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90
나 혼자 프리서버 190화
190
“아직 그 문제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백연하 각하를 마음에 두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백연하라.”
“그냥 결혼하시죠?”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심각한 문제인 것은 맞습니다.”
“결혼을 한다고 해도, 애가 그렇게 뚝딱 만들어지냐?”
“노력하셔야죠.”
“하아.”
인상이 절로 구겨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문제.
결혼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강력한 왕권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후계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왕국민들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다음 날 아침.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서류작업을 하고 나서야 겨우 맥스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 앞에는 쌩쌩한 얼굴의 맥스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맥스도 수고하라고.”
“저야 뭐, 매일 하는 일이 이렇다 보니 익숙해졌습니다.”
전용 차량에 올라탄다.
내 곁에는 백연하가 함께 타고 있었다.
“어디 갈 곳이라도 있어?”
“가면서 길드장님과 대화라도 나눌까 싶어서요.”
“그래?”
나는 별생각 없이 백연하와 동행을 했다.
차량은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
과연, 맥스의 말대로 도로를 깔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왕국의 영역이 끝나는 부분에 이르자 갑자기 사막으로 바뀌었는데 이곳에서도 도로공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공사를 하던 영민들이 인사를 한다.
나는 문을 열고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와아아아!”
“인기 절정이네요.”
“당연히 인기가 많지. 이 정도로 강도 높은 복지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국가는 없으니까.”
“인기관리도 하시는군요?”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인기관리를 해야 진정한 정치인이라 말할 수 있으니까.”
옛말에 민심을 잃으면 천심을 잃는다는 소리가 있었다.
꼭 그런 말 때문에 인기관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옛 고사를 참고한 것이기도 하였다.
도로를 벗어나 사막에 이르렀다.
찌는 듯한 더위가 시작되었지만 역시 차 안으로는 더위가 침투할 수 없다.
백연하와 나는 아무런 대화 없이 앉아 있었다.
그녀와는 이렇게 있어도 전혀 불편하지가 않았다. 서로 감추는 것이 없었기에 편안한 건지도 몰랐다.
‘나도 백연하에 대한 생각이 꽤나 바뀌었군.’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백연하와의 결혼이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 말이 없던 백연하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 맥스 행정관에게 결혼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에 대해 생각을 해 두신 바가 있나요?”
***
“결혼이라.”
분명히 어제 논의가 되었던 사안이다.
정통 후계자가 있어야 한다는 맥스의 논리였다.
물론 나 역시도 그 말에 공감했었다. 후계자가 없는 왕권은 굳건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언젠가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황제가 되기 전에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후계자가 바로 태어나지 않더라도 결혼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황후가 없는 황위 역시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하기는 해야지.”
“그렇다면 바로 하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는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어느 정도 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거야.”
백연하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백연하가 내 손을 잡았다.
“처음부터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은 없어요. 저 역시도 결혼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니까요.”
‘네가? 설마 그럴 리가.’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억눌렀다.
백연하는 나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관심을 가져 왔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겠지만, 그것이 좋아하는 감정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시를 하는 백연하가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녀는 대한그룹의 외동딸이고 그 당시에는 정·재계에 막대한 힘을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저 막 각성하고 천지분간 못 하는 애송이일 뿐이었다.
“아버지가 좋아하실 거예요.”
“그것참.”
결혼을 강요당하는 날이 올 줄이야.
제국을 세우겠다고 선포를 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후계자에 대해 걱정을 늘어놓았었다.
특히나 맥스와 롬멜이 말이다.
군사령관과 나라 살림을 관장하는 맥스가 그리 말하는 것이라면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여기에 왕국의 재상인 오세근 역시 내 결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럼 인사라도 가 보도록 하자.”
“정말인가요!?”
“내가 일국의 군주인데, 허언을 할까.”
“고마워요!”
백연하는 내게 바짝 몸을 당겼다.
나는 슬쩍 몸을 피했다.
“아직 결혼이 확정적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후후후. 반 이상은 결정을 하신 거잖아요?”
“그야 주변에서 하도 결혼을 하라고 조르니까 그렇지.”
“그게 그 말이죠.”
백연하는 연신 웃음꽃을 피웠다.
이렇게 밝은 모습은 처음이다.
백연하는 매우 아름다운 여자이고 그 아름다움 때문에 상당히 곤욕스러운 순간들도 많았다.
“이번에 간 김에 백 회장님을 만나 보도록 하지.”
“이야기를 해 둘까요?”
“그럼 좋고.”
“알겠어요!”
나는 의자에 몸을 푹 파묻는다.
기왕 결혼을 해야 한다면 백연하가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그녀에게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내조를 잘해 주겠지.’
드워프 물산에 도착하였다.
우르카 족장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폐하.”
“우르카 족장, 별일 없었나?”
“그렇지 않아도 보고를 드릴 일이 있었습니다.”
“보고할 일이라니?”
“그렇습니다.”
“원거리 무기라도 완성을 한 건가?”
“맞습니다.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혹시 보고를 들으셨습니까? 따로 보고한 기억은 없는데요.”
“허어!”
무심히 내뱉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르카 족장이 원거리 무기를 만들었다고 할 정도라면 단순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틀림없이 상당한 수준의 무기를 완성하였을 것이다.
“기초적인 무기입니다.”
“그게 어딘가!?”
“최근 들어 마정석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번에 5만 개를 더 가져왔지.”
“정말입니까!?”
우르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만 단위의 마정석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혀를 내두르는 모습에서 우르카 족장이 얼마나 마정석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 듯했다. 무기 하나를 개발하는 데 어마어마한 마정석이 들어갈 테니까.
“그렇다면 바로 실험부터 해 봐야겠군.”
“마정석부터 주시죠.”
“아, 그러지.”
나는 우르카 족장에게 마정석 꾸러미를 내밀었다.
모두 아공간 주머니였고 그 안에 마정석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한참은 쓸 거라고 생각했다.
야외 실험실.
실험실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드워프 물산의 직원들이다. 드워프들인 것은 당연하고 말이다.
“일단 기초적인 뼈대만 완성했습니다. 이것이 충전기입니다.”
“마력 충전기인가?”
“그렇습니다.”
기초적인 수준의 박격포와 함포였다.
원래 함포는 마력포라 불렸고 완전한 마법 무기였다. 그저 외관만 현대적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기초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었다.
우선 탱크에 들어가는 함포부터 사용을 해보기로 했다.
탱크가 표적 앞으로 움직인다.
위이잉!
탱크의 헤드가 돌아가면서 마력을 충전하였다.
스스스슷!
빠른 속도로 마력이 충전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폭음과 함께 포가 발사되었다.
퉁!
쿠아아아앙!
포에서 발사된 탄두가 허수아비를 둘러싸고 있던 실드를 찢어 버렸다. 그리고는 그 안으로 침투하여 대폭발을 일으킨다.
허수아비는 아예 가루가 되었다.
실드를 찢어 버리는 것 말고는 완전한 과학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짝짝짝짝!
내가 손뼉을 치자 드워프들도 함께 손뼉을 쳤다.
우르카는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만한 무기를 만들었으니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대단하군!”
“무한정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 드워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그렇다면 보너스나 두둑하게 주시죠.”
우르카 족장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박격포도 실험할 수 있나?”
“물론입니다.”
바로 박격포가 준비되었다.
박격포를 사용하려면 전문 군인이 있어야 했지만 드워프들 역시 어느 정도는 그 기술을 익히고 있었다.
드워프 기술자들이 익숙하게 박격포를 설치한다.
포판을 땅에 박고 그 위에 박격포를 설치하는 모습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포가 설치되었고 구호를 외쳤다.
“전방 차렷 포!”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인데.”
“발사!”
퉁! 퉁!
두 발의 박격포가 연속으로 발사된다.
길게 호를 그리며 날아가던 박격포가 산에 설치된 실드를 찢고 들어갔다. 그리고 허공에서 폭발했다.
콰과과과광!
산의 절반이 날아간다.
역시나 어마어마한 위력이다.
포 하나만 떨어져도 웬만한 운동장 크기의 지역은 박살이 난다고 알고 있었다. 요즘에는 땅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허공에서 터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치 핵무기처럼 말이다.
그 때문에 주변에 더욱 큰 피해를 준다.
“성벽 정도는 무너뜨릴 수 있겠군.”
“그건 충분히 가능합니다.”
“앞으로는 핵 하이브리드 무기를 개발할 생각인가?”
“정확하게는 원거리 핵 타격이 가능한 무기를 개발해야지요.”
“언제쯤 가능하겠나?”
“이런 추세라면 몇 개월 안에는 가능할 겁니다.”
우르카는 자신 있게 말했다.
원거리 핵 타격이 가능해진다면 칼리어스 왕국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제 몇 개월 남지 않았다.
“앞으로 고생을 좀 하도록.”
“물론입니다. 저희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되었다.
이런 추세로 진행된다면 칼리어스 왕국과의 전쟁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대한그룹으로 향하기 전에 잠시 청와대에 들르기로 하였다.
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이 오기 마련이겠지만 혹시나 내가 처리할 일이 있을지도 몰라 잠시 들르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로 향하는 길에 연락이 왔다.
“접니다.”
-바로 받으시는군요.
“지금 한국에 와 있거든요.
이풍수 장관이다.
그의 목소리가 매우 어두운 것이 또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닐까 우려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풍수 장관의 입에서 좋지 않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대전에 검은 홀이 생겼습니다.
“어느 정도의 규모입니까?”
-대전을 거의 뒤덮을 지경이라고 하더군요.
“하필이면 대전이로군요.”
-그래서 각하께서도 걱정이 많으십니다. 시간 되시면 뉴스를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곧 뵙도록 하지요.”
백연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대전에 검은 홀이 나타났다고.”
“대전에요?”
백연하의 얼굴이 구겨졌다.
웬만한 일이었다면 장관이 나에게 직접 전화까지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자체적으로 해결을 할 테니까.
큰 문제가 발생하였기에 직접 전화를 한 것이다.
곧바로 휴대폰으로 뉴스를 틀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