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
나 혼자 프리서버 002화
002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곤드레가 되어 있었다.
밖에는 천둥번개가 쳐 대고 있었고 옷은 흠뻑 젖었다. 술에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으니 그깟 비 정도야 알 바 아니었다.
누나는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이렇게 취한 상태로는 찾아갈 수 없었기에 바로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나마 누나와 살 때는 청소도 하고 그랬는데, 남자 혼자 사는 처지에 깔끔을 떨 만큼 나는 청승맞은 놈이 아니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컵라면 용기며 빈 술병들, 너저분한 빨래들이 발에 치였지만 그보다는 사람 온기 없는 집안이 더 황량하게 느껴졌다.
나는 오래된 캡슐을 열었다.
고된 세상에서 유일한 취미가 바로 게임이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 후에 헌터는 시스템을 가지고 각성했다.
이 시스템이라는 것은 게임과 흡사했다.
상태 창과 스탯, 스킬이라는 고유의 능력이 있었고 클래스도 처음에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 후에 세상은 도시와 필드로 나뉘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의 길목에 방벽이 쳐졌고 대도시에는 성채가 둘러졌다.
필드로 나가면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있는 NPC라는 작자들이 있었는데, 몬스터를 잡으면 나오는 일종의 화폐인 젠을 받고 무기와 방어구 포션, 마법 스크롤 등을 판매했다. 게다가 그들은 헌터들에게 퀘스트를 주기도 했다.
어느 누가 이런 괴물들을 만들어 냈는지, NPC를 가져다 놓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인간의 지식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미지의 우주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그 안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젠은 희귀한 힘을 지니고 있었고 그건 1:1000의 교환비를 가진다. 지구의 에너지 산업이 석유에서 젠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연구되던 대체 에너지들이 자취를 감추었음은 물론이다.
1젠에 천 원꼴이었다. 물론 달러는 1:1 정도였다.
헌터들은 그곳에서 사냥과 퀘스트를 하며 강해졌고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그야말로 천외천의 세상이었지만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가상 현실게임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이 세상에 적용된 시스템과 몬스터 등을 정교하게 게임으로 구현했다. 그것은 바로 미리엄 월드였다.
3년 전에 발표된 미리엄 월드는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월정액 게임이었는데 정액비가 꽤나 비쌌다.
한 달에 50만 원이었으니 상당히 큰돈이다. 중국 해커들은 미리엄 월드의 소스를 복사하여 무차별적으로 사설 서버를 만들어 운영했다.
이것이 바로 프리서버다.
프리서버는 본 서버와는 당연히 다른 배율을 가졌다.
경험치가 본 서버의 수십 배에서 많게는 수천 배까지, 젠은 몇 배에서 수백 배, 아이템도 마찬가지였다.
불법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운영자는 강력하게 처벌했지만, 그래도 프리서버가 사라지지 않았다.
워낙에 본 서버와 배율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프리서버의 유저다.
프리서버는 불법이었고 당연히 게임사가 고발을 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고액 연봉자이기에 한 달 50만 원이 아까운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프리서버를 하느냐?
첫 번째로는 음주에서 자유롭다.
술에 취한 상태라도 접속이 된다.
프리서버였기에 음주에 대한 제한이 없다.
둘째로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사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지, 게임에서도 파밍 한답시고 일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덕분에 정식 서버에 아이디도 있고 이용료도 내고 있지만, 실제 게임은 프리서버에서 노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뭐, 최근에 다시 경험치 팩이니 아이템 팩이니 하면서 부분 과금을 준비 중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게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띠링!
서버에 접속하자 온몸에서 활력이 넘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입고 있는 장비는 그레고니아 풀 세트. 현실에서는 있지도 않은 장비였고 프리서버 내에서도 최강이었다.
보스 몬스터와 일대일 레이드를 할 정도였으니 말도 안 되는 장비인 것이 확실했다.
“그럼 오늘은 용이나 잡으러 가 볼까?”
장비를 확인하고 물약은 넉넉하게 챙겼다.
꽈르르릉!
그렇게 사냥을 준비하고 있는데 바깥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갑자기 온몸에서 전류가 흘렀다.
합선된 것처럼 번쩍였다.
빠지지직!
“끄아아아악!”
사방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쿠구구궁!
장엄한 음악이 흐르며 게임 스타팅처럼 화려한 실사 그래픽이 스쳐 지나간다.
어둠의 공간에 사람들이 나타났다. 고대 혹은 중세시대에서나 볼 법한 영웅들.
그들의 머리 위에는 , , , , 등의 클래스 명칭이 달려 있었다.
‘서, 설마?’
이게 각성일까?
그런 이야기는 들은 것 같았다.
각성한 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부분이 죽음을 문턱까지 갔다 왔다고 한다. 물론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고 다 각성하는 것은 아니고 그중 몇몇만이 각성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건 대체 뭐야?”
[독재자 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서버 배율은 경험치 100배, 젠 30배, 아이템 10배입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각성하는 장면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었다.
설마 합선으로 캐릭이 리셋되었나?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바보 같은 생각이다. 아무리 프리서버라고 해도 운영자 컴퓨터에 캐릭터 정보가 저장될 것이다.
내 캡슐이 맛이 갔다 해도 캐릭터가 리셋이 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건 각성하는 순간이라 볼 수도 있다는 건데…….
-각성을 축하드립니다! 캐릭터를 선택해 주세요.
탁하고 건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영혼이 없는 목소리. 그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캐릭터 선택이 강요되고 있었다.
몬스터 부산물들을 처리하는 하이에나로 살아오면서 헌터에 대한 동경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실제로 이 바닥에서 일하는 하이에나들은 헌터가 되어 보고자 자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가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리고 정말 자살에 이르는 사건도 한두 건이 아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번은 차에 일부러 치여 본 적도 있었는데, 괜히 머리통만 터지고 각성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계단을 굴러도 보고, 물에 빠져도 본 후에야 미친 짓을 그만두었다. 나만 믿고 살아가는 누나 때문에라도 그런 무모한 시도는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 원했을 때는 각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더니, 이게 웬 행운일까. 게다가 프리서버 배율이라고?
기절을 하고 꿈을 꾸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게 확실했다.
각성을 한 헌터가 프리서버 시스템을 적용받는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너무 현실성이 없는 일이었기에 나는 이것이 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꿈이라는 것이 확실한 이상, 즐겨 보기로 하자. 루시드 드림이라고, 자각몽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역시나 프리서버 하면 요정이지.”
나는 검과 마법, 정령술, 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요정을 선택했다.
본 서버 배율로 각성이 된다면 어떤 클래스를 선택해야 할지 꽤나 심각하게 고민을 해 보았을 것이다. 요정은 분명 전천후 캐릭터이지만, 좀 어정쩡한 포지션이었다.
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이상, 기사보다 검이 약했고 마법사보다는 마법이 약했다. 정령술이라는 것이 있기는 했지만 초고렙이 되지 않는 이상 그냥 보조 마법 정도라고 보아야 했다.
하지만 프리서버는 달랐다.
경험치 배율이 백배나 된다는 건, 프리서버에서 몬스터 한 마리가 본 서버에서 몬스터 100마리를 잡은 효율과 같다는 의미이다.
본 서버에서는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고 나면 그때부터 현저히 느려진다. 하지만 프리서버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쭉쭉 성장을 했고 레벨 30이 넘으면 받는 업당 1 스탯을 올려 요정의 약한 부분을 커버할 수 있었다.
그뿐이랴, 장비발로도 요정 자체의 약함을 커버할 수 있었다.
그리만 된다면 요정은 그야말로 만능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프리서버라면 당연히 요정이어야 한다.
-요정을 선택하셨습니다. 한 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정말로 요정을 선택하시겠습니까? YES/NO
이번에는 목소리가 아닌 문자가 눈앞으로 지나갔다.
YES/NO라는 글자가 유난히도 반짝거린다.
나는 망설임 없이 YES를 눌렀다.
-요정으로 각성하셨습니다! 랜덤 랭크로 당신은 F등급을 받았습니다.
스아아아아!
갑자기 사방이 붉게 물들었다.
나는 뭐라도 잡을 요량으로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봤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태양의 밝은 빛 한 줄기가 새어 들어와 눈동자를 찔렀다.
새하얀 천장을 보니 집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옥탑방이었고 그마저도 거미줄이 여기저기 처져 있었으니까.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서 있었다.
“어느 조직에서 나왔냐?”
분명 병원이라고 생각되었고, 구시대의 유물이라 할 건달들이 나를 찾아왔을 리가 없었지만, 그것이 아니고선 도저히 지금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다.
과거에 내가 작살 낸 적들이 한둘이어야 안심을 하지. 이런 경우라면 그때 앙심을 품었던 놈들이 쳐들어왔다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었다.
팟!
내 몸이 그대로 날아올랐다.
“으잉?”
그리고는 그대로 천장에 머리를 처박았다.
퍼억!
“아야!”
일어나는 순간, 몸에서 활력이 넘쳐흘렀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분명히 어제 고창수에게 맞아서 갈비뼈가 부러졌고 밤에는 몸에서 합선까지 일어나서 몸에 타격이 꽤 컸을 것이었다.
뻐근하고 묵직해야 할 몸이 곧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이 가벼웠다.
“…….”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들 누구야?”
저벅저벅.
그중 한 남자가 명함을 내밀었다.
“헌터 관리부에서는 어쩐 일로?”
나는 자세를 풀었다.
싸우려는 자세가 꽤나 어정쩡했다.
“우선, 각성을 축하드립니다.”
“뭣이라? 내가 각성을 했다고?”
“네, 어제 각성을 하셨습니다. 지금 꽤나 당황스러운 건 이해합니다. 모든 헌터들이 그렇게 각성을 하시니까요. 어제 나경철 씨는 캡슐 안에서 돌아가실 뻔했습니다. 합선되었다고 하더군요. 살고 계시던 집에 번개가 들이쳤는데, 워낙에 건물이 오래되었기에 전류가 흐른 모양입니다. 들어서 아시겠지만, 헌터의 각성은 죽음의 목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어.”
“각성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고, 저희가 출동하게 된 겁니다.”
“내가 각성자?”
“그렇습니다.”
“내가 각성자라고?!”
어제 그 일이 꿈이 아니라는 뜻일까.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분명히 어제 있었던 일이 각성이라면 나는 프리서버의 배율을 갖게 되었다는 건가?
“믿지 못하시겠지만 사실입니다. 각성자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높이 뛰실 수는 없죠. 혹시 어제 클래스 선택 창 못 보셨나요?”
“꿈인 줄 알았는데…….”
“등급은 들으셨습니까?”
“흠, F급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아, 그렇군요.”
강성진은 꽤나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F급 각성자는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없는 최하급 헌터였다. 물론 노력 여하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까지 매우 험난한 길이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죽기도 많이 죽는다.
그 때문에 F급 각성자들은 뒷골목 건달로 살아가거나 몬스터 부산물 처리반으로 들어가 처리반을 지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