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1
나 혼자 프리서버 011화
011
제6장. 쩔을 태워 보자
우리는 동네 포장마차에 도착했다.
오세근은 제수씨에게 오늘은 술을 마시고 들어간다고 이야기를 해 두었다. 제수씨에게서 술 귀신에 씐 인간들이라는 말을 들은 건 물론이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마치 술을 마시라는 하늘의 계시처럼 보였다.
우리는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셨다.
좋은 날이었지만 내 표정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었다. 그걸 십년지기 동생이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
“형님, 대체 얼굴이 왜 그러오? 애인이 바람이라도 났소? 땅 꺼지것네.”
“……누나가 3개월밖에 못 산단다.”
“지금 뭐라고 했소?”
“좀 일찍 돈을 벌었으면 좀 더 삶을 연장시킬 수도 있었을 텐데……. 그놈의 돈이 문제지.”
“음…… 누님 상태가 그렇게 안 좋소?”
“그래, 최악이지.”
“…….”
오세근은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 보면 최악은 아니었다.
헌터로 각성을 하고 나 혼자 프리서버 배율을 적용받았다.
미니맵을 켜서 서버 특화 마을인 ‘판도라 마을’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그러니까 나에게 적용된 것은 프리서버 배율뿐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서버 특화 마을에는 본 서버에는 팔지 않는 서버 특화템이 존재하였다. 확인 결과 다른 헌터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고 오직 나에게만 적용되는 마을이었다. 그곳에서라면 서버 특화 NPC들이 등장할 것이고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빵빵하게 장비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뿐이랴, 만약 내가 하던 프리서버가 나에게만 그대로 적용되었다면 여러 가지 무궁무진한 혜택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표정이 펴지지 않는 것은 당연히 누나 때문이었다.
프리서버의 지존급이었던 나 역시도 여신의 눈물이라는 아이템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최근에 나온 아이템인 것 같았다.
당연히 미리엄 월드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게임이었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아이템은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프리서버는 본 서버를 쫓아가니 당연히 여신의 눈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여신의 눈물은 프리서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구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후유, 미치것네. 누님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 그래도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충분히 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주 절망적인 건 아니야.”
“어째 그렇소?”
“내가 헌터로 각성을 하기는 했는데 특수능력이 조금 괴랄하거든.”
“어떻게?”
“너 프리서버 해 봤지? 운영자 한 적도 있잖아.”
“그야 당연한 일 아니오? 우리 같은 소시민들이 본 서버를 어떻게 한다고. 나도 소싯적에는 프리서버 좀 팠지. 근데 그게 어째서?”
나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사실 오세근에게 이걸 밝힐까 말까 많이 고민을 했었다.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극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세근은 앞으로 내 수족이 되어 줄 놈이다.
한창일 때 오세근은 칼잡이도 좀 했지만, 경제적인 지식이 꽤나 해박했다. 나와는 다르게 대학물 먹은 건달이었다고 할까.
조직 내에서 오세근은 브레인으로서 활동을 했고 각종 회계장부 조작과 조직의 사업들을 수면 위로 부상시켰던 일등공신이었다.
장사는 말할 것도 없고 돈도 잘 굴렸다.
나는 오세근에게 몬스터 부산물 처리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일들을 시킬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오세근만큼은 내 비밀을 알아야 한다.
“나에게만 프리서버가 적용됐다.”
“그게 무슨 말이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러니까 나한테만 프리서버 배율이 적용되었다고.”
“……!”
프리서버를 했었던 오세근이라면 내 말이 무얼 뜻하는지 충분히 알 것이었다.
한때는 그 비상한 머리로 프리서버를 직접 구축하여 운영자까지 했었다. 경찰의 단속이 워낙에 심해져서 그만두었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놈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내가 놈에게 프리서버 시스템을 밝힌 건 운영자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프리서버를 오래 했어도 운영자만큼은 속속들이 알지 못했으니까.
“허어! 그게 정말이오?”
“그래.”
“프리서버 시스템이라고라?”
“그렇다니까.”
“완전 대박인데? 형님 노난 거네.”
“누나를 고치려면 여신의 눈물이 필요하다.”
“돈이 엄청 깨지겠네.”
“그래서 약간의 희망이라도 있다고 한 거지.”
오세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놈 역시도 어느 정도의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프리서버 배율과 시스템을 적절하게 잘 이용하면 저렙에 용을 잡으러 다니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좋아, 그럼 프리서버 시스템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곳에서 사용하는 특화템은?”
“마을이 있지.”
“프리서버 전용 던전은?”
“어! 거기까진 모르겠는데.”
“마을에 보면 전용 던전 NPC가 있어. 거기에 들어가면 서버 전용 아이템을 맞출 수 있다는 건 알지?”
“그건 알지.”
“좋아. 지금 누님 상태를 보니까 느긋하게 레벨 업을 할 여유가 없네. 그냥 서버 특화템 맞추고 여신의 눈물을 구하러 갑시다.”
“가능하겠냐?”
“당연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지.”
“그럼 방법이 있다는 뜻이네.”
“흐흐흐. 그야 시스템 버그를 알고 있는 운영자가 있기에 가능하지.”
“시스템 버그!”
차마 거기까지는 생각도 못 했다.
오세근은 중국에서 유출된 소스를 받아서 직접 프로그래밍도 했었다. 범죄조직에 몸을 담고 있어서 그렇지, 그런 쪽으로는 머리가 기가 막히게 돌아갔다.
프로그래밍까지 할 정도라면 약간의 버그가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떤 버그를 써야 되는데?”
“형님은 운영자 버프가 어떻게 내려지는지 아오?”
“그냥 운영자가 소스 건들어서 하는 것 아니었냐?”
“천만의 말씀. 그게 일종의 버그 시스템이지. 컴퓨터에 C언어라고 있는데, 아슈?”
“인마,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C언어를 이용한 버그인데 특정한 숫자 조합을 인터페이스에 치면 운영자 버프를 만들 수 있거든. 이 조합으로 운영자 버프가 생긴 거요.”
“그래?”
나는 놈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칼이야 소싯적부터 기가 막히게 다뤘지만 그런 쪽으로는 영 젬병이었다.
“이해 못 했는데 이해한 척하지 말고.”
“험험, 들켰냐?”
“쯧쯧, 그건 배율에 따라서 다르기는 한데 그것만 알면 내가 분석해서 운영자 버프를 따 볼게.”
“정말이냐?!”
“그래, 그래야 빨리 템 맞추고 여신의 눈물을 파밍 할 것 아니야? 근데 여신의 눈물이 어떻게 나오더라?”
“그건 알아봐야지.”
“여신을 깔따구로 만들어서 가지고 놀다가 버리면 눈물이 되나?”
“아, 존나 재미없네. 뒈질래?”
“낄낄낄.”
오세근이 다운되어 있는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일부러 저러는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재미가 더럽게 없기는 하다.
“형님, 걱정 마쇼. 운영자 시스템만 잘 이용하면 한 달 안에 용 잡으러 갈 수 있소. 내 장담하지.”
“고맙다.”
“에헴, 형님이 다 나를 믿어 준 덕분 아니겠소?”
오세근의 눈빛이 약간 진지해졌다.
내 인생에서 오세근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건 그렇고, 너도 헌터 해 볼 생각 없냐?”
“불가능할 것 같은데? 나는 그냥 형님 백업이나 할게. 프리서버 시스템이라면 용병도 고용할 수 있을 것 아니오? 그렇게 해서 쓸고 다니면 아이템하고 사체들이 억수로 쏟아질 텐데, 그걸 어찌 감당하시려고?”
“그건 그렇지.”
“뒤처리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형님은 강해질 생각만 하라고. 3개월이면 시간이 많지 않지만, 하자면 못할 것도 없으니까.”
“그래, 네가 백업을 해 주면 고맙지. 그런데 말이다. 프리서버라면 쩔 경험치도 엄청나지 않겠냐?”
“쩔 경험치?”
오세근은 생각에 잠겼다.
쩔 경험치라는 것은 고수가 하수를 데리고 다니며 강한 몬스터를 잡아 파티 경험치를 나누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실험은 수도 없이 있었다.
게임 시스템에서는 파티가 분명히 존재하였고 쩔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여 많은 랭커 헌터들이 초보 헌터들을 빠르게 육성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실험 결과 불가능하다고 밝혀졌다. 워낙에 쩔 경험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프리서버라면 어떨까?
“백배의 배율이니까 쩔 경험치도 백배겠지.”
“어느 정도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일반인이 경험치를 먹어 봤자 적용이나 되려나 모르겠네.”
“프리서버니까 가능할지도 모르지.”
“가능하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강해지는 선에서 끝날 것 같은데? 일선에서 뛰는 건 무리지.”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흠…… 형님이 나한테 뭔가 해 주고 싶어서 그러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냥 해라.”
“알겠소. 형님이 꼭 그래야 한다면야 마다할 수는 없지. 괜히 고렙 존 돌아다니다가 뒈지면 형님에게도 큰 손해 아니겠소.”
“이 새끼가 말을 해도 꼭. 네가 뒈지면 제수씨와 애들은 내가 돌봐야 하는데 총각 신세 조질 일 있냐?”
“낄낄낄. 것도 그래.”
이걸로 놈과의 혈맹이 결성되었다.
이 정도라면 동맹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우리가 피로 이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그보다도 유대가 깊었다.
정말로 놈이 죽으면 제수씨와 애들을 내가 책임져야겠다고 생각을 할 만큼이나 말이다.
술에 얼큰하게 취한 우리는 백화점에 들렀다.
인형의 집을 두 세트나 샀는데, 가격이 한 세트에 무려 30만 원이었다.
“와, 더럽게 비싸네. 형님, 됐소. 인형의 집이라면 우리 집에도 있으니까.”
“야! 그건 좀 낡았지 않냐?”
“그 정도면 가지고 놀만 하다니까?”
“요즘 트렌드가 있는데 인마, 애들도 그걸 알아. 인형의 집도 버전이 있잖아.”
“60만 원이 뉘 집 개 이름이요?”
“나 돈 많아.”
“그것참.”
결국에는 인형의 집을 두 세트나 샀다.
그야말로 풀 세트로. 요즘 여자애들에게는 이게 직방이라고 한다.
오세근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 정도는 백 세트라도 사 줄 수 있다. 놈이 나에게 해 줄 일을 생각하면 수십억을 안겨 주어도 부족할 것이다.
오세근의 집에 온 시간이 9시였다. 애들은 잠들만 한 시간이었는데, 워낙에 내가 술을 처마시고 자주 찾아와서 소연이와 소미는 면역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술에 취해 찾아올 때는 선물을 사 온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삼촌~!”
소연이와 소미가 달려왔다.
나는 인형의 집을 소파에 내려놓고 아이들을 안아 주었다.
“우와~! 좋은 냄새!”
“큭큭큭! 그래, 삼촌이 인형의 집 사 왔다!”
“와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술 냄새가 좋다고 인식했다.
이건 술 냄새가 아니라 선물 냄새였기 때문이다.
“자자, 가지고 가서 놀아라!”
“응!”
아이들은 벌떡 일어나서 놀이방으로 달려갔다. 한 아이에 하나씩, 인형의 집을 가지고서 말이다.
이자영이 혀를 끌끌 찼다.
“아주 돈이 썩어 도네, 이 화상들!”
“아이고, 제수씨. 쌍심지 눈 좀 그만 뜨고. 우리 조직의 쌍도끼가 형님 하겠네, 그려.”
“큭큭큭. 그래, 나도 가끔 그렇게 생각한다니까?”
“여보!”
이자영이 소리를 빽 지르고 나서야 상황이 정리되었다.
우리는 식탁 앞에 제비 새끼들처럼 앉았다. 그리고 이자영이 타 주는 꿀물을 원샷 했다.
“크으! 역시 제수씨가 타 주는 꿀물이 최고라니까?”
“왜 저렇게 비싼 걸 사 왔어?”
“우리 누님이 섭섭했네? 내가 제수씨를 위한 선물도 가져왔어.”
“뭔 또 선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