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 Child Actor to a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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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Pathfinder : The Frozen Forest (2)
햇살이 비치는 늦은 아침이었다.
화면이 천천히 움직이며, 새소리와 함께 신비로운 생명력이 가득한 켈틱 풍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시간이 흘러 활기를 되찾은 아서는 이전보다 열심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거나, 높은 절벽에 오르고, 때론 신전 지붕 위에서 잠을 청하다가, 실레의 부름에 터덜터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마을 곳곳에서 수선화처럼 너풀대는 머리칼의 소년을 볼 수 있었다. 백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길잡이의 검을 허리춤에 차거나 등 뒤에 멘 채, 하늘의 가장 푸르고 시린 부분만 담아낸 눈동자를 반짝이며.
부족 아이들이 선망과 애정으로 엮어낸 들꽃을 목이나 팔목에 감고 자랑하듯이 흔드는 해사한 소년을.
그러다가 소담한 지붕 위로 오후의 붉음이 내려앉을 때면, 롤랑과 함께 마을 뒤편의 공터로 가서 검을 수련했다. 본래 사냥을 위한 기술만을 익혔던 터라 검술을 몸에 새기는 데 난항을 겪었지만.
퍽!
뒤로 나가떨어진 아서가 바닥을 굴렀다. 온몸이 쑤시는 통증에 미간에 주름이 잡혔음에도 벌떡 일어나 다시금 양손으로 검을 쥐었다.
잔디밭을 시원히 구른 터라 몸 곳곳에 잔디와 흙이 묻은 상태였다. 하지만 롤랑을 응시하는 시선만큼은 푸른 불꽃처럼 강렬한 의지로 타올랐다.
“더 할 수 있어!”
“말로만 하는 건 의미 없지. 덤벼 봐라, 아서! 내게 상처를 내지 못하면 오늘 저녁밥은 없는 거다!”
“흐읍!”
아서가 롤랑에게 달려들었다.
처음에는 두 합 만에 나동그라지던 아서가 롤랑과 호각을 이룰 때쯤, 기본적인 무력이 쌓였다고 판단하고 실레와의 수업 시간을 늘렸다.
가장 영예로운 전사가 검술을 봐주고, 가장 지혜로운 현자가 지식을 나누어 주던 어느 날. 아서는 두 스승의 앞에 서서 존경과 감사를 담아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든 아서의 얼굴 위로 앞길을 비추듯 밝은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아서의 시선이 산 너머를 응시했다.
시험의 날이 밝았다.
* * *
아서가 마을을 돌아다니는 내내 경쾌하게 흘렀던 음악은 어느 순간 멎었다. 페이드 아웃된 화면이 다시금 밝아졌을 땐.
눈으로 덮인 땅이 가득 들어왔다.
포득, 포득. 여린 눈송이들이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푸릉, 소년이 고삐를 당기자 말이 천천히 멈춰섰다.
그 앞으로 거대한 호수가 펼쳐졌다.
완전히 얼어붙어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호수는 기묘했다. 호수와 이어진 풀숲마저 희게 얼어 있어 그 모든 게 하나의 다른 세계처럼 보였다.
소년, 아서가 말에서 뛰어낸 후 호수에 몇 걸음 더 다가갔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하얀 입김이 번졌다. 그때, 아서의 앞으로 어떤 형체가 지나갔다.
와아, 어디선가 감탄사가 들렸다.
관객들은 저마다 넋을 놓고 화면을 응시했다.
긴 꼬리를 흔들며 아서의 앞을 가로지른 소년의 뒤로, 쿵, 쿵 거대한 발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덩치의 무리였다. 보통의 사람보다 세 배 정도 커다란 이들은 가죽옷을 걸치고 등에는 도끼를 메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가자, 덩치에 가려져 있던 이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푸엣취, 재채기할 때마다 어깨에 달린 작은 날개가 부르르 떨렸다. 추위를 못 참겠는지, 포르르 위로 날아올라 어딘가로 사라진다.
-짤랑, 발목에 찬 금색의 장신구가 맑은 소리를 내었다. 걸을 때마다 종소리를 내는 이들은 회색빛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팔다리와 배를 모두 드러낸 채였는데, 의미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문신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눈을 떼기 어려운, 낯설고도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그때였다.
“이 녀석아, 정신 팔리지 마!”
롤랑이 눈동자 굴리기 바쁜 아서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앞으로 넘어질 뻔했지만, 혹독한 수련을 이겨낸 몸이 본능처럼 균형을 되찾았다.
“롤랑! 아프잖아!”
“너는 일족의 대표이자 가장 단단한 가지다. 추악한 화려함에 현혹되지 마. 제대로 봐. 지금 네가 봐야 할 게 뭔지.”
아침부터 심기가 불편해 보이던 롤랑은 호숫가에 들어서서는 완전히 날이 서 있었다. 아서가 얼얼한 뒤통수를 매만지며 투덜댔다.
“갑자기 왜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푸른 눈이 착실하게 호숫가를 훑는다.
뭐를 보라는 거야, 롤랑은.
시험의 날이라고 새벽녘부터 마을 소녀들이 수호의 문양을 그려준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주변을 살피며 둘러보던 소년은 이윽고 위화감을 느꼈다.
팔과 다리, 그리고 배에 문신을 새긴, 회색빛 피부의 남성이 불쾌한 듯 인상을 찡그렸다.
“쯧, 저리 비천한 것들도 후보라니.”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그 목소리를 들었다. 추위를 털어내기 위해 하늘을 날고 있던 소녀가 비웃음을 머금는다.
그 시선을 받은 소년의 기다란 꼬리가 모욕감에 잘게 떨렸다. 그럼에도 반항은 없었다. 주먹을 꽉 쥔 채 고개만 숙였을 뿐이었다.
아. 아서는 이질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곳, 호숫가 앞은 두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화려한 장신구와 값비싼 옷을 걸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로.
그리고, 그것은 아서도 피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노출된 악의.
이유 없는 혐오와 경멸.
그것은 작은 마을이 전부였던 소년에게 생소한 감정을 선사했다. 억울함과 황당함, 당혹감과 수치심 따위를.
그 장면을 보던 닉 톰슨은 감탄했다.
‘확실히 애들용은 아니군.’
정확히는, 똑똑한 영화였다.
동화같이 환상적인 분위기와 연출로 아이들을 홀리고, 그 안에 절묘한 비극을 배치해 어른들을 현혹했다.
그는 생각했다.
막연히 상상했던, 드래곤을 죽이고 공주를 구하는 동화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고.
무엇을 더 보여줄까?
그의 눈에 흥미가 차올랐다.
“아니, 뭔….”
의도적인 멸시에 놀라 굳어 있던 아서는, 이어진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를 무시하던 소년이 난데없이 무릎을 꿇더니 땅에 머리를 박은 것이다.
그건 신호탄이었다.
호숫가를 에워싼 이들이 일제히 물러나 다급히 무릎을 꿇었다. 심지어 몇몇 이들은 소년처럼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나 놀랄 새도 없었다.
예고 없이 어깨를 내리누르는 손길에 무릎이 맥없이 꺾였다. 강제로 꿇려진 아서가 당황한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롤랑, 지금 왜….”
“쉿. 조용히. 고개 숙여.”
아서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대체 뭐야.
그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를 경멸하던 소년부터, 단체로 광신도처럼 구는 이들과 공포에 질린 롤랑까지.
정말 아무것도.
소년이 혼란에 젖은 순간이었다.
사락.
옷자락이 눈에 스치는 소리가 고요한 호숫가를 울렸다. 강제로 숙여진 아서의 시야로 누군가의 흰 옷자락이 보였다.
아서는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어쩌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고, 무지한 채로 순종하는 건 소년의 타고난 성미와 어긋났으니.
그래서 고개를 들었고.
“아….”
그건 한없이 화려한 행렬이었다.
백의로 무장한 그들은 이 호수의 주인처럼 보였다. 장식적으로 늘어진 로브가 그토록 화려할 수 있다는 걸 아서는 처음 알았다.
그들은 단 한 존재를 위해 길을 만들었다. 소리도 없이 천천히 걸어 나온 이는 새하얀 은발을 느슨히 묶은 채 허리께까지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의 길쭉한 손끝이 지팡이를 매만지자, 손에 걸린 반지가 서늘한 금속성을 띠며 빛났다.
“일어나라.”
복종을 전제한 명령이 눈밭에 내려앉자.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뱀을 닮은 소년이 무엇을 보고 환희했고, 이들이 무엇을 보고 복종했으며, 롤랑이 무엇을 보고 두려워했는지. 아서가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아라한 누바라.”
아라한 누바라.
누바라 족의 수장, 또한 모든 종족의 앞에 선 자. 그리하여 신성한 나무를 인도할 자격을 얻은, 고귀하고도 위대한.
길잡이(*Pathfinder)였다.
모두가 새하얀 지배자에게 시선을 빼앗겼을 때. 몇몇 관객들은 그 뒤편에 시선을 주었다. 처음에는 이질적인 검은 색채가 눈에 띄었고, 한번 시선을 준 후에는 그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적은 수였지만, 이윽고 관객들은 하나둘씩 그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어째서 이제야 보았지?
설원에 검은 잉크를 한 방울 떨어트려 놓은 것 같다. 새하얀 은발은 마치 은으로 된 관처럼 화려했지만, 두 눈동자는 밤의 장막을 덧대어 바른 듯 새카맸다.
흑과 백, 백과 흑. 존재를 구성하는 색은 온통 모순이었다. 그 간극은 소년을 현실과 동떨어진 무언가처럼 보이도록 했다.
흑색의 갑옷과 등 뒤로 멘 활과 활통 위로 사느란 은발이 흔들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리에 찬 검이 덜그럭대는 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관객들이 홀린 듯이 응시하고 있을 때,
철컥.
서늘한 쇳소리가 정신을 일깨웠다.
* * *
아서의 눈이 크게 떨렸다.
화면이 그 앞에 지나가는 행렬을 비췄다. 그러나 방금 보았던 것처럼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행렬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철컥, 다시금 쇠사슬이 부딪치며 차가운 소리를 냈다.
여자, 남자, 노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짐승처럼 목에 사슬을 차고 있다. 그들의 피부에는 상처가 가득했으며, 손발은 동상에 걸려 퍼렇게 죽어 있었다.
처참한 광경에 관객들이 숨을 멈추자, 의문을 풀어주듯 롤랑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들은 노예다.”
“…노예?”
“모든 종족의 수장? 하! 잘 들어라, 아서. 아라한 저자는 그런 지배자 같은 게 아니야. 그저 파괴밖에 모르는 정복자지.”
“롤랑, 그건.”
“실레, 난 말할 건 해야겠습니다. 언제까지 아서를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로 둘 생각이십니까?”
차갑게 일갈한 롤랑이 대답을 듣지 않은 채 아서를 응시했다.
“아서, 시험이 시작되면 네가 제일 경계해야 할 존재는 누바라와 그의 개들이다.”
“롤랑, 얘야. 과거부터 이어진 증오를 그에게 물려주면 안 된다. 아서는 인도자거늘.”
롤랑을 타이르는 실레에 아서가 입매를 굳혔다. 물론 그녀를 존경하는 마음은 진실이다. 하지만….
‘이건 내 일이야.’
거기까지 닿고 나니 판단은 빨랐다.
“알고 싶어요.”
역시, 모르는 채로 있는 건 싫다.
“걱정 마세요. 실레, 당신이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 주었잖아요.”
확신 어린 눈동자가 맑게 빛났다.
그 찬란한 모습에 실레는 깨달았다. 막아도 결국엔 흐르기에 운명이라 칭하며, 아서는 자신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을.
실레가 물러선 후.
롤랑의 입에서 과거의 역사가 흘러나왔다. 그의 설명에 관객들까지 놀랐다. 아라한 누바라의 행적이 너무나 비정하고 잔혹했기 때문이었다.
수장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오랜 친구를 모두 죽이고 일족까지 몰살한 그는, 오직 복종하는 이에게만 자비를 내려주었다. 반항하는 자는 무참히 짓밟았다. 그것이 멸족이든, 복속의 인장이든.
“우리도 피해갈 수 없었다.”
설명을 끝낸 롤랑은 수치와 분노로 뒤범벅된 모습이었다.
“아서, 지금 우리의 목에 쇠사슬이 매여 있지 않은 건 수치다. 그들에게 복종해 살아남았단 뜻이니.”
아, 아파.
감정이 격해진 탓에, 아서의 어깨를 쥔 손아귀 힘이 거세졌다. 밀려오는 통증에 아서가 어깨를 비틀었다. 그러나 롤랑의 눈에는 그게 보이지 않는 거 같았다.
“그러니 잘 봐라, 내 조카야. 그들의 폭정을. 저 참혹한 모습을. 똑똑히 새겨 넣어!”
“롤랑.”
“아서. 아서 우더.”
약간의 침묵, 그리고.
“다음 대의 길잡이는, 네가 되어야만 해.”
이어지는 맹목.
주춤, 아서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아주 오랜 시간 함께했던 그의 가족이 낯선 타인처럼 느껴졌다. 그 괴리감에 아서가 눈을 찡그린 그때.
바람이 불었다.
– 별을 품은 이들이여
달이 기운다.
– 그대들은 스스로 별이 되어 여명을 불러올 길잡이다
시작은 희미한 빛이었다.
호수 가장자리에 떠오른 푸르스름한 빛은, 넋을 놓은 이들이 눈을 감았다 뜨는 찰나의 순간, 길게 뻗어나갔다. 그것이 어느 지점에 닿자, 안개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신성한 나무가 찬란히 빛나며 위용을 드러냈다.
– 그러니 별의 조각을 찾아
얇은 빛의 선은, 호수 가장자리부터 신성한 나무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것이 환히 빛나고 났을 땐.
– 그 자격을 증명하라
거대한 통로가 거기에 있었다.
모든 이들이 처음 보는 광경에 압도되었다. 그들은 이곳에 모인 목적조차 일순 잊어버린 채, 오직 그 현상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보았다.
그 속에서 홀로 움직이는 소년을.
철컥, 허리춤에 매단 검이 흔들리며 작은 소리를 내었다. 차분히 한쪽 무릎을 꿇고 시선을 아래로 늘어트리는 몸짓이 우아했다.
“누바라의 길 앞에 무한한 영광을.”
“나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모든 것은 바라시는 대로.”
바로 선 르옌과 아라한 사이에 짧은 시선이 오갔다. 그들의 인사는 그걸로 끝이었다. 부자 사이에 나누는 정다운 응원이나 인사는 없었다.
그러나 서로를 향할 때만 느슨해지는 눈빛은 그들이 가족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라한을 일별한 르옌은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에는 주저함이 없다.
그가 걷는 길마다 사람들이 비켜섰다. 선망 어린 이들도, 복종하는 이들도, 질시와 열등감에 찬 이들도. 증오하는 이들까지. 모든 이들이 잠에서 깬 것처럼 르옌을 쳐다보았다.
그때, 한 소년.
‘아!’
호르헤 조반니는 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을 느끼며, 뱀처럼 가는 홍채를 번뜩였다. 앞서 걷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은, 그가 꿈꾸고 바라는 이상적인 길잡이. 그 자체였다.
“르옌 님! 저도 같이 가요!”
잘게 떨던 호르헤가 빛의 길에 뛰어들자, 다른 소년들도 그 뒤를 줄줄이 따라갔다. 헉, 몇 박자 늦게 정신을 차린 아서도 급히 짐을 챙겨 들었다.
“롤랑! 실레! 저 다녀올게요!”
“조심하고…! 이런, 벌써 가버렸나.”
롤랑이 아서가 사라진 곳을 보며 목덜미를 긁었다. 그 옆에 선 실레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했다.
부디 저 아이가 무사히 돌아오길.
* * *
그렇게, 저마다의 운명을 품은 별들이 길 위에 올랐다.
* * *
경악에 물든 두 눈, 벌어진 입.
“허….”
말이 안 나오는 듯 한참을 뻐끔거리다가,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 이건 아니잖아!”
동시에 화면이 돌아가며 아서의 시점을 보여주었다. 눈, 나무, 눈, 나무, 바위, 또다시 눈, 나무, 눈, 나무, 그리고 눈, 눈, 눈!
호숫가 주변의 땅이 끝없이 확장된 거 같은 숲이었다.
“별의 조각을… 어떻게 찾지?”
막막한 목소리가 눈밭 위로 흩어졌다.
잠시 후.
심호흡을 한 아서가 발을 뗐다.
* * *
하늘 색이 빠르게 변화했다.
밝았던 하늘이 흐려지고 푸르스름한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아서는 숲을 헤매고, 헤매고, 또 헤맸다.
이동하기 어려운 깊은 밤에 다다라서야, 적당한 나무를 찾아 그 위로 올라갔다. 주변 나뭇가지에 짐을 걸쳐 놓고, 본인은 가장 넓고 튼튼한 가지에 자리를 잡았다.
아서가 천천히 눈을 감았고.
화면이 전환되었다.
* * *
타다닥!
어둑해진 숲속.
작은 발이 얼어붙은 대지 위를 달린다. 그 몸짓이 평지를 달리는 것처럼 무척이나 가벼웠다. 소녀는 뒤에서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몸을 살짝 틀었다. 방금까지 팔이 있었던 자리에 화살이 스쳐 지나갔다.
“아! 빗겨 갔다!”
“저 병신 새끼.”
뒤에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 명의 소년들이 소녀의 뒤를 쫓으며, 사냥이라도 하듯이 화살을 쏘아 대고 있었다.
사냥.
그건 사냥이었다.
소녀는 언 숲속을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내달렸지만, 네 명의 포위망을 뚫고 도망가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소녀는 커다란 나무에 등을 대고 섰다. 사방에서 소년들이 포위하듯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소녀, 이그린이 입술을 짓씹는 순간.
꿈틀.
나뭇가지 위에 늘어져 있던 발이 살짝 움직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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