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9
나 혼자 프리서버 029화
029
얼마 지나지 않아 오세근이 트럭을 렌트해 왔다. 그 트럭은 사람들이 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우거의 사체를 분해해 얻은 부산물을 싣고 오기 위한 것이었다.
“형님! 타시죠.”
“이만 가 볼 테니 댁도 볼일 보쇼.”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후회는 개뿔. 나는 후회 따위는 해 본 적이 없는 남자거든. 가자!”
트럭으로 길드원이 우르르 탑승했다.
부르릉!
오세근이 액셀을 밟자 차량은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이래 보여도 과학과 마법 하이브리드 트럭이다. 허공에 떠서 가는 것은 기본 옵션이었다. 속력도 대단했다.
마을에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형님, 아까 그 여자는 누구입니까?”
길드원 상당수가 넋이 나간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렇게 예쁜 여자는 연예인 중에서도 찾기 힘들다.
“지존 백연하를 모른다는 말이야?”
“모르는데요.”
“그년이 바로 백연하다.”
“형님이 찍은 갈치요?”
“그럴 리가 있나. 저딴 년은 줘도 안 먹는다, 퉤!”
나는 침을 찍 뱉었다.
괜히 백연하를 만나서 기분만 잡치게 되었다.
“그래? 형님이 안 드시면 저 주쇼.”
“맘대로 해라.”
“낄낄낄.”
우리는 백연하를 대상으로 음담패설을 지껄이며 이동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백연하 앞에서 했다면 당장 모가지가 뒤틀려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나에게 있어 백연하는 마녀 같은 이미지였고, 언젠가는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장난감은 내가 아니라 네년이 될 테니까.’
레이터 길드 본부.
백연하는 초보 존에서 나경철과 만난 후에 길드 본부로 바로 돌아왔다.
그녀가 나경철을 만난 이유는 물론 스카우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놈이 길드를 창설하는 바람에 계획을 바꾸었다.
길드를 운영하는 사람은 길드장 오두식이었지만 실질적인 힘은 그녀에게 있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백연하가 빠져나가면 당장 고위 헌터들이 길드를 나갈 것이다. 그 때문에라도 길드장은 백연하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쥐여 주었다.
길드로 스카우트하려 한 사람이 길드장이 되었으니 합병 제의를 한 것이다. 그것도 나경철에게는 백부장의 직위를 보장해 준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바로 거절당했다.
“귀여운 남자네.”
백연하는 나경철을 생각하며 실실 웃었다.
정색을 하는 나경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느덧 그녀는 길드장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똑똑.
“들어와.”
“다녀왔어요.”
“뭐라고 하던가? 설득은 통했어?”
“전혀요.”
백연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초에 나경철을 스카우트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게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대단한 남자가 각성을 했다. SSS급 이상의 잠재력을 판정받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그렇게 이를 갈던 레이터 길드로 들어올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오두식은 혹시 몰라 백연하를 파견했었다.
아름답고 고귀하며(오두식의 기준에서는) 신비롭기까지 한 백연하를 만나면 먹힐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게다가 백연하는 한국 헌터계의 지존이지 않은가. 그녀의 얼굴을 봐서라도 못 이기는 척 고개를 숙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두식의 착각이었다.
“감히 거절을 했다는 거지? 너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언제라도 뭉개 버릴 수 있으니 그냥 두는 것은 어떤가요?”
“아니야. 앞으로 무섭게 성장을 할 텐데 계약으로 묶어 놓지 못할 바에는 제거해 버리는 것이 낫지.”
“제거하기에는 아까운데?”
“설마 그 남자에게 연심이라도 품고 있는 거야?”
“연심……?”
백연하는 나경철이라는 남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이것이 과연 연애의 감정인가?
헌터가 되고 미친 듯이 레벨 업을 하면서 백연하의 감성은 어느새 세상과 단절되어 버렸다. 그 누구도 백연하를 뛰어넘을 수 없었으니 자연스럽게 생긴 감정의 결여였다. 그녀에게 있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강해지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나경철에게 관심이 있기는 하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장난감으로써의 가치였다.
“가지고 놀기 좋다고 생각했을 뿐.”
“그렇다면 죽여도 무방하겠지?”
“아킬레스건을 끊고 마나 홀을 파괴하는 정도로 하죠. 자존심이 완벽하게 무너진 남자가 어떻게 발버둥을 치는지 보고 싶기도 하거든요.”
“후후. 그래, 이번에는 대놓고 일을 꾸며 보도록 하지.”
“그거 재밌겠는데요?”
백연하의 눈이 반짝였다.
어쩌면 살짝 미친 짓일 수도 있었다.
백연하는 자신의 그런 감정의 결여를 인정하면서도 나경철을 학대하고 싶어 미칠 듯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어서 나경철이 침대에 묶여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으면 했다.
서버 특화 마을에 접어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오싹한 감정이 들었다.
“에취!”
“형님 감기 걸리셨소?”
한진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나는 당연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뭐라고 할까. 감기라기보다는 누군가가 뒷담화를 까고 있는 것 같은 느낌과 비슷했다.
나를 씹어 댈 놈들이 어디 한두 명이겠는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길드원들은 서버 특화 마을에 접어들자 신기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성님, 마치 여기는 이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고라.”
“단절되었지.”
“여긴 어딘디요?”
헌터계의 정보라면 빠삭하게 꿰고 있는 전라도 망치가 물었다.
나는 이를 씩 드러내며 웃었다.
“헌터로 각성하면 각자 하나 정도는 특전을 갖게 되는 건 알고 있지?”
“물론이지라. 저 역시 헌터를 한다고 허벌나게 고생을 했는뎁쇼. 뒈질 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럼 ‘미리엄 월드’에는 접속해 봤냐?”
“흐흐. 어디 그뿐 이것소? 나 같은 백수 새끼야 돈이 없어서 편법으로 접속을 했었지라.”
“프리서버에?”
“그렇소.”
“내 특전이 바로 프리서버 시스템이 적용된 거다.”
“……!”
가만히 듣고 있던 길드원들이 놀라움을 드러냈다.
내 친우이자 가장 친한 동생인 오세근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헛소리를 할 만큼 얼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동생들은 잘 알고 있었다.
나를 포함하여 12명, 그러니까 11명의 길드원들은 조직의 핵심적인 인물들이었다. 난다 긴다 하는 놈들이 모두 모였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들은 나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입 밖으로 내뱉은 말에는 거짓이 없었으며, 그 말은 무조건 실행되었다. 그런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 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주변의 광경이 신기루같이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변해 버렸다. 눈앞에 안 보이던 마을이 나타났으니 믿어야만 했다.
“이곳은 바로 프리서버에만 적용되는 특화 마을이지.”
“허어!”
“그렇다면 성님, 혹시 우리를 여기 데려온 이유가……?”
“쩔을 태우기 위함이지. 속된 말로 하면 그렇고,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를 포함하여 여기 있는 전원이 폭렙 업을 하기 위함이다. 시간 남으면 오우거 사체처리도 할 겸 해서.”
제16장. 폭렙 업
“폭렙 업이라면 우리도 레벨 업을 할 수 있다는 거요?”
“그래, 이미 오세근에게 실험을 해 봐서 알고 있지. 오세근의 레벨은 5다. 예전보다 1.5배는 강해졌을걸.”
“허얼.”
“이런 비장의 카드를 숨기고 계셨다니!”
“내가 이걸 공개하는 이유는 너희들을 형제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믿지 못할 놈은 아예 걸렀어. 세근아, 그렇지 않냐?”
“맞소, 형님. 조직 내에서도 개호로 자식들이 많았으니까. 이 정도면 완벽한 정예라고 봐야지.”
과거에 나를 따르던 조직원만 해도 수십 명이 넘었다.
그중에서도 고르고 골랐고 죽은 놈들은 당연히 제외했다. 그러고 나니 오세근을 포함해 11명이 남게 되었다.
“성님!”
“큰형님!”
동생들은 감동을 받은 표정이었다.
어쩌면 나에게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린 나이에 조직의 간부에 오르지도 못했을 테고 고작 삼십 대 초반에 부두목이 되지도 못했다.
사람을 따르게 만드는 것.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사내새끼들이 이런 일로 감동을 받냐. 앞으로 내가 너희들에게 베풀 은혜를 생각하면 발톱의 때만도 못 된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다 함께 잘살아 보자.”
털썩!
갑자기 한진수를 포함하여 동생들이 무릎을 꿇었다.
나와 오세근은 그런 놈들을 어색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평생 충성을 다하겠서라!”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낯간지럽게 왜 이러냐? 일어들 나라. 너희들은 언제나 내 가족이었다.”
“성님…….”
“자꾸 이러면 그냥 내보내 버리겠다.”
“뭐부터 할깝쇼?”
거대한 덩치를 가진 남자들이 싹싹하게 굴자 보기에 썩 좋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놈들은 충성을 다 바치겠다고 재차 다짐을 했으니 이 정도는 넘어가 주도록 할까.
“세근아, 드론 가져왔냐?”
“당연하지 않소. 뿐만 아니라 발리스타에 화염방사기까지 챙겼지.”
“잘했다.”
이 정도면 폭렙 업을 할 준비는 되었다.
오늘은 오우거 마을을 완전히 털어 버릴 작정이었다.
“그럼 길드 파티부터 하자.”
“길드 파티요?”
“초대받으면 Y를 누르도록 하고.”
아직도 그들은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헌터가 아닌 일반인으로 살아왔고 업계와도 전혀 관계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먼저 초대 메시지를 보냈다.
[플레이어 #12001님에게 파티 초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플레이어 #12002님에게 파티 초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플레이어 #12003님에게 파티 초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한 명 한 명에게 초대 메시지를 보냈다.
그들은 잠시 동안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애썼다. 곧 Y를 누른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알게 되었고 우리는 12명으로 구성된 길드 파티를 구성하였다.
그럼 일반 버프와 길드 버프를 넣도록 할까.
파아아앙!
찬란한 광채와 함께 길드원들이 광채에 휩싸인다.
[길드 레벨 1을 적용합니다.] [사냥 경험치가 15% 상승합니다!] [타격치가 +2만큼 증가합니다!] [물리 방어력이 +2만큼 증가합니다!]“오호!”
역시나 예상한 대로였다.
프리서버에는 PK 활성화를 위하여 길드 버프라는 것이 존재하였다. 혹시나 여기서도 될까 싶었는데 어김없이 버프 창이 활성화되었다. 지금은 LV. 1의 길드 버프를 받았지만, 길드가 성장하면 더 많은 버프를 받게 될 것이다.
좀 더 몸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몸도 가벼워진 것 같다.
나는 약간의 능력치 상승을 느꼈지만, 난생처음으로 버프를 적용해 보는 동생들은 날아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다들 느낌이 어때?”
“날아갈 것 같슈!”
“성님, 참말로 프리서버 시스템을 적용한 것 같소.”
감탄이 이어진다.
사실, 이 정도로 감탄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오늘 이들은 나와 함께 오우거 마을을 완전히 털게 될 것이다.
오우거들을 쓸어버리고 나면 엄청난 양의 경험치와 파티 경험치가 들어올 것이었다. 그것으로 길드원들은 강해질 것이다.
“그럼 슬슬 출발해 보도록 하자.”
“간만에 피가 끓소!”
“조심해야 한다. 오우거 한 마리가 난입하면 다 뒈질 수도 있으니까. 마을 근처에 갈 때까지는 긴장 늦추지 말고. 그러라고 버프를 준 거니까.”
“알겠소!”
우리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였다.
덩치는 곰만 한 것들이 엄청난 속도로 이동했다. 전직 건달 출신에 다들 행동파 조직원들이었으니 몸 쓰는 일 하나는 이골이 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