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09
나 혼자 프리서버 109화
109
제73장. 하이브리드 전쟁
많은 사람들이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F-15K 전투기가 실린 수송용 차량이 내 뒤를 이어 쫓아왔고 수송 헬기들은 하늘에서 뒤따르고 있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을 따라서 함께 가야 하는 이유는 이들만으로는 이면 세계로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사막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사구들에서 이 땅이 얼마나 황량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옆자리에는 이풍수 장관이 동행하고 있다.
끝까지 이면 세계에 대해 보안을 유지할까도 생각했지만 앞으로 이어지는 전쟁에 국방부를 이용하려면 최소한의 인원에게는 공개를 해야 했다.
“이런 곳의 한복판에 다른 영지가 있다는 말입니까?”
“정확하게는 이면 세계의 입구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군요.”
“귀하가 없으시다면 들어갈 수 없는 것이고요?”
“제가 권한을 허락한 자들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권한의 조건이라면 길드원이 되거나 영지군에 소속이 되어야 하는 것이겠죠.”
“그런 기현상이 존재한다니.”
“어차피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상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군요.”
이제 슬슬 영지에 입성하게 될 것이다.
차량은 빠른 속도로 입구를 통과하였다.
순간 풍경이 바뀐다.
드넓은 황금빛 벌판이 드러났고 농부들이 우리를 바라보며 인사를 한다.
“영주님이다!”
“안녕하세요, 영주님.”
“고생한다.”
나는 영지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풍수 장관은 놀라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정말로 이면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
이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세계에서 이풍수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영지로 들어서기 전에 헬기가 착륙하였다. 전투기들은 영지 앞에 두기로 하였다.
영지 안으로 들어가자 가신들이 달려 나왔다.
롬멜을 비롯하여 맥스와 오세근 등의 측근들이 이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세근이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시오, 형님. 그런데 이분들은?”
“군 관계자들이다.”
“C4와 수송 헬기만 빌려 온다지 않았소?”
“아예 전투기까지 지원을 받아 왔지.”
“허어.”
“전투기라니…….”
현대장비들이 동원되었다.
실드에는 통하지 않는 장비들이었지만 실드가 벗겨진 성벽이나 엘프 영지를 파괴하는 데에는 이만한 무기도 없을 것이다.
오세근이 감탄을 터뜨린다.
“하이브리드 전쟁이로군!”
“하이브리드 전쟁이라!”
웅성웅성.
영지의 가신들은 신기한 얼굴로 전투기와 현대장비들을 바라보았다.
이풍수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 이풍수입니다.”
“헉! 장관님이 어째서?”
“참관을 위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가신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풍수의 말인즉, 앞으로의 전쟁에서도 지원을 해 줄 의사가 충분히 있다는 말이었다.
오세근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렇게 퍼주셔도 되는 거요?”
“귀하의 길드가 발전하면 대한민국의 힘이 커집니다. 그러니 최대한 지원해 주려는 것입니다. 게다가 길드장님이 남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가?”
“대한민국 몬스터 사령관이십니다.”
“아주 난리가 나겠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화학무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소용이 없어졌지만, 전쟁에서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물론 현실 세계의 길드전에서는 화기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면 세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애써 눌렀다.
‘황제가 되는 길이 앞당겨지겠지.’
국방부에서도 나를 이용한다.
나 역시 국방부를 이용하여 발전한다. 이 얼마나 건실한 관계인가.
“세근아, 비행장은 만들었냐?”
“아스팔트 깔아서 만들었지. 가 보시려우?”
“그러자.”
우리는 이제 완성된 비행장으로 향했다.
비행장이 클 필요는 없다.
일개 편대가 들어올 공간만 있으면 되었고 이륙을 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포장도로만 확보하면 되는 것이다.
드워프들이 공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위이이잉.
그들은 아스팔트를 부으며 롤러기로 다지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풍수는 꽤 그럴싸하게 지어진 비행장을 바라보며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고 보니 영지 전체가 현대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걸 목표로 하고 있죠. 아무래도 현대문명이 들어오면 더욱 빠르게 발전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비행장 주변은 훈련장이다.
천 명의 병사들과 오크 병사들이 함께 훈련을 하고 있었다.
단순히 레벨을 올리는 것이라면 나가서 사냥만 하면 되겠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개인의 무력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진법의 훈련이라든가 밀집대형, 병력의 조합도 매우 중요하다. 그것을 위하여 훈련을 한다.
사냥을 하는 주간이 있고 이렇게 모여서 단체훈련을 하는 주간도 있다.
훈련도 막바지다.
내일이 되면 곧바로 엘프 영지로 침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작전 회의 들어갑시다.”
“그렇지 않아도 준비하고 있었수.”
근처에 막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이풍수 장관을 바라봤다.
“참관하시겠습니까?”
“참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이곳에서의 전쟁은 제 영역이 아니니까요.”
“그럼 함께하시죠.”
우리는 막사로 이동했다.
촤악!
거대한 지도가 펼쳐졌다.
영지는 아직 그다지 광활해 보이지는 않았다.
본 영지와 야인들의 영지, 드워프 영지와 엘프 영지, 그리고 북부의 광산지역과 동부 해안가가 빨갛게 표시되어 있었다.
더 이상은 알 수 없는 영역이었다.
시스템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이면 세계는 퀘스트를 따라서 오픈되었다. 아마 동부해안까지 점령하면 그 이상의 영지가 오픈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풍수는 놀라울 뿐이었다.
이 정도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이풍수가 짐작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있었다.
이 땅에서 징집할 수 있는 병력의 규모를 생각했을 것이다.
“장관님, 아직 영지의 인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정찰을 통하여 다른 땅들을 찾아낼 것이고, 그때가 되어야 수만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겠죠.”
“헌터 병력이 수만이라…….”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겁니다.”
“반드시 정부에서 지원을 해 주어야겠군요.”
그는 눈을 빛냈다.
지금 군 무기고에는 사용되지 못한 현대 화기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이런 식으로 도움을 주어 길드가 발전하면 반드시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이풍수 장관의 말에 굳이 사족을 달지 않기로 했다.
롬멜이 지휘봉을 들었다.
“그럼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군은 동쪽으로 진격하여 엘프 영지 앞에 집결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고위급 헌터들이 실드를 벗기고 현대장비라는 것으로 폭격을 하면 손쉽게 제압이 가능합니다.”
백연하가 덤덤하게 말했다.
“엘프들이 있는데, 그리 쉽게 될까?”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엘프는 기본적으로 정령과 마법, 검술, 궁술까지 탁월하니까요. 하지만 병력의 차이가 두 배 이상이고 현대장비로 혼란이 가중될 것이니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작전을 하나 더 추가한다.”
내가 앞으로 나섰다.
실드가 있다고 가정하면 현대화기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드가 없는 상태에서 타격을 한다면?
어마어마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롬멜의 앞에서 지도를 짚었다.
“성벽 아래로 몰래 이동하여 C4를 설치한다. 그리고 특수부대를 꾸려 엘프 영지로 잠입, C4를 설치하고 한 번에 터뜨린다. 성벽에 마법이 걸려 있으니 한 번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성벽 아래를 타격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그 후에 폭격기로 폭격을 가한다면…….”
“아비규환이 되겠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영지군 지휘관들은 현대장비들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몰랐다.
전쟁이 왜 재앙이라 불리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생각이 바뀔 것이다.
인류의 전쟁사가 왜 그리 참혹했는지, 그리고 왜 공멸의 시대라고 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짝짝!
손뼉을 쳐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오늘의 훈련은 종료한다. 그리고 편히 휴식한다. 내일은 엘프 영지를 점령하여 그들을 발아래 꿇릴 것이다.”
“와아아아!”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누구도 패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막사에서 나와 이풍수와 마주했다.
“특수부대가 필요할 것 같군요.”
“그건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저와 백연하가 할 것이니까요.”
“허어! 두 분이 직접 말입니까?”
아무래도 길드에서 가장 막강한 실력을 갖춘 두 사람이 직접 움직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적은 피해로 엘프 영지를 점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움직여야 한다.
나는 백연하를 바라봤다.
“어떻게 생각해?”
“당신이 시키면 해야죠. 뭘 그런 걸 묻고 그래요?”
백연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이풍수가 묘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자존심 강한 백연하가 내 명령을 받는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지존길드의 조직력이 얼마나 탄탄한지 증명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
영지에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나와 백연하는 적진에 잠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트럭에는 C4가 실려 있었다.
정령들에게 구멍을 파게 하여 성벽 아래에 C4를 묻어 둘 것이고 그들의 영지에 잠입하여 하나씩 설치를 할 예정이었다.
출발을 하려는데 롬멜이 배웅했다.
“영주님, 아무래도 두 분만 보내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별일 없을 거야.”
“그래도 이런 일은 기사들이 하는 것이…….”
나는 롬멜의 어깨를 힘주어 잡았다.
워낙에 롬멜의 충성도가 높아서 이러는 것이겠지만, 사실 롬멜보다는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나 편하자고 부하들을 사지로 보낼 수는 없다.”
“영주님…….”
띠링!
[롬멜의 충성도가 30 증가합니다.]‘뭐만 했다 하면 충성도 증가로군.’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에 따른 특전이 있으니까.
물론 눈빛이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편히 쉬고, 내일 전투를 부탁한다.”
“목숨을 걸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내일의 목표는 최소한의 피해로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니까.”
백연하와 나는 트럭에 탑승했다.
스스스슷!
트럭이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
하이브리드 엔진을 사용하였기에 소음은 거의 없었다.
엘프 영지 앞에 도착하면 곧바로 4C를 챙겨 작전을 시작할 것이다.
팟팟!
성벽 아래에 도착하였다.
삽질을 해서 땅을 팔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엘프들이 알아차릴 수도 있다.
“노움.”
스스스슷!
할아버지의 형상을 가진 하급 땅의 정령 노움이 나타났다.
“작은 홈을 파라. 내 명령을 이해할 수 있지?”
노움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움과는 정신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기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노움은 홈을 파기 시작하였고 성벽 아래에 C4를 매설한 후에 흙으로 덮었다.
성벽에는 20개의 C4를 설치하였다.
이것만으로도 내일 전쟁에서 어마어마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