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 Child Actor to a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285)
제285. 일상의 균형 (4)
Social Media.
다르게 부르면 SNS.
도현이 계정 생성을 권유받았던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스카도 종종 도현에게 이와 관련해서 떠보곤 했다.
그런데 왜 안 했느냐.
간단했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팬클럽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건 아무런 상관없었다. 그들이 ‘이도현’이 아니라 ‘배우 이도현’을 좋아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굳게 믿어왔는데.
그 믿음에 균열이 생겨버렸다.
[도현아, 이거 봐봐.] [짠.]아빠는 멀리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매번 팬카페 글을 캡쳐해서 도현에게 보내주었다. 그렇게 낯 뜨거우리만치 적나라한 애정 표현은 난생처음이었다.
도현이 볼지 안 볼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들은 도현을 응원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마다 애정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 도현아, 힘들면 쉬어도 돼. 그만둬도 상관없어. 우린 네가 뭘 하든 응원할 거야.
그런 글을 보았을 때, 도현은 자신의 믿음에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로 그들은 ‘배우 이도현’만을 좋아하는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부어 줄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닌데.
– 꽃길만 걷자, 도리야!!
– 우래기 도혀니 네가 최고야♡♡♡
아닌데.
– 에디 형 옆에 도리 너무 쪼꼬매 귀여워 미쳐벌이겠음;;; 도리야 제발 천사인 거 티 좀 그만 내… 우린 널 하늘로 돌려보낼 수 없다구ㅠㅠㅠㅜ
– 표정 씩씩한 거 너무 다행이다 ㅠㅠㅜㅠㅠ 도현이 좋은 일만 가득해, 제발.
아닐 텐데….
그들은 도대체, 브레이크란 게 없었다. 살면서 애정 표현하는 법만 연구한 건지 다채로운 표현으로 도현을 찬양했다. 도현은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손을 덜덜 떨면서 글을 읽었다. 차마 그 애정이 거짓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차차, 인정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들은 정말 날 좋아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이유를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그 감정만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답장을 보내고 싶어졌다.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다음에는 응원해주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졌다. 그 애정을 돌려줄 순 없더라도 고마움 정도는 표현하고 싶었다.
오스카는 도현을 말렸다.
– 물론 마음먹은 건 좋은데… 지금 말고 좀 나중에 하자, 응? 지금은… 좀 어지러울 때니까.
도현은 그 걱정을 이해했다.
그를 비난하던 이들이 계정이라고 안 찾아올까.
그러나 늘 그렇듯, 도현은 자신을 싫어하는 이들보다 좋아하는 이들이 중요했다. 그들은 도현을 막을 수 없었다.
다만, 좋아하는 사람에 속하는 오스카의 애원과 사정은 도현을 막을 수 있었다….
불도저처럼 곧장 행동으로 옮기려다가 저지당했다. 결과적으로 영화제 이후 만들기로 했다. 이마저도 달라붙는 오스카를 단호히 쳐내며 얻어낸 것이었다.
그에겐 좀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스카가 바라는 대로라면 내년쯤에나 만들 수 있을 테니까.
그 후.
어느 날의 토요일.
거실에 세 사람이 둥글게 모여 앉았다. 도현은 오스카와 서혜나의 응원을 받으며 경건한 마음으로 계정을 생성했다.
아침부터 서혜나와 정원에 나가서 찍었던 사진과 함께, 몇 날 며칠 고민했던 편지를 써서 올렸다. 심장이 쿵쾅쿵쾅 세게도 요동쳤다.
그렇게 첫 번째 피드가 올라갔다.
* * *
[미쳤다 손 편지까지 잇ㅅ사ㅓ]잼잼이드라… 나는 오늘을 위해 살아온 게 분명해 이제 여한이 업따ㅠ
– 이런 날이 올 줄이야…
– 근데 도현이 글씨체 왜 이렇게 예뻐??? 컴퓨터로 찍어낸 줄
⌞나도 보호자나 뭐 다른 어른이 써준 줄 알았는데 본인이 썼대서 깜짝 놀람
⌞아니 글씨체도 예쁠 거 같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진짜엿움;
⌞이쯤 되면 나오는 도현이 AI설
⌞ㅋㅋㅋㅋㅋㅋㅋ
⌞글씨체 말고 내용까지 예뻐 ㅠㅠㅠ 말을 뭐 저렇게 예쁘게 하지? 평생 좋아하라는 건가?
⌞그거인 듯
⌞편지까지 야무진 우리 애… 이모 뿌듯하다
[포풍감동중ㅠ-ㅠ]편지 열 번쯤 읽었는데 굉장히 내가 주디가 돼서 키다리 아저씨랑 펜팔 친구 하는 느낌이긴 했지만 요약하자면 ‘괜찮다, 고맙다, 잘하겠다, 기대해라’ 대충 이런 내용이었거든. 이거 에센에스 시작한 게 우리들 때문이라는 거잖아…
– 헐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
– 도리ㅠㅠㅠㅜㅠ
– 잘 키운 도리토스 한 봉지 열 자식 부럽지 않다…
⌞ㅋㅋㅋㅋㅋ아닠ㅋㅋㅋ우리 도리토스 사람이라구여…
– 어린데 벤츠미 무쳤다;
– 키다맄ㅋㅋㅋㅋㅋ 아저앀ㅋㅋㅋㅋㅋ 잼잼아 미쳤니…?
⌞부정하고 싶은데 뭐 말하는지 알 것 같은 이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적어도 도현이가 주디라고 해줘 애들아…
⌞아냐… 주디라기엔 음… 어, 응 ㅎ
⌞네가 제일 나빠
⌞생각해 보니 상황도 너무 찰떡인데…?
⌞읽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죽어라 편지 보냈더니 답장 돌아와서 기쁜 잼잼이 애벗?
⌞ㅋㅋㅋㅋㅋ 맞아 그 느낌ㅋㅋㅋ
[계정에 올라온 사진]화보 찍은 건가??
– ㄴㄴ 엄마가 집에서 찍어줬대
⌞화보가 아니란 부분에서 놀라야 할지, 저기가 집이란 부분에서 놀라야 할지 모르겠음;
⌞ㅇㅈ
– 나도 화보인 줄…
⌞사진만 찍으면 화보가 되는 갓미모…
⌞앞으로 이런 사진 계속 볼 수 있는 건가????
⌞워후 나 행복회로 돌리는 중
⌞나도 22222
⌞3333
[계속 잼잼이 하길 잘했다]솔직히 내가 뭐 별거 했다고 힘드나 싶긴 한데, 그냥 좀 지쳤었거든. 나보다 몇백 배 힘들 도현이 생각하면서 참고 버텼는데 그 보람이 있는 거 같아. 역시 세상에는 나쁜 일만 있지는 않나 봐.
– 잼잼아 고생했어 (토닥토닥
– 아냐 ㅠㅠ 좋아하는 사람이 비난받는 거 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우리도 잘 이겨낸 거야
⌞마자ㅏㅏㅏ
* * *
도현은 당황스러웠다.
띠링, 띠링, 띠링.
알림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팔로워 수는 눈 깜짝하면 달라져 있었다. 올린 피드는 겨우 하나뿐인데 그 하나에 미친 듯이 댓글이 달렸다.
물론 에드워드에 비하면 아주 새 발의 피지만, 놀랍게도 도현의 계정은 새디, 윈저, 루카의 팔로워 수를 넘어선 상태였다. 아무래도 화제성 탓인 것 같았다.
계속 하염없이 늘어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놀라운 건 놀라운 거였다.
“흐흠~ 무슨 사진을 고를까나.”
요즘 엄마는 그동안 모았던 컬렉션을 자랑할 생각에 행복해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한동안은 새로운 글을 올릴 계획이 없었다.
소셜 미디어를 만들고자 한 목적은 이루었으니, 이젠 오스카의 말처럼 화제성이 가라앉기를 기다릴 차례였다. 괜히 잦아들던 불씨에 장작을 던져 줄 필요는 없었다.
띵동!
– 데리러 왔어!
“아, 도현아. 친구 왔나 보다.”
“저 갔다 올게요.”
“아냐, 현관까지 같이 가줄게.”
서혜나와 함께 나가자, 붕붕 방방 손을 흔드는 할리와 할리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니콜라스가 보였다.
오디션 준비와 더불어 최근 일어났던 사건 탓에 친구들과 놀지 못했던 도현은 그 시간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전보다 열심히 노는 중이었다. 오늘은 게임 멤버–할리, 브라운, 니콜라스-와 함께 할리 집에서 노는 날이었다.
사실 도현은 게임을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셋이 미친 듯이 경쟁심을 불태우고 있을 때 마당에서 브로콜리와 뛰어다니는 편이긴 했다. 그런 불성실한(?) 태도에도 아이들은 고맙게도 도현을 게임 멤버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잘 놀고 와.”
“다녀오겠습니다.”
서혜나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었다. 도현은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어 인사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친구들에게 향했다.
하늘이 맑았다. 브로콜리랑 원반 던지기를 하라는 뜻이 분명했다.
* * *
“너 또 나가려는 거지?”
눈이 뒤에도 달린 걸까. 게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니콜라스가 날카롭게 말했다.
도현은 덤덤히 ‘You Die’라고 써진 화면을 보았다. 그러나 니콜라스는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일부러 죽은 거지?”
“…아닐, 걸?”
자신 없는 대답에 브라운이 충격 어린 눈으로 도현을 보았다. 대충 ‘신성한 게임에서 어떻게…!’ 이런 뜻인 것 같았다.
도현은 맹세코 일부러 죽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마당에서 뛰놀고 있을 브로콜리가 생각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거나, 무의식 깊은 곳에 내재한 무언가가 스틱을 조종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평소라면 혀를 쯧쯧 차며 도현을 내보내 주었을 텐데, 오늘따라 니콜라스가 심상치 않았다. 니콜라스가 입을 꾹 다물고 도현을 노려봤다. 결국 ‘You die!’ 하는 걸걸한 목소리가 들리고, 니콜라스가 게임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너는 나보다 브로콜리가 좋아?”
“어?”
“나야, 브로콜리야.”
브라운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팝콘을 와작였고, 할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니콜라스와 도현을 번갈아 보았다. 뭘 생각하든 아니니까 눈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음… 네가 더 좋지…?”
“왜 의문형인데?”
“당연히 네가 훨씬 좋아.”
도현이 순순히 대답했다. 사실이었으니까. 또래 남자애라면 부끄러워할 법한 말임에도 도현은 당당했다.
소중한 이들이 옆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애정 표현에 서툴지만, 그것을 피한 적은 없었다. 그 진실한 모습에 니콜라스의 얼굴이 풀렸다.
“좋아, 그럼 내가 특별히 같이 나가 주지.”
단순하게도 금방 기분이 좋아진 니콜라스가 잰 체하며 말하자 브라운이 게임은 안 하냐며 아우성쳤다. 도현은 브라운과 왁왁거리기 시작하는 니콜라스를 보았다.
아까 뭐였지. 질문이 너무 난데없었는데. 니콜라스가 도현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우정을 확인하는 편은 아니었다. 장난치는 걸 보니 별거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아무래도 요즘 일이 많아서 니콜라스를 신경 못 쓴 게 문제였던 것 같았다.
“니키.”
브라운과 손바닥을 맞대고 힘 싸움을 하던 니콜라스가 이쪽을 쳐다보았다.
“다음 주에 친선 경기 있다고 했지?”
“응, 아익, 야, 말하잖아.”
간신히 브라운을 털어낸 니콜라스가 어깨를 돌리며 말했다.
“근데 왜?”
“나 가도 돼?”
“진짜? 진짜 올 거야?”
“응. 가고 싶어.”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즉에 말해 볼걸. 가벼운 후회를 하며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나르샤도 오거든? 그럼 나르샤랑 같이 올래? 내가 데리러 가라고 할게.”
“그래도 돼?”
“나르샤는 네가 자기 동생인 줄 알아.”
니콜라스의 시크한 말에 도현은 웃음이 터졌다. 도현은 나르샤와 함께 경기에 구경 가기로 약속했다.
니콜라스가 산뜻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도현의 팔을 잡아끌었다. 신이 나서 흔들리는 금발이 강아지 꼬리 같았다.
“자, 이제 나가서 놀자! 야, 너도 나와!”
“순 제멋대로야.”
브라운은 투덜거리면서도 게임기를 놓고 일어났다. 할리는 아무래도 좋은지, 환하게 웃으며 ‘브로콜리 남자 친구 소개시켜 줄까?’라고 물어서 도현을 충격에 빠트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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