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 Child Actor to a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647)
제647화. 홈커밍 위크 (26)
“…….”
사람은 소란이 인 곳에 관심을 보인다.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게 실수였다.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늘어나던 인파란….
양궁부에 관심을 보이는 신입생들은 근처에 다가오지도 못했다. 뒤에서 기웃거리는 모습에 도현은 고개만 떨궜다.
‘나 좀… 쓸모없나?’
그런 생각도 잠깐.
쓸모 있고 없고는 나중의 문제였다. 어느덧 부스를 정리할 시간이 되었건만, 천막 앞은 여전히 인파로 북적거렸다.
카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하, 할 수 있겠지?
도현과 밀리나는 또다시 답하지 못했다.
소년은 우수에 찬 표정이 되었다.
“…힘들었지.”
“그래 보인다.”
헤레이즈의 떨떠름한 대꾸에 헛기침한 도현은 겉모습을 정돈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빗고, 구겨진 옷을 펴고, 풀잎까지 탁탁 털어내면 끝이었다.
“오오.”
로즈마리가 감탄했다.
자세를 바로 한 소년은 방금의 몰골을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단정하고 반듯했다. 극적인 변화였다.
탁, 그 앞에 신시아가 조물조물하던 뭔가를 내려놓았다.
“자, 르옌. 이거 마셔.”
도현은 말없이 돗자리 위에 놓인 찻잔을 보았다. 찻잔이 작아서 그런가, 소꿉놀이를 하는 거 같기도 했다. 소꿉을 가지고 놀아본 적은 없지만.
“수색이 굉장히 옅네.”
“응. 내가 말린 거야.”
도현도 이런 걸 별로 묻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질문했다.
“이끼로 우린 건 아니지?”
“그럼 맛있을까?”
“아니. 절대.”
다시 한번 그녀에게 강조한 도현은 찻잔을 들었다. 다행히 이끼 찻잎은 아닌 거 같았다. 여전히 정체는 오리무중이지만….
도현은 반신반의하며 한 모금 마셨다.
“어때?”
“…괜찮네?”
수색만큼이나 연한 맛이었다.
그러나 은은하게 스치는 맛이 부드러웠다. 섬세한 향은 입 안에 오래 남았다.
“백차야.”
“백차?”
“응, 솜털이 덮인 어린싹을 그대로 건조해서 만드는 차. 건조 과정만으로 맛을 내야 해서 성공하기까지 오래 걸렸어.”
“그래도 해냈지!”
로즈마리가 어깨를 빵빵하게 부풀리며 자랑스러워했다.
도현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찻잎도 관심이 있었구나.”
신시아가 꿈을 꾸듯 나른한 어조로 말했다.
“식사모의 새로운 활동으로 추가할 거야. 직접 재배한 식물을 말려서 찻잎으로 만들고, 다 같이 모여서 이렇게 티타임을 갖는 거야.”
그녀가 도현을 응시했다.
“부원들끼리 하는 거지만, 르옌은 르옌이니까 티타임에 함께해도 돼.”
“그거 영광이네.”
도현은 찻물을 한 모금 더 마시며 생각했다. 홈커밍 위크가 끝나면 식사모에도 새로운 부원들이 들어오게 될 거 같다고.
그날 도현은 온실에서 노닥거리다가, 저녁 무렵에 이르러 로즈마리, 신시아, 헤레이즈와 함께 연극을 보러 갔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동행이었다.
그에 도현은 의아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왜 또 보러 가는 거야?”
도현의 물음에 나온 대답은 각기 달랐다.
“르옌이 했던 연극 좋았어. 또 보고 싶어.”
“난 신시아랑 같이 있을 거야!”
그리고 헤레이즈는….
“뭐, 궁금해서. 배역의 원래 주인이 어떻게 연기할지.”
대충 그런 이유였다.
그들은 온실에서 노닥거리는 시간 동안 도현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모두 들은 후였다.
‘호기심이 생길 법한가.’
도현은 납득했다.
공연장에 도착하자 기분이 색달랐다. 어제는 무대 뒤편의 대기실에서 기다렸는데, 오늘은 관객으로서 극장에 발을 디뎠다.
네 사람이 안에 들어가자 시선이 조금 몰렸다.
한 소년은 마스크를 쓰고 있고, 다른 소년은 모자를 꾹 눌러썼으며, 키가 엇비슷한 두 소녀는 축제 가면을 쓴 모습이니 시선이 몰리지 않기도 어려웠다.
그들은 그것을 모른 척하며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안쪽, 맨 뒷자리였다.
자리에 앉은 헤레이즈가 간단하게 평가했다.
“생각보단 잘 보이네.”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했는데, 나쁘지 않아.’
어제와 달리 오늘은 전날 도현이 무대에 올랐다는 소문이 쫙 퍼져 있었다. 잘 보이는 곳에 앉으면 정체를 들킬 위험성이 컸다.
들키는 건 별로 문제가 아니지만, 그게 소란이 되어 연극에 방해가 되면 문제였다. 그래서 도현은 최대한 구석지고, 눈에 띄지 않는 곳을 택했다.
‘아쉽긴 하지만….’
가까운 좌석에서 무대를 보고픈 열망은 있었다. 그러나 도현은 금방 아쉬움을 접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피그말리온>의 두 번째 공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공연 시작 전에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무대 중에는 사진 촬영과 영상 촬영이 모두 금지되어 있습니다. 공연 전에 핸드폰 전원을….]전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안내 방송이 울렸다.
[무대가 끝난 후에 커튼콜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그때 마음껏 촬영해 주세요.]도현은 이유 없이 흘러나오는 웃음을 삼켰다. 그리고 안내 방송대로 핸드폰 전원을 껐다.
맨 뒷자리라 그런지 공연장이 한눈에 담겼다.
‘꽉 찼네.’
꽤 넓은 공연장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없었다.
어제의 영향일까?
그사이 공연장의 불이 꺼졌다.
[모두 박수 부탁드립니다.]길다면 길었던 안내 방송의 마지막 멘트가 흘러나왔다.
도현은 주저 없이 박수했다. 불이 꺼진 순간부터 모자를 벗었기 때문에 까만 눈동자는 아무런 방해물 없이 무대를 응시했다.
천천히 막이 올랐다.
어제, 도현이 앉아 있던 자리에 다른 소년이 앉아 있었다.
알치 갤러거.
도현은 저도 모르게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기이한 흥분과 고양감이 새카만 눈동자에 스쳤다. 너는 어떻게 연기할까?
나랑은 무엇이 다를까?
* * *
저렇게 좋을까?
헤레이즈는 무대에 잘 집중하지 못했다. 자꾸만 신경이 그의 옆자리로 흘렀다.
그는 변명할 수 있었다. 불가항력이었다.
‘좀… 미친 거 같은데.’
아니, 사실 조금 많이.
도현은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람이 저렇게까지 흥미로워하고 신나 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단정해서, 눈알만 반짝이는 모습이 더욱 기묘하게 느껴졌다.
내가 쟤여도 재밌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저 정도는 아니지.’
새삼 연기에 미쳐 있구나 싶었다.
헤레이즈는 무대를 보았다. 거기엔 알치와 셀린이 연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흠.’
청회색 눈동자가 무대를 분석적으로 훑었다.
확실히, 전체적으로 학교 클럽 수준은 넘어섰다.
그리고 새로운 형사는….
‘잘하네.’
긴장한 티가 나긴 하지만, 말을 절거나 어색하게 행동하지는 않았다. 모든 대사와 행동이 물 흐르듯 흘러갔다.
청소년 연극에서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잘하는 거였다. 왜 저 애가 주인공인지 이해되었다.
하지만.
‘역시 임팩트가 부족해.’
수없는 연습과 계산을 통해 나온 연기는 아마추어의 어색함을 제외하면 흠잡을 곳 없었지만, 자꾸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지적을 하게 되었다.
‘저기선 좀 더 강렬하게….’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수정하던 헤레이즈는 문득 깨달았다. 그렇게 수정을 거쳐 완성된 연기가 누구의 것인지.
* * *
짧게 말해서, 무척 재밌었다.
알치는 본인이 가진 프라이드만큼이나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소년이었다. 그랬으니 그의 연기가 도현을 설레게 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커튼콜이 끝나고 배우와 악수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왔을 때, 도현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나도 하고 싶다, 악수.’
하지만 그랬다간 열연을 펼친 배우에게 쏟아져야 할 관심이 엉뚱한 곳에 튈 수가 있었다. 그런 민폐는 끼칠 수 없었다.
도현은 다시금 모자를 깊이 눌러쓰며 말했다.
“나가자.”
“연극부랑 인사 안 해?”
로즈마리의 물음에 도현이 작게 미소했다.
“응. 오늘부터는 연극부의 일이니까.”
그들의 순간에 끼어들거나, 어제처럼 함께 뒤풀이를 즐기는 건 주제넘은 행위였다. 그들은 온전히 그들끼리 기쁨을 누릴 권리가 있었고 도현은 이를 침범할 생각이 없었다.
밖으로 나오니 밤바람이 시원했다.
네 사람은 함께 교정을 산책했다.
아직 남아 있는 푸드 트럭에서 적당한 음식을 사서 벤치에 앉아 늦은 저녁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 상태로 조금 더 떠들다가, 적당한 때에 헤어졌다.
헤레이즈와 도현의 기숙사는 같은 알렉산드로 홀이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에 함께였다.
도현은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헤레이즈가 미간을 좁혔다.
“그게 보였어?”
“응.”
“…그래, 보였으니 물었겠지.”
그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아까, 연극 볼 때 네가 연기한 형사가 계속 생각났어.”
도현이 가벼이 답했다.
“그럴 수 있지. 바로 어제 본 거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헤레이즈가 제 볼을 쓸었다.
“네 연기에 걔 연기를 자꾸 꿰맞추려고 했어. 쿠키 틀에 반죽을 욱여넣는 것처럼.”
도현은 고요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낯으로 조용히 그의 말을 경청했고, 헤레이즈는 달빛에 홀린 사람처럼 말을 술술 뱉어냈다.
하지만 평소 같지 않은 행동은 아니었다.
그가 도현과 개인사를 떠드는 일은 지극히 드물었지만, 연기와 관련된 대화는 자주 나누었다. 헤레이즈가 느끼기에, 연기에 한정해서 도현은 신뢰할 만한 이였다.
“연기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 걔의 해석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나는 그걸 틀렸다고 느꼈어.”
“그랬구나.”
“…그게 다야?”
도현이 미묘하게 웃었다. 정말 미묘하게.
“정답지가 생겼다는 소리네.”
헤레이즈는 생각했다.
능숙하게 그의 마음을 읽어서 표현했다기보단, 뭐랄까. 어딘가 익숙한 것을, 알고 있던 걸 말로 꺼낸 거 같은….
그때 도현이 물었다.
진심으로 의아하고,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 헤레이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