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 Child Actor to a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166)
제166화. 발아 發芽 (2)
“괘, 괜찮은 것 같아요.”
냅다 지른 다비드가 눈을 감았다 떴다.
솔직히, 이때가 아니면 언제 텔레비전에 나올 기회가 있을까?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 본 것 아닌가.
게다가 다비드는 이미 며칠간 아이들의 띄워줌과 유튜브의 호의적인 댓글로 인해서 자신감이 상승한 상태였다.
“그래? 그럼 도현은?”
두 사람의 시선이 도현의 차분한 낯에 닿았다. 도현이 덤덤하게 말했다.
“전 괜찮은데… 잠깐 통화 좀 해도 될까요?”
“응? 왜? 부모님께 허락 맡으려고?”
“아니요. 부모님은 아마 허락하실 거예요. 결정 내리기 전에 제 에이전트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아, 에이전트….”
해리가 생각지 못한 단어를 들은 것처럼 반응했다.
“지금 통화해도 될까요? 오래 안 걸릴 거예요.”
“어? 그래, 그러렴.”
양해를 구한 도현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매독스. 저 도현이에요.”
해리와 다비드는 통화를 하는 도현을 조금 낯선 표정으로 보았다. 물론, 도현이 영화를 찍은 건 이미 유명한 얘기였다. 심지어 수상까지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학교에서 워낙 조용히 지내다 보니, 이런 부분을 실감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에이전트와 대화를 나누는 게, 정말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 같아서 평소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전화를 마무리한 도현이 핸드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고는 해리를 보았다.
“괜찮은 것 같아요.”
“어? 그, 그래.”
해리가 조금 어색하게 답했다.
방송은 그 주 주말에 이루어졌다. 도현은 서혜나와 함께 거실에서 영상이 나오는 것을 시청했다.
– 다음 영상은, 요즘 유튜브에서 핫한 영상이죠? 샌디에이고에 있는 한 초등학교 연극 공연인데요.
내레이션을 맡은 목소리가 공연에 대해 이것저것을 떠들어댔다.
– 저기 있는 줄리엣이 보이시나요? 예뻐서 놀라셨겠지만… 여러분, 한 번 더 놀랄 준비를 하세요. 줄리엣의 정체는 남자아이랍니다! 와우, 놀라셨죠? 다시 말하지만, 소녀가 아니라 소년이요!
“푸흡!”
도현은 잠깐 마시고 있던 코코아를 뿜을 뻔했다. 쿨럭거리는 도현의 등을 서혜나가 토닥여 주었다.
“도현아, 괜찮아?”
“큼, 네….”
간신히 진정한 도현이 아연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보았다.
‘이런 거였냐고….’
한차례 폭탄을 터트린 내레이션은 이어서 도현의 이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도현이 잠시 제 선택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도현은 제게 충격을 안겨다 준 프로그램을 소소한 사건 정도로 여겼지만, 다음 날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유튜브 조회 수가 폭증했다.
* * *
[미쳤나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도현 근황 뭔뎈ㅋㅋㅋ]아무리 찾아도 소식 없어서 쉬는가 했더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뜬금없이 퍼비에 소개되냐곸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ㅋㅋ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음
⌞엄빠랑 볼 거 없어서 퍼비 보는데 그 영상 나와서 엄마랑 쟤 진짜 예쁘다 근데 누구 닮지 않았나? 이러고 있었는데 갑분 이도현ㅋㅋㅋ 우리 가족 모두 솜사탕 씻은 라쿤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퍼비가 ㅁ?
⌞퍼니 비디오 ㅇㅇ
⌞오 ㄱㅅ
⌞아니 진짜 미친 듯ㅋㅋㅋㅋㅋ 방금 보고 왔는데 개웃기네
[이도현 진짜 개웃곀ㅋㅋ]웃다가 침 나올 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에서 ㅈㄴ 난리 났는데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미국 초등학교에서 공연하고 있었냐고 ㅠㅠ 근데 그게 로미오와 줄리엣이냐고 ㅠㅠ 근데 왜 로미오가 아니라 줄리엣이냐고 ㅠㅠ 그걸 또 방송을 타는데 왜 하필이면 퍼비냐고 ㅠㅠㅜㅠ
–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음 ㅎ…
⌞총체적 가관이랔ㅋㅋㅋ
⌞본격 퍼니 비디오로 근황 알려주는 배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없는데 웃김
– 근데 왜 잘 어울리냐고 ㅠㅠ
⌞ㅇㅈ…. 솔직히 유튜브 보고 오니까 왜 줄리엣 맡았는지 바로 이해 가능
⌞처음 등장한 순간 진짜 내 눈을 의심함. 진짜 어떻게 그게 남자애일 수가 있지?
⌞내가 남자애였으면 반했을 듯… 진짜 미친 미모
⌞여자애여도 반함 ;
⌞아 미안;; 인정;;
도현의 예상을 뛰어넘은 근황에 한국 커뮤니티가 한차례 들썩였다.
처음, 퍼니 비디오에 나온 영상만 보던 사람들은 점차 유튜브에서 원본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누구 이도현 연극 영상 번역해줄 사람 없어?]보고 싶은데 영어라서 뭐라고 말하는지 1도 모르겠음…. 나도 보고 싶다고….
– 나도 ㅠㅠ 와기들 커여운 건 알겠는데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겟음
– 난 도현이 미모 보는 것만으로 40분 풀관람 했음 나만 그럼?
⌞아니 나도 그럼^^
⌞여기 1인 추가요
– 그 와중에 이도현 영어 발음 진짜 좋지 않아? 전에 영화부터 느꼈는데 ㅈㄴ 유창함
⌞미국인이잖아 미국에서 살았으니 당연한 거 아님?
⌞ㄴㄴ 아님. 나도 미국에서 살아서 아는데 도현이 10살인데 발음이 10살짜리 애 거가 아님.
⌞아 맞아 무슨 비단뱀이 힘차게 행진하는 소리 같음
⌞그게 뭔 소리얔ㅋㅋㅋㅋㅋㅋ 근데 왠지 알 것 같다ㅋㅋㅋㅋㅋㅋㅋ
⌞22 왠지 알 것 같음
⌞ㅋㅋㅋ 혀가 슬라임마냥 유연한데 또 매가리 없진 않고 목소리에 힘이 있어서 그런 듯
[근데 도현이 연극 영상 처음 소개해 준 사람이 에드워드인 거 앎?](에드워드 SNS 링크)
아니 에디 형…. 왜 본인 계정에서 주접떨고 계시냐고요ㅠㅠ
–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에디 형이 소개해준 거였음? 대박 둘이 엄청 친한가 봐
⌞둘이 카페에서 만나는 거 찍힌 사진도 있음
⌞어디서 볼 수 있음? 좋은 거 같이 보자
⌞여기 ㅇㅇ (에드워드와 도현이 마주 보고 앉은 사진)
⌞도현이 볼따구 애기 같은 거 봐 ㅠㅠ 사진 고마워 적일많버해!!
⌞와 나도 저장함 ㄱㅅㄱㅅ
– 진짜 인맥 미친 거 아님? 아직 10살인데 친한 업계 사람이 끝판왕….
⌞진짜 인맥으로는 한국 배우 중에서 탑일 듯
[얘들아!!! 이도현 공연 번역본 떳ㅅ다!!!!!](유튜브 링크)
여기 한 천사분이 번역해주심! 진짜 어디 계신지 모르겠으니 동서남북으로 절하는 중
– 와씨 ㅠㅠㅠ 감사합니다 ㅠㅠ
– 당장 보러 간다
– 나도 지금 보고 싶은데 왜 난 회사냐고 ㅜㅜ 퇴근하고 집 가서 바로 봐야지
⌞나도 지금 회사야 좀만 참자 우리
– 드디어 나도 볼 수 있다! 미국 놈들 치사하게 지들만 보고 있어서 배알 꼴렸음
⌞ㅋㅋㅋㅋ미국 놈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자 ㅠㅠ 우리 도현이는 한국 배우라고요 ㅇ이중 국적이지만 아무튼 한국 배우라고요
⌞ㅇㅈㅇㅈ!!
원본 영상에서 한국어로 보고 싶다고 아우성치던 사람들이 번역 영상으로 모두 몰려갔다.
그건 베니스 영화제 이후 완전히 도현의 팬이 되어버린 전하리도 마찬가지였다.
전하리는 이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무척이나 흥분한 상태였다.
전하리가 노트북으로 유튜브 홈페이지를 열고 얼마 전에 새로 올라왔다던 번역본 영상을 클릭했다.
사실, 해외에 파견도 나가는 기자이니만큼 영어에는 능숙했다. 그러나 굳이 번역본을 누른 것은 댓글로 한국인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영상 시작 버튼을 누르자,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시끄러웠던 관객석이 조금씩 조용해졌다.
이윽고 막이 오르고.
붉은 드레스를 입은 줄리엣이 등장하자 한순간 침묵이 가라앉았다가, 이내 웅성이기 시작했다.
이미 한 차례 쇼트 영상으로 봤던 전하리도 가벼운 충격을 받았을 정도였다.
전하리는 베니스에서 인터뷰했던, 그 차분하고 성숙한 낯의 아이와 영상 속의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이를 비교해 보다가 잠깐 과부하에 걸리기도 했다.
“각색을 누가 한 거지?”
솔직히 도현의 연기가 궁금했을 뿐, 연극 자체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었는데….
상당히 재밌다.
비단 전하리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 것 같았다.
– 초딩 연극인데 왜 재밌는 거?
= 이게 어떻게 초딩 수준이냐곸ㅋㅋㅋㅋ 그냥 대학로에서 공연해도 괜찮겠는데?
= 오바 좀;;
= 뭐가 오바임? 조금만 다듬고 무대 효과만 보완하면 진짜 대학로 올려도 될 수준임;
– 40분 순삭 해버림…
– 쟤 누구야? 로미오 역할 맡은 애 잘생겼다
= 아 맞아 5년 후가 기대되는 얼굴
= 약간 하이틴 재질처럼 생김
= 하이틴 재질은 저 금발 머리 여자애 아님? 유모 역할 ㅇㅇ
= 도현이 옆에 붙어 있어서 그렇지 걔도 진짜 예쁘장하게 생김 머리카락이 무슨 황금색이야
= 미국 학교에는 원래 저렇게 잘생기고 이쁜 애들이 많은가요?
=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이에요. 제가 다녀봐서 아는데 저 학교만 그런 거….
= 그리고 원래 서양 애들이 어렸을 때 천사 같은 것도 있는 듯?
댓글을 잠시 훑어보던 전하리가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베로나에서 추방된 로미오와 티볼트가 보였다. 로미오를 구박하는 티볼트에 전하리가 잠깐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가 창백한 얼굴로 하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결혼식 드레스를 몸에 대보는 줄리엣에 안타까운 신음을 흘렸다. 거울에 비친 줄리엣의 눈동자가 위태로워 보였다.
줄리엣이 다시 기운을 차릴 때는 다른 의미로 한숨을 내쉬었다.
창백히 질린 얼굴에 생명력이 가득 차는 모습은, 꽃이 피는 광경을 보는 것처럼 어딘가 경이로웠다.
전하리는 댓글을 보는 것도 잊고 연극에 빠져들었다.
이어, 극이 마지막에 다다랐다.
로미오와 파리스가 마주쳤을 땐, 전하리도 집중해서 보았다. 그리고 줄리엣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을 때는 속이 절로 시원해졌다.
– 그놈의 친구!
로미오를 피해 도망가는 티볼트를 마지막으로 무대가 끝이 났다.
전하리는 노트북 화면에 비친, 활짝 웃고 있는 제 얼굴을 보곤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물렸다.
이윽고 배우들이 모두 나와 무대 인사를 했다.
전하리는 곱게 웃는 도현을 한참이나 보다가, 그제야 댓글 창으로 화면을 내렸다.
– 로미오 진짜 로맨티스트… 그래서 로미오랑 줄리엣 이어질까? 이어지면 좋겠다!
=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마지막에 줄리엣이 로미오 고백 듣고 잠깐 흔들렸던 거 같아요.
= ㄴㄴ 로미오♡티볼트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미쳤냐곸ㅋㅋㅋㅋㅋㅋ
= 혼란이다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도현 연기력 어디 안 간 듯 무난하게 연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가끔씩 소름 돋을 때가 있음
= 아 진짜… 독백 장면이랑 결혼식 준비할 때 ㅇㅇ
= 전 그 장면 지금 10번째 돌려 보는 중입니다
= 겨우 10번이요? 전 지금 서른 번 채웠음 ㅎ
= 왜 이렇게 올려치기 함? 내가 봤을 땐 그냥 그렇던데
= 응 그건 네 인생이고
= 왜 갑자기 시비세요? ;; 감상도 마음대로 말 못 함? 왜 남의 인생 가지고 갑자기 ㅈㄹ임?
– 이도현 연기력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좀 보이는데, 연기력은 베니스에서 이미 증명됐고, 불량 경찰에서 장난 아니었잖아. 내 생각에는 친구들이랑 하는 연기라서 적당히 한 것 같음. 적당히 했다기보다는 조화롭게 연기했다고 해야 하나?
= 진짜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 꼭 임팩트가 있어야만 잘한 연기인가… 한 번도 어색하거나 오그라드는 느낌 없이 연기한 게 정말 대단한 거. 다들 잊은 거 같은데, 도현이 올해 10살임.
= 그냥 연기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떠드는 겁니다. 무시해요.
유튜브 반응을 확인하던 전하리가 기사 제목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제 영상을 봤으니, 그에 마땅한 기사를 쓸 차례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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