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 Child Actor to a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109)
제109화. 특별한 이유 (4)
짹짹.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진이 이제는 날개 뼈까지 자란 머리카락을 곱게 빗었다. 곱슬기가 있는 탓에 머리카락에 미약한 웨이브가 졌다.
허벅지 중간쯤 오는 연청색의 반바지에 흰 반팔, 그리고 하늘색 바탕에 데이지꽃이 그려진 여름용 니트 조끼까지 야무지게 갖춰 입은 진이 방문을 벌컥 열었다.
“엄마! 아빠! 좋은 아침!”
목소리가 퍽 경쾌하고 발랄했다.
“좋은 아침.”
커피를 마시고 있던 로테가 웃으며 말했다.
“아빠는?”
“방에서 자고 있지.”
또 밤새 일하다가 늦게 잠든 것 같았다.
진이 식탁에 앉아서, 제 몫의 토스트에 햄과 계란을 올려 우물거렸다.
“우유도 마셔.”
로테가 우유를 한 잔 따라주었다.
꿀꺽꿀꺽!
시원한 우유가 넘어가니 조금 남아 있던 잠까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런 진을 따뜻한 눈으로 보고 있던 로테가 말했다.
“우리 딸 오늘부터 3학년이네?”
“응!”
진이 신나게 답했다.
새로운 시작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었다. 베네치아에 가지 못해 서러운 것과 별개로, 새 학기는 기대가 됐다.
“그럼 이제 3학년이니까 앞으로 오늘처럼 아침에 잘 일어나겠네?”
“그건 아니야!”
당당하게 대답하는 진에 로테가 웃음을 터트렸다.
“다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이 달려간 곳은 자신의 방이 아니라, 아빠의 침실이었다.
벌컥!
“아빠!”
금발머리가 삐쭉빼쭉 튀어나온 남성이 머리끝까지 이불을 올렸다. 그러나 진은 봐주지 않았다.
“아빠아! 일어나! 나 학교 가야 돼!”
“천천히 가도 되잖니….”
“안 돼! 반 배정 확인해야 된단 말이야.”
밀턴이 눈을 비볐다. 졸음이 그득한 얼굴로 마른세수를 두어 번 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빠 금방 나갈 테니까 책가방 싸고 있어.”
“어제 다 준비했지롱.”
“3학년이 되더니 철이 들었나?”
밀턴이 희한하다는 눈빛을 했다.
잠시 후.
“다녀올게!”
“진 데려다주고 올게요.”
두 사람이 로테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흠. 흐흠~”
길을 걷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렇게 좋아?”
“응. 친구들 만나잖아!”
방학 동안 학교 수업을 듣지 않는 건 좋았지만, 학기 중보다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없어서 조금 심심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역시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진의 적성에 맞았다.
가볍게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금방 학교에 도착했다. 건물 앞에서 밀턴이 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선생님 말 잘 듣고 수업 시간에 자지 말고.”
“으응….”
“그리고 재밌게 놀고 와.”
“응!”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 후, 건물 내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북적북적하게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진의 심장이 쿵, 쿵 뛰었다.
아이들 틈바귀에 낀 진이 고개를 쭉 빼 들고 게시판을 읽었다.
“지니 레이시, 지니 레이시….”
진의 눈이 이름들을 바삐 훑었다. 그리고 한 지점에서 딱 멈췄다.
“찾았다!”
Ginny Lacy / Harry Class
진의 눈이 커졌다.
해리 선생님이라니!
진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 중 한 명이었다. 진이 운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자신의 반이 어디인지 확인했음에도 진의 눈은 게시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애들이야, 교실에서 확인하면 될 일이라지만 딱 한 명은 진이 확인해야 했다.
Do-hyun Lee / Harry class
“우아앗!”
진이 탄성을 질렀다.
같은 반이었다!
진이 빨리 이 희소식을 도현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핸드폰을 꺼내려 하던 때였다.
“진!”
방학 내내 지겹게 들었던 목소리가 들렸다.
“다비?”
역시나. 진이 돌아본 곳에는 뺨이 살짝 달아오른 다비드가 서 있었다.
“진. 혹시 봤어? 너랑 나랑 같은 반이야!”
“…진짜?”
“응!”
그것 참.
진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예전처럼 다비드가 싫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무슨 생각 해? 가방 들어줄까?”
“나도 팔 있어.”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내니, 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리 철면피인 진이더라도 이렇게 당당한 애정 공세 앞에서까지 평소처럼 굴기란 조금 힘들었다.
진은 조금 불편한 마음으로 다비와 함께 반으로 갔다. 이미 스쿨버스가 온 후라서 그런지, 반이 거의 다 차 있었다.
진은 거기서 아주 익숙한 머리통을 발견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유독 시끄러운 애라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니키!”
“엇?”
니키가 진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같은 반이네! 그리고 옆엔….”
니콜라스의 표정이 썩었다.
“혹시…?”
“다비도 같은 반이야.”
“왜 저런 거랑….”
“나도 싫거든!”
서로를 보며 개처럼 으르렁거리는 둘을 보는 진은 직감했다. 앞으로의 나날이 꽤 평탄치만은 않을 것 같았다.
* * *
지잉.
[진 레이시 : 우리 다 같은 반이야!] [진 레이시 : 대박이지 :>]화악.
도현의 얼굴이 밝아졌다. 먹구름이 낀 하늘이 맑게 개는 수준의 변화였다.
[진 레이시 : 근데.] [진 레이시 : 다비도 같은 반.]음, 개판이겠군.
니콜라스와 다비드는 놀라울 정도로 상성이 좋지 않았다. 친해질 법도 한데, 사소한 부분에서 자꾸만 부딪혔다.
[진 레이시 : 앗, 선생님 오셨어!] [진 레이시 :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톡, 토독.
[그래, 고마ㅇ]도현이 키패드로 답장을 치던 때였다.
피식.
도현이 바람 빠지듯이 웃었다. 키패드를 누르던 손을 다시 움직여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 고마워! 즐거운 하루 보내 :)]“도현. 좋은 일이 있어요?”
실실 웃는 도현에 로잔나가 물었다. 도현이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고선 말했다.
“오늘 반 배정이 나왔는데, 친구랑 같은 반이 됐어요.”
“그거 정말 기쁜 일이네요!”
로잔나가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축하해 주었다.
“도현이 친구랑 같은 반 됐어?”
“네! 진이 알려줬어요.”
“잘됐다! 축하해!”
서혜나와 이장혁도 기뻐했다.
도현이 즐거움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어째서….”
“흐어어어….”
거실 소파에 늘어진 두 좀비를 보았다.
“…리암, 맥. 기운 차려요.”
“그러려고 해도….”
맥이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쿠르릉, 쾅!
쏴아아!
바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굵은 장대비가 세차게 쏟아져 내렸다.
어제 다 같이 오늘 일정을 짰지만, 예상치 못한 기상 악화로 인해 모두 취소하고 호텔에 머무르는 중이었다.
로잔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창문을 보았다.
“내일도 이러면 어떡하죠? 개막식인데.”
“비 맞으면서 레드 카펫 밟아야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일단 오늘 저녁에 있는 오프닝 파티는 못 가겠죠?”
개막식 전에 감독과 배우들이 모여서 즐기는 칵테일파티에 초청되었지만, 바깥 날씨를 보니 도저히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로잔나의 물음에 서혜나가 답했다.
“내일 컨디션이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 무리해서 가지 않는 게 좋겠네요.”
“역시 그렇죠.”
로잔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를 헛으로 먹은 건 아닌지, 상실감에 빠져 몸부림치던 리암이 금방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곧, ‘호캉스나 즐겨야겠다’라고 말하며 아주 편안하게 호텔을 누리기 시작했다.
‘리암은 괜찮은 것 같고.’
도현이 맥을 보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
이번 여행이 첫 해외여행인 맥은 둘째 날부터 꼼짝없이 실내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몹시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전 방에 가서 좀 잘게요.”
맥이 터덜터덜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어른들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맥의 뒷모습으로 향했다. 닫힌 방문을 보던 도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같이 있을게요.”
“그래. 많이 실망한 것 같은데 잘 달래주고.”
“네, 걱정하지 마세요.”
이장혁의 말에 대답한 도현이 맥을 따라 들어갔다.
탁.
방에 들어가 보니 침대에 누운 맥이 웅크리고 있었다.
“맥.”
“나 잘 거야.”
“맥한테 주려고 한국에서 가져온 과자가 있는데, 지금 먹을래요?”
“…….”
반응이 없길래 도현은 실패한 줄 알았다.
그러나.
부스럭, 부스럭.
이불이 꿈틀거리더니, 맥이 고개를 쑥 내밀었다.
“뭔데? 보기만 할래.”
도현이 따로 준비해 두었던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온갖 과자들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이게 다 내 거야?”
맥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도현이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라처럼 고개만 내밀었던 맥이 신나서 상체를 일으켰다.
“우와. 이건 뭐야? 신기하게 생겼네.”
과자를 하나하나 꺼내보며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기도 했다.
어느새 완전히 기운을 회복한 맥에 도현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야, 같이 먹자!”
보기만 하겠다면서, 이미 몇몇 과자를 끄른 후였다.
도현과 맥은 침대 위에서 시시덕거리며 과자를 먹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 과자는 거의 먹지 않아서 도현도 처음 먹는 과자가 대부분이었다.
쿠르릉!
침대에 나란히 누워 과자를 까먹고 있으니, 무서울 정도로 쏟아지는 비마저 분위기를 살리는 요소로 변했다.
두 아이는 과자를 먹다가,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게 과자를 던지면서 놀았다.
“아! 맥! 하지 마요!”
“너나 멈추고 말하든가!”
방은 금방 초토화가 되었다. 과자 부스러기가 가득한 바닥에 쓰러지듯 누워서,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이튿날 아침.
도현은 몸을 누르는 무게감을 느끼며 눈을 떴다. 목을 살짝 들어 보니, 맥의 다리가 다리 위에 올라와 있었다.
어제 놀다가 맥의 침대가 완전히 부스러기 천지가 되어서, 결국 도현의 침대에서 같이 잠이 든 둘이었다.
도현이 맥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밀어내고 창가로 걸어갔다.
“우와….”
도현이 난간을 짚고 하늘을 보았다.
어제 내린 비가 하늘의 모든 얼룩을 씻어내려는 것이었는지, 이틀 전보다 훨씬 선명하고 맑은 하늘이 도현을 반기고 있었다.
난간 아래로 시선을 내리자, 물기가 거의 마른 땅 위에서 느긋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개막식 날 아침이었다.
“으, 어색해.”
맥이 자신의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맥, 주름져요.”
그러다 도현의 지적에 슬쩍 놓았다.
도현과 맥은, 서혜나와 이장혁이 준비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처음으로 입는 정장이기도 하고 이런 장소에 처음 참석해보는 것인 만큼, 정석을 강조한 블랙 슈트 룩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도현의 와이셔츠는 흰색이고 맥은 밝은 회색이라는 것 정도가 있었다.
그 외에는 둘 다 나비넥타이까지 야무지게 찬 상태였다.
거실로 나가자, 이미 준비를 마친 어른들이 보였다.
리암과 이장혁의 패션은 두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로잔나는 무릎까지 오는 베이지색의 원피스를, 서혜나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그레이색의 롱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이었다.
“둘 다 너무 잘 어울린다!”
서혜나가 감탄했다.
준수한 얼굴의 맥은 정장을 입혀놓으니 말쑥하니 멋있어 보였고, 도현은 하얗고 까만색이 강조되어 홀로 흑백의 세계에 있는 것만 같았다.
여섯 사람은 아침에 베네치아섬에서 리도섬으로 레드 카펫에서 입을 옷을 들고 이동해, 본래 숙소였던 곳에서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죠?”
“내려가서, 뭐라도 먹고 들어옵시다.”
로잔나의 말에 리암이 제안했다. 여섯 사람은 호텔에서 나와 주변에 있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그곳에서 배를 간단히 채운 후, 호텔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시간이 되자.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공식 후원사인 Lexus의 차량이 그들을 픽업하기 위해 호텔 앞에서 멈춰 섰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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