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 Child Actor to a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181)
제181화. 발아 發芽 (17)
도현이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던 에피소드, [Little Rival>은 아주 성공적인 성과를 보였다.
[Little Sisters>의 역대 최고 시청률인 천만 명까지는 아니더라도, 평균 시청률인 오백만 명을 넘어서 칠백만 명이 해당 에피소드를 시청한 것이다.에피소드가 성공적으로 방영된 후, 디에나 감독은 이 성과에 기뻐하면서도 아까움에 몸부림쳐야만 했다.
에피소드 방영 직후.
도현을 고정 출연시켜 달라는 요청이 쇄도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막장 시트콤이라고 해도 한국으로 보내버린 캐릭터를 보란 듯이 다음 화에 등장시키는 건 무리였다.
디에나가 머리를 쥐었다.
‘적어도 한국으로 보내진 말걸…!’
도현은 충분히 화제성이 있었고, 비주얼도 좋았고, 연기는 말해 뭐 해, 그 나이대 아역에는 견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특별 출연 게스트치고는 인지도가 없는 편이라 출연료도 비싸지 않았을 테고….
고정 출연을 시키겠다고 하면 거절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깝다! 정말 아깝다!’
하나하나 떠올리며 후회하던 디에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와 아까워하면 뭐 하나.
이미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어차피 그때는 고정 출연이라는 선택지를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이는 디에나의 상상력이 빈곤한 게 아니라 보편적인 고정관념 탓이었다.
사실, 특별 출연을 한 게스트를 고정으로 삼는 건 보통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트콤에 출연하는 이들은 대부분 쟁쟁한 스타들이고, 솔직히 말해서 그런 스타들이 시트콤에 몸을 담는 건 상식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시트콤은 무명이나, 라이징 스타들을 데리고 만드는 편이기도 했고.
그래서 자연히 도현의 고정 출연은 생각조차 못 했다. 고정관념이 사고를 가로막은 것이다.
디에나는 뒤늦은 후회를 곱씹었다.
“그래도 다음 출연 약속을 잡은 게 다행인가.”
디에나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사고하기로 했다. 고정 출연은 물 건너갔지만, 디에나가 보기에는 도현은 여기서 멈출 위인이 아니었다.
미련을 훌훌 털어버린 디에나가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만약 도현이 계속 활동을 한다면… 조금 먼 미래에 이렇게 출연을….
* * *
한국의 한 커뮤니티.
[이도현 다음 작품 뭐 할 것 같아?]말 그대로 ㅇㅇ 이도현 다음 작품 뭐 할 거 같아?
– 난 영화 할 거 같은데!
– 근데 초등학생이잖아 또 학교생활 하는 거 아님?
⌞그럴 가능성이 제일 높지 않나… 토크 쇼에서도 학교생활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고
⌞지금 화제성 엄청 몰리고 있는데 휴식기를 가진다고? 그건 좀 아닐 듯
⌞ㅇㅇ 내 생각에도 그럼
– 리틀 시스터즈 계속 출연했으면 좋겠다!
⌞이미 가버렸잖아….
⌞아….
⌞유진은 한국으로 갔는데 본체는 안 오나 ㅠㅠ
⌞솔직히 미국에서도 시트콤 나갈 정도인데 한국을 올 이유가;; 나라면 계속 거기서 연기할 듯
⌞윗댓 말대로 할리우드 놔두고 한국에 오진 않지 않을까? 남들은 할리우드 가고 싶어서 난리 치는데… 하지만 한국에서 도현일 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됨
최근 가장 핫한 화두로 올라온 주제는 바로 ‘도현의 다음 행보’였다.
도현은 한국에서 가장 행보가 궁금한 연예인 중 단연코 순위권을 차지했다.
처음, [불량경찰>에 단역으로 나와 임팩트를 주더니 몇 달 후 난데없이 베니스에서 최연소로 수상했다고 하질 않나, 그러면서 인터뷰 한 번 하고선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더니 또 몇 달 후 퍼니 비디오에서 얼굴을 드러내질 않나.
그리고 사람들이 다음 활동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점칠 때 뜬금없이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시트콤에 출연하지 않나.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행보였다.
그러므로 도현이 이다음에 어떤 활동을 할지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한국의 커뮤니티는 도현의 시트콤 출연으로 한참 달아오른 후, ‘이도현의 다음 행보’를 주제로 다시 한번 뜨겁게 타올랐다.
드라마를 할 것이다, 영화를 찍을 것이다, 연극을 할 것이다, 시트콤에 고정 출연이 될 것이다 등등…
사람들은 저마다 의견이 다양했다.
그리고 그 당사자는.
“오늘 내 홈 파티에 오지 않을래?”
“아… 미안해. 오늘은 일정이 있어서.”
“그럼 주말엔?”
“주말에도 바쁠 것 같아. 애써 초대해 줬는데 미안.”
부드럽게 웃으며 거절하는 도현에 여자애가 얼굴을 붉히더니 어딘가로 달려 나갔다.
이로써, 열 번째 홈 파티 초대였다.
[Little Rival>이 방영된 후, 도현의 인기는 수직 상승했다.당연한 일이었다.
베니스에서 상을 탔다고 해도 초등학생 아이들한테는 너무 먼 얘기였고, 애초에 아이들은 나이에 걸려 보지 못하는 영화였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10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트콤에 출연한 것이다.
그것도 꽤 멋있는 역할로.
아이들은 도현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것인지, 자꾸 홈 파티에 초대를 했다. 처음 한두 번은 당혹스럽게 거절하던 도현은 이내 거절에 능숙해졌다.
친한 친구라면 모를까.
몇 번 얼굴을 마주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초대하는 데 놀러 가고 싶진 않았다. 어색하기도 했고, 그럴 시간이 있다면 책을 읽거나 바이올린을 켜는 게 훨씬 즐거울뿐더러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다행인데.
“자!”
“…이걸 왜…?”
“선물이야!”
도현은 여자아이가 당당히 내민 포도 주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얼른 받으라는 몸짓에 얼떨결에 받아 들자, 여자애가 굉장히 좋아하며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그거 삼 년 지난 거 아니야?”
“…설마.”
니콜라스가 한 말에 일단 부정하기는 했지만, 포도 주스를 내려다보는 도현의 눈에는 의심이 서려 있었다.
그런 도현을 보던 다비드가 피곤하게 산다며 혀를 찼다.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넣지 않은 선택을 다시금 현명하다고 자화자찬하면서.
다행히도 포도 주스는 포장도 까지 않은 완전히 새것이라서, 도현은 고마운 마음으로 마셨다.
“도리, 이제 완전히 인기 스타네? 고백받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진의 말에 도현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확실히, 저에게 관심이 는 것은 사실이나 그건 도현에 대한 이성적 관심이라기보다는 유진에 대한 환상에 가까웠다.
도현이 미적지근하게 반응하자, 한창 놀릴 생각에 신나 있던 진이 김이 빠져 입술을 조금 내밀었다.
벨벨벨- 벨벨.
도현은 다음 시간을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미술 시간이어서, 도현은 그림을 그리는 내내 ‘유진이다, 유진…!’이라는 반 아이들의 목소릴 들어야만 했다.
* * *
조금 기가 빨린 채로 집에 돌아온 도현은 오늘 오겠다고 말한 오스카를 맞이했다. 두 사람은 거실 소파에 앉아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본 상태였다.
도현이 조금 생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이게 다 저한테 온 대본이라고요?”
“응. 그러게, 내가 말했지? 여기저기서 널 찾을 거라고.”
오스카가 당당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제 예상이 맞아떨어진 게 퍽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도현이 테이블에 놓인 네 개의 대본을 보았다.
드라마 한 개, 영화 세 개.
주연은 없었고, 네 개 다 조연이었다.
도현이 화제성이 있다지만, 주연을 맡기에는 인지도가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사실 인지도보다는 도현이 가진 특수성이 더 문제였다.
동양인 소년.
할리우드에서는 한정된 역할밖에 주어질 수 없는 조건인 것이다.
다만, 그런 조건 덕분에 반대로 수요도 있었다.
동양인 소년은 특수한 역할이라 풀이 좁긴 했지만, 수요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동양인 소년 역할을 맡을 배우 가운데 감독과 제작사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는 단연코 도현이었다.
“틈새시장이라는 거네요.”
도현의 표현에 오스카가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런 말도 아나?’란 생각이 얼굴에서 그대로 읽혔다.
도현은 대본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중에는 분명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도현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니까.
그러나 막 스타트 지점에 선 지금은 나름대로 유리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도현은 가지런히 놓인 대본이 종이가 아니라 계단으로 보였다. 도현이 밟고 올라가야 할 계단.
밟고, 밟고, 그렇게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배역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나에게 배역을 맞출 수 있는 순간이 올까?
그렇게 되면 도현이 가진 특수한 조건은 더 이상 그 어떤 장애물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일단 그러려면, 다음 작품부터 골라야 했다.
“언제까지 정해야 해요?”
“일단 읽고 천천히 생각해봐. 그렇게 급할 건 없으니까. 다음 주까지 알려줘도 돼.”
오스카가 도현의 앞에 놓인 대본을 하나씩 가리키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건 [Romance>를 찍었던 감독의 대본인데… 이건 이렇고….
도현은 오스카의 입에서 나오는 정보를 귀 기울여 들었다. 오스카는 도현이 대본을 결정할 때까지는 최대한 사감을 줄이고 객관적인 사실만 전달했다.
도현이 아직 어린 만큼, 원하는 배역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한참 이야기를 해준 오스카는 차를 한 잔 더 마시곤 집으로 돌아갔다. 도현은 오스카가 준 대본을 들고 방으로 올라갔다.
탁.
책상 앞 의자에 앉은 도현이 넓은 책상 위에 늘어진 네 개의 대본을 얌전히 쳐다보았다.
“하아….”
도현의 입에서 옅은 한숨이 나왔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오스카의 입에서 캐스팅이라는 소리가 나왔을 때, 도현은 무심코 거부감을 느꼈다.
지난번.
도현이 캐스팅되었다가 갑작스럽게 인종을 이유로 취소된 영화가 떠올랐던 탓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캐스팅을 받는 족족 거절하며 살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데 갑작스럽게 치고 올라온 거부감에 도현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표정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오스카가 눈치채지 못한 게 다행이었다.
갑자기 왜 그런 걸까. 시트콤 때는 안 그랬는데…. 아냐, 그건 특별 출연이었잖아.
의미 없이 자문자답하던 도현이 털썩, 책상 위에 엎드렸다.
“바보 같은 생각이야.”
말 그대로였다.
물론, 그렇게 일방적인 취급을 받은 건 잊지 못할 만큼 불유쾌한 감각이었지만, 거기에 매여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도 안 되고.
애초에 원작에서 라틴계 미국인이었던 위니와 달리, 지금 도현의 팔 밑에 깔린 네 개의 대본은 동양인이라는 설정이었다.
저번처럼 인종을 이유로 취소될 이유가 없단 소리였다.
그러니까 캐스팅이 아니라 오디션을 봐서 정정당당히 합격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린아이의 투정이나 생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도현은 차분히 비이성적인 감정을 날렸다.
그럼에도 복잡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아, 결국 도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큼성큼 걸어서 향한 곳은, 바이올린 케이스가 놓인 곳이었다.
딸칵.
도현은 케이스에서 바이올린을 꺼냈다.
몸이 자라면서 손도 자랐는지, 전보다는 바이올린을 쥐기가 편했다. 아니면 그저 바이올린이 익숙해진 것일 수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손에 감기는 바이올린에 절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뭘 연주해야 머릿속이 깔끔해질까.
조금은 정신없는 게 좋겠다.
“좋았어.”
도현이 다시 경건한 마음으로 의자에 앉았다. 도현의 앞에는 여전히 네 개의 대본이 고이 놓여 있었다.
머릿속은 깔끔해졌다.
바이올린을 켜며 생각해보니, 너무 비이성적인 감정에 매몰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을 보고 합격하는 게 본인의 능력인 것처럼, 캐스팅 연락이 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현이 그 사람들한테 돈을 쥐여 준 것도, 협박을 한 것도 아니니까.
그들은 오로지 도현이 해낸 것들을 보고선 가능성을 본 것이다.
도현이 그날, 일방적으로 출연 취소를 당했던 날 스스로에게 했던 맹세는 그리 가볍지 않았다. 단순히 실패에 대한 분노나 치욕과는 달랐다.
도현은, 형이 준 모든 것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러니까 고작 이런 거부감쯤은 도현을 흔들리게 할망정, 멈춰 서거나 넘어지게 할 수는 없었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정신 관리까지 말끔하게 해낸 척척 어린이 도현은 가장 왼쪽에 있는 대본부터 들어 올렸다.
대본을 읽는 얼굴에는 즐거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온 바람이 소년의 뺨을 간지럽혔다.
그때, 바람을 타고 들어온 초록 잎사귀 하나가 손등 위에 내려앉았다. 그 보드랍고 가냘픈 감촉에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쏴아-
정원에 핀 꽃들이 푸른 하늘 아래서 바람결을 따라 흔들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다채로운 색상의 향연이었다.
도현은 문득, 하얀 방이 떠올랐다.
외롭고 보잘것없던 소년의 세계.
소년의 세계는 한차례 격동을 맞이해 부서지고 재조립되었다. 겁이 나고 무서워서 몇 번이고 이불 속에 파고들었지만, 소년을 떠미는 모든 것들에 의해 결국 문을 열었다.
맨발로 내디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아득했다.
망망대해에 떠오른 부표처럼 소년은 하염없이 표류했다. 어디로 가는 줄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러다가 보았다.
하늘에 떠오른 일곱 개의 꼬리별. 소년이 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아름다운 길잡이를.
그건 소년이 보낸 시간이기도 했고, 경험한 감정이었으며, 쌓아온 관계였고, 날카로운 상처이며, 그보다 더욱 성장한 이해이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조금씩, 단단하게 뿌리내려 결국 아름다운 초록빛으로 발아했다.
이제 겨우 싹튼 새싹은 아주 조그맣고 여려서 남들에 비해서 보잘것없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한참 늦게 출발한 소년은 이제야 시작점에 섰다.
하지만 언젠가는….
도현의 얼굴에, 여린 새싹을 닮은 고운 미소가 매달렸다.
* * *
또 하나, 변화를 맞이한 곳이 있었으니.
– 여러분, 우리도 기지개를 펼 때가 왔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이도현 팬 카페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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