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 Child Actor to a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338)
제338화. 여우와 여우야 (12)
– 아ㅠㅠㅠ 다음 편
– 한 주를 어떻게 기다려ㅠㅜㅠㅠ
– 그냥 둘이 행복하게 해줘…
[구미호뎐 : 인과 연> 6화가 방영되고 나서 시청자 게시판에는 원성이 빗발쳤다.– 처음에 해아 가두고 둘 사이 갈라놓았을 때 진짜 개빡쳤는데 ㅠㅠㅠ 아 아버지 뭐냐고요
– 진짜 눈물 벨임…
– 왕 빼고는 악역이 아무도 없다는 게 제일 슬픔
웹툰을 본 사람이라면 본 사람대로.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보지 못한 대로 비극적인 운명에 슬퍼했다. 구미호뎐은 시청자 게시판이 아니라 커뮤니티까지도 뜨겁게 달구었다.
[구미호뎐 1화 다시 보고 왔는데]다시 보니까 안 보이던 게 보임…
솔직히 나는 여우야가 이련이 전생 알아채는 거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다시 보니까 1화에서부터 여우야가 이련이를 은인이라고 부름. 그거 해아가 여우야 부르던 호칭이잖아…?
– 아 ㅠㅠ 미쳤냐고ㅠㅠ
– 이거 솔직히 처음부터 어느 정도 눈치챈 듯
⌞ ㅇㄱㄹㅇ ㅂㅂㅂㄱ
⌞ 모를 수가 없음 일단 봉인 풀릴 때 요기가 반응했잖아 대충 짐작은 했을걸
⌞ ㅇㅇ 확신까지는 아니고 짐작 정도인 듯
⌞ 난 그것도 모르고 데이트 방해할 때 저 ㅅㄲ 신기에 진심이구나 했는데
⌞ 윗댓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거 로맨스라고요
⌞ 근데 요기 반응한 거랑 전생인 거 아는 거랑 무슨 상관임?
⌞ 말해줄 수는 있는데 스포임 ㄱㅊ?
⌞ ㄴ; 그냥 드라마 보겟움;;
⌞ 개 단호하넼ㅋㅋㅋㅋㅋ 근데 ㅇㅈ 스포는 좀;;
[여해야 커플 벌써부터 파국 떡밥 나옴]과거 편 시작 전에 여우야가 환청을 들었잖아 ‘먼저 끊어내지 못하시겠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니 자유로워지세요.’ 이거…ㅜㅠㅠ
근데 여우야 이 미친놈은 자유가 아니라 방황이었다고 말함… 벌써부터 엇갈린 거 보여서 빡빡 우는 중
– 여우야+해아 해서 여해야임?
⌞ ㅇㅇ 현대는 여린 커플임
⌞ 오 ㄱㅅㄱㅅ
– 와 진짜네…
– 이런 걸 어떻게 찾아낸 거야 ㄷㄷ
– 그러면 여주는 한번 유기묘 된 애가 경계했는데 먹을 걸로 꼬셔서 목줄 채웠으면서 다시 유기묘 만들었단 소리 아님?
⌞ 그러니까 되게 쓰레기 같잖아…?
⌞ 해아가 나빴네…
⌞ 해아 언니 제가 사랑하지만 이건 실드 불가예요 ㅠㅠㅠㅠ
* * *
“대체 어디까지 상승세일 건지.”
신휘민의 매니저가 기사를 보다가 중얼거렸다.
[구미호뎐, 시청률 30% 돌파!] [금토 드라마 [구미호뎐> 6화, 30% 시청률 뚫었다!]잘될 거라 예상하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잘되리라고 누가 알았겠나. 파죽지세로 높아지더니 지난 토요일에 기어이 31%라는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성적이었다.
그런데….
“너 왜 반응이 없어?”
“…뭐가.”
“어, 아니… 그냥, 안 신기해? 이 정도는 예상한 건가?”
매니저의 질문에 신휘민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겸손과는 거리가 멀어도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성격은 아니었다.
다만.
“아! 휘민 형! 거기 있었네요. 잠깐 시간 있어요?”
“방금 없어진 거 같은데.”
“네? 하하, 농담도! 얼른 오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신휘민이 죽은 눈을 하고 도현의 뒤를 따라갔다. 매니저가 그 모습을 떨떠름히 지켜보았다.
“어, 왔어요?”
“부족해.”
“안 부족하거든요! 딱 이 정도가 적당해요! 지금 기억을 잃은 상태잖아요!”
“부족.”
“아니라니까, 이 양반이!”
“…….”
“말하기 귀찮다고 눈으로 의사전달 하지 말랬죠, 내가!”
이럴 거면 왜 부른 걸까.
신휘민을 반기나 싶던 서지민이 금방 강이든과 언성을 높여 싸우기 시작했다.
“방금 이 장면 보고 있었거든요. 저 두 분이 아직 원만한 합의를 못 본 상태라… 저희는 이 부분부터 같이 봐 볼까요? 제가 어제 다시 생각해 봤는데 여기서는….”
대선배 한 명과 대세 배우가 왁왁대며 싸우는 걸 깔끔하게 무시한 도현이 웃으며 말했다. 한두 번 무시해본 바이브가 아니었다. 완벽한 먹금에 신휘민은 조금 감탄했다.
“여기서 좀 더 공기를 씹듯이 말하면 더 감정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대체 공기를 씹듯이 말하는 건 어떻게 말하라는 걸까. 도현은 신휘민의 연기 선생님조차 하지 않는 말을 태연히 내뱉고 있었다.
“아, 그리고 이거. 무언가 속내를 숨기고 있는 거 같지만, 실은 속내를 숨기는 척하는 의도를 숨긴 웃음을 지어야 하는데….”
외계어가 펼쳐진다. 마음 같아서는 개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한 적이 있었다.
뱅뱅 돌려서 표현하긴 했지만 그게 결국 그 뜻이었다.
그리고.
– 어… 왜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과 함께.
– 왜 필요 없지? 으음… 괜찮으시면 한번 보실래요?
하나하나. 그 추상적인 표현을 그대로 형상화한 거 같은 연기가 펼쳐졌다. 개소리가 아니라 진심이었던 거다. 신휘민은 그야말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러니까 안 놀라지.’
이미 제일 비상식적인 인간이 눈앞에 있는데 그런 거에 놀라는 게 더 이상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적당히 수준에 맞춰달라고 했겠지만… 신휘민은 입이 찢어져도 나는 너처럼 할 수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차라리 입을 찢는 게 낫지. 어떻게 그딴 패배자 같은 소리를 입에 담아?
그러니 답은 애초에 하나였다.
그렇다고 진짜 입을 찢을 수는 없으니 다리라도 찢어야지.
“내가 보기에 윤채준은 보이는 것보다 단순한 인물이라서….”
스터디는 나름대로 순조롭게 자리 잡아가는 중이었다.
* * *
“아, 도현이 내일부터 이틀간 안 나오지?”
“네.”
정가현 감독이 꺼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도현에게로 모였다.
“왜 안 나와? 무슨 일 있어?”
제일 먼저 말을 꺼낸 건 서지민이었다. 그간 도현이 촬영장에 거의 꼬박꼬박 출석했던 탓이었다.
“일은 일이지.”
정가현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깊어지는 의문에 도현이 입을 열었다.
“내일 입학식이거든요.”
“아, 입학식… 뭐? 입학식!?”
서지민의 눈이 동그래졌다. 원체 동안이라 그런지 눈을 크게 뜨니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서지민이 고개를 홱 돌렸다.
“이든 씨! 이든 씨는 알고 있었어요?”
갑자기 소환된 강이든이 눈을 깜빡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서지민의 시선이 향한 곳은 신휘민이었다. 신휘민이 부드럽게 웃었다.
“사진도 미리 찍어놨어요. 내일 축하 글 올리려고요.”
“…나만 몰랐던 거야?”
허탈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별일 아닌데요. 그냥 입학식일 뿐인걸요.”
“별일 아니긴! 엄청난 일이지. 내 정신 좀 봐. 도현아, 선물로 뭐 갖고 싶어? 역시 책가방인가? 비싸고 예쁜 걸로다가 내가….”
도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강이든 선배님이 사주셨어요.”
“…그, 그럼 운동화라도.”
“아, 그건 내가.”
슬쩍 손을 든 사람은 정가현이었다. 서지민은 승부심이 일었는지 주먹을 꽉 쥐었다.
“필기구 세트!”
“허허, 내가 선물했지.”
“그럼 시계!”
“제가 선물했어요.”
“채, 책은?”
“어머, 제가 몇 권 보냈는데….”
“그럼 크레파스!”
“중학교에서 크레파스는 안 쓰지 않을까요?”
허망한 눈이 도현에게로 향했다. 도현은 그 시선을 피했다. 도현도 선물을 수확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었다. 다들 무작정 갖다주거나 보내서 그렇지….
“축하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도현아.”
서지민이 도현의 어깨를 잡고선 진지하게 말했다.
“세상은 마음보다 물질이야.”
그녀는 한이련과 동화를 완벽하게 끝낸 거 같았다. 아니면 배역이 주인을 찰떡같이 찾아갔거나….
* * *
“그래? 그래서 뭐 사주시기로 했어?”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은 들은 서혜나가 웃으며 물었다. 도현은 말 대신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흐뭇한 미소를 짓던 서혜나의 얼굴이 굳었다.
“사, 상품권 오십만 원권…?”
바로 치킨집 상품권 오십만 원권이었다. 도현은 이걸 보내주며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들썩이던 서지민을 떠올렸다.
– 중학교? 별거 없어. 이거면 끝이다. 애들이 말을 안 들어? 적응하기 어려워? 그건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지 않고 하는 변명이야!
– …….
도현의 표정이 살짝 아련해졌다.
“너무 많은 거 아니니? 돌려 드려야겠는데.”
“저도 그러고 싶었어요.”
진심이 가득 담긴 도현의 대답에 서혜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래… 도현이 순순히 받았을 리가 없지. 서혜나가 복잡한 눈으로 상품권을 보았다.
사실 가격으로 따지자면 다른 사람들이 보낸 선물이 훨씬 고가였다. 강이든 이름으로 온 가방의 브랜드를 확인하고 얼마나 놀랐던가.
그뿐만 아니라 정가현 감독은 도현을 무슨 행운을 가져다주는 불상 정도로 생각하는지, 고가의 운동화를 바치며 ‘대박나게 해주세요’라고 했다. 그 외에도 따지자면 많았다. 서혜나가 한숨을 삼키며 말했다.
“나중에 보답해야겠네.”
“네.”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서지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전부.
서혜나가 생각에 빠진 도현을 보았다.
‘벌써 중학교라니.’
이제 적응할 법도 한데 아직 익숙지 않았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그녀는 문득 겁이 났다. 도현이 퇴원한 이후로 기적 같은 나날들이었다.
더 많은 걸 바랄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날이 갈수록 더 행복해졌다. 세 가족이 모두 모여 한국에서 지내게 된 이후로는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들도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도현이 그들을 받아들인 게 아니라 그저 무관심할 뿐이란 걸 알았다.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라 제일 선명히 변화를 체감하는 게 그들이었다.
니콜라스가 전학을 간 후로부터 도현은 부쩍 성숙해졌다. 본래도 믿기 어려울 만큼 얌전했지만,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성숙함이었다. 그리고 그 성숙함이 그들에게 무심해지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걸 서혜나는 알았다.
그러나 그게 행복을 반감시키지는 못했다.
‘제자리를 찾아간 거야.’
이제야. 드디어.
죄를 지은 건 부모인데 자식이 과하게 눈치를 보며 노력했던 게 이상한 거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간신히 정상 궤도에 올랐다. 슬퍼하거나 섭섭해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우리가 노력하면 돼.’
도현은 먼저 다가오지 않을 거다. 그렇지만 굳이 밀어내지도 않을 것이다. 그게 서혜나가 봐온 도현의 다정한 부분이었다.
얼마나 오래 걸리든 그건 중요치 않았다. 그저 새로운 시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서혜나에겐 도현의 중학교 입학이 마치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
한참을 말없이 쳐다보는 시선에 도현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아니야. 가방은 챙겼어?”
“네. …생각해 보니까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옅게 떠오른 긴장과 설렘까지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서혜나는 누가 쫓는 것도 아닌데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도현을 보며 웃음을 삼켰다.
“역시 행복하네.”
깊어가는 밤.
그녀의 작은 중얼거림이 퍼져나갔다가, 아무도 모르게 흩어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