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55
나 혼자 프리서버 055화
055
거대한 성벽을 지키는 병력은 20명에 불과했다.
한 번도 영지가 점령된 적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몇 차례 공성을 겪고 나면 경비병의 숫자는 수십 명에서 100명까지 늘어난다. 그 전에 점령을 하고 나면 누구도 판도라 영지에는 들어올 수 없으므로 우리 길드의 소유가 된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성벽에 올라오자 저 멀리 공성 탑이 보인다.
영주성의 광장 부분에 공성 탑이 치솟아 있으며 그곳을 지키는 경비병은 둘밖에 없었다. 공성전치고는 거저먹는 일이라고 보아도 되었다.
성벽에 올라와 다시 반대편으로 내려간다.
그리고는 빠르게 이동했다.
성벽 위는 그림자 하나 없었다. 모두 백연하가 시선을 끌고 있는 곳에 몰려가 있었다. 그러니 놈들이 여기까지 신경을 쓸 여력은 없는 것 같았다.
오세근이 말했다.
“형님, 쉬워도 너무 쉬운 것 아니오?”
“그래도 모르는 일이다. 긴장 늦추지 마.”
“그건 당연히 그래야지요.”
텅 빈 광장에 이르렀는데 경비병 두 명이 검을 들고 달려왔다.
“우리를 죽여야 할 것이다!”
“쳐라!”
내가 선두로 뛰어나갔다.
영지 안을 돌아다니던 경비병들은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웬만한 몬스터는 쓸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독재자 서버에서 판도라 영지의 경비병은 용까지 잡을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하지만 공성전에 동원된 경비들은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았다.
원래 공성전이라는 것이 유저가 주축이 되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강한 것은 사실이었다.
퍽퍽!
내 검을 놈이 피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나를 발로 걷어찼다. 생각보다 묵직한 충격을 받고 튕겨 나갔다.
그 와중에도 나는 명령을 내렸다.
“조심해라! 거리 벌리고, 원거리에서 공격해!;”
“알겠수!”
길드원들은 원거리에서 공격을 시작하였다.
화살이 쏘아졌고 마법은 물론이고 단검까지 경비병의 몸에 틀어박혔다.
그들은 신음을 흘리며 쓰러졌다.
“이런 치사한…….”
가까이 붙으려고 하면 도망을 쳤고, 멀리서 오직 원거리 공격만을 감행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길드원이 골로 갈 수도 있었다. 게임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부활이라는 것이 없었다.
경비병이 쓰러졌다.
특이한 것은 경험치가 올랐다는 것이다.
띠링!
[경험치 12,000이 올랐습니다!] [경험치 12,000이 올랐습니다!]길드원들의 경험치도 오른다.
몬스터보다 많은 경험치가 들어온다. 물론 레벨 업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르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제는 공성 탑을 깨부숴야 한다.
“공성 탑에 달라붙어!”
“후딱 조져 버립시다!”
퍽퍽! 퍽퍽!
우리는 공성 탑을 부수는 작업에 들어갔다.
단순히 타격하는 것만으로도 부술 수 있었지만 밸런스를 고려하여 일정 시간은 타격을 해야 한다.
10분에 이르는 시간 동안 공성 탑을 가격해야 하는 것이다.
5분 정도가 지나자 공성 탑의 HP가 반으로 깎였다.
이대로 5분만 더 버티면 영지는 나의 것이 되는 걸까.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성벽 쪽에서 일단의 무리가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전부 검으로 무장을 하고 있는 경비병들이었다.
“적들을 막아라!”
“와아아아!”
“젠장! 너희들은 공성 탑 부수고 있어라! 저들은 내가 막는다!”
“하지만 형님!”
나는 적들을 유인하기로 하였다.
정면을 향하여 달려가다가 방향을 틀었다. 놈들은 멍청하게도 나를 쫓아왔고, 그때부터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NPC여서 그런지 지능이 꽤나 달리는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공성 탑 주변을 빙빙 돌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성 탑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경비병들은 그제야 공성 탑으로 시선을 돌렸다.
“공성 탑이 파괴된다! 저들을 물리쳐라!”
“와아아아!”
이번에는 길드원들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모두 흩어져!”
길드원들이 일제히 흩어졌고 이번에는 내가 공성 탑을 가격하기 시작하였다. 경비병들의 시선이 분산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꽈지지직!
콰르르르르!
순간, 공성 탑이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팡파르가 터졌다. 소유권이 이전되었다는 표식이 떴다.
띠리리링!
[축하드립니다! 판도라 영지의 영주가 되셨습니다!] [영주 버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금을 징수할 수 있습니다!] [영주 전용 던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영주 전용 던전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군.’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기는 했다.
하지만 알고 있던 것과 실제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독재자 서버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왔다면 독재자 서버의 영주 전용 아이템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독재자 서버에서 내가 착용하던 마왕 시리즈보다는 못하겠지만 지존으로 향해 가는 동안 중간다리 역할은 확실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만하면 만족스럽다.
내 팔에는 판도라 영지의 영주라는 표식이 나타났고 그걸 경비병들이 알아보았다.
그들은 바로 내게 무릎을 꿇었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성벽 쪽에서 가신들이 달려왔다.
그들 역시 나에게 무릎을 꿇었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다만 아셈 영주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 있었을 뿐이다.
영지가 점령되었으니 그를 어떻게 처분할지는 내 의사에 달려 있다.
영주를 처형하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굳이 그렇게 처리하지 않기도 했다. 영주만큼 영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셈은 들어라.”
“나를 어쩔 셈이지?”
“충성을 맹세한다면 살려 주는 것은 물론이고 영지를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으음…….”
“거절한다면 죽음뿐이다.”
그는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NPC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해도 게임과 같을 수는 없다. 엄연히 살아서 움직이는 인간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아셈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영주님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좋아, 그대를 행정관에 봉한다.”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이만하면 되었다.
이곳 영지에서는 처음 겪어 본 공성전이라고 해도, 허접한 전력으로 공성 탑을 부수려니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꽤나 피로가 쌓였다는 뜻이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라. 내일 회의를 열 것이다.”
“영주님의 뜻대로!”
그들이 돌아가고 난 이후에 길드원들이 모여들었다.
백연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성문을 열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생각보다 문이 튼튼하군요.”
“그러니 수백 명이 달라붙어서야 깰 수 있었지.”
“반파되었는데, 상관없겠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일 논의를 하도록 해야지.”
“방금 시스템 메시지가 떴는데,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단연 버프인 것 같은데요. 영주 버프를 저희도 사용할 수 있죠?”
“내가 버프를 터뜨리면 너희들에게도 적용이 되겠지.”
“한번 사용해 보는 것은 어떤가요?”
백연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와 함께 하는 이상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표정이랄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버프를 확인해 보도록 할까.”
파아아앙!
영주 버프를 사용했다.
각종 버프들이 활성화되었다.
[이동속도가 5% 증가합니다.] [버프가 유지되는 동안 영지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의 가격이 30% 하락합니다.] [영지에 존재하는 던전 몬스터에 대한 타격치가 30% 증가합니다.] [머리가 맑아지며 지혜가 5% 증가합니다.] [몸이 가벼워지며 민첩이 5% 증가합니다.]“와아!”
영주 버프가 적용되었다.
다른 버프들도 상당했지만, 무엇보다 물건의 가격이 30%나 하락한다는 것과 던전에서 타격치가 30%나 증가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백연하도 그 점을 인정했다.
“아주 버프가 괴랄하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영지에서만 적용되는 버프는 2종이지만 나머지는 영지 바깥에서도 적용되는 것이잖아요? 사기적인 버프네요.”
이미 여러 가지 버프를 사용할 수 있는 나였다.
일반 버프나 길드 버프, 젠 버프에 이어서 영주 버프까지 생겼다.
엄청 대단한 버프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시스템 특성을 생각하면 굉장한 효과라 할 수 있었다.
원래 버프들은 짜기 나름이니까.
“여관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고요?”
“그렇다고 하던데?”
“그럼 오늘은 여관에서 실컷 먹고 마시는 것이 어떨지?”
백연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짜라면 환장을 하는 길드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 공짜 밥을 먹게 생겼네!”
“가뜩이나 비싼데 여기서 짱 박혀서 레벨 업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좋은 생각이다.”
영주성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고급 여관에 묵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음식도 맛있었고 거의 귀빈관급의 시설이었으니까.
우리는 고급 여관으로 향하기로 했다.
땅거미가 어슴푸레 내리고 있었다.
내가 지나갈 때마다 NPC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드디어 영주님이 바뀌셨군요.”
“저희는 영주님을 환영합니다.”
시스템의 영향인지 반항하는 NPC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곳의 영주를 살려 주었다는 것이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영주를 죽였으면 어느 정도의 반란은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영지를 지키는 경비병들도 인사를 했다.
“영주님께 충성!”
그들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경례를 붙인다.
백연하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경비병을 바라본다.
“용도 잡을 수 있다는 NPC로군요?”
“그렇지. 애초에 그렇게 설계가 되었으니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들은 영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었다면 바깥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을 낙엽처럼 쓸어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나름대로 밸런스를 고려했다고 할까.
실제로 독재자 서버에서도 경비병을 죽일 수 있는 존재는 흔치 않았다. 지존도 경비병과 맞서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현실에서는 이들을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없다고 볼 수 있었다.
마을을 가로질러 여관에 도착했다.
여관의 직원들이 인사를 한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음식과 숙박은 공짜겠지?”
“영주님의 은혜로 살아가는 저희들인걸요. 당연히 무료로 제공해야죠.”
“그럼 가장 맛있는 음식과 술로 세팅해 와.”
“알겠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공성전을 하면서 허기가 졌던지라 우리는 순식간에 음식을 먹어 치웠다.
그건 누나와 백연하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빠른 속도로 음식을 먹어 치운다.
얼마 안 되어 접시가 바닥을 드러냈다.
백연하가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으로의 목표라.”
영지를 내 소유로 바꾸는 데 성공하였다.
경쟁 길드가 없는 데다, 아직까지 한 번도 영지가 점령된 적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많은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영주 특화 던전을 공략해 보는 거지.”
“영주 특화 던전이요? 그곳을 공략하면 무엇이 나오나요?”
“경험치 물약.”
“……!”
나는 독재자 서버의 지존이다.
당연히 영지를 몇 개나 가지고 있었고 가장 경쟁이 치열한 판도라 영지도 나의 소유였다.
영주 특화 던전도 클리어했었는데 보상으로 경험치 300% 상승, 400% 상승 물약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록 몇 시간밖에 적용되지 않았지만, 오늘과 같이 몰이 사냥을 하면 빠르게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길드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 거 잘됐수. 그럼 내일 당장 갑시다!”
“그래, 그렇게 하자.”
이걸로 내일 할 일은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