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15
나 혼자 프리서버 115화
115
며칠 후 8천의 병력이 모두 모였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종족을 섞어 놓은 군대인데 이번에 지원한 1천 명의 군대는 머리카락 색이 또 달랐다.
전통적으로 엘프들은 금발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은 아니다.
“붉은 머리칼의 엘프라.”
“붉은 부족의 전사장 레냐라고 합니다.”
매우 아름답지만 강인한 인상을 가진 자가 인사를 했다.
영주가 직접 온 것은 아니었고 전사들을 통솔하고 있는 엘프였다.
여기에 또 다른 부족의 머리칼은 은색이다.
“은빛 부족의 전사장 샤샤라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싹싹해 보이는 전사장이다.
몸이 가늘어 보여도 대궁보다 큰 활을 사용한다고 하니 힘 하나는 장사인 모양이었다.
모든 지휘관들이 모였으니 이제 사냥계획을 세워야 한다.
촤악!
오세근은 사업 때문에 돌아갔고 롬멜이 브리핑을 시작한다.
“이번에 영주님께서 지정하신 사냥터는 바로 이곳입니다.”
“거길 사냥한다고요!?”
엘프 지휘관들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롬멜이 그들을 주시했다.
“문제 있습니까?”
“거긴 변이된 정령들이 나오는 곳이잖아요!?”
“그렇습니다만. 레벨이 80 정도의 몬스터들이죠.”
“그런데 거길 간다고요!?”
“병사들의 레벨은 이미 60 정도입니다. 그 숫자도 5천이나 됩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병사들의 레벨이 60이라니…….”
꽤 충격이 큰 모양이다.
그들은 대체로 레벨이 50이거나 그 이하에 머물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병사들의 장비는 엘프들 것보다 훨씬 좋았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사냥을 하였고 아이템을 배분받아서 매직 아이템 정도는 모두 착용하고 있었다.
지휘관들은 레어로 무장하였고 길드원은 유니크로 도배되어 있다시피 하였다. 그 정점에 서 있는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타락한 정령 따위는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싹싹한 성격의 샤샤도 불안에 떨며 말했다.
“타락한 정령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변이된 정령왕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그래서 가는 거다.”
내가 나섰다.
이번에 변이된 정령왕을 만나면 죽여서 스왑에 사용할 아이템을 가져올 것이다. 물론 스왑용 아이템이 떨어져 줬을 때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내가 직접 잡으면 아이템 배율 보정 때문에 반드시 하나 정도의 유니크는 떨어질 것이다.
스왑을 하려는 이유는 정령왕 소환 때문이었다.
내 전투력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이 그곳에 있었다.
“정령왕과 동급이거나 더 강할지도 몰라요.”
카이샤는 여전히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잘못되면…….”
“잘못되지 않는다.”
엘프들은 걱정하였지만, 사냥터는 결정되었다.
8천에 달하는 대군이 진격하였다.
4천 명씩 나누어서 진군하였고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지원을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1군은 내가, 2군은 백연하가 지휘한다.
그중에는 엘프 병력을 보호하고 있는 진영을 꾸렸는데, 그들이 전투에 나설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원거리 지원은 가능하다.
엘프라면 누구나 활을 사용하였고 명중률도 높았다. 확실히 활에 특화된 종족이었다.
그렇다면 아군이 싸우는 동안 지원을 해 주어 더욱 효과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감히 어떤 몬스터도 덤비지 않았다. 이런 대군을 몬스터들이 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보다 미련한 짓이다.
그래도 멍청한 놈들 몇몇이 덤벼들었지만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버림받은 대지에 도착하였다.
주변의 공기부터가 달랐다.
붉은 모래들로 땅이 뒤덮여 있었고 음산한 기운들이 스멀스멀 떠다닌다. 붉은 기운들은 마치 혼령과도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본격적으로 변이된 정령들이 출몰하였다.
상급 정령들로 이루어진 놈들이다. 그것도 단체로 나타나기 때문에 엘프들은 이 지역을 금역으로 정했다고 한다.
기사들이 변이된 정령들과 부딪쳤다.
꽈직! 꽈지직!
-꺄아아아악!
-끼아아악!
여자의 비명 소리 같은 것이 울려 퍼진다.
변이된 정령들이 사정없이 찢겨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본 카이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저렇게 강하다니…….”
“레벨이 깡패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레벨이 전부는 아니거든.”
아이템과 화려한 스킬들로 무장했다. 거기에 더하여 전술의 힘도 있었다. 기사들은 모두가 하나인 것처럼 움직였다.
병사들도 사냥을 시작했다.
방패병과 창병, 궁병, 궁수들이 한 몸같이 움직였다.
훈련의 효과가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꽈직! 꽈직!
-꺄아아악!
곧이어 비명이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레벨 80대의 몬스터라 나도 사실 약간은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직접 병사들이 싸우는 것을 보니 안심된다.
사냥이 시작되자 엘프들의 경험치가 빠르게 올랐다.
띠링!
[엘프 여왕 카이샤의 경험치가 120 올랐습니다!] [엘프 전사 레냐의 경험치가 120 올랐습니다!] [엘프 전사 샤샤의 경험치가 120 올랐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쩔 경험치가 올랐다.
엘프들은 이런 기현상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대체 어떻게?”
“내가 말했었잖아. 가만히 있어도 경험치가 오른다고. 하이 엘프가 거짓말하는 것 봤나?”
“그런 뜻이 아닙니다. 워낙에 어마어마한 경험치라…….”
카이샤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제야 내가 가진 시스템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사냥을 해 보기로 했다.
“한 번에 가자!”
검강의 그물들을 전방에 날린다.
콰과과과광!
띠링!
[경험치가 12,000 올랐습니다!] [엘프 여왕 카이샤의 경험치가 1,200 올랐습니다!] [엘프 전사 레냐의 경험치가 1,200 올랐습니다!] [엘프 전사 샤샤의 경험치가 1,200 올랐습니다!]……
[엘프 여왕 카이샤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엘프 전사 레냐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엘프 전사 샤샤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곧 카이샤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이 확장되었다.
내가 사냥을 시작하자 경험치가 오르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야말로 미친 듯한 레벨 업.
그것도 8천 병력의 경험치가 동일하게 오르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시스템의 위대함이었다.
내가 8천의 병력을 쩔 경험치로 키울 수 있다는 것.
물론 너무 바쁜 몸이라서 본격적으로 사냥을 나가는 횟수가 줄어들기는 했다. 병력의 배치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지금까지는 약한 병사들이 많아서 각 레벨에 맞는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였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오랫동안 훈련과 사냥을 반복하면서 어느 정도는 병사들의 레벨이 균등해졌다. 이렇게 한꺼번에 끌고 나와서 사냥을 해도 될 만큼이나 말이다.
“엘프들은 지원사격을 해라!”
“예, 옛!”
퍼뜩 놀란 엘프들이 활을 들었다.
8천의 군대는 버림받은 대지를 휩쓸었다.
대략 몇 시간 정도를 사냥한 것 같았다.
드디어 나도 레벨 업을 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역시 고렙이 되어 가서 그런가, 레벨이 올라가는 속도가 더딘데? 아무래도 경험치 던전에 조만간 들어가야겠다.’
어떤 게임을 하건 딜레이 구간이 있었다.
그건 말 그대로 일정 레벨 구간에서는 레벨이 잘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그런 딜레이 구간에 들어왔다.
해결책은 서버 특화 던전이다.
상급 경험치 던전에 들어가면 딜레이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레벨 업이 가능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게임을 할 때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레벨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장비발도 있었지만, 레벨이 오르면 명중률을 비롯한 신체 전반의 능력이 강화된다. 단순히 스탯의 수치로 따라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랭크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레벨 업도 필수적이다.
오늘 내가 직접 사냥을 하는 덕분에 8천의 병사들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레벨 업을 하고 있었다.
카이샤는 흥분해서 활을 쏘았다.
“정말 대단해요!”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보다 침착하게 활을 쏴라.”
“진정이 되지 않아요.”
‘엘프 여왕도 욕심이 있었던가.’
그녀 역시 매우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시스템의 위대함 때문인지 엘프족의 호감도가 10%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 군에서 나가면 그때까지 쌓인 경험치와 레벨이 깎인다고 들어서인지 충성도도 소폭 상승하였다.
이제는 배신을 걱정할 단계는 지났다.
-100%의 호감도를 자랑하던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쿠구구구구!
그렇게 사냥을 해나가고 있을 때 대지가 울렸다.
단순한 지진이 아니다.
무언가 강력한 힘이 가슴을 묵직하게 때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거대한 불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기류에 휩싸여 있는 불의 정령왕.
드디어 필드 보스가 등장했다.
제77장. 타락한 정령왕
쐐애애액!
쿠아아앙!
엘프의 왕 나경철이 타락한 정령왕 이프리트와 교전을 시작하였다.
붉게 빛나야 할 몸체는 검게 타오르고 있었으며 사방으로 검은 구체를 떨어뜨렸다.
구체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마력은 어마어마했다.
나경철의 모습이 검은 마기에 휩싸여 보이지가 않는다. 가끔 모습이 보였지만 그건 빠르게 움직였기에 잔상을 남긴 것이다.
엘프 병사들이 우려를 드러냈다.
“여왕님! 지금이라도 후퇴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으음.”
카이샤조차도 눈앞의 무시무시한 광경이 섬뜩했다.
지금까지는 겪어 보지 못한 천외천의 세계. 저런 괴물이 존재한다는 건 말로만 들어 보았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몸이 떨려온다.
지금의 광경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두려움’이다.
여기서 퇴각을 하는 것이 옳을까? 하지만 그들의 왕은 퇴각을 허락하지 않았다. 타락한 정령왕을 반드시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명령에 따른다.’
“퇴각하지 않는다.”
“하오나 폐하!”
“왕을 믿어라. 그는 왕족이다. 하이 엘프는 허언을 하지 않아. 반드시 이길 거다.”
“만약 패하면 어떻게 됩니까?”
‘몰살을 당하겠지.’
카이샤는 속으로 그리 생각을 하였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지금도 사기가 흔들리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한다면 군대는 흩어져 버릴 것이다.
엘프들은 아우성을 쳤지만 정작 판도라 영지군의 반응은 덤덤했다. 손에 땀을 쥔 채로 관전하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였지만 패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카이샤는 롬멜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롬멜 경.”
“네, 카이샤 님.”
“왕께서 이길 수 있을까요?”
“승리하실 겁니다.”
“어째서 그리 말씀하시는 건가요? 장담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군주는 허언을 하지 않는 법이지요. 영주님께서 승리하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승리하십니다.”
“…….”
대단한 믿음이었다.
카이샤는 롬멜의 눈을 바라봤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한 치의 흔들림이라도 있다면 그 역시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는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
롬멜에게는 그런 확신이 신념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러니 기다려 보시죠. 설사 패하신다고 해도 막아 주실 겁니다. 퇴각은 그때 해도 됩니다.”
“그런가요.”
카이샤는 롬멜에게서 믿음에 대해 배웠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 인간은 엘프에 비하여 하등한 종족이라고 여겼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야 확신이 생긴다.
“승리하시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