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74
나 혼자 프리서버 074화
074
뿌우~!
진격을 알리는 뿔고둥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인들을 유인하는 일은 기병들이 맡았다. 500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충분히 저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뿔고둥은 일부러 분 것이다.
이렇게 해야 야인들도 전투 준비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인 병력은 롬멜이 인솔하라.”
“옛, 영주님.”
“나는 나머지를 이끌고 눈사태가 일어난 협곡의 앞뒤를 치겠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이랴!”
롬멜이 병력을 이끌고 사라졌다.
참모들이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말했다.
“야인들이 걸려들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걸려들 것이다. 자기들을 토벌하러 온 병력이 1천이 다인 줄 알겠지.”
“흠, 조금 허술해 보일 수도 있어서 걱정입니다.”
“그것이 작전의 핵심이다.”
‘2차 전직이라면 아직 초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리 어려운 퀘스트는 아닐 것이거든.’
나는 그렇게 확신하였다.
게임과 현실이 결합된 세계가 바로 판도라 영지다. 야인들이 아무리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운영자가 주입한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두두두두두!
저 멀리서 뿔고둥 소리가 들리더니 토벌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가루스족이라고 불리는 야인들은 호시탐탐 판도라 영지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병력은 겨우 3천에 불과하였고 더 이상의 병력을 충당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기에 가루스 족장 카투스는 충분히 저들을 격파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미 그들은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멍청한 놈들입니다, 족장. 뿔고둥을 불다니요? 차라리 야습을 하였다면 저희가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클클클. 저 멍청한 것들은 그런 것조차 생각하지 못한다. 그만큼 멍청이들만 모여 있다는 뜻이겠지.”
“족장의 말씀이 맞습니다.”
족장은 주술사 루인과 함께 낄낄거렸다.
부족의 주술사는 참모의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마법도 어느 정도 사용하였기에 충분히 적들을 격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적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전사들은 꽤 긴장하고 있었다.
영지 정예군이라면 어느 정도는 실력으로 무장되어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기병들입니다! 한데 숫자가 좀.”
웅성웅성.
주변이 술렁거렸다.
5천에 달하는 전사들이 모였는데 겨우 천 명 정도의 병력이라니?
정면에서 달려오던 기사가 전사들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헉! 숫자가 너무 많다!”
“퇴각해야 합니다!”
“젠장! 퇴각한다!”
“뭐야, 저놈들은?”
“푸하하하! 꽁지 빠지게 도망간다!”
카투스는 검을 빼 들었다.
“추격한다! 추격하여 모조리 목을 벨 것이다!”
“와아아아!”
카투스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대로 저들을 쓸어버린 후에 바로 영지로 진격할 것이다. 그리고 영지 전체를 집어삼킬 것이었다.
산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병력을 대기시키고 있었다.
1천은 롬멜이 이끌고 갔고, 나머지 2천은 두 부대로 나누어 협곡의 출구와 입구에 각각 배치시켰다.
물론 협곡으로 가는 길에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야 했기에 눈으로 이루어진 능선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나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흐아아암!”
“영주님, 긴장되지 않으십니까?”
맥스가 물었다.
그는 영지의 행정관이기도 하지만 참모장의 보직도 겸하고 있었다. 마법사이기도 하며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맥스는 이번 작전 자체가 조금 허술한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었다. 물론 나 역시도 그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작전은 실패하지 않는다.
“내가 왜 긴장을 해야 하는데?”
“혹여 작전이 틀어진다면…….”
“걱정도 팔자로군. 약간 작전이 허술한 것이 오히려 핵심이라니까. 자꾸 여러 말 하게 할 건가?”
“죄송합니다.”
맥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려는 것이다.
내가 자애로운 영주인 것은 확실하였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군략을 가졌다는 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크족을 토벌할 때에는 공성 장비의 힘으로 이겼다. 결코, 군략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두두두두!
다급히 달려온 척후병이 보고를 한다.
“유인에 성공하였습니다!”
“……!”
“이제 됐지?”
“그리 쉽게 유인이 될 리가……. 하지만 협곡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놈들이 아무리 멍청해도 그렇게까지는…….”
“와아아아!”
먼저 롬멜의 병력이 통과한다.
적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협곡 안으로 들어선다.
맥스는 나를 바라보며 경악했다. 일이 이렇게까지 쉽게 풀리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저런 멍청한 놈들을 보았나.”
“하하하하! 이제 눈사태면 일으키면 되는 건가?”
“아, 아마도요? 그런데 만약 기폭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럴 일은 없다.”
맥스는 긴장된 얼굴로 야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폭이 되지 않으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산사태를 일으킬 것이었기에 당연히 협곡 위에 매복 병력은 없었다. 그대로 전투가 벌어지면 최악의 경우 전멸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나는 리모컨을 들었다.
삑!
쿠아아아앙!
콰과과과과!
“헉! 눈사태가 일어납니다!”
“엄청난 폭발입니다!”
휘이이잉!
“흠.”
나 역시 조금 놀라고 말았다.
이번에 군에서 보급해 준 C4가 하이브리드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산맥의 봉우리가 완전히 파괴되면서 폭풍 같은 눈사태가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도 조금 더 피해야겠다.”
“이동한다!”
멀찍이 물러났다.
눈사태가 생각보다 심하게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협곡에서 비명이 울려 퍼진다.
“끄아아악!”
“살려 줘!”
당연한 일이었지만, 협곡 안의 야인들은 모조리 눈 속에 파묻혀 버렸다. 그나마 살아남은 야인들은 롬멜에게 토벌당할 것이다.
눈사태가 일어난 직후에 바로 경험치가 엄청난 속도로 올라갔다.
[경험치가 12,000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12,000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12,000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허어.”
놀라운 일이었다.
거의 5천에 달하는 야인들이 한꺼번에 몰살을 당했고 그 경험치는 내가 다 먹었다.
단숨에 레벨이 8개나 올랐다.
그러니까 내 레벨이 무려 68에 달한다는 뜻이었다. 이 정도까지 빠르게 레벨이 오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야인들의 경험치도 쏠쏠했다.
무엇보다도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병사들과 기사들의 레벨 업이었다.
그들 역시 엄청난 속도로 렙 업을 하였고 빠르게 강해졌다. 이것만으로도 토벌은 큰 의미가 있었다.
병사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와아아아!”
“야인들을 토벌했다!”
“감축드립니다, 영주님!”
맥스는 이제야 의심을 모두 거두었다.
[행정관 맥스의 호감도가 50 상승합니다!]‘개인적인 호감도도 올릴 수 있나?’
개인적으로 호감도가 올라간다고 해서 어떤 특전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그리 큰 혜택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호감도가 오르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나름대로 맥스 역시 영지의 주요 NPC였으니까.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영주님!”
“그리 생각할 것 없다.”
“앞으로는 영주님의 말씀에 토를 달지 않겠습니다. 군략이 저보다 뛰어나십니다.”
나는 손을 내저었다.
저 멀리서 병사들이 달려온다.
눈사태에서 살아남은 야인들을 모조리 처리한 후에 달려오는 병사들이었다.
롬멜은 물론이고 병사들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어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왜들 저러나?’
단순히 야인들을 토벌하였다는 것 치고는 표정들이 너무 밝았다.
“영주님!”
“고생했다.”
“병사들이 대거 각성을 하였습니다!”
“……!”
***
머릿속으로 수많은 알람 음이 울려 퍼졌다.
띠링!
[영지군 병사 로스가 방패병으로 전직합니다.] [영지군 병사 테른이 궁병으로 전직합니다.] [영지군 병사 라루스가 검병으로 전직합니다.]……
“허어.”
그러니까 병사들은 헌터들처럼 전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병과에 맞춰서 전직을 하였다. 철저하게 전쟁을 하는 데 특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드물게 마법사나 사제로 전직하는 자들도 있었다.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들은 전원 검사가 되었다.
“하하하!”
나는 크게 웃어 젖혔다.
롬멜이 허리를 굽혔다.
“이것은 모두 영주님 덕분입니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띠링!
[영지군의 충성도가 50 상승합니다!]이번 토벌에서는 건진 것이 많았다.
이런 상태로 계속 레벨 업을 한다면 머지않아 이들은 강력한 병력으로 탄생할 것이다. 더욱이 배신할 염려도 없는 상태로 말이다.
“롬멜, 북쪽으로 진격하여 야인들을 깡그리 토벌하도록 하라. 토벌하고 나면 영지로 돌아가라.”
“영주님께서는?”
“나는 할 일이 있다.”
“그리하겠사옵니다!”
나는 말머리를 돌렸다.
야인 토벌에 성공하였지만, 이들을 그냥 놀릴 생각은 없었다. 사냥을 통하여 어떡해서든 강해져야 하는 것이다.
“토벌을 하고 벌어들이는 재화는 예전처럼 분배할 것이다.”
“예!”
오히려 그들은 희희낙락이었다.
사냥을 하면 레벨이 오르고 강해진다는 것을 알았으며 동시에 돈도 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사냥한 돈의 일부를 상납받고 깃털은 모두 가져갈 수 있다. 이보다 더한 상부상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차를 몰고 경험치 던전에 도착하였다.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이곳에서 사람이 나온 흔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길드원들은 이곳에서 밤새도록 사냥을 했다는 뜻이다.
“정말 지독하네.”
나는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그래도 쉬는 것은 밖에서 쉬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길드원들은 그러지 않았다. 리젠이 되면 되는대로 그 자리에서 사냥을 했다. 아예 던전에서 상주를 하면서 말이다.
영지군은 죽으면 리젠이 되지 않았지만, 야인은 몬스터로 분류가 되었기에 리젠이 되었다. 그건 내가 확인한 사실이었다.
바깥에는 사람 발자국 하나 없이 눈으로 덮인 그대로였다. 야영을 했다면 불 피운 흔적이라도 있어야 했지만,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 사냥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었다.
던전 안으로 들어왔다.
그야말로 야인들의 시체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안쪽에서는 아직도 사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쾅! 콰과광!
치이이익!
살이 타는 냄새가 역겹도록 진동을 했고 사방에는 시체 조각이 널려 있었다.
이들은 몬스터가 아닌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기에 죽이고 나면 꽤나 그로테스크해 보였는데 길드원들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사냥에 매진하고 있었다.
“지독한 놈들! 잠을 자기는 한 거냐?”
“형님, 오셨소?”
“왔어요?”
백연하까지 사냥에 동참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곳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이나 경험치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백연하가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레벨 많이들 올랐냐?”
“20업을 했수!”
“20업이라고?!”
“1차 전직까지 할 수 있게 되었소. 그렇지 않아도 전직 퀘스트를 받으러 갈 참이오.”
“오호, 그러냐?”
놀라운 일이었다.
강제로 각성을 하고 난 후에 무려 1차 전직 레벨을 찍었다. 물론 이건 경험치 던전이 열리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