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83
나 혼자 프리서버 183화
183
어두운 방 안.
살이 통통하게 오른 남자가 연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는 바로 독재자 서버의 운영자 한상태다.
최근 들어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였고 한참 돈을 긁어모으고 있을 때였다. 그러니 하루라도 쉴 틈이 없었다.
타닥 타닥 타닥.
방 안의 조명은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전부였다.
얼마나 씻지 않았는지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고 꾀죄죄한 티를 입고 모니터에 열중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신대륙을 가다듬고 있었는데, 그건 저번 시즌에 기틀을 잡아 놓은 부분을 디테일하게 다듬는 중이었다.
한상태는 한참을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손을 뗐다.
“후유.”
담배를 하나 입에 물었다.
연기가 입 밖으로 길게 뿜어진다.
“저번 시즌 때는 확실히 밸런스가 엉망이었어.”
하이엘프 위주의 게임 운영 덕분에 많은 유저들이 빠져나갔다.
온통 집안을 엘프 인형으로 도배할 만큼이나 엘프에 대한 사랑이 넘쳐났지만, 생계가 막연해지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시즌부터는 밸런스 조절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군주로 전직한 유저가 없어서 다행이었지.”
군주라는 클래스는 만들어 놓고도 밸런스 파괴라고 생각하여 실제로는 사람들이 전직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도저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었다.
게임 초반에 성을 가진 군주로 전직해야 하는데 프리서버 시스템상 저렙이 군주로 전직할 가능성은 없었다.
전 시즌 지존이었던 사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 사람은 뭘 하고 있으려나.”
타다다다다!
바깥에서 헬기 소리가 들린다.
퍼뜩 상념에서 깨어나 다시 작업을 하려 하였는데 갑자기 유리창이 와장창 깨졌다. 로프를 타고 내려온 군인들이 들이닥쳤고 순식간에 한상태는 포위되었다.
“당신이 한상태인가?”
“저, 저는 잘못한 것 없습니다!”
엄연히 따지면 잘못한 것이 많았다.
불법 사설 서버는 불법이고 당연히 처벌을 받는다. 찔리는 구석이 있었기에 바짝 긴장했다.
저벅저벅.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지존께서 찾으신다.”
“지존이라면……?”
“현실 세계의 지존 말이다. 나경철 사령관님을 말하는 거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한상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를 왜……?”
오래전 이야기지만 그를 납치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름다운 자신의 분신들을 위협하며 서버 정보를 캐 갔다.
그저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그자들 중 한 명이 나경철이었던 걸까.
한상태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세계 지존이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 납치를 하고 정보를 캐낸다는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경철과 자신은 접점이 없었다.
“무슨 이유로 저를……?”
“함께 가지. 불응하면 체포하겠다.”
“가겠습니다.”
그는 힘이 없는 사설 서버의 운영자일 뿐이라 중국 공안들에 의해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중국 공안부에 도착했다.
전투기에서 내려 헬기로 바로 여기까지 이동했다.
시계를 보니 2시였다.
아무래도 돌아가자마자 출병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왔다.
“베이징 공안부장 왕청이라고 합니다.”
“나경철입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지금 저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대장님 덕분입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겁니다.”
왕청은 허리를 굽혔다.
어디를 가나 이런 식의 대접을 해 주었으니 나 역시 익숙해졌다.
“부탁하신 일은……?”
“감옥에 가두어 두었습니다.”
“갑시다.”
많은 군인들이 뒤를 따른다.
오세근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역시 권력이 좋다니까.”
“쯧쯧, 그렇다고 권력을 탐하는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당연하지.”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지하 감옥에 도착했다.
감옥 안에는 한상태 운영자가 갇혀 있었다.
일전에 보았던 독재자 서버의 운영자가 맞았다. 이사를 했다고 들었는데 금방 찾은 것을 보니 공안들의 정보력을 저평가할 것은 아니었다.
“한상태?”
“살려 주십시오!”
“깨끗한 곳으로 가지. 혹시 이자를 좀 씻긴 후에 데려올 수 있습니까? 이거야 원 냄새가 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을 것 같군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지시 아닌 지시를 내린 뒤 우리는 취조실로 이동하였다.
말끔하게 청소되어 있는 취조실에 이르렀다.
이곳에는 책상 하나와 의자 2개가 놓여 있었을 뿐이다.
이곳으로 한상태가 질질 끌려왔다.
놈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협박을 한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한상태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시키는 것은 모두 하겠습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죽인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서버는 닫겠습니다! 부디!”
“사설 서버를 운영하든 말든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 공안에서 관심이 있다면 모르겠지만요. 그보다는 다른 것을 묻기 위해 데리고 왔습니다.”
“무, 무엇인가요?”
“일단 앉으시죠.”
한상태가 진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공안들이 무섭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건 권력자가 아닌 자들에 한해서다. 한 번 이용(?)을 해 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독재자 서버를 운영했던 것이 맞습니까?”
“마, 맞습니다.”
“서버 운영에 대해 들으려 합니다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오세근과 나는 피식 웃었다.
일전에도 한상태는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 공권력을 투입하였기에 다른 걸까.
지금까지 도피하여 서버를 운영하였지만, 내 말 한마디면 그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만약 협조를 해 주신다면 사설 서버가 아니라 본 서버 프로그래머로 추천을 하겠습니다. 낙하산이기는 하겠지만.”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한상태는 눈을 빛냈다.
눈빛이 바뀌는 것을 보았다. 그가 사설 서버를 운영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닐 거다. 처음에는 본 서버를 운영하는 회사에 입사 원서도 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생계가 막막해져서 뛰어든 거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 구미가 당기는 제안임이 틀림없다.
“저번 시즌의 운영에 관해 물으려 합니다. 저번 시즌 때 여러 대륙을 만들고 유저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그걸 어떻게?”
“여러 가지 던전을 비롯한 시스템도 구축했을 것이고요. 그러다가 밸런스 문제 때문에 조정을 하시려 한 것이 분명합니다.”
“저, 정확합니다.”
한상태는 뭔가에 홀린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그런 정보들을 알 수 있었냐는 듯한 얼굴이다.
“숨겨진 경험치 던전이나 밸런스가 파괴될 정도의 시스템과 던전 등을 모두 뱉어내시기 바랍니다.”
***
그는 잠시 넋이 나갔다.
세계 지존이나 되는 자가 서버 운영에 관해 물을지를 몰랐을 거니와 도대체 어째서 내가 그런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인지도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지금 당장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인류가 감당하지 못할 적이 나타난다면 강해져 있어야 물리칠 수 있을 테니까.
조금 과장을 보태면 세계를 구하는 일이었다.
“정보 공개는 불가합니까?”
“그, 그럴 리가요!”
한상태는 고개를 미친 듯이 저었다.
여기서 어떻게 대처를 하느냐에 따라 대기업에 입사를 하든가 완전히 쪽박을 찰 수도 있었다.
나는 오세근에게 손짓을 하여 종이와 펜을 가져오게 했다.
테이블 위에 종이가 놓였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백지다. 하지만 이제 곧 저 백지에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기밀들이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독재자 서버는 운영자의 머리에서 탄생하였으니까.
“숨겨진 지역에 대해 적으시면 됩니다.”
“예!”
사각사각.
그는 빠르게 필기를 해나갔다.
오세근은 시계를 바라본다.
“형님, 벌써 3시인데?”
“기다려 봐. 4시에는 끝낼 수 있겠지.”
“으하하하함!”
오세근은 괜히 하품을 했다.
우리는 지루한 시간을 인내하고서야 어마어마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4시 무렵.
가능하면 지금 출발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었기에 지켜야 했다.
이풍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관님, 접니다.”
-가셨던 일은 해결되었습니까?
“물론입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허허허허! 도움이라니요? 이런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말씀을 해 주십시오. 언제라도 발 벗고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하시는 김에 부탁 하나를 더 드리려 합니다. 사람 하나를 미리엄 월드 본 서버 관리자로 채용해 주실 수 있습니까?”
-미리엄 월드요?
장관은 의문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했다.
이건 인사 청탁의 일종이었다. 공직도 아니고 겨우 기업에 사람을 채용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다.
이것은 정보를 받은 대가였다.
나는 작게 말했다.
“어쩌면 세계를 구할 수도 있는 정보를 준 사람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본다면 의미가 없는 정보이기는 합니다만.”
-허허허! 그런 공이라면 당연히 가능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한상태를 바라봤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시죠. 한국으로 돌아가면 범죄 경력은 삭제될 테고 대기업에 입사하게 될 겁니다.”
“가, 감사합니다!”
“다음에 혹시 물어볼 것이 있으면 연락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그는 머리를 땅바닥에 대었다.
그야말로 오체투지가 따로 없었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싶었다.
“좋습니다. 이만 가 보세요. 공안들에게는 말을 해 두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한상태가 나간 후에 왕청이 들어왔다.
그는 넌지시 물었다.
“처리할까요?”
“아닙니다. 정중하게 한국까지 데려다주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왕청은 더는 묻지 않았다.
어쨌거나 나에게 잘 보이면 그것으로 만족을 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내가 중국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도 만족스럽게 정보를 얻었으니 돌아가야 할 때이다.
“세근아, 돌아가도록 하자.”
“정보는?”
“가는 길에 보아야지.”
“알겠수.”
우리는 곧바로 복귀하도록 했다.
서울에 도착하여 하이브리드 차량에 탔다.
당연히 전용 차량이었고 오세근과는 마주 앉았다.
리무진 천장에서 비치는 불빛에 글자를 비춰 보았다.
“어디 보자.”
별의별 던전들이 다 기획되어 있었다.
몇 개는 쓸데없는 것들이었고 정말 중요한 던전들도 있었다.
경험치뿐만이 아니라 아이템 던전도 있었으며 기여도를 올릴 수 있는 던전도 있었다.
“여기에 가야겠군.”
나는 한 곳을 짚었다.
“죽음의 대지?”
“숨겨진 땅이고 이벤트성으로 열린다고 하던데? 들어가는 순간 이벤트가 시작될 것이고 기한은 한 달이니까 충분하지.”
“경험치가 10배라니.”
오세근은 혀를 내둘렀다.
그렇지 않아도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나였다. 그런데 거기서 10배의 경험치를 더 먹는다는 뜻이었다.
이건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대단한데?”
“거기에 들어가자.”
“그리고 그곳에도 숨겨진 이벤트 퀘스트가 있네.”
“그것도 수행하도록 하고.”
나는 종이를 접어 품에 집어넣었다.
이 종이에는 독재자 서버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었다. 어차피 한상철도 서버를 폐쇄할 계획이었으니 모든 정보를 넘겨도 상관없었다.
원래 인간에겐 채찍만 주어서는 안 된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주어야 효율적으로 부려먹을 수 있다.
차량은 금역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럭저럭 6시 이전에는 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