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99
나 혼자 프리서버 199화
199
정말 끈질긴 작자가 아닐 수 없었다.
틀림없이 전쟁이 터졌음을 인식했을 것이다. 분명 그에 대한 명분이나 전쟁의 방향성에 대해 알려 하는 것이 틀림없다.
오세근이 말했다.
“그냥 만나 보는 것이 어때? 어차피 전쟁은 터질 건데. 저쪽에서도 준비하고 있을 거요.”
“음.”
나는 손짓해서 들어오라고 했다.
랭턴 공작이 모습을 드러낸다.
몇몇 사람들도 함께 있었지만 그다지 중요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았다.
“짐을 보자고 한 이유는?”
“폐하! 도대체 군대를 이끌고 칼리어스로 향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보면 모르나? 전쟁을 위해서지.”
“허어!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그건 자네의 왕을 만나 이야기하겠다. 물러가라.”
나는 그렇게 축객령을 내렸다.
이건 거의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칼리어스에서는 계속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으니 별로 상관이 없는 일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럼 이만 물러가옵니다.”
그들이 물러가자 오세근이 웃음을 터뜨렸다.
“큭큭큭! 놈들의 표정 봤수? 아주 가관이더만.”
“황당하겠지. 갑자기 호의적이던 우리가 쳐들어가는 거니까.”
“저들 눈에는 우리가 미친놈으로 보이겠지?”
“무슨 상관이야?”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명분 없는 전쟁이지만 언제나 힘이 세계를 지배하는 법이다. 억지 명분을 내세우기보다는 그냥 쳐들어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계속 진군한다!”
우리는 칼리어스를 향해 나아갔다.
칼리어스의 국왕 칼번은 통신으로 랭턴 공작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듣고 있었다.
“그가 그리 말했다고?”
-그렇습니다, 폐하.
그는 판도라 국왕을 만나자마자 통신을 시도할 것을 알고 있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겠다니.”
-전쟁이 임박하였습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이제야 동맹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아직 협약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그들이 도착할 때가 되어서야 협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칼리어스가 급하다고 해서 주변국에서 뚝딱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다.
이해타산을 따지고 복잡한 계산이 끝나야 비로소 동맹을 맺을 수 있었다. 그러니 칼번의 입장에서는 갑갑하기 그지없었다.
“완전히 미친놈들이로구나!”
-뭔가 이유가 있을 겁니다. 폐하께서 만나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오라고 해라. 칼리어스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쯤 되니 칼번 국왕도 마음을 단단히 다잡았다.
이번 전쟁은 간단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전 병력을 소집하라!”
진군 일주일째가 되었다.
5만 개의 고폭탄이 완성되었다. 드론도 100대를 가져왔으며 각종 신무기들로 군대가 무장을 했다.
사막 너머 저 멀리 리바트 성채가 보였다.
성벽 위에는 군대가 빽빽하게 도열하고 있었다. 마법을 주로 다루는 자들이기에 그들의 주 무기인 오브가 눈에 띈다.
나는 이쯤에서 군대를 멈추게 했다.
“멈춰라!”
척척!
군대가 행군을 멈추었다.
시계를 바라본다.
이른 아침이고 곧 있으면 수술이 예정되어 있었다. 수술만 끝나면 백연하가 돌아올 것이니 반나절 정도만 여기서 버티고 있으면 될 것 같았다.
만약 적들이 공격할 기미를 보인다면?
그때에는 가차 없다. 고폭탄을 쏟아부어 리바트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면 될 것이니까.
나는 백기를 들고 나섰다.
호위병 따위는 없었다. 그냥 홀로 나섰다. 적진에서 웅성거림이 들린다. 설마하니 국왕이 호위병도 없이 혼자 나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성벽 앞에서 외쳤다.
“국왕과 독대를 원한다!”
칼번의 얼굴이 보인다.
그의 표정이 흔들리고 있다.
내가 호위병을 달고 나오지 않았는데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화의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머리 굴리지 않아도 된다.”
잠시 후 문이 열리자 칼리어스 국왕 칼번이 말을 타고 나왔다.
그 역시 혼자였다.
뒤에서 만류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이것만 봐도 칼번 국왕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내가 홀로 왔기에 그 역시 홀로 왔다. 어떤 함정이 있을지도 몰랐는데 말이다.
칼번과 마주했다.
“정말 혼자 왔군.”
“모양 빠지게 호위병이나 달고 올 수는 없었지.”
우리는 서로를 탐색했다.
물론 목을 베어 버리자면 순식간에 절단할 수 있었다.
그리하지 않는 것뿐이다.
칼번이 물었다.
“침공의 이유는?”
“없다.”
“허어! 그걸 말이라고!”
“나는 황제가 될 것이고, 세계를 지배하게 될 몸이다. 그러니 너는 영토를 내놓아야 한다.”
“미친놈이로구나.”
“힘이 있는 미친놈은 그리 불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리라고 불리지.”
“크윽.”
칼번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마 그의 인생에서 나보다 직설적인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직설적인 사람은 드물었다. 현대인이라면 모르겠지만 예의가 중시되는 세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10만 대군을 이끌고 왔다.
5만은 정예병이고 5만은 신병들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 차이를 알 수가 없다.
“저 병력으로 칼리어스를 점령하겠다고?”
“온전히 무기의 힘으로 점령해 주마.”
“하! 칼리어스는 그리 나약하지 않다!”
“내일 아침까지 시간을 주겠다. 그때까지 칼리어스를 넘길지 말지 생각해 보도록. 경거망동한다면 칼리어스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겠다.”
나는 그렇게 몸을 돌렸다.
이 정도면 협박이 먹혔을까?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저들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반나절 정도는 시간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사이에 수술에 참관하면 된다.
예상대로만 진행된다면 오늘 저녁에는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진영으로 돌아왔다.
“좀 떨어진 곳에 막사를 설치하고 병사들을 쉬게 해라.”
“형님은?”
“나는 한국에 잠시 다녀와야지.”
“그 전에 놈들이 기미를 보이면 어떻게 할까?”
“어쩌기는? 가차 없이 불바다로 만들어라. 리바트 정도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수 있잖아.”
“알겠수.”
오세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 무기들을 설치한다.
박격포의 사정거리가 4~5㎞ 정도이니 그 뒤에 설치한 후에 적들이 기미를 보이면 발사한다.
그리 교전이 시작되면 적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전쟁 중에 수술이라.”
“나 정도 되면 할 수 있지.”
“그래, 오직 형님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10만의 병력을 대기시킨다.
장인의 수술을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별로 죄책감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칼리어스와의 전쟁은 판도라 왕국의 압승을 거둘 것이라 점치고 있었다.
리바트 성채.
칼리어스의 국왕 칼번은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신들을 앞에 두고 그는 곤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명분은 없다더군.”
“허어! 그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명분 없는 전쟁이라니요!?”
“힘이 곧 명분이라는 것이 바로 판도라 국왕의 생각이다.”
“실로 오만합니다.”
“내일 아침까지 결정을 하라더군. 그때까지는 시간을 주겠다고 말이다.”
“어떤 결정을 말입니까?”
“항복을 하라는 것이다.”
“바로 쳐들어가야 합니다!”
척!
칼번은 손을 올렸다.
분명히 내일 아침까지는 휴전이다. 여기서 움직이면 바로 개전이다. 칼리어스의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시간을 버는 편이 좋았다.
“동맹이 형성되고 있다. 거기에 우리는 아직 군대를 제대로 모으지도 못했다. 그러니 시간을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벌어야 한다. 오히려 시간을 끌면 좋다.”
“전쟁은 기정사실이로군요.”
“그래.”
웅성웅성.
주변이 술렁거렸다.
갑자기 나타난 판도라 왕국군. 게다가 명분도 없이 10만이나 되는 대군을 이끌고 왔다.
도대체 판도라 국왕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
랭턴 공작이 말했다.
“명분이 없는 전쟁은 없습니다. 그래도 판도라 국왕이 한마디 말은 남겼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말을 하기는 했지.”
“어떻게 주장을 하였습니까?”
“황제가 될 것이니 땅을 바치라고 말이다.”
“황제라니!”
“제국을 세우겠다는 건가?”
주변이 다시 술렁거린다.
그야말로 오만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판도라 왕국에 직접 방문해 보았던 사람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그곳이 얼마나 발전을 하였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라. 황제가 되고 싶다니.”
물론 칼번도 판도라 국왕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제125장. 리바트 공성전
드워프 물산에 도착하였다.
전쟁하기 직전의 상황까지 몰아넣고는 느긋하게 수술에 참관하려 하는 것이었지만, 놈들은 함부로 경거망동할 수 없을 것이다.
이건 조금만 생각을 하면 답이 나오는 문제였다.
칼리어스 왕국은 지금 제대로 군대도 편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쪽에서 뭔가 움직임을 보임과 동시에 군대가 휘몰아치듯 진군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도 이렇게까지 빠르게 진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안심하고 이곳에 올 수 있었다.
드워프 물산에 도착하자 우르카 족장과 백연하 그리고 의료진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어서 와요!”
백연하의 표정이 꽤나 밝았다.
오늘이 수술인데 표정이 밝은 이유는 무엇일까.
“긴장되지 않아?”
“지금 드워프 물산에서 완성한 나노로봇을 보면 그런 말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가?”
“완성도가 매우 높아요.”
대한그룹 총괄이사 강기철 역시 백연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잔뜩 흥분한 얼굴이다.
“아가씨의 말씀이 맞습니다. 완성도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습니까.”
“백 번 말하는 것보다는 한 번 직접 보시는 것이 나을 겁니다.”
사람들은 나를 건물 내부로 이끌었다.
우선은 오늘 수술을 하는 당사자인 백강철을 만나 보기로 하였다.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서 수술 일정을 조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혈색이 좋아 보이십니다.”
“집중치료를 받았거든요.”
백강철은 병에 걸리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창백하고 일그러져 있던 얼굴에서 활력이 넘친다. 도저히 암 환자라고는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우르카가 자신 있게 말한다.
“드워프 물산에서 개발한 암 억제제는 대단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현재는 암세포의 활동이 정지되어 있고 말입니다.”
“더불어 주변 장기들도 회복되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지금 백 회장님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계십니다.”
나는 치프를 호출했다.
오유찬이 달려와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오 박사님, 오늘 장인어른의 컨디션으로 수술을 견딜 수 있습니까?”
“놀랍게도 일반인과 비슷할 정도의 컨디션입니다. 물론 건강한 사람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요.”
“어쨌든 가능은 하시다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가능합니다.”
“장인어른, 준비는 되셨습니까?”
“물론입니다. 이제는 회복할 수 있다는 확신까지 드는군요. 몸이 이렇게 활력이 넘쳤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그는 웃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 만에 보는 미소인지 모르겠다.
“알겠습니다. 저는 나노로봇의 성능을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나는 직원들을 이끌고 실험실에 이르렀다.
이곳에는 이미 실험용 쥐와 주사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에 모니터도 설치가 되어 있었는데 곧바로 수술의 결과를 확인하는 용도였다. 실시간으로 로봇을 조종하여 화면으로 보여 주는 역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