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07
나 혼자 프리서버 207화
207
국왕은 흙빛이 된 얼굴로 전방을 바라본다.
적들의 폭격을 지긋지긋하게 겪어 왔던 칼번이다.
그에 비하면 적들은 아무런 타격 없이 아군을 쓸어버렸다. 무기도 무기였지만 병사들이 하나같이 마스터급의 괴물들이었으니까.
마스터급의 기사는 어디를 가도 귀족의 작위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나 전문적인 기사가 드문 칼리어스에서는 상당한 대우를 해준다.
그런 자들이 적진에는 널리고 널려 있었다.
병사 모두가 그런 경지에 들었다는 것은 매우 큰 충격이었다.
더욱이 그들이 이야기하던 궁극의 무기를 시연한다고 하니 등골이 서늘해진 것이다.
피유유융!
적진에서 뭔가가 발사되었다.
붉은 불꽃을 터트리며 하늘로 치솟고 있는 비행체는 구름을 뚫고 사라졌다.
국왕과 카셀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경악하였다.
마법사들은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기구를 이용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구름을 뚫고 올라갈 수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까마득하게 올라갔다가 낙하한다.
쐐애애액!
그야말로 고공낙하다.
얼마나 높게 올라간 것인지 낙하하는 속도가 상상을 불허하였다. 저것을 마법으로 격추할 수 있을까?
아마도 실드가 쳐져 있을 것이다. 마법으로 요격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요격을 한다고 해도 분명히 막힐 것이 틀림없었다.
낙하하던 비행체는 지상으로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서 터졌다.
쿠아아아아앙!
쿠구구구구!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산맥에 떨어진 비행체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산맥 전체를 녹여 버렸다. 그리고 사방 수십 킬로미터가 초토화되었다.
그나마 자체적으로 실드가 쳐져 폭발의 범위를 막아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실로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도시 하나가 박살이 난다는 적들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저것은 소형 핵일 것이다.
분명히 적들은 국가 하나도 박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카셀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곧바로 통신을 종료했다.
“헉! 각하, 폐하와 교신 중이었습니다.”
통신 마법사가 외쳤다.
카셀은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저런 무기로 무장한 적들을 막을 수 있다고 보나? 게다가 하나하나가 마스터급의 괴물들이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카셀 본인은 검공작이라고 칭송되고 있지만, 그런 실력을 갖춘 놈들이 수만이었다.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는 카셀이다. 거기에 더하여 마법사들의 천적이 기사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장거리에서 기사들을 요격하면 모르겠지만 가까이 오면 무조건 마법사가 죽는다.
“항복할 것이다.”
“허어! 각하!”
가신들이 눈을 부릅떴다.
여기서 항복하면 브론티아로 가는 물길이 열린다. 마침 이곳에는 국제무역 상인들도 많이 있었다.
갑자기 수도로 진격하다가 방향을 틀어서 왔기에 상인들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이다.
“문을 열어라!”
“이러시면 안 됩니다!”
“자네가 수만에 이르는 마스터를 막아낼 것인가?”
“…….”
가신들은 입을 다물었다.
만약 저런 핵이 영지에 작렬하면 모든 병력이 증발할 것이라고 여겼다. 산맥이 녹아내리는 광경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실드로 막는다면…….”
“실드로? 가능하다고 보나?”
저 정도 위력이라면 실드도 녹여 버릴 것이다.
저건 인간을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는 무기였다.
분명히 판도라 왕국에서는 그런 무기가 세계로 퍼지면 공멸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고하였었다.
그렇기에 보안을 신경 쓰는 것이라고.
지금 보니 그 말이 맞았다. 판도라 왕국만 저런 무기를 사용하기에 망정이지 똑같은 무기를 다른 적국이 가지고 있다면 어찌 될까.
틀림없이 공멸하고 말 것이다.
“최소한 영민들을 보호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고 정말로 적들이 핵을 사용하겠습니까? 주변국의 시선이…….”
“황제가 되겠다는 작자다. 전 대륙을 정복해야 끝나는 문제이다. 그런 자가 과연 신경이나 쓸까.”
“으음.”
침음이 흘러나온다.
가신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듣고 보니 카셀 공작의 말이 맞았다. 저런 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적들과 검을 맞댄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리고 항복을 하지 않으면 죽음뿐이다. 항복하면 어느 정도의 지위와 재산을 보장받을 수 있겠지만, 대항하면 목숨과 함께 전 재산을 잃는다.
“문을 열어라! 내가 협상을 하겠다.”
“문을 열어라!”
드르르르!
성문이 열린다.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 카셀 공작은 적진을 향하여 달려갔다.
두두두두!
저 멀리서 카셀 공작이 백기를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롬멜이 웃으며 말했다.
“폐하, 허세가 통한 모양입니다.”
“그렇겠지. 저런 광경을 보고도 전쟁을 결심한다면 머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겠지.”
“협상이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협상하지 않으면 죽음뿐이다.”
나는 협상을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불리하다면 그대로 카셀의 목을 베든가 진격할 것이다.
적들에게는 공포를 선사할 것이고 말이다.
양 진영의 중앙에서 카셀 공작을 만났다.
카셀은 유난히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방금까지만 하여도 결사 항쟁을 할 것처럼 말을 하더니 지금은 꽤나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당연히 핵은 원거리에서 적진을 타격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적들이 알고 있을 리는 만무하였다.
“무슨 일인가?”
“항복하겠습니다.”
“하하하하! 정말인가? 나는 결사 항쟁을 할 줄 알았지. 아덴을 아예 지도에서 지워 버릴 생각이었다.”
나는 살벌한 말을 하였고, 카셀은 고개를 숙였다.
이 정도 무력이라면 아덴을 정말 그렇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조건은?”
“무조건 항복입니다. 다만, 어느 정도는 지위와 재산을 보장해 주셨으면 합니다.”
“흠. 그래? 자네를 제국의 하급 귀족으로 봉하고 이곳의 가신들도 약간의 지위를 보장해 주겠다. 또한, 재산의 9할을 몰수하겠다. 물론 영토는 포기를 해야 한다. 그 대신 제국의 영토를 하사하지. 어떤가?”
“그것은…….”
“생각할 시간은 10초 주겠다.”
“폐하!”
“결정하라.”
나는 즉답을 원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가 즉답하지 않는다면 곧바로 적진을 쓸어버릴 작정이었다. 늦장을 부리면 수도에서 적들이 방비할 시간을 벌게 되는 것이다.
그리되면 좋을 것이 없었다.
“3초 남았다. 3초 후에는 네 목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크윽! 그렇다면 한 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떤 부탁?”
“폐하와 검을 겨루어 보고 싶습니다!”
“짐과?”
“왕국 최강자가 바로 폐하라고 들었습니다.”
“네가 패하면 어쩔 텐가?”
“폐하와 함께 종군하겠습니다.”
“자네의 병사들과 함께?”
“그렇습니다.”
꽤나 구미가 당긴다.
그는 3만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정예이고 전부 마법사들이다. 칼리어스의 병사들은 어느 정도는 마법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입대할 수 있었다.
전부 마검사라는 뜻이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다만 판도라 왕국에 비교를 하니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수락한다.”
“30분 후에 이곳에서 만났으면 합니다.”
“그리하라. 하나 대결을 하기 전에 조건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 짐이 패한다면 칼리어스를 포기하겠다.”
“……!”
카셀은 눈을 부릅떴다.
설마하니 내가 이런 조건을 내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카셀은 고개를 숙였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좋아, 곧 보도록 하지.”
우리는 이곳에서 헤어졌다.
본진으로 돌아오자 가신들이 몰려왔다. 우리의 만남에서 예사롭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어도 카셀이 깍듯하게 대하는 태도나 여러 반응들을 보고 일이 잘 풀린 것이라 보았다.
“카셀과 대결을 하기로 했다.”
“예?”
“만약 짐이 패하면 물러난다. 하지만 짐이 승리하면 카셀을 비롯한 이곳의 병사들은 함께 종군할 것이다.”
“배신의 우려는 없겠습니까?”
“배신? 함께 붙어 다닐 텐데, 배신하는 순간 다 쓸어버리면 그뿐이다.”
“하기야 우리 군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군 지휘관들은 별로 부담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멀리 떨어져서 승부를 보는 것이라면 병사들이 다칠 수도 있겠지만, 함께 뒤섞여 종군한다면 절대 다른 마음을 품을 수가 없다. 그 순간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결은 언제입니까?”
“30분 후다.”
***
카셀 공작의 본진.
카셀의 가신들이 모였다.
지휘관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카셀은 꽤나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본 공작과 적국 국왕이 대결을 펼친다. 내가 패하면 충성을 맹세하고 종군할 것이다.”
“허어!
“내가 승리하면 적들은 칼리어스에서 물러난다.”
“승리가 가능하겠습니까?”
“아마 불가능하겠지.”
카셀은 고개를 흔들었다.
적 국왕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를 뛰어넘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괴물과 같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인간을 상대로 승리를 점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요행을 바랐다. 그리고 만약 제국이 형성되면 함께 종군하는 것이 전공을 올리기에도 좋았다.
지금 판도라 왕국은 왕국일 뿐이지만 곧 제국이 된다.
제국의 권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은 필수적이다.
“말들이 많을 겁니다.”
“나는 중립 귀족이다. 또한, 시류의 흐름을 알고 있다. 내가 보기에 칼리어스는 판도라 왕국을 물리칠 수 없다. 중앙대륙 전체가 그리될 것이다.”
웅성웅성.
가신들은 저마다 의견을 냈다.
하지만 역시 지금 상황에서는 시류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가산의 9할이 적몰되겠지만 어쨌든 제국의 하급 귀족이 될 수 있고 전공을 세우면 승작도 가능하다.
지금과 같은 전쟁 시기에는 당연히 승작도 빠를 것이다.
“각하를 따르겠습니다.”
“저도 따르겠습니다.”
모든 지휘관들이 동의하였다.
카셀 공작이 국왕파 귀족이었다면 반대가 극심했겠지만, 그는 지금까지 중립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렇게 노선을 선택한다고 해도 욕을 심하게 먹지는 않을 것이다.
“30분이 다 되어 가는구나.”
“무운을 빕니다. 만약 승리하신다면 왕국의 영웅이 되실 겁니다.”
“노력하겠다.”
카셀 공작은 가벼운 마음으로 진영 중앙으로 나왔다.
곧 판도라 국왕도 왔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선언했다.
“짐이 패하면 칼리어스에서 물러난다. 하나 카셀 공작이 패하면 너희들은 판도라 왕국군으로 소속이 바뀐다. 지금이라도 반대하는 자들이 있다면 영지를 떠나서 수도에 합류하라. 잡지 않을 것이다.”
“…….”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병사들은 카셀 공작의 사병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당연히 추격대가 따라붙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병사들은 전의를 잃었다.
핵이라는 무시무시한 무기를 보았고 중앙군이 몰살되었다는 사실도 전해 들었다. 이미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군복을 바꿔 입는 것이 자신들의 앞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없다면 동의한 것으로 알겠다.”
“먼저 덤벼라. 30초 정도는 양보하도록 하지.”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카셀 공작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고수들의 세계에서 30초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찰나의 시간에도 승부가 갈리는 것이 고수들의 세계였다.
3초도 아니고 30초였으니 카셀은 승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카셀의 검은 너무 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