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 Child Actor to a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284)
제284화. 일상의 균형 (3)
“얘, 맥! 택배 왔다. 맥! 맥!”
“아, 내려갈 테니까 그만 불러!”
홱, 덮고 있던 이불을 던진 맥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꾸물꾸물 침대에서 기어 나온 그는 케이시가 또 부르기 전에 방을 나왔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맥은 한숨을 삼켰다. 최근에 딱히 뭘 시킨 적이 없으니, 뭐가 온 건지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터덜터덜, 누가 봐도 가기 싫다는 듯한 태도로 나온 맥이 택배 상자를 주방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리고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상자를 개봉하고 내용물을 밖으로 꺼냈다.
“이번엔 뭐니?”
“몰라. …케이크인가.”
대충 대답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맥이 상자를 집어넣으려 하자 케이시가 말렸다.
“지금 안 먹어? 줘봐, 뭐길래… 어머! 레몬 파운드케이크네. 아이싱 듬뿍 올린 것 좀 봐. 맥, 이리 와. 같이 먹자.”
“엄마나 먹어. 난 지금 배불러.”
“그래? 그러면 이따 먹든가. 나는 지금 먹어야지.”
“방에 있을 거니까 부르지 마, 이제.”
짜증이 담긴 말에 케이시가 손에 든 상자를 내려놓고 허리를 짚었다. 눈에 힘을 준 모습에 맥이 작게 움찔했다.
“너 언제까지 그럴 거야?”
“뭐가.”
“내가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얘, 맥. 오디션에서 떨어진 게 무슨 유세니? 엄마가 언제까지 네 눈치를 봐야 해?”
맥의 입이 일자로 다물렸다.
사실 케이시 성격에 오래 참은 것이긴 했다. 케이시는 너 잘 만났다, 하는 심정이 되어 따발총처럼 맥을 쏘아붙였다.
“맨날 뚱-해져 있어서 부르면 짜증이나 내고. 허구한 날 방구석에 처박혀 있고. 오디션 합격이라도 했으면 몰라. 그것도 아니면서 뭘 잘했다고 유세야? 그리고 떨어진 거면 떨어진 거지. 대체 언제까지 그럴 건데? 네가 이러고 있는다고 누가 다시 배역이라도 준다니?”
맥이 아무런 대답 없이 듣고 있자 케이시의 말에 속도가 붙었다. 그녀는 성격에 안 맞게 무려 몇 주간 참아주었던 걸 오늘 다 풀어버릴 작정인지, 입을 쉬지 않았다.
“도현이 좀 봐. 걔는 합격했는데도 너처럼 유세 떨지 않고 이렇게 선물도 계속 보내주잖아. 제발 얘 반만이라도 좀 닮아봐라.”
가만히 케이시의 말을 듣던 맥은 도현의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곧 맥이 노려보기 시작하자 케이시가 콧방귀를 뀌었다.
“노려보면 뭐 어쩔 건데? 어?”
울컥, 울분이 치솟았지만 맥은 참았다. 얄밉게 말하고 있긴 하지만,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살살 맥의 눈치를 보며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줬던 케이시였다. 맥도 모르지 않았다.
맥은 그녀와 싸우는 대신 몸을 돌렸다. 케이시는 자신을 무시하고 가는 맥에 몇 번 그의 이름을 부르며 짜증을 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해졌다.
탕!
방문을 거칠게 닫은 맥이 욕설을 내뱉었다.
“연락을 씹었으면 좀 알아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짜증 나게 왜 자꾸 그런 거나 보내서….”
말을 하던 맥이 흠칫했다. 이내 깊은 한숨과 함께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다시 고개를 든 맥이 침대로 걸어가 풀썩, 쓰러지듯 누웠다.
잠깐 멍하니 있다가, 아까까지 보고 있던 기사를 다시 틀었다. 기사에 실린 사진에는 도현의 얼굴이 크게 박혀 있었다. 도현은 사진 속에서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었다.
MTV 영화제, 신스틸러상.
얼마 전에 MTV 영화제에 초청된 도현은 [Freak!> 작품으로 신스틸러상을 받았다. 그의 개인상 말고도 영화가 받은 상도 있었다.
도현의 수상 소식은 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한참 패스파인더 캐스팅 건으로 난리가 났던 소년의 일이니, 당연했다.
도현은 많은 이들의 주목 속에서 당당하게 시상식에 참여했다. 마치, ‘너희들이 무어라 떠들든 난 이렇게 잘나가’라고 하는 것처럼. 하얗고 매끄러운 얼굴은 고초를 겪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보인 여유로운 태도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 일을 겪고도 주눅은커녕, 코앞에서 욕을 바가지로 쏟아내도 눈 하나 깜짝할 거 같지 않은 태도에 감명받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캐스팅 관련 이슈로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도 도현은 잔잔히 웃으며 ‘신경 쓰지 않는다. 인정하지 못한다면 인정하게 만들면 될 일. 오히려 나를 알게 된 사람이 많아진 거 같아 재밌다’라고 도발적이기까지 한 답변을 돌려줘 인터넷에서 한바탕 난리가 나기도 했다.
그걸 실시간으로 티브이로 시청 중이던 맥까지도 진짜 쟨 미친놈인가, 하고 생각했다. 나긋하게 웃으며 조곤조곤 도발하는 얼굴은 정말, 매우, 몹시 기가 세 보였다.
맥도 이 정도이니, 다른 이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MTV 영화제가 끝나자 도현의 평판은 높아졌다. 정신 나간 쿨함과 배짱은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종류의 것이니까. 어린 얼굴에 정중한 말씨와 그렇지 못한 내용. 그 갭에서 오는 매력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였다.
도현은 정말, 잘 헤쳐 나갔다.
온갖 유명 인사들이 도현의 팬이라며 글을 올리질 않나, 대체 오디션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경쟁자와 절친이 되어 사진을 올리질 않나. 맞고만 있진 않는다는 듯 공중파 방송에서 도발하질 않나.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잘 헤쳐 나갔다.
맥 없이도 아주 잘.
탁.
맥이 핸드폰을 끄고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래서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더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제 행동이 천하의 쓰레기 같음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왜 쓰레기한테 자꾸만 먹을 걸 보내는 건가.
아, 그건가? 폐기 처리?
무표정한 얼굴로 자학적인 개그를 한 맥이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쓰레기 새끼….”
스스로에게 욕을 박은 맥이 눈을 감았다. 폐기 처리라고 말했지만, 이게 그런 의미가 아니란 건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놀랍게도 도현은, 맥에게 매달리는 중인 것이다. 가느다란 연결점을 일방적으로 붙잡으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맥도 이러고 싶지 않았다.
기어코 두 번째 오디션조차 탈락하고 나자 도현을 보고 싶지 않았던 건 사실이었다. 그 얼굴을 마주하면 너무 비참한 기분이 들 거 같았다.
그러나 도현이 전 세계적으로 욕을 처먹는 상황에서조차 이딴 식으로 굴고 싶은 마음은, 맹세컨대 조금도 없었다.
이건 따지자면 상황적 문제였다.
불행히도, 맥은 도현에게 닥친 불행한 일을 통해 도현의 합격 사실을 깨달았다. 진과 니콜라스의 연락까지 모조리 씹어서 결과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힌 이라면 그 소식을 듣고 걱정이 들어야 맞다. 그런데 맥은… 부러웠다. 차마 내리누르지 못한 질투심과 열등감이 속에서 끓어올랐다.
연락해서 괜찮냐고 물어야 하는데, 오디션에 탈락한 주제에 합격한 애한테 그렇게 묻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니 차마 손이 움직이질 않았다. 인정한다. 굉장히 찌질하고 비겁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자 연락하는 건 더 어려워졌다. 열등감이 피어오를 때면 도현과 영영 모르는 사이가 되고 싶었고, 그러다가도 잘 지내고 있는 건 맞는지 걱정이 돼서 초조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걔는 은근히 멘탈이 약한데…. 또 그때처럼 호흡곤란이라도 오면…. 아니야, 옆에 있는 사람이 알아서 잘해주겠지. 무려 르옌 역할에 합격한 앤데. 나보다는 걔가 더 알아서 잘할 거야.
알아서 잘할 거야.
맥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완전한 외면이었다.
생각해보면 별일 아니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멀어졌을 사이다. 그 시기가 조금 당겨진 것뿐이었다. 도현도 열심히 도와줬더니 정작 힘들 때 쌩깐 개새끼는 쳐다도 보기 싫을 게 분명했다.
그랬는데.
처음, 집에 배달된 택배를 받았을 때 맥은 헛웃음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무정물인 택배가 꼭 저를 비웃고 있는 거 같았다. 그 후로 매주 택배가 하나씩은 꼭 도착했다.
“미친 새끼….”
이번에는 욕설이 향하는 대상이 달랐다. 누가 봐도 연 끊자고 이따위로 구는데 매주 디저트를 보내면, 그게 미친놈이지 누가 미친놈인가.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욕을 처먹는 중인 주제에.
사람 돌아버리게 만들려고 한 거면 성공했다. 맥은 요즘 디저트류만 봐도 죄책감에 심장이 쿵쿵 뛰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으니까.
정말이지, 만만치 않았다.
* * *
도현은 일상을 되찾았다.
폭풍 같았던 나날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도현은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그사이, [Freak!> 시상식에 참여하는 일이 있긴 했지만.
음.
하퍼 표정이 장난 아니었지.
본인이 사람이란 걸 까먹은 건지, 까딱하면 물기라도 할 기세였다. 아마도 윈저가 목적을 이룬 거 같았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도현은 억울했지만, 도움을 준 윈저에 대한 의리로 입을 다물었다.
도현은 목줄 없는 개에게 다가갔다. 도현도 그런 위험천만한 짓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해야 할 말이 있었던 거지.
– 도와줘서 고마워.
– 착각하지 마.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니까.
담백한 인사에 루카는 아주 까칠하게 대답했다.
SNS에 도현을 옹호하는 글들이 쏟아질 당시, 루카도 글을 올렸다. 윈저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은 [Pathfinder>가 기대된다는 내용이었다.
– 오해했나 보네. 나도 그냥 내가 인사하고 싶어서 한 거야.
도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루카가 도현을 노려보았다. 도현은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척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루카가 이를 아득바득 가는 소리가 들리자 왠지 속이 시원해졌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에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 웃으며 대답해줄 수 있었다.
그게 벌써 일주일 전 일이었다.
도현은 오스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야 할 일이 있었다.
* * *
[인터넷 여포들 들어간 거 속 시원하다]니들이 아무리 개지랄을 떨어도 우리 도현이는 갓생 살고 있죠? 앉아서 키보드나 두들길 때 레드 카펫 밟으면서 상 받고 있죠?
– 속 시원
– ㅋㅋㅋㅋㅋ진짜 너무 사이다였음
– 괜히 열등감 찌들어서 분탕질 치던 것들 거의 사라져서 너무 클린함
⌞그렇게 난리 났었다는 게 믿기지 않더라
⌞이때싶 물 타기 하던 사람들도 빠지니까 그래
[근데 봐도 봐도 도현이 멘탈 존경스럽다](시상식 영상 링크)
어떻게 저렇게 흔들림 없이 편안하지?
– ㄹㅇ 기자 개 무례한데 조금도 흔들리지 않음
⌞연기가 아니라 찐으로 멀쩡해 보여서 더 놀라움;;
⌞그래도 학교도 빠졌다는데…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을 거 같아 ㅠㅠ
⌞그건 그렇겠지… 나도 아직 손 떨리는데
⌞근데 연기든 아니든, 그런 일 겪고 저렇게 군다는 게 너무 존경스러워 난 부장 새끼한테 꼽 먹어도 눈물 나던데 저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ㄷㄷ
⌞ㅇㅈ 나였으면 울음 터트렸음
[♡♡♡이제 꽃길만 걷자♡♡♡] [♡♡♡이제 꽃길만 걷자♡♡♡] [♡♡♡이제 꽃길만 걷자♡♡♡] [♡♡♡이제 꽃길만 걷자♡♡♡].
.
.
[♡♡♡이제 꽃길만 걷자♡♡♡] [미미ㅣ미미및치니ㅣ 도혀니 계정 개설함!!!!!!!!!]ㅃㄹㅃㄹㅃㄹ!!!
(링크)
– ?
– ??
– ???
– 아니, 우리 도현이가 이럴 리가 없는데;;;;
⌞디지털 시대에서 피어난 한 떨기 아날로그 왕자님이었는데??????;;;;
– ㅁㅊ 진짜다…
– 헐.
(다음 편에서 계속)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