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2
나 혼자 프리서버 012화
012
나는 그녀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자영은 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너 미쳤니?”
그녀의 얼굴이 조금 싸늘해졌다.
이자영은 누나 친구였고 어려서부터 함께 어울리며 지내 왔기에 뭔가 수틀리기라도 하면 서슴없이 야, 라고 불렀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오세근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프리서버 배율을 가진 헌터가 되었다면 얼마가 들었던 그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헌터 됐어.”
“뭐라고?!”
“헌터가 됐다고. 내가 사냥을 해 봤는데, 하루에 5억 정도 벌더라고.”
“……!”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자영이 헌터 업계에 대해 빠삭한 것은 아니었다.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 초보가 하루에 5억이나 번다는 것을 긴가민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뭐, 뭐라고?”
“많이는 아니고 1억 정도 넣었어. 앞으로 세근이는 나와 함께 다니면서 일을 할 테니까 부자 소리 한번 들어 보자고, 흐흐흐!”
나는 술에 취해서 호기롭게 외쳤다.
누나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시스템 버그를 이용하자는 오세근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깟 여신의 눈물이야 한 달 안에 구하면 될 일이 아닌가. 게다가 성수 계열 포션으로 누나는 얼마든지 호전될 수 있다. 어쩌면 일주일 안에 퇴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자영은 믿을 수가 없다는 얼굴로 봉투를 열어 보았다.
정말로 그 안에는 1억 원짜리 수표가 들어 있었다.
“허억! 아주버님, 이거 진짜 돈이야?”
“그렇다니까. 속고만 살았어?”
“아니, 정말로 헌터가 됐냐고.”
“TV도 못 봤어? 아마 지금쯤 헌터 채널에서 난리가 났을걸. 내 잠재력 등급이 SSS급을 넘었거든.”
이자영은 TV를 켰다.
헌터 채널에서 정말로 내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엄마야! 정말이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생시지.”
“정말로 헌터가 된 거야?!”
“그렇다니까.”
“헌터가 되었다니 좋기는 한데…… 위험하지 않아?”
“위험하기는? 전혀 그렇지 않아. 그냥 초보 마을만 돌면서 사냥을 해도 그 정도는 번다니까.”
“와아! 헌터가 귀족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만약 이자영이 헌터에 대한 지식에 빠삭했다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현모양처의 표상이었고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취미가 십자수가 전부였다.
“우리, 건배라도 해야 하지 않나?”
“미쳤어? 술을 그렇게 마시고 또 마시게?”
“맥주 한잔해야지. 안 그러냐, 세근아?”
“아이고, 형님 말씀이 지당하시오. 여보, 뭐 하고 있어? 맥주 가져오지 않고.”
“그런데 이거 정말 받아도 되나…….”
“하하하! 받으라니까. 내일부터는 세근이가 돈 많이 벌어다 줄 거야. 우리 멋지게 한번 살아보자!”
그날, 우리는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퍼마셨다.
다음 날 아침.
도대체 어제 술을 얼마나 퍼마신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헌터가 되면 술을 무한정 마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던 모양이다.
속이 뒤틀리는 느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으으.”
“일어나서 밥 먹어.”
“제수씨, 어제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되기는? 아주 둘이 고주망태가 되어서 생쇼를 하더라고. 애들도 새벽까지 안 자고, 난리도 아니었어.”
이자영은 나를 째려봤다.
오세근이 식탁 위에 엎드려 뻗어 있었다.
나는 이자영의 눈길을 피해 오세근의 옆에 앉았다.
“인마, 괜찮냐?”
“크으으으. 나는 어제 진정한 괴물을 보았소. 뭔 미친 술 귀신이라도 들렸소?”
“헌터가 되니까 술이 잘 받더라.”
“아, 나 뒈지겠네. 오늘은 쉬어야겠어.”
“누구 마음대로?”
나는 가방에서 포션을 꺼냈다.
어제 사냥을 하면서 챙긴 포션이었다.
이면 세계의 아이템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 최고봉이 바로 기적의 물약이라 불리는 이 포션이었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비싸서 쓰지 못한다. 최하급 포션 한 병이 500젠에서 1,000젠 사이. 최소한 50만 원이라는 소리인데 숙취 따위로 이 작은 포션을 마신다는 건 말도 안 됐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포션이 수도 없이 많았다.
“이거 정말 마셔도 되나?”
“깔끔한 정신으로 일하러 가야지.”
“그럼 그냥 마실게.”
어지간히 죽겠는지 놈이 포션을 원샷 했다.
곧바로 약 기운이 돌았다.
몸에서 희미한 빛이 번지더니 바로 기운을 회복했다.
“와아! 역시 돈이 좋네?”
나 역시 포션을 삼켰다.
숙취 따위는 날아가 버렸다. 따로 해장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술 마신 다음 날에는 북엇국을 먹어야 한다.
“화상들아, 밥이나 드셔.”
우리는 이자영이 내어 준 국으로 해장을 한 후에 집을 나섰다.
시원하게 해장을 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서울 외곽에 도착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금역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거대한 높이의 성벽, 철통과 같이 경계하고 있는 군인들의 총엔 실탄이 장착되어 있었다. 허가 없이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허가증을 내밀었고 곧바로 입구를 통과했다.
오늘의 목표는 오세근을 성장시켜 주는 것이다. 일반인이라 쩔이 될지도 모르겠고 강해진다 해서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백번 나을 것이다. 더불어 서버 특화 마을까지 한번 가 보자고 계획을 세웠다.
판도라 마을까지 가려면 중수 존을 통과해야 한다. 아직은 무리이고, 오늘 사냥을 끝내면 내일쯤 입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초보 존에 들어왔는데, 수많은 헌터들이 허수아비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오세근이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이게 뭔 일이래? 다들 허수아비를 치고 있고.”
“그야 나경철 씨 때문이죠.”
어디서 나타났는지 이소희가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헉헉거리는 것을 보니 나를 찾아서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상당히 많은 기자들까지 몰려와 있었다.
“바로 사냥을 가시나요? 가시면 어디로 가시나요?”
이소희는 눈을 반짝거렸다.
어제는 꾀죄죄한 몰골 때문에 몰랐는데 지금 보니 매우 예쁜 얼굴이었다.
오세근이 나를 보며 실실거렸다.
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좀비 잡으러 갑니다.”
“좀비를 잡으러 간다고요? 왜 하필이면 좀비를……?”
그녀는 매우 궁금해했다.
당연히 그럴 거다.
좀비는 말 그대로 몸이 썩어 있는 놈들이다. 잡을 때 구역질 나는 것은 둘째 치고 하이에나라 불리는 시체 처리반도 작업하기가 고역스러워하는 최악의 몬스터로 손꼽혔다.
인기가 없기로는 베스트에 들었고 그곳에서 나오는 아이템도 별로 인기가 없었다.
좀비의 썩은 피부, 썩은 이빨, 정체를 알 수 없는 핏덩이 등이었는데, 그걸 상점에 팔아 봤자 돈이 별로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경험치 효율은 분명히 좋았다. 거기에 더하여 나와 오세근만 알고 있는 비밀이 있었다.
그건 바로 그런 쓸데없는 재료들을 판도라 마을에 가져가면 아이템 제작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서버 특화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다면 괜히 여기서 비싼 돈을 주고 아이템을 살 이유는 없다.
“그냥 렙 업하러요.”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나는 일반적인 범위 안에서 말했다.
“역시 다른 분과는 다르네요. 거긴 웬만해서는 사람들이 잘 가려 하지 않는 곳인데.”
이소희는 인상을 구겼다.
그곳에 다녀온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아가씨, 우리 형님에게 관심 있소?”
“관심이요? 당연히 있죠.”
“그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냐 그 말이지.”
“미쳤어요? 저는 깡패한테 관심 없어요.”
“이거 섭섭하네. 우리 형님이 손 씻은 지가 언제인데. 이제는 건실한 헌터 아니오?”
“흥, 일 없어요.”
“허어, 당사자는 가만히 있는데 왜 댁들이 설레발인데? 나도 댁 같은 스타일 별로거든?”
“아, 그러세요.”
“다음부턴 인터뷰 따위는 없다.”
“아…… 잠깐만요!”
나는 그녀를 무시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이소희도 성질이 있는지라 순간적으로 욱해서 그랬지만 약간 빈정 상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좀비 존으로 가는 길.
초보 존의 몬스터는 당연히 선공 몬스터가 아니다.
그렇기에 느긋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오세근이 은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님, 아까 그 아가씨 괜찮던데? 긴 생머리 미인이 형님 이상형이잖소.”
“아서라, 성질이 꽤 더러워.”
“그런 게 또 매력이지.”
“이런 답도 없는 놈. 너야 은근히 능욕당하는 걸 좋아하지만, 나는 아니거든?”
“누가 능욕을 당한다고 그래?”
“한번 읊어 봐?”
“험험.”
나는 이자영과 오세근의 연애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누나가 쓰러지기 전까지만 해도 곧잘 어울려 놀았고 그들의 희로애락을 모두 함께했었다.
“아, 쓸데없는 소리 말고, 정말 관심 없소?”
“있다고 해도 네놈 때문에 망했지.”
“아이고, 형님. 여자 마음을 모르시네. 어떻게 해서든 기회를 만들어야지.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든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거든?”
“같잖은 이야기는 집어치워라.”
티격태격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좀비 존에 도착했다.
벌써부터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대다수의 헌터가 이곳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큰 경험치에 비해 몬스터를 잡는 자체가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다 썩어 문드러진 좀비의 외모는 그렇다 쳐도 살덩이 썩는 냄새는 견디기 어려웠다. 더욱이 여성 헌터들은 기겁을 한다.
그 덕분에 이곳에는 사냥하는 헌터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좀비 존에 들어가기 전에 파티를 맺었다.
“내가 다 막아 주기는 하겠지만, 조심해라.”
“걱정 마쇼. 내가 누구요?”
오세근은 어느 정도 방어구를 갖춰 입었다.
나야 방어구 따위는 없어도 되지만 오세근은 아니다. 놈은 헌터도 아니었고, 단지 칼 잘 쓰는 일반인에 불과했다.
여기서 눈먼 칼에라도 맞으면 최소한 사망이다.
내가 이곳에서 놈을 지키면서 싸울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은 바로 운영자 버프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운영자 버프라면 충분히 오세근을 지키면서 사냥을 할 수 있다.
“운영자 버프는 완성됐냐?”
“내가 누구요? 완성했지.”
나는 놈이 내미는 숫자들을 적은 종이를 받았다.
그냥 0과 1로 이루어져 있는 숫자였다.
숫자는 그대로 인터페이스에 입력했다.
“입력.”
파아아앙!
휘황찬란한 광채와 함께 내 머리 위로 수많은 버프 창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