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 Child Actor to a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643)
제643화. 홈커밍 위크 (22)
멈칫.
일순 정지했던 베르타가 숨과 함께 말을 뱉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듣고 싶지 않아요.”
디에나가 베르타를 보호하듯 앞으로 나섰다.
경계심, 불안함….
형사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왜냐면 디에나는 당신에게 매료되었으니까. 그녀는 조각상을 잃은 당신이 미쳐버릴까 봐 두려웠던 겁니다. 적어도 스마우토 씨가 있을 때의 당신은 안정되었으니까요. 그가 떠났을 때 닥칠 미래가 두려웠겠죠. 그래서 그 전에 진실을 말해주길 택한 거예요.”
담담한 목소리가 진실을 까뒤집어 노골적으로 전시한다. 그래서 그가 조급히 굴고 있다는 걸 베르타와 디에나, 두 사람 중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만하세요! 내게 왜 이러는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그걸 듣고 스마우토 씨를 죽여버릴 줄은 몰랐을 겁니다.”
“아니에요!”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날카로운 외침은 상대를 찌르기보단 자신을 꽁꽁 감싸는 종류의 것이었다. 형사는 말없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주춤, 주춤. 베르타가 뒤로 물러났다.
적당한 거리감이 남았을 때.
“그가 떠날 바에는, 사람이 되어 사라질 바에는 그대로 박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까? 조각상처럼, 영원히 한순간에 묶이도록요?”
형사의 말이 내려앉았다.
순간 숨소리조차 멎었다.
관객들은 그제야 떠올렸다.
…박제.
그들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할 때였다. 흐느끼듯 희미한 소리가 울렸다.
“아니야. 아니란 말이야.”
덜덜, 베르타가 추운 사람처럼 떨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도망치려는 것처럼 뒷걸음치다가 힘이 풀려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듣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그래서 죽였습니까?”
“아아아!”
“베르타!”
베르타가 얼굴을 감싸고 비명을 내질렀다. 디에나가 황급히 그녀를 끌어안았으나, 베르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아니야. 나는, 나는…. 넋 나간 중얼거림이 얼룩처럼 번져나갔다.
“조각상을 부순 것도 베르타, 당신이죠?”
베르타의 얼굴이 무너졌다.
디에나가 증오와 어쩔 줄 모를 불안에 차서 말을 뱉었다.
“제발, 그만 좀…!”
그 순간이었다.
“아니야.”
쇳소리 같은, 미약한 숨결이 흘러나왔다.
“그건, 그건 그가 부쉈어.”
놀란 디에나가 딱딱하게 얼어붙어 베르타를 응시했다. 베르타?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당혹감으로 가득 차 있다.
관객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웅크려 있던 베르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디에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소녀를 막지 못했다. 그저 넋이 나간 채 무력하게 지켜보았다.
베르타가 형사를 바라봤다.
“내가 아니야…. 그가 부쉈어요. 내 눈앞에서 부쉈어요. 그리고 모든 게 거짓이라고 말했어요. 난 그를 증오해요. 내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어요! 그래서, 그래서 나는….”
베르타는 증오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형사의, 관객들의 눈에는 그녀가 슬픔에 목이 졸린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그래서 나는…. 같은 단어를 계속 반복하던 베르타는 문득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그렇게, 황홀한 듯 허공으로 손을 내밀고….
“아아, 아름다운 조각상. 나의 핀토. 내가 네게 생명을 주었어. 숨결을 주었어.”
달콤한 환희에 가득 찼다.
사랑에 빠진, 사랑스러운 눈빛을 하던 베르타가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깨끗하다.
그녀의 얼굴은 모든 비극이 지워진 사람처럼 깨끗하고 순결했다. 그런 무구한 낯을 한 채, 소녀가 고개를 기울였다.
“두 분은 누구신가요? 혹시 내 조각상을 보셨나요?”
관객들이 숨을 들이마셨다.
강렬한 충격이 공연장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베르타는 그 모든 상황에서 괴리된 것처럼 순수하게 웃었다. 자장가를 부르는 것처럼 다정한 목소리가 부드러이 흘러나온다.
“창가에 놓은 화분에 꽃이 피어난 계절이었어요. 내 조각상에도 숨결이 깃들었죠. 그는 내게 다정히 대답했어요. 너를 만나기 위해서 태어났다고요. 난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웠죠. 아주 따뜻했어요….”
그때.
사랑스럽게 속삭이던 소녀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핀토?”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홀린 듯 걸어갔다.
“핀토. 핀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어둠 속에 잠겨 든다.
이윽고 소녀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그 작은 목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공연장은 침묵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침묵은 꽤 오래 이어졌다.
그걸 깨트린 건 디에나였다.
“…이제 만족하시나요?”
그녀는 베르타를 따라가려는 듯 몇 걸음 걷다가 체념한 사람처럼 멈추어 서서 물었다.
형사 또한 정신을 차렸다.
그는 많은 것을 입 안으로 삼키고선 말했다.
“아직 남았습니다. 당신이 스마우토 씨를 발견했을 때, 그는 살아 있었습니까?”
디에나가 형사를 응시했다.
그녀의 눈빛은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었다. 다만 찝찝함이 관객들의 목덜미를 갉작였다.
이윽고 디에나가 대답했다.
“아니요. 그는 이미 숨결을 내쉬지 않는 상태였어요.”
“…확인할 수 없는 일이란 게 안타까울 뿐이군요.”
“형사님은 저를 믿지 않으시고요.”
그녀의 차가운 시선에 형사는 느릿하게 말했다.
“글쎄요. 저는 확실한 것만 믿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확실하죠. 디에나, 당신이 그녀를 망치는 데 일조했습니다. 당신이 베르타를 궁지로 몰았어요. 스마우토 씨의 죽음에 당신은 무고하지 않습니다.”
디에나는 침묵했다.
잠깐 두 사람의 시선이 오갔다.
두 사람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분노? 증오?
혹은….
“하지만 확실하지 않으니, 붙잡지 못하시겠군요.”
그 무엇도 확실하지 않았다.
형사는 디에나가 취조실을 떠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발소리가 멀어진다.
침잠하는 소리처럼 무대가 어둠에 물들었다. 암흑이었다.
연극이 끝난 걸까?
하지만 형사는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불이 꺼진 무대 위를 홀로 걸었다.
그리고 테이블로 향했다.
처음, 공연 시작 때 그곳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첫 시작 때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거 같았다. 하지만 관객들은 알았다. 모든 게 돌이킬 수 없이 달라져 있었다.
적막함이 흘렀다.
“전 여전히 디에나가 무고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무대는 잘 보이지 않았다.
마치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 더는 페이지가 남지 않은 책처럼.
관객들은 그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었다.
“살아 숨 쉬는 스마우토 씨가 기어이 조각상처럼 차갑게 변할 때까지 방관했다고 의심하고 있죠. 하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습니다. 그러니 악독한 살인자인 베르타는 사형되고, 디에나는 여전히 살아가겠죠. 그리고 연인이었던 두 남녀를 둘러싼 진실 또한 영원한 침묵 속에 가라앉을 겁니다.”
어둑한 밤중에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기도, 어쩌면 영원한 침묵 속에 가라앉은 진실, 그 자체 같기도 했다.
“이런 모호한 일들이 드문 건 아닙니다. 죽음과 가까운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모호하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이토록… 이토록 그들을 신경 쓰게 된 것은, 그것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조명이 밝아진다. 아주 희미한 빛에서부터, 어스름한 빛까지. 조명은 형사만을 은은하게 비추었다.
관객들은 음영이 드리운 형사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래요. 내가 디에나를 의심하는 건, 내가 그녀처럼 베르타에게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등골을 타고 흐르는 소름을 느꼈다. 두려움에서 기인한 감각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무엇인지 완전히 파악하기 전에 표정이 스러졌다. 그는 다시금 고요한 낯빛이 되었다. 꼭 살아 숨 쉬던 조각상이 다시 숨결을 빼앗긴 거 같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저기 있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저는 이제 이 사건을 잊어야 합니다. 할 일을 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피그말리온이 숨결을 불어 넣은 조각상은 핀토였을까? 저 남자였을까?
마지막 말이 흘러나왔다.
“베르타가 그녀가 사랑하는 것과 함께 영원하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암전.
종막이었다.
* * *
무대의 막이 내렸다.
그러니 끝일 텐데, 관객석은 여전히 조용했다.
베르타. 핀토. 디에나.
형사.
그 모든 게 그들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래서 진실이 뭐야?”
앞좌석에서 누군가 툭 뱉은 말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일행이 바보 같은 말을 하냐며 타박했지만, 헤레이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영원한 침묵 속에 가라앉았더라도, 인간이란 미지를 궁금해하는 법이니까.
다만, 찝찝했다.
하나의 극으로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자체로는 무척 인상 깊다 못해 충격적이었지만….
“으아, 나 잠 못 잘 거 같아.”
로즈마리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 말에 헤레이즈도 동감했다.
극 속의 인물일 뿐이다.
그것도 이제는 막이 내린 극의 인물이다.
하지만 가라앉은 진실처럼, 그들의 내면에 깊이 가라앉아 쉬이 잊힐 거 같지 않았다.
짝. 짝.
짝짝짝짝!
어느 순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
헤레이즈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손바닥을 마주쳤다.
넋이 나가고, 감명 깊어하고, 찜찜해하고, 열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년은 순수하게 감탄할 수가 없었다.
열등감일까?
아니, 아니다.
그런 감정보다는, 그보다는….
– 신화적인, 마법적인 무언가가 내 눈을 흐리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 신화적인, 마법적인 무언가가 눈을 흐렸던 것만 같다.
헤레이즈는 신시아가 옆에서 무어라 말하는 걸 듣지 못했다. 그렇게 정신을 빼놓고 있는 사이 공연장의 불이 켜졌다.
그리고 막이 다시 열리고,
수많은 사람의 눈을 흐린 이가 나타났다.
이번엔 밝은 조명 아래.
환하게 웃는 얼굴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