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9
나 혼자 프리서버 009화
009
퍼억!
“커어억!”
살짝 쳤을 뿐인데 황성구는 고개가 꺾이며 벽에 처박혔다.
어금니 몇 개가 우수수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니가 그러고도 의사야?!”
“캑! 지, 지금 뭐 하시는…… 꾸에에엑!”
의사는 그야말로 복날 개 맞듯이 맞았다.
이건 진심으로 내가 빡 돌았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내가 건달이었다고는 해도 사람을 함부로 패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권이 걸리지 않는 한 폭력 행사에는 몸을 사렸다. 폭력단끼리의 싸움은 몰라도 일반인 폭행은 심각하게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치고 희망을 끊어 놓는 짓을 하는 의사는 처맞아도 쌌다. 감히 돈 때문에 목숨을 포기하라고?
“쿨럭! 지, 지금 실수하시는 겁니다.”
“어째서?”
“저는 의사의 권한으로 퇴원을 시킬 수…….”
“그냥 여기서 뒈져 볼래?”
“돈도 없는 양반이 진짜! 저도 성질 있습니다!”
“돈이면 다냐?”
촤악!
나는 지갑에서 수표를 빼 들고 의사의 면상에 던져 주었다.
예전에는 돈으로 갑질을 했겠지만, 이제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
“나, 헌터 됐다. SSS급 잠재력이라고 들어는 봤냐?”
“……!”
의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의사는 분명 돈 없는 환자들에게는 갑일지는 몰라도 사회적인 위치는 헌터가 한 수 위다. 여기에 SSS급 잠재력이라면 국가 전력으로 취급되어야 했다.
물론 언론에서는 기계 고장과 극강의 잠재력 사이에서 판단을 못 내리겠다고 보도하겠지만, 잠재력 수치가 SSS급일 수도 있다는 가정만으로도 국가에서 나를 보호할 판이었다.
“이제 네가 처맞아야 하는 이유를 알겠지?”
“자, 잠깐만요!”
“왜? 너 때문에 누나가 삶을 포기했다. 나는 누나 때문에 살아가는 사람이거든? 네놈이 내 인생 자체를 흔들고 있는데 그냥 두면 그게 병신이지 사람이겠냐?”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시고요…….”
“아니, 그냥 죽어라. 깔끔하게 같이 뒈지는 게 낫겠어.”
“스토오오옵!”
의사는 고개를 저었지만 내 주먹은 그 말에 멈춰지지 않았다.
결국, 한 대 더 맞고 난 후에 의사는 한 움큼 피를 뱉어내며 외쳤다.
“바, 방법! 방법 있습니다!”
캑캑거리며 황성구는 간신히 말을 쥐어 짜냈다.
간신히 성질 억누르며 살던 전직 건달 출신 망나니가 힘까지 얻었으니 앞으로 어찌 될지는 뻔했다.
그래서 나는 주먹질을 멈추었다.
방법이 있다는 소리 때문이었다.
“무슨 방법인데?”
“그게…… 당신이 초일류 헌터라는 가정하에 분명히 방법이 있습니다. 제, 제가 한 가지 묻겠습니다. 당신은 초일류 헌터입니까?”
제5장. 사표를 던지다
“초일류 헌터라.”
초일류 헌터라는 건 그만큼 실력이 갖춰져 있다는 의미였다.
당연히 나는 초일류 헌터가 아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보라고 할까.
그래도 일반적인 초보 헌터와는 달랐다. SSS급 잠재력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간이 흐르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크으…… 이면 세계에는 여신의 눈물이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듣기로는 보호자분도 그쪽 업계에 몇 년 있었다고 하던데요. 그럼 여신이 눈물이 무엇인지는 잘 아시라고 봅니다.”
“으음!”
나는 침음을 흘렸다.
여신의 눈물은 일종의 아이템이었다.
헌터 세계에서는 죽은 사람도 부활시켜 준다는 성수 계열 최고의 아이템이었고 실제로 여신의 눈물을 사용하여 불치병이 호전된 사례도 있었다.
의사가 무슨 말을 할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TN 바이러스는 현대의 병이 아닙니다. 다른 세계의 병이지요. 아시죠? 나은수 환자분께서 병에 걸리신 것이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고 난 후라는 사실을요.”
“……그걸 구해야 한다는 건가.”
“현대 의학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편의상 NT 바이러스라고 명명하였지만, 신약으로도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오죽하면 신종 암이라는 칭호가 생겼을까요. 그렇다면 방법은 이면 세계에 있습니다.”
나는 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타당한 말이었고 나 역시도 그렇게 짐작하고 있었다.
내가 헌터계에 입문하여 몬스터 사체를 처리하면서 살아온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누나의 희귀 불치병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TN 바이러스에 대한 작은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그 때문에 헌터들에게 굽실거리며 아예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것처럼 굴었었다. 물론 같은 ‘을’의 입장인 동료들이나 작업반장에게는 그리하지 않았지만.
여신의 눈물이라는 성수가 있다는 건 풍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후덜덜 떨릴 정도였다.
무려 3억.
이 3억이라는 수치는 현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3억 젠이라는 말이었고 그마저도 없어서 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듣기로는 초고위 헌터들이 레이드를 1년씩 다녀도 한 번도 구경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그걸 일반인이 구한다는 것은 그저 헛된 망상이었다.
“…….”
나는 침묵했다.
바꿔 말하면 여신의 눈물이 있어야만 누나의 병이 호전될 만큼이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쿨럭! 제가 단순히 돈 때문에 환자를 포기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최근에 TN 바이러스가 골수까지 번졌습니다. 아마 환자분의 정신이 점점 혼미해지실 겁니다. 그리고는 곧 가사상태로 들어가겠죠.”
“허어.”
“뿐만이 아닙니다. 심장과 폐, 간 등 주요 장기에도 바이러스가 퍼졌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앞으로 3개월을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3개월이라.”
“성수 계열의 약물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증명되었습니다. 고급 성수 계열 약물은 병의 진행을 늦춰 주겠죠. 당장 여신의 눈물을 구할 수 없다면 고급 성수를 구하는 데 사력을 다해 주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습니다.”
“그러냐.”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분노가 약간 누그러졌다.
이렇게 사람을 패고도 나서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사이코패스일 것이다.
의사에게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다.
“어휴, 어쨌든 죄송합니다. 먼저 말씀을 드려야 했는데.”
“됐습니다. 제가 오늘 과하게 손을 썼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시죠? 지금까지 갑질하셨잖아요.”
“험험.”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
의사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오늘 새삼 내 불같은 성질을 보았을 것이다. 게다가 괜히 찍히면 인생살이 자체가 곤란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을 거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면서도 호의(?)를 보여 주었으니 앞으로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레이터 길드 사무실 앞.
나는 사표를 던지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화가 치밀어서 병원에는 더 이상 있지 못했다. 삶을 포기해 버린 누나의 모습 때문이었다.
일단 며칠 동안은 화를 가라앉히며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그리고 누나를 찾아갈 것이다. 최소한 그때까지는 미친 듯이 돈을 벌어 고급 성수라도 몇 병 사 갈 생각이다.
레이터 길드는 국내 최고의 규모를 자랑한다. 게다가 전 세계 랭킹 1위. 그곳에 지존이라고 불리는 백연아가 부길마로 있었다.
명성도 명성이지만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그걸 증명하듯 강남 한복판에 있는 건물은 으리으리하기 그지없었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사용하던 본사였는데 몬스터 웨이브와 함께 회사의 생산 시설이 파괴되고 도산하면서 레이터 길드가 인수하였다.
이곳에는 수많은 헌터들로 붐볐고 관계자들도 오가고 있었다.
이 정도면 길드가 아니라 그냥 대기업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수익으로 치면 대기업을 오래전에 뛰어넘었다.
웅성웅성.
내가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수런거렸다.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돌려 보니 거대한 브라운관 TV에서 나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 나경철 아니야?”
“그 측정 불가 잠재력을 가진 헌터?”
헌터들은 나를 주목하였다.
TV에서는 이소희 기자가 나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다.
약속대로 기계 고장인지, 정말로 측정 불가 잠재력을 가진 헌터인지 헷갈리게 보도를 하였지만, 어째 측정 불가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이소희의 개인적인 소견이었기에 상관없었다.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누나의 연명치료를 위해서라도 유명해질 필요는 있었다.
데스크에서 길드장을 찾았다
“길드장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나경철 씨 맞으시죠?”
“그렇습니다만.”
“그렇지 않아도 나경철 씨가 찾아올 거라고 길드장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찾아오면 바로 올라오시라고요.”
“그래요?”
유명세가 좋기는 했다.
몬스터 사체나 처리하던 나는 지금까지 길드장을 딱 한 번 보았을 뿐이다. 그것도 계약을 할 때였다.
그때만 해도 레이터 길드의 규모가 이렇게 커지기 전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계약도 담당 직원이 처리를 했다.
만약 길드장 만남을 요청해 보고, 안 되면 적당히 담당 직원을 만나 사표를 처리하려 하였는데 이쪽에서 먼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헌터업계에서도 인맥은 중시되었고, 추후에 혹시라도 내가 길드를 만들거나 여신의 눈물을 구할 자금을 모으게 된다면 길드장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럼 올라가겠다고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빌딩의 꼭대기 층이 바로 길드장의 사무실이었다.
여느 대기업의 회장실처럼 으리으리한 규모에 비서실은 따로 있었다.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뷰와 서울 전체를 품고 있는 것 같은 건물의 높이는 충분히 위압감을 만들어 낼 만했다.
그곳에서 길드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3년 전에 보았을 때보다 더 젊어진 느낌이다. 돈의 힘인지, 헌터가 되는 순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길드장의 옆에는 의외의 인물이 함께했다.
“헌터 지존 백연하…….”
나는 감탄하듯이 중얼거렸다.
아무리 내가 SSS급 잠재력을 가졌다고 해도 헌터계의 전설로 불리는 백연하를 무시할 수 있는 깜냥은 아니었다.
삼십 대 초반이라고 들었는데 겉모습은 이십 대 초반 같았다. 게다가 신성력의 영향 때문인지 매우 아름답기까지 했다.
보통의 남자들은 백연하를 보면 넋이 나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길드장 오두식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하하하! 반갑습니다. 이렇게 찾아오실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아, 그런가요?”
“SSS급 잠재 능력자가 다른 길드로 갈 거라고는 생각 안 했거든요. 최고의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오두식은 내가 길드의 헌터가 될 것을 확신했던 모양이다.
웃고 있는 오두식과는 달리 백연하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훑어보는 것이, 정말로 SSS급 이상의 잠재력을 가진 헌터인지 가늠을 해 보는 것 같았다.
“흐음…….”
다만 그녀는 알 수 없는 침음을 뱉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