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13
나 혼자 프리서버 213화
213
그런 이유라면 갈 수밖에 없었다.
인류연합을 결성하는 일이다. 그런 중대사를 치르는데 가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유, 어쩔 수가 없군요.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기 너머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대통령은 만약 내가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나는 집사를 불렀다.
“집사장님, 차량을 준비해 주세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곧바로 하이브리드 차량이 준비되었다.
이곳에는 내가 생활을 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시설이 완비되어 있었다.
저택 안에 사우나 시설까지 마련되어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백 회장이 신경을 썼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백연하에게 물었다.
“당신도 가겠어?”
“괜찮아요. 저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게요.”
“그건 일하는 사람들에게 시키면 되잖아?”
“아니에요. 아내가 되어서 식사는 차려야죠.”
백연하는 팔을 걷어붙였다.
남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야 다들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청와대에 도착했다.
이미 이곳에는 관료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이한진과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이거, 좀 쉬려 하였더니 일이 터졌군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국가 중대사라 모시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한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곧바로 화상 회의장으로 이동하였다.
이곳에는 모니터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화면에는 이미 모든 국가의 수장들이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나는 상석에 앉았다.
-어서 오십시오, 각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처음 보는 국가의 수장들도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인사를 하였다. 그건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의 국가수반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가볍게 인사를 했다.
“이렇게 인류연합이 발족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제 분쟁을 끝내고 평화의 시대를 열도록 하죠.”
-이런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밀리엄 카터의 말에 다른 국가의 수반들도 앞다투어 이야기했다.
-지금, 이 순간만을 고대했습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나는 너털웃음을 웃고 말았다.
결정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이리저리 말을 돌리는 것이 정치인이지만, 한 번 결정을 하고 나면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지금은 말을 포장하는 것이 담백한 편이다. 내가 그런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인류연합의 발족식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다들 결정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물론입니다.
“내일 오후쯤 청와대 앞에서 식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내, 내일 말입니까?
“저는 한가한 사람이 아닙니다. 내일 도착하지 않는다면 인류연합에서 제외될 겁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예전 같았다면 이런 정상회의를 하루 만에 뚝딱 잡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들은 내 힘을 알고 있었고 나에게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나오는 것이 당연했다.
“좋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나는 손을 휘저었다.
곧바로 화상회의가 종료된다.
“다 끝났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한진을 비롯한 관료들이 말했다.
이것으로 인류연합의 발족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이것으로 새 시대를 열게 되는 것이다.
온전히 내 힘으로 이루어 낸 쾌거였다.
이한진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저 역시 이렇게 간단하게 인류연합을 발족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기는 했지만요.”
“뭐 어쩌겠습니까? 이건 정치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감당 못 할 보스 몬스터가 출현하면 어찌 될지는 그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과연 맞는 말씀입니다.”
보스 몬스터를 원거리 핵으로 타격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몬스터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할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은 이면 세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전 세계를 먹어치울 수 있다.
“이곳에서 인류연합이 형성되고 나면 저는 곧바로 이면 세계로 가 보겠습니다. 할 일이 쌓여 있거든요.”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제가 대통령직에 있겠지만 이한진 각하를 수상으로 임명하겠습니다. 그러니 국정 운영에 최선을 다해 주세요.”
“그리하겠습니다.”
이미 이한진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인류연합이 형성되면 전 세계의 군권을 쥐고 있을 사람도 필요했다. 물론 내가 원수가 될 테지만 국방부 장관이 필요했다.
“이풍수 장관께서 계속 수고해 주세요.”
“전 세계의 군대를 통치하게 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풍수의 눈이 반짝였다.
연합이 형성되면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연합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되면 당연히 한국의 힘은 강해진다.
“앞으로 바쁘겠네요.”
“후후. 복이라고 생각해야지요.”
사람들의 얼굴이 기대감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얼마나 한국이 발전할지 감조차 잡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소한 오늘 하루는 편하게 쉴 수 있을 것이다.
내일 인류연합이 발족식에는 잠시 얼굴만 비추면 될 것이었다. 나머지는 실무자들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집으로 돌아오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백연하가 저녁을 차려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지금까지 식사 준비를 했어?”
“그럼요. 그게 아내의 의무잖아요?”
백연하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누군가가 보았다면 상당히 이질적인 광경이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후후. 천하의 백연하가 이런 모습이라니.”
“왜요? 마음에 들지 않으시나요?”
“아니, 지금까지 우리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나서 그렇지.”
“그때는…….”
백연하가 얼굴을 붉혔다.
처음에 그녀는 나를 괴롭히고 싶어 안달이었었다. 지금이야 그런 성향은 사라졌지만, 첫 만남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잘할게요.”
“나무라는 것이 아니야.”
백연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곧 손을 씻고 자리에 앉았다.
소박한 밥상이지만, 사실 나는 이런 소박한 생활이 체질에 맞았다.
이면 세계에서는 밥 한번 먹는 데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의 요리들이 나온다. 상다리가 부러질 지경이었던 것이다.
후루룩.
국을 먹어 본다.
구수한 맛이 일품인 된장국이다. 여기에 계란 프라이와 김치, 김, 장아찌 정도로 차려져 있었다.
“맛있네.”
“맛있게 드셔 주시니 감사해요.”
“당신도 먹지 그래?”
“알겠어요.”
우리는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이제야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이런 것이 결혼생활일 텐데, 황궁의 생활은 조금 삭막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 날 아침.
오늘은 늦장을 부리며 일어났다.
9시 정도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한다.
백연하는 나에게 양복을 골라 주었다. 머리까지 손수 빗겨주었고 여러 가지 장신구도 착용하였다.
그녀는 꼼꼼하게 나를 살피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훤칠하네요.”
“이런 것이 일상인데 말이지.”
“길드장님은 정벌이 모두 끝나면 무엇을 하실 생각인가요?”
“정벌의 끝이라.”
백연하는 이 여정의 끝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기야 그녀의 입장에서는 벌써 정벌이 끝났다고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핵 하이브리드 무기가 완성되었고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가만히 앉아서 마력만 충전해도 일국을 날려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될 것이었다.
그런 막강한 힘을 갖추게 되었으니 정벌이 여기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앞으로 정벌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시스템이 인정하는 황제가 되는 순간, 내 여정은 끝이 난다. 그 이후에 또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합의 대통령이 되고 전 세계를 통치하게 되면 사실 목표는 사라지게 된다. 백연하는 그 이후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평범하게 살아갈까?”
“평범한 삶이요?”
“그래, 지금까지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어.”
“그야 그 끝이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끝을 어느 정도 예상하게 되니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하게 되는군.”
나는 쓰게 웃었다.
이 여정이 언제 끝나게 될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머나먼 여정이었고 야심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끝이 보이다 보니 시야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전 세계를 손가락 하나로 날려 버릴 힘을 가졌고 어떤 몬스터가 쳐들어오더라도 막아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렇기에 끝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평범하게 살아가자.”
“약속해요.”
그녀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지금이야 잠깐 바쁘게 살아가야 하겠지만 그 끝을 보게 되면 반드시 평범하게 살아가자고 약속하려는 것이었다.
백연하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약속했어요. 어기면 안 돼요.”
“물론이지. 나는 황제야.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아.”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셔츠 위에 재킷을 걸쳤다.
백연하는 넥타이를 매만져 주었다.
“다 됐어요.”
“그럼 다녀올게.”
“조심하세요.”
“이 세상에 나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없으니까 걱정 마.”
나는 한 번 웃어 주고는 차량에 올라탔다.
“청와대로 가지.”
“예, 회장님.”
하이브리드 차량이 이동했다.
백연하의 말을 듣고 나니 인생이 회의감이 드는 듯도 하였다.
이런 식으로 정복을 해나가면 그 끝에 무엇이 있을까 깊게 생각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였고 말이다.
아마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혼을 계기로 남자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더니.’
누군가가 그리 말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그저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서 그냥 웃어넘겼었는데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결혼을 통하여 남자가 성장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완벽하게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고 할까.
“문득 운전기사를 바라본다.”
“박 기사.”
“예, 회장님.”
“자네는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나?”
“후후. 행복을 지켜나가는 것이지요.”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저는 이미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니 그 삶을 지키려는 겁니다.”
“현답이네.”
“사람마다 목표가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그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것이 인생이고요.”
박 기사는 그렇게 말했다.
청와대 근처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이 부근은 인산인해였다.
각국의 정상들은 물론이고 경호관들, 언론 인사들이 모여들면서 정신이 없었다.
과연 이런 복잡한 삶에 얽히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도착했습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어 가는 중이다.
앞으로는 빠르게 일 처리를 하면서 백연하와 평범한 삶을 살아갈 날을 꿈꿀 뿐이다.
나는 그 기간을 2년 정도로 보고 있었다.
‘앞으로 2년. 그 안에 모든 일을 결착 짓고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자.’
목표를 설정했다.
인생의 목표를 그렇게 잡았으니 앞으로는 달려갈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