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7
나 혼자 프리서버 027화
027
다음 날 아침.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인데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진동이나 무음으로 해 놓는다는 것을 깜빡한 모양이다.
발신자를 보니 오세근이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일이냐?”
-형님! 옛 조직원 10명을 더 모았습니다!
“10명이나 모았다고?”
-길드를 창설하려 한다니까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다만 자신들은 일반인이라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괜찮아. 강제로 레벨 업을 시키고 하이브리드 무기로 무장하면 초보 존 정도는 휩쓸 수 있지 않겠냐? 너도 알잖아. 사체처리나 하고 있는 것과 하급 몬스터일지언정 사냥을 하는 것이 얼마나 대우가 달라지는지 말이야.”
-잘 알지요. 그 씨발 것들이 얼마나 갑질을 하는지도 알고요.
“최소한 그런 일은 없어야지. 오늘 길드 창단할 거다.”
-예! 알겠습니다. 언제 출발하실 겁니까?
“아침 먹고 가야지.”
-초보 존으로 가겠습니다. 그런데 신분증이 문제입니다. 일반인은 금역에 들어가지 못하니까요.
“신분증? 그건 내가 강 중령에게 말해 둘게. 설마 정부가 뒷배인데 그 정도도 못 하려고.”
-흐흐흐. 역시 형님입니다. 갈치를 이용하는 마음이 참.
“닥치고, 이따가 보자.”
오세근은 꽤나 들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 때문에 헛소리를 나불거리는 것이었고.
우선 술을 깨기 위하여 차가운 물로 세수를 했다.
세안을 한 후에 라면을 끓여 먹고 있는데 이른 아침부터 강소라가 찾아왔다. 그녀는 역시 거대한 덩치의 경호원들을 거느렸다.
“계십니까?”
“일찍도 오셨군요. 오늘 오전에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해가 떴으니 오전이죠.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는 아직 끝난 일이 아니라서요.”
“그럼 계약을 해 볼까요?”
“거참, 성질 더럽게 급하네. 일단 좀 먹고.”
“아, 예,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밥은 먹었소?”
“아직…….”
“그럼 한 젓가락 하쇼.”
“감사합니다.”
강소라는 굳이 마다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젓가락을 하나 던지듯 주었다.
설거지 따위는 하지 않은 지 오래여서 그릇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씻어 둔 거라고는 냄비 하나였다.
강소라는 냄비 뚜껑을 차지했다.
“라면은 뚜껑에 먹어야 제맛이죠. 혹시 김치 없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열무김치가 좋은데요.”
“공짜로 먹으면서 더럽게도 말 많네. 총각 혼자 사는데 김치 따위가 있을 리가?”
나는 인상을 확 구겼다.
강소라는 참으로 당돌한 여자였다. 하기야 그 정도는 되어야 성질 더러운 헌터들을 스카우트할 수 있을 것이다.
“후후후! 후루룩!”
정말 대단히 빠른 속도로 라면을 먹는다.
나도 경쟁하듯이 먹고 나서야 겨우 배가 불렀다.
“밥 없어요?”
“…….”
“농담이에요. 뭘 그렇게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봐요?”
“집안 꼴을 봐라. 밥이 있겠나.”
“돈도 많이 버시는데 일하는 사람이라도 좀 구하시지 그래요? 이런 환경에 바퀴벌레가 나오지 않는 것이 신기하네요.”
강소라는 집 안을 휙 훑어보며 혀를 내둘렀다.
서울 시내에서 유일하게 판자촌이라 불리는 곳이었고, 금역과도 가까워 젊은이들은 좀처럼 이 동네에서 살려 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허름한 집인데 여기저기 널린 옷가지 하며 한가득 쌓여 있는 그릇들, 쓰레기 더미들은 마치 폐가를 연상케 하였다.
“정 그러면 당신이 좀 치워 주든가.”
“어쩌죠? 저는 살림에는 영 취미가 없는 여자라서.”
“쯧쯧, 시집가기는 글렀네.”
“무슨 말씀을? 요즘에는 능력 있는 여자가 대세거든요. 남자들도 셔터 맨이 꿈인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관심 있어요?”
“내가 말했잖아, 군인은 줘도 안 먹는다고.”
“이거 섭섭하네.”
그녀는 자연스럽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서에는 여러 가지 조항들이 있었지만, 중요한 부분은 어제 상의했던 그대로였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곧바로 누나를 연구소로 옮기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임관에 대한 부분은 S랭크를 찍고 난 후에 가능해진다. S랭크를 찍으면 곧바로 소령으로 임관될 수 있다.
“A랭크를 찍고서도 소령으로 임관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S랭크가 소령이라니, 너무한 것 아니오?”
“기본이 소령이에요. 법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요. 그래도 나아진 거죠. 예전에는 소위로 임관되었으니까요.”
헌터의 시대가 열리면서 헌터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다. 그건 군대도 마찬가지였다. 넘쳐나는 소위로 임관받으려는 고위 헌터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급 헌터라도 최소한 중위로 임관하는 것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집이나 차, 수행기사, 비서 등도 그때 제공되겠네.”
“물론이죠. 우리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은 아니라서요.”
“어쩔 수 없지.”
사각사각.
나는 빠르게 사인을 마쳤다.
다른 조항들은 읽어 볼 필요도 없었다.
군인 헌터로 추후 임관이 된다고 해도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국가가 위험에 처하지 않는 이상 별로 소집될 일도 없었다.
그에 비하여 수많은 혜택들이 있었으니 굳이 정부의 제안을 거절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확인한 후에 소중하게 갈무리했다.
“오늘 오전에는 뭐 하실 건가요?”
“오늘 오전? 길드 창단식이 있지.”
“와아! 길드 창단이요?”
“옛 동료들을 모아서 길드를 만들기로 했소. 뭐, 그래 봤자 깡패집단이 다시 결성하는 것이지만.”
“멋지네요. 협객들이 다시 모인다니.”
“협객은 무슨. 무시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길드를 만든다는 패기는 좋았지만 다른 길드에서 만만하게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헌터가 없는 길드라니, 무시당하기 딱 좋았다. 물론 헌터는 나뿐인지라 혼자 길드의 린치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래서 창설 초반에는 최대한 타 길드와의 접촉을 피할 생각이었다.
“S랭크를 찍고 나면 자유 군인 헌터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그들을 설득할 수만 있다면 거대 길드로 발돋움하는 것은 순식간이죠.”
“최대한 노력해 보아야지.”
“명심하세요. 한 달이에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에서도 기대가 큰 모양이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내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 분명했다. 연봉 계약은 1년에 한 번씩 하니까.
물론 아직까지 연봉 협상은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모든 혜택은 내가 S랭크를 찍고 난 이후에나 받을 수 있다.
“아, 그리고.”
“말씀하세요.”
“초보 존까지 좀 함께 갑시다.”
“무임승차를 하겠다는 건가요?”
“그럴 생각인데?”
“이번만큼은 해 드릴게요. 길드 창단을 하신다고 했으니 어떤 멤버들이 모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아, 그리고 길드원에 대한 신원보증은 정부에서 해 줄 수 있지?”
“너무 부려먹는데요?”
“해 줄 거야, 말 거야?”
“전화해 두도록 할게요.”
후우우웅.
허공에 뜬 채로 이동하는 차량은 엄청난 속도로 시내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날아다니는 차량이었기에 굳이 차로를 이용할 필요도 없었다. 도로가 막히건 말건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주변의 전경이 휙휙 스쳐 지나간다.
오늘 서버 특화 마을로 가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강소라가 질문을 했다.
“오늘 길드를 창단하신다고 그랬잖아요?”
“그랬지.”
“길드를 창단하게 되면 수많은 타 길드에서 합병 제의를 해 올 수도 있어요. 아니, 충분히 그러겠죠. 신생 길드라고는 해도 당신의 잠재력을 무시하지는 못할 테니까요. 만약 합병 제의가 들어오면 어찌하실 건가요?”
“어쩌기는 뭘 어째? 거절해야지.”
“이유는요?”
“언젠가는 내가 만든 ‘지존 길드’가 최강으로 거듭날 테니까.”
제15장. 길드 창단
초보 존에 도착했다.
강소라는 한참이나 내가 했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릴 때가 되어서야 강소라의 입이 열렸다.
“당신의 말이 맞아요.”
“맞는다고?”
“레이터 길드만 봐도 그렇죠. 한국 지존이라 불리는 백연하가 길드에 존재하기에 고위 헌터들이 모여들었어요. 덕분에 레이터 길드는 한국 최고의 길드로 거듭났고요. 만약 당신이 백연하 양을 꺾을 수 있다면?”
“…….”
“그렇게만 된다면 충분히 최고의 길드가 될 수 있겠죠. 군인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과 고위 헌터들까지 받아들이면 권력의 중추가 될 수 있겠어요.”
“그때가 되면 정부에서 후원을 해 주나?”
“권력은 자연스럽게 쥐게 될 거예요. 협상을 진행하기는 해야겠지만.”
“새로운 목표가 생겼군.”
나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지금 당장은 레벨이 낮고, 지존은커녕 A급 헌터에게도 밀리는 상황이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아직 내가 고위 헌터의 세계로 입문하지 않아서 어떤 식으로 국가에서 권력을 나누어 갖는지,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혜택을 받는지 알 수 없었지만 3년 동안 업계에서 굴러먹은 저력이 있었다.
대충은 알고 있다는 뜻이다.
달칵!
나는 문을 열었다.
계약도 마쳤으니 다시는 그녀와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막차에서 내리려는데 강소라가 붙잡는다.
“되면?”
“저도 끼워 주실 수 있나요?”
“권력을 나누어 가지고 싶다는 건가.”
“당신의 그늘에 들어가고 싶다는 거죠.”
“네 실력이 된다면 끼워 주지 않을 이유는 없지.”
차에서 내려 마을 광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오래전에 헤어졌던 옛 부하들이 모여 있었다.
강소라는 보고를 위하여 본부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부관 오대수 대위가 물어온다.
“중령님, 정말로 나경철 헌터의 그늘로 들어가실 계획이십니까?”
“안 될 이유는 없다.”
“하나 지금까지 강 중령님은 스카우터로 잘 활동을 하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애초에 이번 계약조건을 제시한 것도 강 중령님이었고요. 충분히 능력이 있으신데 굳이 저런 무뢰한 밑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요?”
“만약 그의 잠재력이 정말로 SSS급 이상이라면?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백연하를 꺾고 지존으로 등극한다면 어찌 될까.”
“최강의 존재로 거듭나겠지요.”
“어쩌면 전 세계의 지존으로 통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된다면 선을 대기가 어려워져. 더 큰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 지금이야 이 세상이 이렇게 유지되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몬스터들의 대침공이 시작되겠지. 그럼 자연스럽게 나경철 헌터에게 권력이 쏠릴 수밖에 없을 거야.”
“아!”
오대수 대위는 그제야 강소라의 말을 이해한 것 같았다.
지금이야 아무런 힘이 없지만, 나경철이 강해지면 자신 같은 존재들은 도저히 쳐다볼 수도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렇기에 미리 물밑 작업을 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조건을 달았잖아? 자신이 지존이 되어야 한다고.”
“처세술이 상당하십니다.”
“그게 세상 살아가는 방법이겠지.”
강소라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초보 마을 광장.
거대한 십자가가 가운데에 우뚝 세워져 있었고 마을 게시판이 광장에 한편에 쭉 늘어서 있었다.
이곳에서는 사냥을 위한 구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길드에 속한 사람들은 그들끼리 모여서 사냥을 가지만 자유롭게 세상을 유람하는 헌터들도 많았다.
그들은 나름대로 커뮤니티를 이루기도 하였으며 마을 광장에서 즉석으로 파티를 구성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