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60
나 혼자 프리서버 160화
160
리파트는 국왕의 서신이 왔다는 소리에 반색하였다.
분명히 말루이 국왕은 적들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고개를 숙이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항복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과연 서신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내부에서 호응을 해 주면 더할 나위 없다. 왕국 중앙군이 적들과 대등하게 싸우게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전략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하지만 국왕의 서신을 보는 순간 실망을 금치 못했다.
친애하는 리파트 백작.
자네의 독단적인 행동에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네.
지금 왕국은 멸망하였고 적들은 강하니 때를 기다려야 한다. 최소한 우리 세대는 지나가야 적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그러니 때를 기다리도록 하게.
각 영주들에게는 서신을 보내 일단 판도라 왕국에 충성을 맹세하라 이를 것이네.
우리는 기류를 거스를 수 없어.
자네도 똑똑히 보지 않았나? 그러니 아군을 사지로 밀어 넣지 말게. 이것은 간곡한 부탁이며, 부디 허무한 기대를 걸지 말게나.
쾅!
리파트 공작은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도저히 내가 섬기던 군주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하군.”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강인함은 사라지고 나약함만 남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국왕을 비하할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적들과 일전을 겨루려는 것은 국왕과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구국의 운동이었으니까.
화르르륵!
그는 곧바로 서신을 태워 버렸다.
지금의 서신이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이 서신을 보았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리파트 공작은 전령을 죽일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는 서신의 내용을 모른다. 괜히 죽이면 의심만 받게 될 것이다.
“폐하의 서신은 기밀로 하라.”
“그리하겠습니다.”
“물러가도록.”
“충!”
전령은 군례를 취하고 물러난다.
국왕은 나약해졌고 그레이트 왕국을 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왕국의 운명은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었다.
바쁜 나날이 흘러간다.
나는 그레이트 왕국의 여러 영지들을 다니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도 주변의 영지를 방문하여 충성의 맹세를 받고 재산의 8할을 빼앗는다.
말은 국고로 귀속하겠다고 하였지만, 판도라 영지를 위하여 사용하게 될 자금이었다.
그 과정에서 말들이 많았다.
영주들이 대거 이탈하기도 하였지만 나는 방침을 고수하였다.
그럴수록 그레이트 대평야에 모이는 적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었다. 어제 보고를 받았을 때는 무려 4만의 병력이 집결하였다고 한다.
완전히 집결을 마치면 5만이 넘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제인이 약간 걱정스럽게 말했다.
“괜찮을까요?”
“무엇이?”
“이런 식으로 다스려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냐고 묻는 거예요.”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여기서 무슨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적들이 모이면 쓸어버리면 되는 일이다
수도를 점령했고 국왕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였으니 사실상 그레이트 왕국은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이미 지금 이후의 계획을 살피고 있었다.
중앙대륙으로 넘어가 칼리어스 왕국을 점령하는 일이다.
그 일을 위하여 달려나갈 것이었다.
“그래도 4만이라면…….”
“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어요?”
제인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병력의 숫자는 밀릴지언정 전투에서 밀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다만 제인은 최대한 소수의 희생으로 적들을 밀어 버리려 하였다.
한 명이 죽으면 다시 정예를 키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이 아까운 것뿐이다.
“아마 측면과 후방을 치려고 하겠지.”
“어쩌면 좋을까요?”
“무인 정찰기를 띄우면 그뿐이야.”
“우리에게는 첨단장비들이 있죠?”
무인 정찰기는 최근 개발된 차세대 장비들을 대거 탑재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수풀에 숨는다고 해도 열 감지에는 감지가 될 것이다. 적들이 매복하고 있다고 해도 그걸 간파하면 되는 일이었다.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화공으로 다 태워 버릴 건가요?”
“어디 보자.”
나는 지도를 바라봤다.
그레이트 대평야 근처의 오르한 숲에 적들이 매복할 가능성이 컸다.
물론 그곳으로 우리 군이 지나가기에 매복하는 것이 아니라 배후와 측면을 치기 위하여 그곳에 매복할 공산이 컸다.
“이곳에 매복하겠지.”
“쉽게 태울 수 있겠네요.”
“네이팜탄으로 숲을 태워 버리면 끝나는 문제 아니겠어?”
“네이팜탄이라!”
제인도 네이팜탄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무인 폭격기로 네이팜탄을 떨어뜨리면 적들은 모조리 타 죽을 것이다. 물론 실드를 뚫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마법사 전력이 많지 않았다.
쉽게 적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아군의 피해가 전혀 없어야 할 텐데요.”
“성수도 넉넉하니 그리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야겠어요.”
“그래, 호랑이는 토끼를 사냥할 때에도 최선을 다하는 법이니까.”
우리는 그렇게 다짐하였다.
가능하면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전쟁을 끝낸다.
그리하기 위해서는 현대장비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장비를 다시 점검하도록 해.”
“알겠어요.”
제인은 허리를 숙이고 물러갔다.
나는 다시 지도를 바라봤다.
어떻게 하면 제인의 말대로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 고심이 깊어진다.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적들은 예상을 조금 뛰어넘은 6만이 집결했고, 나는 1만의 병력으로 그들을 쓸어버릴 계획을 했다.
성문 앞에는 1만의 병력이 도열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구 그레이트 왕국의 대신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진정한 판도라 왕국의 힘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제군들이여!”
묵직하게 가라앉은 내 목소리가 아군의 귓가로 퍼져 나갔다.
***
“간악한 무리가 반란을 일으켜 대업을 방해하고 있다. 그들에게 어떤 처벌을 내려야 하겠는가!?”
“반역자에게 죽음을!”
“신의를 배반한 자들에게 철퇴를!”
“그렇다! 우리는 그들을 짓밟고 대업을 향하여 전진할 것이다! 제군들이여, 일어나라! 적들을 짓밟기 위하여 출격하라!”
“와아아아아!”
병사들의 환호성이 수도 전체에 메아리쳤다.
이제는 병사들도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 마나를 목소리에 실어 외치면 수도 전체가 울리는 것이다.
웅성웅성.
구경을 하기 위하여 나와 있던 시민들이 놀람을 드러낸다.
병사들의 사기는 드높았다.
게다가 하나같이 정예병이다. 그들이 진군하면 어찌 될지 시민들은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강인한 아군이 뇌리에 박혀 있었다. 그레이트 왕국이 어떤 식으로 몰락했는지 충분히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진군 진격한다!”
척척척!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예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움직임이었다. 완전한 정예병으로 탈바꿈하였다.
1만의 병력이지만 일반적인 병력이 아니었다. 1만의 기사들이 출병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전군의 선두에 섰다.
이것만으로도 병사들의 사기는 탱천하였다.
국왕의 직위에 있지만, 왕국 초고수가 갖는 명성은 그들에게 확실한 호감을 주었던 것이다.
병력의 후방.
이곳은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판도라 왕국군 최정예병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말루이 공작은 구 왕국의 대신들과 함께 있었다.
굳이 그들은 참전할 필요가 없었지만 왕국군의 강력함을 과시하기 위하여 거의 반강제로 끌려온 것이었다.
말루이는 병사들의 정예한 모습을 바라보며 침음을 삼켰다.
“저 정도의 정예들이라니.”
“소신도 놀랐습니다.”
아트람 백작이 그리 말했다.
말루이 공작은 그에게 호통을 쳤다.
“나를 호칭하는 데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라.”
“황공하옵니다.”
“뭐라 하였나?”
“죄송합니다.”
그는 황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기에 상관없는 것이었지 재수 없으면 참수 감이었다.
대신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리파트 백작이 성공하신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가능하다고 보나?”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혹시나 해서 묻는 말입니다.”
“하아.”
구 왕국의 대신들은 아직까지도 망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 모양인데 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당하고서도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그 모습이 참으로 갑갑했다.
“경들이 보기에 내가 나약해 보이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 나 역시도 그리 생각한다. 하나 굴복하였다.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이겠나?”
“…….”
귀족들은 입을 다물었다.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강력한 적이 나타났기에 뜻을 접은 것이었다.
그런 사실들을 알지 못하니 말루이로서는 갑갑하기 그지없었다.
“내 장담하지. 왕국 부흥군은 한 시간 내에 멸망할 것이네.”
“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식.
만약 말루이의 예측이 사실이라면 부흥군의 운명은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레이트 평야.
아군은 며칠을 진격하여 광활한 들판에 도착하였다.
추수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들판은 황량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곳에 1만의 병력이 도열하였다.
눈앞에는 4만 정도의 병력이 도열했다.
이것만 해도 병력 차이가 4배에 이르렀다. 일견 보기에는 아군이 상대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대로 적들과 맞붙는다고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적들의 레벨은 낮았고 아군의 레벨은 높았다.
괜히 최상급 던전에서 고생한 것이 아니었다.
“많기는 하군.”
“약간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겠습니다.”
롬멜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적들의 상태가 생각보다는 좋았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사상자가 많을 것이라 보지 않았다.
“이곳에 말루이 공작이 있다. 그가 나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본다면 적들의 사기는 곤두박질치겠지.”
“동요를 끌어내실 작정이십니까?”
“그래야지.”
“과연.”
롬멜도 좋은 전략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리파트는 분명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며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켰을 것이다.
예컨대, 전 국왕이 강제로 잡혀 있다는 소리 따위를 말이다.
그런 말을 들었다면 적들이 사기충천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정찰기를 띄웠나?”
“띄웠습니다.”
윌리엄 왓슨이 공손하게 말했다.
처음에 그는 시종일관 우리를 무시하였지만 이번에 수도 공방전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감히 범접하지 못할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5만 대군이 현실로 튀어 나간다면 어찌 될까. 전 세계를 일통할 것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진군한다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백기를 내걸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내 행동이 위태로워 보였을 것이다.
칼끝을 현실로 돌리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미국으로 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말입니까?”
“최소한 지금은 그렇지.”
“으음.”
역시나 침음이 흘렀다.
지금 당장 침공하지 않는다고 했지, 미래에는 어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도 그건 잘 모르겠다.
이면 세계를 정벌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전투를 시작해 볼까?”
“적진에서 백기를 든 전령이 옵니다!”
“늘 하는 일이지.”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양측 지휘관이 만남을 갖는다.
그건 고금을 막론하고 전통과 같은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령은 짧게 의사를 표했다.
“사령관께서 만나 뵙고자 하십니다.”
“알겠다고 전해라.”
전령은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곧바로 중앙에 막사가 설치되었다.
과연 리파트 사령관이 무슨 헛소리를 할지 직접 가서 한번 들어 보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