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75
나 혼자 프리서버 175화
175
“의심해도 어쩔 수 없지. 설마 국왕이 직접 정탐을 갔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안다고 해도 상관없어.”
의심이야 하겠지만, 그들은 대놓고 추궁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지금은 서로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면 국왕으로서 실격이다.
아마도 눈썰미가 있는 랭턴 공작이라면 한눈에 내 정체를 꿰뚫어 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추궁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리 추궁한다면 바로 전쟁이다.
지금 전쟁이 벌어지면 당연히 판도라 왕국에 불리하다. 최소한 몇 달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최대한 그런 일은 없도록 해야겠지.’
앞으로의 상황이 어찌 진행될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지금은 그저 전쟁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놈들이 너무 빠르게 움직였어.”
“그러게요. 이렇게 빨리 사신단을 보낼 줄은 몰랐어요.”
“그만큼 칼번 국왕이 판도라 왕국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것이겠지. 무엇보다도 판도라 왕국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 않을까?”
“전쟁을 생각하고 있겠군요.”
“그 전에 정확하게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기만책이 필요하겠어요.”
“기만책이라면?”
“핵실험을 하는 영상을 은밀히 들어가도록 한다거나.”
“정보길드를 이용할 테니까?”
“맞아요.”
백연하의 말이 맞았다.
영상을 직접 본다면 전쟁을 하자는 소리가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핵으로 원거리 타격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기밀이었다. 그런 사실을 칼리어스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후유.”
한숨이 나온다.
어째 현실 세계에서의 일보다 이면 세계의 일이 더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공작 퀘스트도 이 정도인데 국왕 퀘스트와 황제 퀘스트는 얼마나 피를 말릴지 도저히 예측이 안 된다.
“그렇다고 해도 포기할 수는 없지.”
“맞아요. 퀘스트를 만들었다면 공략법도 있기 마련이에요.”
“그건 확신할 수 없겠어. 운영자 놈이 이걸 깨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지가 않거든.”
“그런가요?”
“확실해.”
의복을 거의 갖추어 입었을 때, 경호실에서 연락이 왔다.
“폐하, 사신단이 도착하였습니다!”
“조금 기다리라고 해.”
“그리 전하겠습니다.”
사신단이 기다리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니 놈들에게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했다.
준비가 끝난 후에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그럼 가 볼까?”
“조심하세요.”
“별일이야 있겠어? 너는 지금 당장 현실로 나가서 핵실험 장면이 찍힌 영상을 구해 오도록 해,”
“알겠어요.”
백연하는 서둘러 왕궁을 빠져나갔다.
아마 몇 시간이면 영상을 구해 돌아올 것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핵실험 장면은 너무 오래된 영상이었다. 국방부에는 분명 미국에서 핵실험을 하는 영상이 있을 것이다.
그것만 가져올 수 있다면 시간을 벌 수 있다.
나는 의관을 다시 매만진 후에 대전으로 향했다.
대기실에는 랭턴 공작과 사신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랭턴은 이곳의 분위기에 꽤 압도되고 있었다. 뭐 하나 범상한 것이 없었다.
시계 하나만 보아도 마법이 아닌 기계식이었다.
더불어 총이라는 것을 가진 자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검이 아닌 다른 형태의 무기였기에 도대체 어떤 성능을 가졌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원래 미지의 적이 두려운 법이다.
기다리고 있는데 경호관이 다가왔다.
“입관하시지요. 어떤 식의 예의를 갖춰야 하는지는 숙지하셨습니까?”
“숙지했습니다.”
랭턴은 국왕과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나아간다.
붉은 융단을 밟고 나아가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판도라 왕국의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고개를 들라.”
그제야 랭턴은 고개를 들었다.
슬쩍 판도라 국왕의 얼굴을 바라본다.
“으음!”
짧은 침음.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그는 바로 맥이다.
상단주라고 불렸던 맥이 옥좌에 앉아 있었다.
랭턴은 심경이 복잡해졌다. 그렇다면 상단으로 위장하고 정탐을 왔었던 것이다.
‘대단한 사람이다. 소수의 호위만을 대동하고 직접 정탐을 오다니.’
그는 혀를 내둘렀다.
암살을 비롯하여 온갖 위험에 노출될 것을 감수하고 칼리어스로 들어왔다. 아마 그곳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가져갔을 것이다.
랭턴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칼리어스 왕국의 사신단이라 하였나?”
“그렇사옵니다, 폐하.”
“이번에 중앙대륙과 동부대륙을 가로막고 있던 모래폭풍이 사라졌지. 본국에서 상단이 교역을 간 것으로 보고받았다.”
“그렇습니다. 상단이 다녀갔습니다. 그들과 함께 판도라 왕국에 들어왔습니다.”
“판도라 왕국을 본 소감이 어떤가?”
“매우 발달된 세계입니다.”
“그대 왕국과 비교하면?”
“체계가 달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렇군. 이곳에는 과학이라는 문명이 있으니.”
랭턴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자신에게서 칼리어스 왕국의 전력을 파악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힘을 가진 왕국의 군주라면 마땅히 팽창정책을 생각할 것이다. 칼리어스의 칼번 국왕이 그렇듯이 말이다.
전쟁이 벌어지면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정말로 도시 하나를 박살 낼 수 있다던 미지의 무기에 대한 두려움이 들었다.
‘그것부터 알아봐야겠군.’
그런 무기가 있다면 보유를 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전쟁 억제력이 있게 된다. 함부로 침공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그런 적들이 쳐들어온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발생할 것이다.
‘어쩌면 칼리어스가 당할 수도 있다.’
그리 생각하자 몸서리가 쳐진다.
“사신단의 방문 이유는?”
“교역을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이쪽에서는 아무런 통보 없이 교역을 갔다. 그쪽에서 너그럽게 받아 주었지. 그러니 안 될 이유는 없다.”
“황공하옵니다.”
“오늘 그대들을 위한 연회를 베풀 것이니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
“영광이옵니다.”
국왕은 그리 말을 한 후에 대전을 나갔다.
랭턴은 맥이 탁 풀리는 것 같았다.
제111장. 현대무기
오세근은 헬기를 타고 국방부를 방문했다.
이풍수 장관에게는 미리 연락을 해 두었다. 그는 집무실에서 오세근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오랜만입니다, 장관님.”
“허허허. 우리야 종종 보는 사이가 아닌가. 이면 세계에는 별일 없나?”
“아직까지는 별일 없습니다만, 조만간 전쟁이 터질 것 같습니다.”
“사령관께서 황제를 지향하시니 당연한 일이겠지.”
이풍수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장관에게는 임기가 있지만 나경철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장관이 물러나도 언제나 권력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몬스터가 사라지면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이 자리에서 물러날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경철을 항상 존경하고 치켜세우는 것이다.
“그보다 현실 세계에는 별일 없었습니까?”
“음……. 그것이 말일세.”
이풍수는 꽤나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한숨을 푹 내쉰다.
“2차 냉전이 시작된 것 같네.”
“2차 냉전이라니요?”
“미국과 러시아가 알력다툼을 벌이는 일이지.”
“흠,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니까 문제가 되는 거지. 인류의 적을 상대해야 할 이때 냉전을 조장하고 있으니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심각한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네.”
“이럴 바에는 인류연합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
이풍수는 뭔가 충격을 받은 것 같은 얼굴이다.
마침 명분도 나쁘지 않았다.
몬스터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었기에 인류연합을 결성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된다면 연합의 초대 대통령으로 나경철이 되어야 하는데 물론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많은 국가의 권력자들이 반대할 것이다.
이풍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네.”
“아직은 말입니까?”
“그보다 어쩐 일로 여기까지 발걸음을 하였나?”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라면 뭐든 지원을 해야겠지. 무엇이 필요한가?”
“핵실험 영상이 필요합니다.”
“핵실험 영상?”
이풍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쟁이 터지는 것과 핵실험 영상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좀처럼 이해를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세근이 말을 이었다.
“적들을 협박하고 위협하기 위한 영상입니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정말로 핵무기를 동원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 정도로 적이 강력한가?”
“그렇습니다.”
오세근은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굳이 칼리어스 왕국의 강성함을 알려 주어 봤자 나경철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신감을 드러내야 했다.
그저 적들을 위협하기 위하여 영상이 필요한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무기 실험에 대한 영상도 함께 가져가도록 하게.”
“그리 챙겨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풍수는 눈치 하나는 백 단이었다.
척하면 무엇이 필요한지 전부 알고 있었다.
째깍째깍.
시계를 들여다본다.
오후 5시이고 오세근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영상을 받아 도착을 했어야 정상이 아닐까 싶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가고 있을 때였다.
“폐하, 오세근 각하가 도착했습니다.”
“들여보내게.”
시종장이 문을 열어 주었다.
오세근이 달려왔다.
“형님! 가져왔수!”
“핵실험 영상이냐?”
“그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무기들을 실험하는 영상들이 담겨 있소.”
“그거 잘되었구나.”
나는 쾌재를 불렀다.
칼리어스 국왕에게 핵실험 영상이 들어갔으면 했다. 그에 대한 준비는 오세근이 해 주었다.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모니터를 가져왔다. 휴대용이고 충전이 되어 있었으며 재생시간은 12시간이다.
이 정도라면 충분했다.
“이걸 어디에 둘까?”
“아마 랭턴 공작은 암흑가를 방문하겠지. 내가 그곳에서 처음 정보를 접했듯이 랭턴 공작도 그러지 않을까?”
“가짜 보고서라도 만들어 놓아야 하나?”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곳에서 계획이 논의되었다.
랭턴 공작과 사신들은 판도라 왕국이 어느 정도로 발전을 하였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했다.
허위로 병력을 조금 부풀린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정보를 심는 건 네가 총괄해라. 롬멜을 데리고 가도 좋고 말이야.”
“맡겨 주시오!”
오세근은 급하게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최소한 랭턴 공작은 해가 떨어져야 움직일 것이다. 그렇게 신중한 사람이라면 대낮에 암흑가를 방문할 리가 없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판도라 왕국의 수도에 어둠이 깊어지자 랭턴 공작은 홀로 길을 나섰다.
이런 잠행에는 혼자 움직이는 편이 나았다.
물론 왕궁의 문을 뛰어넘을 수는 없으니 맥주나 한잔하고 온다는 핑계로 길을 나섰을 뿐이다.
“화려하군.”
깊어 가는 밤임에도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마력이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모두 과학의 힘이라고 한다. 물론 마법과 결합이 된 물건들도 있었다.
보통 암흑가는 어디에 있을까.
빈민가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곳에 숨어서 활동한다. 특히 정보단체는 보안이 생명이다.
문제는 어디를 가도 빈민가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난한 자들이 없나?”
신기한 일이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빈민에 대한 문제는 없을 리가 없는데 그 어디에서도 빈민을 찾아볼 수 없다니.
이곳은 계획도시이며 빈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집도 왕실에서 지어 주었다는 사실을 그가 알 수 있을 턱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