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07
나 혼자 프리서버 107화
107
다음 날 아침.
수맥의 탐사가 본격화되었다.
드워프들에게 수맥 탐사 장치를 주었고 수맥을 찾게 하였다.
수맥을 찾는 동시에 중장비들이 동원되었다. 사실 영지를 발전시키는 데 중장비는 필수적이었다.
이미 사 둔 장비들이 있었지만, 외부에서 굴착기를 비롯하여 트럭과 롤러, 지게차 등을 들여왔다.
오세근이 수고를 해 주었다.
“와우! 제대로 정비를 하고 계셨네.”
“왔냐?”
“형님, 뭐 이렇게까지 발전시키려 하시오?”
“그래야 살기 편해질 테니까. 영지의 발전은 곧 부강함의 척도가 되겠지. 앞으로 점령될 영지의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본다면 적대감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을 테고.”
“정말 이 세상을 지배하려고 하는 거요?”
“당연하지.”
“역시 형님이라니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오세근과는 몬스터 사체 청소부 노릇을 할 때부터 함께해 왔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건달 짓을 하던 초창기부터 의리를 다져왔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눈빛만 보아도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피가 섞이지 않았음에도 친형제 이상으로 친한 사이가 된 것이다.
오세근은 좀 더 관여를 하다가 돌아가기로 했다.
“여기, 여기, 여기에 저수지를 만듭시다.”
“좋은 생각이다. 저수지가 완성되기 전까지 급한 대로 수맥을 터뜨려서 물을 공급하고 나중에 인공 비를 뿌려야겠다.”
“정말 괜찮겠소?”
“다른 곳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도 괜찮겠냐고?”
“내 알 바 아니지.”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미니맵에 열리지도 않은 영지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그 영지들이 인공 비 때문에 피해를 본다면 환영이었다.
그만큼 전력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오세근이 주축이 되어 저수지 공사가 시작되었다.
굴착기들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저수지 하나에 굴착기가 세 대나 동원되었다.
여기에 영지민을 고용하여 보조하도록 했다. 저수지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많은 흙과 돌멩이들이 발생하는데 그 잔여물들은 제방 공사에 투입했다.
지금은 강이 메말라 있었지만, 우기가 되면 넘쳐날 것이다. 예방하는 차원에서 공사를 해 두는 것이다.
그 덕분에 시멘트가 대량으로 동원되었다.
위이잉.
우리는 제방 공사 현장으로 나왔다.
“이걸 바로 일석이조라고 하지.”
“오히려 강물이 말라 있어 잘되었소. 만약 강물이 차올랐다면 공사를 하기가 쉽지 않았겠지.”
“그럼 도로공사 현장에 가 볼까?”
“그럽시다.”
판도라 영지를 중심으로 한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다.
드워프들은 장인의 종족이라는 말에 걸맞게 빠른 속도로 기계 작동 방법을 습득하였다. 그들이 기계를 뜯어서 보고 싶다고 아우성을 치자 공사가 끝나는 대로 몇 대를 추가로 주문하여 그들에게 내어 주기로 하였다.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그 위에 아스팔트가 깔린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빠르네.”
“드워프들의 힘이 워낙에 장사니까.”
“기계와 한 몸이 되었다고나 할까. 보통 이 정도 공사면 1년은 잡아먹을 텐데, 한 달 안에 가능하겠는데?”
“지금의 영지를 다 잇는데 말이지.”
“그렇지. 영지 주변에 도로를 까는 일도 그렇고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느끼는 것이었지만 드워프들의 공사 속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지구의 인간들보다 많게는 10배까지 일을 해치웠다.
그에 비하여 임금은 지구의 인부들에게 주는 것의 3배 정도였으니 그만큼의 이익을 보면서 공사를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도로공사 현장을 기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드워프 한 명이 달려와 보고했다.
“영주님! 수맥이 터졌습니다!”
“어디지?”
“판도라 영지와 가장 가까운 농지입니다.”
“가 보도록 하지.”
저수지 바로 옆이다.
여기서 수맥을 터뜨려서 물을 저수지로 공급하기로 하였는데 운이 좋게도 수맥을 빨리 찾게 되었다.
물이 펑펑 쏟아진다.
“바로 공급하도록.”
“일단 물지게로 공급을 할까요?”
“그래야겠지. 급한 대로 그리 명령을 하고는 농지를 따라 수로를 만들도록 하였다. 굴착기가 있으니 문제없겠지?”
“물론입니다.”
드워프들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삽을 쥐여 줘도 수로를 만드는 일은 손쉬웠을 것인데 굴착기를 이용한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현대 장비들이 동원되어 영지는 빠르게 발전되고 있었다.
며칠 만에 도로가 윤곽을 드러낸다.
나조차도 정말 놀랐다.
이렇게 빨리 영지를 벗어나서 한계지점까지 도로를 뚫어 버릴 줄이야.
그 덕분에 병사들은 주변을 청소하느라 바빴다.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방벽을 세웠다.
몬스터를 청소한다 해도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리젠이 되었기 때문이다.
도로로 몬스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벽을 세운다.
방벽 곳곳에는 초소가 있었고 그 아래에 방벽을 벗어날 수 있는 문도 만들 계획이었다. 그렇게 해서 최소한 도로를 오가는 사람들은 보호할 작정이었다.
도로의 끝에 녹색의 방벽이 보였다.
“저건 대체 뭐지?”
“아무래도 엘프족 같습니다.”
“엘프족이라!”
텐수르가 말했다.
드워프와 엘프가 앙숙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한때는 드워프와 엘프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을 정도였으니까.
문제는 엘프들의 무력이었다.
“벌써 엘프가 나타나면 곤란한데.”
“엘프족이라면 레벨이 60이 넘지 않소?”
프리서버 운영자 출신인 오세근은 엘프족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설정상 엘프들은 마법과 정령, 활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여기에 검술도 만만치가 않았다. 한마디로 팔방미인이라는 뜻이었다.
그런 엘프들을 손쉽게 점령할 수 있을까.
결코, 그건 아닐 것이다.
삐이이익!
엘프족 영지 너머에서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프족 병사들이 성벽 위로 올라왔다. 대궁을 하나씩 들고 겨누고 있는 모습에 기가 질릴 정도였다.
“병사가 천 명은 되겠는데?”
“그 이상이겠지.”
“그것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저기를 넘어야 항구도시로 갈 수 있다.
떡하니 엘프들이 막고 있다니. 게임 속의 설정이 아니었다면 저럴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기사단 중 한 명을 불렀다.
“파일 경!”
“옛, 영주님.”
“항복을 권고하는 사자로 가라.”
“명을 받듭니다!”
파일은 군례를 취하고는 엘프 영지로 갔다.
백기를 든 상태였기에 당연히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엘프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 말은 더러운 협잡과는 담을 쌓았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그런 고귀한 성품을 가진 엘프가 사자를 죽일 리가 없지.
“형님, 어렵지 않겠소? 항복은 안 할 것 같은데.”
“그야 두고 봐야 알지.”
이렇게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아니라고 보았다. 그래도 이 정도는 해 주어야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영토를 확장하려고 하니 너희들도 복종하라. 그리하지 않으면 치겠다. 이런 식으로 협상을 시도한다.
거절을 하면 그걸 명분 삼아 쳐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협상이 결렬되고 전쟁이 터졌을 경우 엘프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일 경이 돌아왔다.
“저쪽 여왕이 영주님을 만나고자 합니다.”
“여왕이라.”
“어찌할까요?”
“좋다. 성벽에서 500m 떨어진 지점에서 회담을 하자고 전해라.”
“예!”
“해코지는 하지 않겠지?”
오세근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 걱정도 충분히 이해는 한다.
하지만 엘프족은 치사한 수를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엘프 여왕과 만나 보기로 하였다.
엘프족 여왕과는 성벽에서 500m 떨어진 지점에서 만났다.
간이 천막을 치고 최소한의 병력만 거느린 채로 회담을 하기로 하였다.
엘프 여왕은 매우 고귀한 기품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외모라고 할까.
지구에서 많은 감독들이 판타지 영화를 만들 때 엘프들을 등장시켰지만, 눈앞의 여왕과는 비교도 안 되었다.
모계사회인 엘프들은 대부분 여자들이 군대에 입대한다.
그 때문에 여왕이 거느린 친위병들도 모두 여자였다.
“인간 영주를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나 역시 그렇다. 고귀한 기품이 흐르는군.”
“저희는 당신들이 경계를 침범하지 않기를 원해요. 그런데 벌써 길을 놓았더군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녀의 지적은 타당한 것이었다.
침공을 위한 길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빠르게 공사를 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엘프족 영지를 내 손에 넣으려 한다.”
이건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여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곧 평온을 찾았다.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는데, 그렇다고 당황한 빛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애써 그런 기색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여왕은 차분하게 말했다.
“우리 엘프족 왕국에는 강력한 전사가 2천 명이나 있어요. 그런데도 침공을 하겠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실수라고 말하고 싶군요.”
“너희는 2천의 병사가 있지만, 나에게는 5천의 병사가 있다.”
“과장이 심하시군요.”
“과연 그럴까?”
나는 낮게 웃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 여자는 내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5천의 병력을 가진 영주가 흔하지는 않았다.
여왕은 여전히 자신이 이길 것이라 말했다.
“공성을 하려면 3배의 병력이 있어야 하죠. 게다가 우리는…….”
“마법과 정령술, 궁술에 능하지. 검술도 제법 한다지? 하지만 너희들은 짬뽕으로 배웠다.”
“짬…… 뭐라고요?”
“여러 가지를 배웠기에 우리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요? 어디 해 볼 테면 해 보시죠?”
여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이렇게 협상이 결렬될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여왕은 내가 어느 정도 역량을 가진 지휘관인지 확인하려 했을 뿐이다.
여왕이 물러가고 나는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오세근과 롬멜 등이 궁금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표정이 왜 그러시오? 꼭 썩은 돼지 간을 씹은 얼굴이네.”
“병력이 2천이라는데?”
“엘프 병력이 2천이라!”
웅성웅성!
주변이 술렁거렸다.
드워프들은 이 싸움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했다.
“패할 겁니다.”
“꼭 그렇지는 않다. 나와 백연하가 있거든.”
“으음, 그 정도 무력이라면 승산이 있겠지만 어마어마한 손실을 볼 겁니다.”
나 역시 드워프들의 말에는 동의했다.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회복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동쪽 항구로 진격을 한다는 계획은 수정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돌아가서 천천히 생각해 보도록 하지.”
그 시각 엘프 왕국.
여왕은 자신의 궁전으로 돌아왔다.
자연을 닮아 있는 궁전으로 엘프 전사 지휘관들이 소집되었다.
“마나를 위하여!”
그들은 여왕에게 인사를 했다.
엘프 여왕 카이샤는 심기가 매우 어지러웠다. 지난 수백 년 동안 평화롭게 지내 왔건만, 갑자기 인간들이 나타나 선전포고를 했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선전포고를 했어요.”
“인간들이라니요? 그들은 지금까지 우리 땅을 넘본 적이 없습니다.”
엘프 전사 사령관 알론소 공작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엘프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그 평화가 깨지려 하고 있다.
인간들이 쳐들어온다면 어찌 될까.
막는다고 해도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