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20
나 혼자 프리서버 120화
120
세계 지존 제인 아카드.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세계를 주름잡는 지존으로 명성을 날렸었다.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내 탓에 퇴색된 것은 사실이었다. 이번에 발락을 잡지 못한 것도 맞았고 말이다.
그런 그녀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게다가 그녀는 기자들까지 잔뜩 끌고 왔다.
백연하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년이 나 헌터님을 꺾고 싶은 모양이네요.”
“자기가 세계 지존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공식화하고 싶은 건가.”
“요즘 나 헌터님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잖아요? 그 때문에 불안을 느낀 것이겠죠.”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간다.
우리는 수많은 기자들이 보는 가운데 마주 섰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인 아카드라고 해요.”
“나경철입니다.”
이십 대 후반의 아름다운 금발 미녀.
풍만한 가슴은 갑갑함이 느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될 지경이었다.
은빛의 갑옷을 입었고 거대한 대검을 등에 메고 있었다. 풍만하지만 체구는 조금 작은 편이었는데 대검은 2m에 달하였다.
확실히 특이한 모습이다.
“짐작하셨겠지만…… 대련을 부탁드립니다.”
***
“대련이라.”
나는 까슬까슬한 턱을 쓰다듬었다.
내가 굳이 이 대련에 응할 필요가 있을까.
헌터들의 대결은 권장하고 있지 않다. 고위급의 헌터라면 더더욱 말이다.
헌터들이 대결을 벌여 다치기라도 하면 인류로서는 막심한 손해다. 그렇기에 권장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법도 아니었다.
정정당당하게 싸우겠다는데 그게 불법이 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길드전이나 공성전도 막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굳이 그녀와 싸울 필요가 있을까.
“제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그야 세계 지존의 자리를 걸고…….”
“별로 관심 없습니다. 그냥 당신이 세계 지존하세요.”
“……!”
나는 그렇게 돌아섰다.
세계 지존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데 공식적으로 세계 지존이 되면 어찌 될지 안 봐도 뻔했다.
이쯤 되자 오히려 제인이 더 당황했다.
“잠깐만요!”
“더 볼 일이 있습니까?”
“정말 그 자리에 관심이 없으신 건가요?”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정말 몰라서 물었다.
세계 지존이 그렇게 중요한가?
오히려 거추장스럽기만 할 것이다. 한국 지존이라는 자리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제인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어떻게 하면 대결에 응하실 건가요?”
“당신이 패할 경우 제 밑으로 들어온다고 약속하면.”
“으음!”
제인은 굉장히 고민스러웠다.
이래 보여도 신중한 성격이다.
여기서 제인이 패하면 미국은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게 된다. 그만한 헌터는 돈 주고도 영입할 수 없었다.
제인은 고민 끝에 말했다.
“정부에 물어봐야겠어요. 미 정부와는 일종의 계약관계거든요.”
“그러시든지. 5분 드리죠.”
그 시각.
백악관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대통령에게 직통으로 걸려 온 것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세계 지존으로 불리던 제인 아카드였다.
“아카드 님, 오랜만이로군요. 무슨 일이신지?”
-나경철 헌터님과 대련을 하려 합니다.
“대련이요?”
대통령은 제인이 무슨 이유로 나경철과 대련을 하려는 것인지 한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세계 지존의 자리를 지키려 하는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나경철이 그 자리를 꿰차게 되어 버렸다. 그러니 불안했던 것이겠지.
“조건이 있습니까?”
-패한 쪽이 승자의 부하가 되는 것이죠.
“그가 동의했습니까?”
-물어볼 작정이에요.
“으음.”
대통령의 판단이 필요할 때였다.
만약 이 대결에서 승리한다면?
당연히 미국은 나경철을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1만에 달하는 그의 헌터 군단과 함께 말이다.
나경철이 지존이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많은 군단 때문이었다. 그런 전력이 있었으니 넓은 의미에서는 지존이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무력도 대단했다.
이번에 그 사실이 증명되었다.
제인조차 발락을 어찌하지 못했는데 나경철은 발락을 죽여 버린 것이다.
“발락의 사태를 보면 귀하가 패하지 않을까요?”
-그건 정령왕 때문이었죠. 정령왕이 아니라면 이길 수 있어요.
“확실합니까?”
-확실해요.
그렇다면 도박해 볼 만한 일이 아닐까.
제인이 그렇게까지 말을 한다면 말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변인을 통해 발표하겠습니다. 빼도 박도 못하게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나경철 헌터의 설득을 부탁드립니다.”
-네!
대통령은 비서실을 통하여 나경철과 제인의 대결을 공식적으로 승인하였다.
저벅저벅.
제인이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주변에서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
오늘의 대결은 특종이 될 것이고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퍼져 나갈 것이 확실하였다.
과연 그녀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저도 조건이 있어요.”
“어떤 조건인가요?”
“만약 당신이 패하면 제 부하가 되도록 해요.”
“부하가 돼라.”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만약 내가 이기면 그녀를 부하로 거둘 수 있다. 지존길드의 전투력이 상승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백연하보다 강한 여자였다.
물론 단순히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부하로 거두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조건은 없습니까?”
“정령왕을 사용하지 않을 것.”
“제가 좀 불리한 것 같은데요?”
“어찌하실 건가요?”
실력 자체는 내가 그녀보다 아래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템을 믿었다. 그러니까 템발로 그녀를 찍어 눌러 버리겠다는 것이다.
그건 이번에 발락과 전투를 벌이면서 증명하였다.
템발이 있었기에 발락과의 전투에서 버틸 수 있었다.
제인은 지금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발락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이 정령왕 때문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정령왕이 없다면 내가 패할 것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었다.
당연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알겠습니다.”
웅성웅성!
“저도 전화 한 통 하죠. 저는 대한민국의 군인이니까요. 자유 군인이기는 하지만.”
“알겠어요.”
역시 이런 대결은 우리 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패할 일은 없겠지만 만약 패하게 되면 국익에 어마어마한 손실을 주게 된다.
직통으로 이풍수 장관과 연결했다.
“장관님?”
-그렇지 않아도 전화 기다렸습니다! 지금 전 세계 지존과 대결 직전이라고요!?
“알고 계셨군요?”
-백악관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지는 쪽이 부하가 되는 것으로요.
“상당히 빠르군요.”
백악관은 재빠르게 대처했다.
내가 패하면 다른 말을 할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봉쇄를 해 버린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놓고 보면 백악관의 대처가 최선의 선택이라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패하게 된다면 최악의 선택이 된다.
전 세계에 공언을 한 꼴이었으니까.
나는 이번의 대결로 인하여 제인을 휘하로 거두게 될 것이다. 아예 길드원으로 받아들일 작정이었다.
-이길 수 있으십니까?
“제가 이길 겁니다.”
-확실해야 합니다. 만약 여기서 귀하가 빠져나가면 대한민국은…….
“제인을 한국으로 데려가면 어찌 될까요? 귀화를 시키면 말이죠.”
-전력이 어마어마하게 증강하겠죠.
“그렇게 될 겁니다.”
이풍수는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풍수가 내놓을 답은 정해져 있었다.
-장관의 이름으로 대결을 수락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걸로 되었다.
제인과 대결을 하기 전에 백연하가 다시 물었다.
“정말 이길 수 있나요?”
“당연하지.”
“만약 패하면 지존길드 자체가 그녀에게 넘어가는 건가요?”
“아마도?”
“그렇다면 그녀의 길드도 이쪽으로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요?”
“타이탄 길드를 말이지?”
“네.”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단순히 귀화 정도만 생각했는데 세계 지존 후보자들이 조건을 걸고 대결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걸림돌이 많았다.
양국의 허락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길드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야 길드원들이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제인도 그럴지는 모르겠다.
우선 그녀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 같았다.
저벅저벅.
제인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대감으로 가득해 보였다.
“한 가지 문제가 더 있군요.”
“뭔데요?”
“만약 누군가가 패하면 길드는 어찌 되는지?”
“길드 말이죠.”
그녀 역시 거기까지는 생각 못 한 것 같았다.
“길드가 통째로 넘어가는 건 조국에 어마어마한 부담을 주는 일이죠. 그러니 최측근 10명 정도만 데리고 부하로 들어가는 거로 하죠.”
“그걸 길드에서 납득할까요?”
“저는 세계 지존입니다, 아직까지는. 영향력이 약하지 않아요.”
대단한 자신감이다.
아예 패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래저래 걸리는 것이 많은 빅매치.
개인의 이익을 넘어 국가의 이익까지 침해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대결이다.
“후회하지 마십시오. 그쪽에서 먼저 대결을 제안하였으니까.”
“제가 할 말인 것 같네요.”
“그렇다면 대결은 어디에서 진행할지?”
“당장 하자는 소리가 아니었는지?”
“오늘 발락을 상대하셨어요. 저도 당신도 많이 지쳐 있겠죠. 이런 상황에서 대결을 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봐요.”
아니라고는 해도 둘 다 타격이 있었다.
나 역시 힘을 상당히 소모한 것은 맞았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인도 지금 당장 대결을 하자고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일주일 후, 하와이에서.”
“하와이라.”
“한국과 미국 중간쯤이니까요. 그리고 하와이에는 무인도가 많으니 한 곳을 정해서 대결을 하도록 하죠.”
“뭐, 그럽시다.”
날짜를 꽤 여유 있게 잡은 그녀였다.
시간을 준 것은 미국과 한국이 협상도 해야 하겠지만 길드에도 통보를 해야 하고 정리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헌터 간의 대결이라면 이렇게까지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돌아섰다.
나 역시 차에 올라탄다.
“갑시다.”
“알겠습니다.”
기자들을 뒤로하고 비행장으로 돌아왔다.
백연하는 전투기로 갈아타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네요.”
“무엇이?”
“오늘 무리하셨잖아요. 당장 대결을 하지 않아도 되고요. 그러니 다행이죠.”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엇보다 당신에게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죠.”
“경험치 던전에라도 들어가야겠군.”
“일주일 동안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제인이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그녀는 일주일 동안 부상을 회복하는 것이 전부라면, 나는 그동안에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제80장. 준비
타다다다다!
전투기에서 내린 후에 곧바로 수송 헬기로 갈아탔다.
서울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약 두 시간 정도.
초고속 하이브리드 전투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청와대로 향하는 중이었다.
안건은 당연히 전(前) 세계 지존과의 대결 때문이었고, 여기에는 많은 이권이 걸려 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 국가의 존망이 걸려 있는 대결이다.
가는 동안 백연하가 그것에 대해 말했다.
“청와대에서 난리를 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당신이 패한다고 가정을 하면 국가가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요.”
“국가가 무너져? 그럴 리가 있나.”
“당연히 그렇죠. 당신은 지금 한국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에요. 만약 사라져 버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기둥이 무너지겠죠.”
“너무 과장이 심한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