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14
나 혼자 프리서버 114화
114
제76장. 레벨 업
연설 스킬이 활성화되었다.
스킬이 활성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말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스킬의 영향을 받아서 설득력이 올라간다고 할까. 여기에 더하여 연설로 발휘할 수 있는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연설은 항상 어렵다.
‘엘프에게 치우치면 인간 병사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인간에게 치우치면 간신히 진정된 엘프들의 사기가 저하될 것이다. 오크들이야 아무런 생각이 없을 테고.’
그렇다면 중립자의 역할에서 한 가지 목표를 제시해야만 한다.
생각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나의 백성들은 들어라.”
“…….”
“판도라 영지는 인간의 것도, 엘프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오크의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며 한 가지 목표를 향하여 나아간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한 엘프가 외쳤다.
“왕국의 재건입니까?”
“틀렸다. 내 목표는 세계의 일통이다. 그리하여 제국을 세우고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그리하여 전쟁을 불식시킬 것이다. 갈등을 조율하여 모두가 그리던 세상을 만들 것이다. 나와 함께할 준비가 되었느냐?”
“와아아아아!”
병사들은 당연히 환호를 했다.
전투를 하면 할수록 병사들은 부유해진다.
사실 판도라 영지에서는 입대를 원하는 자들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징병관의 일이라 말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엘프들에게는 물욕이 없었다.
병사들이야 중립적인 입장만 취해 줘도 사기가 올랐지만, 엘프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 때문에 조금 추상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엘프 여왕 카이샤가 무릎을 꿇었다.
“영주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당신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띠링!
[엘프족의 호감도가 50 올랐습니다!] [영지군의 호감도가 30 올랐습니다!]‘생각보다는 짜군.’
아까는 워낙에 어마어마한 사안이라 호감도가 퍼센트로 오른 것이었고 이제는 점수로 올랐다.
호감도가 50인 것도 물론 감지덕지했지만, 아까에 비하면 다소 약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도 호감도가 오른다는 것은 엘프나 인간이나 내가 제시한 목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일단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드워프를 보낼 것이다. 그들과 함께 영지를 재건하도록 한다. 이상!”
나는 연설을 마쳤다.
엘프와 드워프가 앙숙지간이라지만, 나라는 절대자를 중심으로 뭉치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케케묵은 감정이야 남아 있겠지만 이제는 털어 내야 한다. 그래야만 영지가 발전할 수 있다.
이제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한다.
자작이 되었으니 백작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하기 위해서는 사막 왕국을 점령해야 한다.
‘그 전에 동부해안을 한번 점검해 보도록 하자.’
막사에 지휘관들이 모였다.
인간 지휘관들과 엘프 지휘관들, 야인 지휘관들과 오크 족장까지.
이렇게 다양한 종족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도 힘들 것이다.
기존의 지휘관들인 판도라 영지의 기사들은 얼굴이 그나마 나았지만 다른 지휘관들은 매우 어색한 표정들이다.
나는 지휘체계부터 통일하기로 했다.
“우리 영지는 능력 중심이다. 강한 자가 지휘관이 된다.”
“합리적이네요.”
카이샤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내가 하이 엘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경외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걸 백연하가 알아차릴 정도였다.
“이봐, 엘프 여왕.”
“당신은 분명 백연하라는 고위 헌터죠?”
“그래, 엘프가 들어오는 것은 환영이지만 내 남자를 그렇게 쳐다보는 건 용납 못 해.”
“당신의 남자라면?”
“영주님.”
“그럴 생각 없어요.”
“웃기고 있네. 노리고 있었잖아.”
또 시작이다.
백연하는 질투의 화신이기도 하다.
나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은 칼같이 쳐냈고 어떻게 해서든 나와 엮지 못해 안달이었다. 카이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기에 백연하가 제지를 하는 것이었다.
백연하는 철통같이 방어를 했다.
“내 남자야. 알겠지?”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괜히 불타오르게 하는데요?”
“자 자, 그만하고.”
결국,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직 엘프들에게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애써 쌓아 올린 호감도가 내려가면 반란을 걱정해야 한다.
물론 호감도가 +로 돌아서는 순간부터 반란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한 번 호감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작업을 하기가 꽤 까다로워진다.
엘프들의 호감도도 작업을 해서 특성을 개방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일 년에 두 번 정도 전 군이 대련을 하여 계급과 지휘관들을 선출한다. 그리고 그렇게 선출된 지휘관에게는 절대적인 복종을 해야 한다. 상명하복이 철저하다고 볼 수 있지.”
“강해지면 직위가 바뀌나요?”
“다음 대련시합까지 강해진다면 가능하지.”
“좋은 시스템이네요.”
카이샤가 눈을 빛냈다.
강해지기만 하면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죽어라 훈련을 해 온 기존 병사들에 비하면 엘프들은 레벨이 낮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엘프족이 아무리 기본 능력이 출중해도 레벨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괜히 레벨이 깡패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지금은 내가 정하는 규칙에 따른다.”
“알겠어요.”
“엘프들을 모병하라고 지시를 내려라. 그리고 우리는 동부해안으로 간다.”
“동부해안으로 가신다고요?”
카이샤는 썩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당연히 내 영토가 되었으니 확인하려는 것이다.
백작이 되려면 사막 왕국을 점령해야 하지만 언젠가는 배를 타고 다른 대륙으로 나가야 한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항구도시 하나 정도는 세워야 한다.
“왜 그러지?”
“동부해안은 폐허나 다름없어요.”
“폐허라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죠. 해안가라면 몰라도 바다로는 들어갈 수 없을 거예요.”
“정말인가?”
“물론이죠.”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오세근이 그 이유를 추측하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잠겨 있는 것이 아니겠소?”
“잠겨 있다고?”
“형님의 작위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열리겠지.”
그래도 확인이 필요했다.
“확인차 가 봐야겠다.”
동부해안에 도착하였다.
해안가에 들어서자 기후가 서늘하게 변했다.
지금까지 따듯함을 유지하던 기온이 갑작스레 차갑게 변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직 시스템에 의한 설정이었다.
휘이이이잉!
해안가에는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었다.
회오리바람이 육지 쪽으로 불어오지는 않았지만, 바다 가까이 들어가면 어찌 될지 뻔했다.
“장난 아니네.”
길드원들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접근이 어려운 정도가 아니었다.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었고 바다로 나간다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콰릉! 콰르르릉!
그것도 모자라 바다에는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비가 세차게 내리고 파도는 미친 듯이 굽이친다. 검게 변한 바다는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다.
“바다가 미쳤군.”
나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카이샤를 불렀다.
“저렇게 된 지 얼마나 됐지?”
“수천 년은 되었다고 해요.”
“수천 년이라.”
“동부해안과 가깝다지만 누구도 바다에서 수영을 해 본 엘프가 없었을 정도니까요. 우리에게 있어 해안은 금역이었어요.”
그럴 만도 했다.
해안가로 접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었다.
아쉽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항구를 짓는 계획을 취소해야 할 것 같았다.
“어쩔 수가 없군. 지금은 돌아가서 사막 왕국 공략을 논의해 보는 수밖에.”
“백작의 작위를 받으면 되지 않겠수?”
오세근이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았다.
물론 내 생각도 오세근과 같았다.
분명히 백작의 자리에 오르면 변화가 생길 것이다.
오세근은 퀘스트에 동부해안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엘프 도시를 재건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엘프들은 자연과 함께 살아왔지만 빠른 복원을 위하여 현대식 구조를 권장할 수밖에 없었다.
뼈대는 강철로 만든다. 대신 나머지를 목재로 채워 최대한 자연 친화적인 건물을 지향하였다.
어쨌든 현대식 건물들이 지어지면서 빠른 속도로 재건되어 갔다.
드워프가 동원되자 며칠 만에 집이 완성되기도 하였다.
만약 콘크리트를 사용해서 양생의 과정이 필요했다면 몇 달은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엘프들이 정령을 동원하고 드워프가 총괄을 하자 건물이 완성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다만 성벽은 시간이 좀 걸렸다.
뒤늦게야 뼈대가 완성되었다. 완전히 반파된 부분을 철근콘크리트로 세우고 양생을 하는 과정에 있었다.
성벽 전체에 거푸집을 씌웠다.
완성이 되면 예전보다 높은 위용을 갖추게 될 것이다.
병사들은 근처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엘프 병사들이 징집되면 레벨 업을 위하여 사냥을 나갈 계획이었기에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엘프 병사 모병이 수월하지가 않았다.
“2천 명의 병사를 모집했어요.”
카이샤가 보고를 했다.
다들 상당한 실력을 갖춘 엘프들이었다.
1천 명은 기존의 병력이 그대로 넘어온 것이었고 나머지 1천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징집했다.
“조금 적군.”
“아무래도 엘프는 전쟁을 꺼리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대의를 내세워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네요.”
‘엘프족 자체가 호감도가 낮기 때문인가?’
카이샤의 호감도는 높았다.
이제는 충성도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특별한 작업을 하지 않아도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엘프족 자체가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이었기에 병사에 지원하는 자가 많지 않은 것이다.
내가 지휘할 수 있는 병력은 총 8천이다.
인간, 야인, 드워프 혼합군이 4,700명가량이다. 여기에 오크 병력이 300이니 엘프 병력과 합쳐 총 7천이 된다.
천 명이 더 필요했다.
‘판도라 영지에서 징집을 해야 하나? 아니면 야인 영지에서?’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다.
8천 명을 지휘할 수 있는데 그보다 적은 수를 운용하는 것은 손해였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왕국을 치는 일이다.
분명히 열세인 환경에서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숫자는 가능하면 맞추는 것이 좋다.
“그래도 대안은 있어요.”
카이샤가 차분하게 말했다.
“대안이라고?”
“저는 엘프의 여왕이에요. 근처에 엘프 영지를 2개 가지고 있죠. 물론 자치권이 부여되어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있지만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여왕의 명령을 발동할 수 있어요. 그들 영지에서 천 명을 뽑을 수 있도록 지시해 두었어요.”
***
“여왕의 명령이라!”
설마 다른 엘프 영지가 또 있을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그곳은 간접지배를 해야 하는 걸까?
“내가 직접 통치하기는 어려울까?”
“반발하기는 하겠죠.”
“여왕의 명령이 절대적이지는 않군.”
“병력징집은 가능해요. 하지만 직접 통치를 하려면 추후에 영지의 영주들을 만나 보아야 해요.”
“흠.”
지금 당장 그들을 직접 통치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다. 그보다는 사막 왕국을 점령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어쨌거나 엘프 영지가 2개나 더 있다면 추후 후작위를 받았을 때 점령하면 된다. 그것도 퀘스트에 포함될 것이다.
백작위 퀘스트는 단순히 사막 왕국만 점령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오히려 지금 움직이는 것은 손해다.
“그건 사막 왕국을 손보고 난 이후에 하도록 하지.”
“알겠어요. 그들에게 이야기는 해 놓을게요.”
여왕이라 그런지 일 처리 하나는 확실했다.
앞으로 카이샤를 참모로 써먹어도 될 만큼이나 똑똑했다.
“그럼 1천의 병력이 오면 사냥을 시작하도록 하자.”
“네! 그 전에 엘프들을 무장시키고 있을게요.”
“보급에도 신경을 쓰도록 하고.”
“물론이죠.”
엘프 쪽은 카이샤가 알아서 처리를 해 줄 것 같았다.
그렇다면 판도라 영지군도 사냥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