 자기 자본으로 하는 일인데 문어발식이라고 하는 건 그렇군요. 기술력도 충분하고요.”
“드워프라는 전설의 종족이 있기 때문이군.”
“맞습니다.”
“언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게. 힘껏 돕겠네.”
“그리하겠습니다.”
이야기는 끝났다.
백강철 회장도 더 이상은 나에게 채근하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꿀릴 것이 없다는 건 백강철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가 권력자와 재벌가 회장의 차이는 분명하였다.
돈의 힘도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주먹이 먼저인 것이 지금 세상의 이치였다.
나경철이 돌아갔다.
백강철 회장은 비서실장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자네는 어떻게 보았나?”
“나경철이라는 사내 말입니까?”
“그래.”
“강인해 보였습니다.”
“오만하지는 않던가?”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존속이 그의 손에 달렸을지도 모르지요. 앞으로 더한 권력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럴 테지. 저런 사내가 사위가 되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는 재계를 지배하고 싶어 했다.
이 세상은 헌터들과 결탁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경철은 둘도 없는 사윗감이다.
SSS급 헌터인데다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정부에서도 권력을 더 쥐여 주지 못해 안달이었고,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이면의 황제로 등극할 것이다.
“이면 세계에도 줄을 댈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사위가 되도록 수를 쓸까요?”
“어떤 수를?”
“어떡해서든 아가씨와 한방에서 묵게 된다면…….”
“그런 수가 가능할 리가 없지.”
“제가 수를 찾아보겠습니다.”
백강철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딸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경철도 딸에게 어느 정도는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손을 조금 쓴다고 해서 원망 들을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백연하와 함께 초보자 마을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백연하는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버지가 착각이 좀 심해요.”
“착각이라.”
“저야 환영이지만요.”
오늘따라 그녀답지 않게 조금 횡설수설한다.
물론 그럴 만도 할 것이다.
결혼 이야기가 오갔으니까.
“사람 일이라는 건 어찌 될지 모르지.”
“네?”
“그냥 그렇다고.”
백연하는 눈을 치켜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여지를 준 것일 수도 있었다. 백연하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여지가 있다는 거죠?”
“네가 나를 유혹할 수 있다면 그렇지.”
“노력하겠어요!”
“내가 넘어간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별로 매력을 못 느끼겠는데? 육탄 공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백연하는 뭔가 크게 다짐을 한 것 같았다.
육탄 공세가 아니라 여자로서 어필을 해 보겠다는, 그런 마음가짐이 엿보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초보자 마을에 도착했다.
부업은 부업이고 이제 본업에 신경을 써야 한다.
회사 일은 대충 전문가에게 맡기면 될 일이고 이제 영지를 확장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나 국왕의 길 퀘스트를 깨야만 한다.
영지 2개를 더 점령하면 자작이 된다.
자작이 되면 꽤 많은 병력을 지휘할 수 있다. 현재 5천에서 8천으로 대폭 증가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혜택이 따른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동부 항구도시의 오픈.
그 말은 다른 대륙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진정으로 황제가 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 희생양이 될 아투스 영지는 반드시 내 손 안에 넣어야 한다.
마을에는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 덕분에 헌터들도 관심을 보였다.
대마도를 탈환한 영웅. 거기에 관세를 낮추었으며 국고에 엄청난 자금이 쌓이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올라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나에게 따라붙은 수식어도 다양했다.
그런 내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다. 평범한 내용일 리 없다.
그중에는 레빈 길드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헌터들 사이로 레빈 길드원들이 섞여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음 영지전 대상을 정했습니다.”
웅성웅성!
바로 술렁거림이 일었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지정하는 대상은 일거에 쓸려나갈 것이 확실하니까. 피해를 얼마나 덜 입고 점령을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게다가 한국의 헌터들이었기에 가능하면 목숨을 빼앗지는 않아야 한다. 약간은 까다로울 수도 있는 공성전이다.
하지만 공성전은 공성탑만 부수면 끝난다.
엄청난 대인원이 몰려갈 것이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레빈 길드의 아투스 영지에 선전포고를 합니다.”
“……!”
“아투스 영지라니!”
“그렇다면 이곳 초보자 마을을 노리는 건가!?”
놀란 것은 헌터들뿐만이 아니었다.
레빈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지금까지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그들이다.
그들의 얼굴이 이제는 사색이 되었다.
“공성전은 3일 후 정오에 개시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허어.”
“우리 영지가 대상이라니…….”
선전포고는 했다.
3일 동안 레빈 길드는 상당한 준비를 할 것이지만 그들을 깨뜨리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투스 영지의 영주성.
초보자 마을을 비롯하여 굵직한 여러 마을을 보유하고 있는 아투스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은 꽤나 많았다.
오랫동안 이곳 아투스를 지배해 온 레빈 길드원 중에서는 부자가 아닌 사람은 없었다. 거기에다 영지에 쌓여 있는 자금도 상당했다.
레이터 길드가 있을 때만 해도 누구도 덤비지 못하는 영지였지만, 지금은 약간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레이터 길드가 해체되자 그들을 보호해 줄 뒷배가 사라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레빈 길드가 약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레빈의 길드장 박한수는 들려오는 소식에 얼굴을 굳혔다.
“나경철이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선전포고라.”
“3일 후에 영지전을 벌인다고 합니다.”
길드원들은 불안한 듯이 눈알을 굴렸다.
사실 박한수 역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는 마찬가지였다.
나경철이 누군가?
백연하를 품에 넣었으며 5천의 군대를 보유한 영주이다. 그것도 군대는 모조리 NPC다. 세계 지존으로 명성을 쌓고 있었으며 SSSS급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 괴물이 쳐들어온다면 어찌 될까.
“동맹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이미 했습니다.”
“그런데?”
“요청에 응해 오는 길드가 없었습니다.”
“허어, 뭐라고?”
그제야 박한수는 감정을 드러냈다.
당연히 주변 길드에서 도와줄 줄 알았다.
레드썬 길드나 라이파이 길드, 붉은 전갈 길드에서 지원을 해 준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지원을 거절했다.
“도와주었다가는 그다음은 자신들의 차례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입니다.”
참모들도 입맛이 쓰기는 마찬가지였다.
“방법이 없겠나?”
“5천의 군대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3천 정도가 지원될 것입니다. 공성을 시작하고 세 시간 안에 탑을 부숴야 합니다. 세 시간만 버티면 된다는 뜻입니다.”
“가능할까?”
“가능하게 해야지요.”
그들은 머리를 맞댔다.
이곳 아투스 영지를 잃으면 길드는 가진 모든 것을 잃는다.
그리되게 둘 수는 없었다.
3일 동안 병력이 모여들고 있었다.
나는 4천의 병력을 동원했다. 영지 최소 방어에 필요한 병력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불러온 것이다.
그중에는 회색 오크들이 300마리나 끼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붉은 오크였는데 사냥을 거듭하여 회색 오크로 진화하였다.
그런 오크들에게 드워프제 무구들을 입혀 놓으니 실로 대단했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회색 오크들. 그리고 은색으로 번쩍이는 무구들까지. 영지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많은 헌터들이 지존길드의 승리를 점쳤다.
“이번에는 보나마나겠네.”
“4천의 병력이라니. 저게 말이 되나?”
“완전히 사기지. 저 정도의 NPC 병력을 끌어모을 수 있다니……. 게다가 저 회색 오크들은 뭔가?”
“말도 안 되는 전력이야.”
초보자 마을 밖에 야영지가 꾸려졌다.
곳곳에 막사가 세워져 있었으며 병사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건 일반적인 전쟁과는 달랐다.
길드와 길드 간의 전쟁이었기에 공성전 때가 아닌 한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고 말이다.
서버 특화 영토, 즉 이면 세계라면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누군가의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직 오전이다.
정오가 되면 공성전을 시작할 것이다.
그 전에 지휘관들이 막사로 모였다.
200명 남짓의 길드가 지키는 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얼마나 적은 피해로 공성을 하느냐는 것이다.
오세근이 말했다.
“피해가 없기는 힘들겠는데?”
“그래도 적은 피해로 돌파를 해야지.”
이번에는 롬멜이 말한다.
“정석적인 방법으로 돌파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크 부대를 앞세운다면 못 할 것도 없습니다.”
“백연하의 생각은?”
나는 백연하를 바라봤다.
그녀는 이런 길드전 경험이 제일 많았다. 그러니 뭔가 기발한 의견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그런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간단한 방법이 있네요.”
“어떤 방법?”
“저와 길드장님이 성벽 한 곳을 무너뜨려 버리는 거죠. 그럼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