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7
나 혼자 프리서버 007화
007
팡! 팡팡!
띠링!
[+7 윌리엄의 검에 신비한 힘이 깃듭니다.]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8 윌리엄의 검을 획득하였습니다!]초보 검이라지만 이쯤 되니 화려한 이펙트까지 터졌다.
마을 전체에 빛이 번질 정도의 이펙트였다. 그 덕분에 아침에 사냥 준비를 하러 들른 헌터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검은 +8부터 빛을 낸다.
강화에 성공한 윌리엄의 검은 약간 노르스름한 빛을 내고 있었다.
헌터들은 내 얼굴을 알아보았다.
“뭐야, 어제 그 버그 캐릭터 아니야?”
“설마 아침까지 사냥을 한 건가?”
“그럴 리가 있겠어? 좀 일찍 나온 거겠지. 그나저나 저 검을 +8까지 강화한 거야? 레어템을?”
미쳤다는 듯이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
웬만한 헌터라면 내가 미친 인간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건 단순히 간이 크다는 거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여기다가 외쳤다.
“축하드려요!”
“후유.”
“서, 설마? 아니죠?”
여 기자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왜 여기서 다시 강화를 준비하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당연한 일 아닌가?
9강까지는 강화를 해야 제대로 된 무기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나 9강부터는 특수 옵션이 붙었기에 8강과는 큰 차이가 났다.
초보자의 단검도 9강부터는 꽤 고가에서 거래가 되었다.
나는 주문서를 들었다.
헌터들은 경악했다.
“이런 미친! 8에서 지르겠다고?”
여기다가 외쳤다.
“그만 해요!”
“거참, 시끄럽네.”
나는 귀를 틀어막았다.
괜히 쓸데없는 말들에 휘둘릴 필요는 없었다.
프리서버에서도 9강까지 가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레어템이라면 대략 30%의 확률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이미 마음을 먹었고, 이건 고스톱에서의 낙장불입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냥 졸아서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시원하게 지르는 것이 낫다는 것이 내 평소 신념이었다. 헌터계 하층민이 되면서 그런 호기로움은 사라졌지만, 이제는 다를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였다.
“오늘부로 하층민을 탈피한다.”
곧바로 무기 강화 주문서를 찢었다.
제4장. 초일류 헌터
주변이 고요한 침묵 속으로 잠겨 들었다.
이곳이 고렙 헌터들의 사냥터였다면 이렇게까지 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윌리엄의 검은 초보자템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긴 초보 존의 마을이었다. 기껏해야 D~C급 헌터들이 이곳을 찾을 뿐이었다. 그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8 윌리엄의 검도 대단했다.
이 검 한 자루면 레벨 60까지는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걸 9강까지 강화를 한다고 한다.
당사자인 내가 가장 긴장이 되겠지만, 원래 사람 심리라는 것이 그렇다. 이쯤 되면 덩달아 긴장할 만하다.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홀로그램의 바가 이리저리 오락가락한다. 내가 봐도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지이이잉.
바가 실패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럼 그렇지.”
“저게 뜨겠냐? 어림없는 일이야.”
헌터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대부분은 실패를 점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프리서버가 아니라면 레어템 +8강이 9강으로 갈 확률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10개를 질러야 겨우 하나 뜰까 말까인데 운발만 믿고 질렀다가는 패가망신한다. 그들이 보기에는 내가 전 재산을 꼬라박는다고 여겼을 것이다.
물론 정확한 판단이다.
이 검은 내 전 재산이었다. 수중에 50만 젠이라는 거금이 있었지만 앞으로 레어템을 언제 구경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악과 근성으로 크는 것도 한계가 있지, 어느 정도의 운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바는 더욱 실패 쪽으로 기울었다.
이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아이템은 쪼개질 것이다. 그리고 온갖 절망적인 메시지들이 쏟아질 것이다.
‘실패인가.’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을 할 지경이었다.
실패를 한다고 해도 더욱 레벨을 올려 좋은 장비를 장착하면 되지만 아까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완전히 템이 쪼개지려는 순간, 갑자기 바가 오른쪽으로 쭉 올라갔다.
“어어어?”
“뭐야, 저게?”
띠리리링!
[+8 윌리엄의 검에 신비한 힘이 깃듭니다.]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9 윌리엄의 검을 획득하였습니다!] [업적, 대장장이의 가호를 달성했습니다!] [강화 확률 보너스 1%가 증가합니다!]팡팡!
팡파르가 터졌다.
내가 쥐고 있던 윌리엄의 검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노르스름한 색이 훨씬 짙어져 있었는데, 9강 정도 되면 헌터들은 황금템이라고 불렀다.
“황금템 떴다!”
“와아, 이거 실화냐?”
“이게 말이 돼?”
나는 만세를 불렀다.
집 한 채가 왔다 갔다 하는 도박에서 성공한 기분이었다.
+8 윌리엄의 검 자체도 집 한 채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9강이라면?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헌터들은 영혼 없는 박수를 보냈다.
대단한 템이 뜨기는 했지만,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요, 남의 행복은 곧 나의 불행이라는 마인드를 가진 것이 인간의 본질이다.
구경할 때는 긴장도 되고 좋았지만, 강화에 막상 성공을 하고 나면 부러움과 동시에 질시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한순간에 인생 역전하셨네.”
“하하하하!”
헌터들이 부러워하든 말든 나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체면 따위는 오래전에 잊었다.
기쁠 때 기뻐하며 웃어야지 괜히 참으면 병 걸린다.
“크하하하! 9강이다! 이거 내 거 맞나?”
나는 검을 이리저리 살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검이 살벌한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오늘 온종일 잡았던 웨어울프 따위는 단숨에 썰어 버릴 수 있는 병기가 탄생했다.
추가 옵션은 힘+2, 체력+1이었다.
그러니까 옵션은 더블이 되었다.
여기다가 내게 다가왔다.
“축하드려요! 정말 성공하셨네요. 살면서 그쪽 같은 강심장은 처음 보네요.”
“기념으로 국밥이나 빨러 갑시다.”
“국밥을 먹자고요?”
“왜요? 싫어요?”
“그, 그럴 리가요!”
여기자는 내 뒤를 졸졸 쫓아왔다.
그녀는 내 제안을 거부하지 못한다.
기자라면 어제 헌터 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12시간이나 꼼짝 않고 노숙을 하며 나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런 내가 알아서 함께 밥을 먹자고 하는데 거절한다면 기자의 자질을 의심했을 것이다.
물론 여자나 꼬시자고 그녀와 밥을 먹자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나는 그녀에게 바라는 것이 있었다.
밤새도록 사냥을 했지만 그다지 지치지는 않았다.
나도 곧 서른네 살. 삼십 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였기에 이십 대만큼 쌩쌩하지는 않다.
하지만 헌터로 각성을 한 이후로는 피곤한 줄을 모른다.
그녀는 국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왜요? 헌터가 국밥을 사 주니까 이상해? 비싼 것도 많은데 하필이면 냄새나는 국밥이라서?”
“그럴 리가 있나요. 저도 국밥 좋아해요.”
“그러셔야지. 지금 당신 꼴이 말이 아니거든.”
나는 빠르게 그녀를 훑어보았다.
얼굴은 반반한데 노숙을 해서인지 꾀죄죄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양 볼은 찬바람에 쓸려서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콧물을 흘린 자국도 있었다.
아주 상거지가 따로 없다.
“그래도 나름대로 인기인이에요. 팬클럽까지 있다고요.”
“거울이나 보고 그런 말을 하시든가.”
“윽!”
그녀는 콤팩트 거울을 꺼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느긋하게 물티슈로 콧물 자국을 닦아 냈다.
뿐만 아니라 온몸에 덕지덕지 먼지까지 뒤집어써서인지 주인아주머니가 대놓고 눈치를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눈총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얼굴에 타이타늄 급 철판을 깔았다고 해야 할까.
어쩐지 나와는 조금 비슷한 냄새가 난다. 여성이라는 것이 약간 아쉽다고 해야 하나.
나는 약간의 호의를 담아서 말했다.
“통성명이나 합시다. 내 이름은 알지?”
“네, 저는 KBS 헌터부 소속 이소희 기자라고 해요.”
“그래요, 이 기자. 내가 왜 당신을 불렀는지 궁금하겠지.”
“조금 의외였다고나 할까요. 경철 씨를 보면 매우 투박하다는 느낌이었거든요.”
약간 그녀와 거리를 좁혔다는 생각이 들자 존댓말을 써 주기로 했다. 여자에게 존대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통명성도 마쳤고 거리감도 약간 좁혀졌으니 내 다름대로는 예의를 차리는 것이었다.
“내가 과거에 뭘 하던 사람이었을 것 같은데요?”
“깡패요.”
“하하하! 정확합니다. 칼 좀 갖고 놀았지요. 근데 세상이 이렇게 망해 버렸지 뭡니까. 내가 쓰던 칼은 기껏해야 나이프였는데, 헌터들은 아예 장검을 들고 설치더군요. 거기에 괴랄한 신체 능력까지. 내가 도태되는 건 순식간이었죠.”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오랫동안 기자 짓을 하다 보면 사람 보는 눈이 생기거든요.”
“내 행동이 그렇게 양아치 같았나?”
“양아치라고 하기는 그렇고…… 아무튼 느낌이 왔어요.”
“식기 전에 먹읍시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잖아요?”
후루룩!
나는 그릇째 들고 순댓국을 들이켰다.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자 훨씬 기분이 나아진 듯했다.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밤새도록 추위에 시달리며 사냥을 했더니 순댓국물이 간절했었다.
이소희 기자도 국을 퍼먹었다.
밤새도록 고생을 한 이소희는 이미 이미지 관리할 것도 없었다. 내 앞에서는 격식을 따질 것도 없었다. 애초에 그런 것 따위를 신경 쓰기는 할까. 그 때문인지 게걸스럽게 국을 먹는다.
쪼르륵.
간단하게 반주도 곁들였다.
“한잔하시죠?”
“좋죠.”
그녀는 마다하지 않았다.
순댓국을 먹는데 소주를 마시지 않는 것은 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나인데 술이 빠질 수는 없었다.
뚝배기가 바닥을 드러낼 즈음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저를 여기로 데려온 건가요? 뭔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당연히 그렇지. 설마하니 당신을 꼬시려고 여기까지 데려왔을까.”
“흥! 제가 어디가 어때서요?”
“거울.”
“으으윽.”
꾀죄죄한 몰골의 이소희는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오늘 새벽은 유난히도 추웠으니 몸이 말이 아닐 거다.
“내 이야기, 쓸 거지요?”
“험험, 뭘요?”
“어제는 사진도 한 장 찍은 것 같던데요? 게다가 간절하게 인터뷰를 하기 위해 기다렸으니 반드시 기사를 쓸 거 같군요.”
“맞아요. 써야죠. 그럴 생각이 아니었으면 제가 사서 고생을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렇다고 5백만 원이나 내고 그곳 여관에서 묵을 수도 없는 일이고.”
“좋아요. 써요.”
“예?”
“쓰라고요. 어차피 당신이 쓰지 않아도 여기저기에서 기사들을 쏟아 내겠지. SSS급 이상의 잠재력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퍼지면 전 세계에서 관심을 보이겠지. 한국에서만? 천만에.”
“제가 뭐라고 쓰기를 바라나요?”
“정확하게 제목까지 알려 주지요. ‘SSS급 헌터의 등장인가, 기계 고장인가.’ 이 정도?”
“와아, 그 사이에 제목까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렇지. 기왕 쓸 거면 그렇게 써 달라고요. 그리고 애매하게 표현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인간이 SSS급 헌터인지, 그냥 허접쓰레기인지 헷갈리게 말이지요.”
“굳이 그럴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아직까지는 독고다이로 사냥을 할 예정이라서.”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물어보쇼.”
“정말 SSS급 이상의 잠재력을 가지셨나요?”
“그건 알아서 판단하시고.”
나는 남아 있는 국을 마저 퍼먹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뚝배기 그릇을 들고 국물을 원샷했다.
속이 든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