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67
나 혼자 프리서버 067화
067
제37장. 투석기
“하하하!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과에 따라서 진급을 시키는 것이 지금의 법입니다.”
“허어.”
나는 어처구니없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고속으로 진급을 시킨다고 해도 임관을 한 지 단 며칠 만에 이렇게 들이대는 법이 어디에 있는가?
계급이 올라가면 여러 가지 혜택이 있겠지만 그만큼 책임도 커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자유 헌터라고 해도 그런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풍수 장관이 걱정 말라는 듯이 말했다.
“굳이 귀하를 귀찮게 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그렇다면야.”
굳었던 내 얼굴이 조금은 풀렸다.
애당초 군인 헌터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언제 어떻게 나를 귀찮게 할지 전혀 알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막중한 책임을 지기 싫어서였다.
그런데 최대한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하니 조금 안심이 된다.
“설마 지금 이 자리에서 진급식을 하려는 건 아니겠죠?”
“왜 아니겠습니까?”
척척척!
저 멀리서 일개 연대급 병력이 행군해 오고 있었다.
최신식 하이브리드 소총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고 복장은 방탄복 수준이 아니라 거의 갑옷에 가까웠다.
저렇게 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정예 병력이라고 보아야 했다.
내가 있던 자리는 곧바로 임관식장으로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장병들이 단상을 준비하고 그 앞에 사열을 하자 꽤 그럴싸했다.
게다가 언제나 그랬듯 이곳에는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우리를 빙 둘러싸며 촬영을 하기에 바빴다. 진귀한 장면을 보기 위하여 헌터들까지 모여드니 원래부터 이곳에서 임관식을 준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의 반강제로 진급을 하는 것이지만 어쩔 수가 없는 듯했다.
“할 거면 빨리 해치우도록 하죠. 저는 가능하면 빨리 가 봐야 하거든요.”
“귀하의 공사다망함이야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저 계급장 달고 기념촬영만 하면 됩니다.”
“뭐, 그러시죠.”
이풍수 장관이 단상에 섰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우리는 지금 영웅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너무 진급이 빠른 것은 아닌가, 의아하시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미래의 세계 지존이시며 한국을 위기에서 몇 번이나 구해 낸 공이 적지 않습니다. 해서, 저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파격적인 대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흐흐흐. 네가, 몇 번이나 한국을 구했어?”
“발록을 죽이기는 했지만, 그건 임관을 하기 전인데?”
“검은 홀에서는 그냥 웨어울프 몇 마리 때려죽인 것이 전부라면서?”
“그러게 말이다. 왜 저렇게 오버를 하는 건지.”
누나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잘 알겠지만 뭐 저렇게까지 무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누나의 병이 완치되지 않는 이상 군인을 그만둘 마음도 없었고, 한번 입대를 하였으니 의무복무기간이라는 것이 있었다.
법으로 묶여 있는 몸인데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이 설레발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풍수 장관은 나에 대해 온갖 미사여구를 쏟아 내더니 소개했다.
“대한민국이 배출한 최고의 헌터, 나경철 소령을 모시겠습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
장병들은 미리 예행연습을 한 듯 우렁찬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쏟아 냈다. 근처에서 구경하던 헌터들은 얼떨결에 박수를 쳤다.
나는 단상 앞에 섰다.
이풍수 장관은 내 어깨 위에 무궁화 2개를 더 달아 주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진급을 시키는 겁니다.”
“그런데 왜 대령으로 진급을 하냐고요.”
“그야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이니까요. 원래 전시에는 2계급 특진을 하기도 합니다.”
“검은 홀을 없앤 것이 그 정도로 대단한 일인가요?”
“물론입니다. 과거의 그 난리를 생각하면 2계급 특진도 오히려 부족할 정도입니다.”
“아, 그러세요.”
중령으로 진급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대령이 되었다.
이쯤 되니 대한민국의 군 체계가 이렇게까지 허술한 것인지 의심마저 들었다.
내 시선이야 어떻든 이풍수 장관은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그럼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그러지요.”
“연설 부탁드립니다.”
“연설까지 해야 합니까?”
“물론입니다.”
이풍수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다.
정말로 기뻐서 그러는 것인지 가면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나를 빠른 시일 안에 장성급 인사로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단상 앞에 섰다.
“험험.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2계급이나 특진을 하게 되니 솔직히 조금 당혹스럽습니다. 제가 미래의 세계 지존이라는 말들이 떠돌고 있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저도 제가 얼마나 발전하고 멈출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과한 처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쨌거나 급한 부름이 있다면 방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짝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풍수와 기념촬영을 했다.
이곳은 금역 안쪽의 초보자 마을이었기에 헌터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어 이풍수 장관은 곧바로 단상의 철거를 지시했다.
장병들이 동원되자 순식간에 단상이 사라졌다.
병사들은 곧바로 운송 차량을 타고 사라졌고, 이곳은 언제 진급식이 있었냐는 듯이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았다.
물론 기자들이 달라붙어서 사진을 찍어 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조금 과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다음번에는 장군이 되시겠군요.”
“별로 달가운 일은 아니로군요.”
“허허허! 이미 국회에서는 귀하를 장성급 인사로 올리기로 통과가 되었습니다.”
“국회 통과가 되었다고요?”
“원래 장군을 만들어 내려면 국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만장일치로 미리 통과가 되었습니다.”
“…….”
정말 철두철미한 작자가 아닐 수 없었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이미 국회 통과까지 되었단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일까.
“그럼 바쁘실 텐데 볼일 보시지요.”
“후유, 나중에 봅시다.”
나는 휘적휘적 걸어서 누나에게 돌아왔다.
“우리 경철이 장군이 되겠네?”
“그런 말 하지도 마. 앞으로 얼마나 귀찮게 굴지 상상도 안 된다.”
“가문의 영광이지. 장군 가문이라니 말이야.”
누나는 희희낙락이다.
이게 나중에 얼마나 큰 족쇄가 될지 짐작도 하지 못하고선 말이다.
타다다다!
이풍수 장관이 탄 헬기가 빠르게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비서관이 조금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네는 왜 그러나?”
“나경철 대령 본인의 말대로 너무 급하게 서두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각하의 뜻이네.”
“헉! 그렇습니까?”
“이미 나경철 대령이 국가급 헌터가 되었다는 정보가 있었네. 백연하가 인정했던 사실이지. 이렇게 빨리 성장한 헌터가 있었나?”
“역사상 처음이지요.”
“그래, 역사상 유례가 없던 일이지. 이런 상황이니 VIP께서 관심을 갖지 않으신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그렇습니까.”
“나도 동의하기도 했고.”
“장관님께서요?”
“보게. 오늘 보니 더 강해진 것 같더군. SS급 헌터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6개월 안에 세계 지존이 될 것을 장담하지. 그리된다면 어떨까? 한국의 국력이 얼마나 강력해지겠나.”
“과연.”
세계 지존 보유국이라는 것.
이 세상을 멸망으로 몰아넣을 정도의 보스 몬스터가 지구에 나타난다면 나경철이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제는 핵보유국이 강대국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라 고위 헌터를 많이 보유할수록 강대국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 장관은 대통령의 정책이 전혀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성장할지 두고 보도록 하지.”
“저도 기대됩니다.”
누나를 영지에 데려다주고 나는 곧바로 오크족을 토벌하러 가야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뭔가를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내 부관인 강소라 중령은 여기 없지만, 군부대에서라면 무기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이곳에는 군부대가 있다.
내가 제복으로 갈아입고 군부대에 들어가자 근무를 서던 위병이 인사를 한다.
“충성!”
“연대장님 계시나?”
“바로 연결하겠습니다!”
“여기서 뭐 하려고?”
“가져갈 것이 있어서 말이야.”
오크족 토벌은 현재의 상태로도 끝낼 수 있겠지만 연계 퀘스트가 문제였다.
전직 퀘스트는 보통 2개를 수행해야 한다.
오크족 토벌이라는 대규모 전투를 퀘스트로 냈으니 그다음 퀘스트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현대적인 무기가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누나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바라봤다.
“화학무기가 통하지 않는다면서?”
“쓰기 나름이지.”
“흠…… 그래?”
군 생활을 해 보지 않은 누나는 전술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원래 그런 대규모 전투에서는 전략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정석이다.
지금이 무슨 고대도 아니고, 충분히 도움이 되는 무기가 있는데 쓰지 않는다는 것은 실책이 된다.
영지군이 리젠되는 것이 아니라 징집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난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전략을 사용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 멀리서 지프 한 대가 달려온다.
연대장이 내려서 경례를 했다.
“충성! 이제야 뵙습니다. 박경식 대령이라 합니다.”
“저도 이제 막 진급한 대령인데 말입니다.”
“급이 다르시죠. 곧 장성으로 진급하시지 않습니까?”
그는 군기가 바짝 들은 일병처럼 서 있었다.
나는 군대에 다녀왔기에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대령 계급장까지만 달아도 성공한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에게 부동자세를 취한 것이다.
“부탁 좀 하려 합니다.”
“명령하십시오!”
“명령이라…… 좋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C4 좀 가져갈 수 있을까요?”
***
“4C라면 폭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가능합니다.”
“그래도 보급 사령부에 전화는 해 봐야…….”
“아닙니다. 나 대령님께서 필요하신 물건은 무엇이든 지원하라는 보급 사령관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하, 그런가요?”
“이미 전달받았습니다.”
굉장히 빠른 처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 명령은 내가 소령으로 임관하였을 때 보급 사령부에서 바로 내려온 것으로 보였다.
일 처리가 어찌 이렇게 깔끔하고 빠를 수 있을까.
“C4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많이는 아니고, 한 상자 정도면 되겠습니다.”
“이번에 계량된 C4가 있는데 마법과 하이브리드입니다. 파괴력도 대단하여 폭발력이 기존의 3배 정도 되지요. 그걸로 가져다드릴까요?”
“오, 좋군요.”
“알겠습니다.”
박경식은 곧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군용 차량에 웬 나무상자 하나를 싣고 왔다.
“여기 있습니다.”
“흠…… 뭐,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까?”
“보통은 사인이 필요한데 요즘에는 CCTV가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직접 전해 드렸으니까요.”
“아, 네.”
“그럼 살펴 가십시오!”
군인들이 경례를 했다.
나 역시도 얼떨결에 경례할 수밖에 없었다.
부대를 나와 차에 올라타려는데 누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C4면 폭약이잖아.”
“그렇지.”
“계량까지 한 폭약을 그렇게 쉽게 내줘도 되는 거야?”
“보통은 그렇지 않을 텐데, 뭐 그렇게 하라잖아. 상관없겠지.”
“그런가?”
일반인인 누나가 보기에도 지금 있었던 일은 조금 허술해 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군대가 그리 허술한 조직이 아니다.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 이후에는 가장 빠르게 변화하였다. 뚫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잘 정비된 조직이었다.
나에게 이렇게 관대한 것은 아마 미래의 지존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