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48
나 혼자 프리서버 048화
048
빠악!
“아아악!”
나는 한철중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이거 진짜 골 때리는 놈이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국에 피규어가 그렇게도 중요하다는 거지?”
“제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들입니다!”
“…….”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고문을 하는 것보다는 피규어를 가지고 협박하는 것이 잘 먹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한진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봉지를 내밀었다.
“혹시나 해서 쓸어 왔습니다. 이런 오타쿠라면 피규어로 협박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요.”
“안 돼! 내 아이들!”
“작두를 가져와라.”
“안 됩니다! 절대 안 돼요!”
작두에 피큐어 머리를 댔다.
작두의 칼날을 내리친다면 그대로 인형의 머리통은 날아갈 것이다.
“질문에 순순히 답하면 피규어들은 안전할 수 있다.”
“무엇이든!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흠, 그래?”
“영혼이라도 팔겠습니다! 부디 제 피규어만은!”
정말 답이 없는 인간이었지만, 협박이 이렇게도 잘 먹힌다니 이야기가 쉽게 풀릴 것 같았다.
“네 서버의 기밀을 캐야겠다.”
“그건?!”
“머리 잘라라.”
“예!”
서걱!
“끄아아아악!”
한철중은 몸을 비틀었다.
복면으로 얼굴이 가려져 있었지만,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어째 피큐어의 머리가 잘렸는데 자신의 머리가 잘린 것처럼 괴로워한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연구 대상인데, 이거.”
“다음 피규어.”
“으으으.”
놈은 벌써 한 차례 고문이라도 당한 것처럼 신음을 흘렸다.
이대로 피규어의 머리통 하나가 더 잘리면 정말로 기절을 해 버릴 것만 같은 모습이다.
“대답할 생각은 들었나?”
“부디 살려 주십시오!”
“죽인다고는 안 했는데.”
“저는 죽여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들만은…….”
“그러니까 보장을 하겠다고 하잖아. 네 사랑하는 아이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부는 것이 좋을 거다.”
“크윽. 말하겠습니다.”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인형 머리를 잘랐을 뿐인데 어째 인간의 목숨을 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이나 놈의 표정은 심각했다.
“유저들이 모르는 버그가 있나?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게임상에서 강해지기 위한 버그 말이다.”
“게임상의 버그요?”
“나는 독재자 서버의 유저다.”
“허억! 게임상에서 강해지기 위해 저를?!”
“왜? 그러면 안 되냐?”
“그런 것은 아닙니다.”
놈은 머리를 굴렸다.
피규어를 구하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후원 시스템을 유저가 열 수 있습니다.”
“후원 시스템을 열 수 있어?”
“반값으로 운영할 수 있는 버그가 있지요!”
“좋은 정보다.”
나는 흡족하게 웃었다.
유저가 후원 시스템을 열 수 있다면 나는 새로운 시스템을 얻게 되는 것이다.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었다.
“코드는 010011, 1011010입니다!”
“좋아, 그리고 나머지 시스템은?”
“그다지 버그라고 할 것이…….”
“잘라라.”
“아닙니다! 방금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놈은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인형들을 지키기 위하여 필사적인 것이다.
“독재자 서버는 워낙에 버그가 없습니다. 그만큼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버그가 있습니다.”
“뭔데?”
“유저가 즉사 스킬을 시전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
나는 심장이 쿵쿵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상대방을 바로 즉사시킬 수 있는 스킬을 생성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놈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운영자가 유저를 죽이기 위해 사용되는 스킬입니다. 제가 사용하면 유저는 즉사하게 되지요.”
“오호! 좋은 정보이다.”
“하지만 유저가 사용한다면 발동 확률은 대략 10% 정도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3일 정도의 쿨타임이 있습니다. 파워드 킬이라는 주문인데 판타지 소설의 즉사 마법에서 따왔습니다. 이건 예전에 하이 엘프에게 적용을 시키려 했다가 너무 밸런스 파괴인 것 같아서 그만두었었습니다. 사실 버그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하! 이미 밸런스 파괴이다. 네놈의 엘프 위주의 운영 때문에 유저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는 알고 있냐?”
“하는 수 없습니다! 엘프는 사랑인걸요!”
“아, 더러워 죽겠네.”
엘프들이 불쌍해질 지경이었다.
이런 놈한테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슬슬 끝내야 할 것 같았다.
이만하면 캐낼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알아냈다.
“코드는?”
“코드는…….”
나는 코드를 받아 적었다.
이 정도면 볼일은 끝났다.
“풀어 줘라.”
놈은 포박이 풀리자마자 머리가 잘린 피규어 앞에 무릎을 꿇었다.
“크으윽! 루미 짱!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해!”
그리고는 꺼이꺼이 목 놓아 울었다.
우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놈은 한진수가 끌고 가서 대충 버려 버리기로 하고 오세근을 비롯한 일행들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물었다.
아무래도 담배 연기로 몸속을 정화해야 할 것 같았다.
누나 때문에 끊었지만, 오늘 못 볼 꼴을 보았더니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형님, 후원 상점이라는 것을 열어 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
“아, 그렇지.”
나는 곧바로 코드를 이용하여 후원 상점을 열었다.
현금으로 바로 아이템을 싼값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이익이었다. 바로 세계 지존은 예약이다.
지이잉!
눈앞에 수많은 아이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독재자 서버에서 보던 후원 상점이었다. 그런데 가격이 좀 달랐다.
“엥? 이게 뭐야!”
수많은 아이템들의 가격이 무려 수백 배 이상이었다.
무슨 단검 하나가 수억 원에 이르렀다. 이래서야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음…….”
“형님, 무슨 문제 있수?”
“형벌의 단검이 3억인데…….”
“30만 젠이라는 뜻 아니우?”
“그렇기는 하지.”
“그럼 싼 것 같은데.”
“가성비가 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깃털 상점보다 성능은 떨어지면서 젠으로 구매하는 아이템보다는 좀 좋고…….”
“그럼 깃털 템을 맞추기 전에 중도에 거쳐 가는 아이템이라고 보면 되잖수?”
“그건 그런데.”
한마디로 기대치보다는 조금 낮았다.
운영자를 직접 잡아 왔다고는 해도 엄청난 버그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놈은 나름대로 서버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엘프 오타쿠로 살아가기 위해 서버에 온갖 애정을 쏟아부었던 것이다. 그러니 애당초 버그라고 할 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
그나마 미리엄 월드 자체의 버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
오세근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파워드 킬 주문을 얻은 것이 어디요?”
“그렇기는 하다만. 10%라니…….”
“코드로 스킬을 등록하고 레벨 업을 하면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수?”
“……!”
나는 놀라움을 드러냈다.
역시나 오세근이다. 코드로 스킬을 만들어 등록할 생각은 못 했었다. 원래 스킬이라는 것이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증가하고 레벨도 올라간다.
그러니까 스킬의 쿨타임이나 발동 확률도 내가 성장할수록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건 생각해 보면 무서운 주문이었다.
일정 확률로 무조건 즉사. 그게 보스 몬스터이건 인간이건 가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마법처럼 죽어 버리는 것이다.
만약 확률을 높일 수만 있다면 이만큼 막강한 주문도 없었다.
“그래, 이것으로 만족하자.”
“반드시 언젠가는 우리 모두의 생명을 구해 줄 수 있을 거요.”
오세근은 그리 확신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오세근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만큼 위험한 일이 근시일 내에 발생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비행기에 올라타기 전에 연길공항에서 심상치 않은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천에서 일이 터지고 있다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오. 정부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야 그렇지.”
왠지 느낌이 싸하다.
마치 피가 차갑게 식는 느낌이라고 할까.
나는 오감보다 육감이 더 발달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전국 3대 조직의 부두목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촉’ 때문이었다.
지금 내 촉이 인천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고 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예감을 동생들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공항 쪽은 안전하다고 했나?”
“인천 외곽이면 공항도 포함되기는 하는데, 별일 있겠소? 보니까 강화도 근처에서 뭔가 일이 발생한 것 같더만.”
“내가 너무 과민한 거겠지?”
“그렇소. 아무래도 오늘 운영자 새끼를 족친 것이 영 신통치가 않았잖아?”
“흠, 그래.”
나는 억지로 납득을 했다.
그저 지금의 느낌은 운영자에게서 생각했던 것보다 건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되뇔 뿐이었다.
아침 일찍 연변으로 가서 운영자를 족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가 오후 5시 무렵이었다.
아직 해가 떨어지기 전이었다.
웅성웅성.
우리가 출국장으로 나오고 있는데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와 있었다.
어디에선가 우리가 연변에서 이곳으로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뻔했다.
“이번에 백연하 양이 공개적으로 구애를 하였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백연하 양이 나경철 씨를 위하여 레이터 길드를 해체시켰습니다. 그녀를 길드원으로 받아들이실 건가요?”
“그건…….”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그 생각을 했다.
백연하는 레이터 길드를 진짜로 해체해 버렸다.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뇌를 해부해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국 최고의 길드를 해체해 버리면 정부가 받는 타격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나름대로 레이터 길드는 몬스터를 막아 주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이터 길드가 사라졌으니 그만큼의 공백이 생긴 셈이었다.
만약 지존길드에서 백연하를 받아들이면 그 공백을 우리가 메워야 할 수도 있었다. 그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런 마녀와 어떻게 함께 사냥을 다닐까 싶었다. 사냥에 대한 부분도 그랬다.
“하아.”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나마 백연하가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레이터 길드를 해체하면서 생기는 부산물을 정리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나경철 씨! 한마디 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좀 피곤하군요. 쉬어야겠습니다.”
“나경철 씨!”
콰르르르릉!
그때였다.
갑자기 전류가 모여들더니 항공기 이륙장에서 몬스터 홀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미 연변에서 인천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 들었지만, 막상 일이 닥치니 당황스러웠다.
그곳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애애애앵!
곧바로 대피령이 발동되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각양각색이다.
인천공항은 국제공항으로 그 위상이 높았고, 다행히 헌터 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국제공항에 군부대가 주둔하는 것은 상식이었다.
몬스터들은 빠르게 진압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