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 Child Actor to a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699)
제699화. 나의 우주 (2)
무모한 도전이다.
아니, 도전이 아니라 만용이다.
최근, 한예지가 허우주를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었다.
“…….”
사실은 직접 마주할 때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종종 그를 떠올렸다.
사랑이나 호감은 아니다. 불가해한 미지를 탐구하는 마음이었다.
“이제 왔냐.”
초등부 수업이 끝나고 스트레칭하고 있던 허우주가 고개만 뒤로 젖혀서 말했다. 그러다가 목 부러진다고 얘기하고 싶은데, 입술이 딱 붙었다.
“이거 봐. 나 이제 이만큼 할 수 있다? 개쩔지.”
소년이 직각에서 둔각으로 늘어난 다리찢기 각도를 자랑했다. 한예지의 눈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기만 한데, 허우주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하다.
그날, 허우주는 정말로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 왔다. 허우주는 이제 초등부 수업이 끝나고 중등부 수업에도 참여했다.
한예지가 있는 전공 반은 아니었다. 취미거나, 상대적으로 배운 기간이 짧은 애들이 들어가는 초급 반이었다.
더 충격인 건.
“너, 정말 발레단 준비 반 수업 들어?”
발레단 오디션 공고가 붙은 후.
새로운 수업이 개설되었다,
주말 집중반으로, 발레단 오디션에 참가하는 아이들을 위한 클래스였다.
“엉. 원장 쌤이 들으래.”
자연히, 원장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한예지의 갈색 눈동자가 심란함에 물들었다.
그때였다.
“너도 들을 거지?”
“…나?”
“네가 SBC 대단하다며! 설마 거짓말이었어?”
“STC야. 그리고 거짓말하지 않았어.”
“그럼 너도 듣겠네.”
허우주는 단정하는 투였다.
그 외의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는 듯이.
그래서일까?
“난 안 들어.”
오기처럼 말이 튀어나왔다.
“난 발레단에 관심 없어. 오디션도, 준비 반도 관심 없고.”
소년의 눈이 아주 의외의 말을 들은 사람처럼 동그래졌다. 무용실 조명 아래서 검은 눈동자가 빛을 반사했다.
그 눈동자가 순수할 만큼 새카만 탓이다.
“난 발레가 싫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뱉은 건.
* * *
“컷! 오케이!”
연나은은 고개를 들었다.
이제 그녀는 촬영장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읽을 줄 알았다. 그리고 지금은, 만족스러운 분위기다.
카메라 감독이 흐뭇하게 말했다.
“이브라 그런가? 다들 컨디션이 너무 좋은데?”
“감사합니다!”
씩씩하게 인사한 연나은은 눈으로 누군갈 찾았다. 시선이 닿자, 단아한 외모의 여성이 부드럽게 웃었다.
“나은 씨, 갈수록 잘하네요.”
연나은을 뽑은 사람이라서일까?
한주애 감독의 칭찬은 어딘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연나은의 뺨이 조금 상기되었다.
사실,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허우주를 보며 발레가 싫다고 했을 때, 연나은은 정말 스스로 한예지가 된 거 같은 감각을 느꼈다.
그 해방감과 후회는 여전히 여운이 남아 있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도현과 연기할 땐 늘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 한예지와 연나은의 구분이 없어졌다.
모호한 건 그뿐이 아니다.
“좋네요.”
“잘 나왔어요. 이대로 바스트 샷 찍으면 될 거 같아요.”
연나은은 모니터 앞에서 화면을 응시하는 소년이 이도현이란 걸 알았다.
그런데 자꾸만 허우주처럼 느껴졌다.
* * *
한편.
[도리 사진 떴다!!!!]촬영 현장 사진 풀어달라고 기도했는데 이뤄졌어ㅠㅠㅠㅠ 스탭분들이 인별에 게시글 올렸는데
(사진)
도현이가 쿠키 만들어서 나눠 줬나 봐 진짜 개부러워 미친;;;
심지어ㅠㅠ
(사진)
커피 차까지 부른 듯? 근데 멘트가ㅋㅋㅋㅋ ‘Merry Christmas’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흔한 사진이나 하다못해 느낌표 하나 없음ㅋㅋㅋㅋ
너무 쿨해서 추운데 또 도현이다워서 걍 웃김ㅋㅋㅋㅋ 그래 우리 도리가 이런 거 신경 쓸 성격은 아니지ㅋㅋㅋㅋㅋ
그래서 쿠키는 직접 구워 주지만 멘트는 쿨한 도리토스 어떤데
– 와와와ㅏ와ㅏ 개부럽
– 나도 쿠키ㅠㅠㅠㅠ 나만 없어 쿠키!!!!!
– 와 근데 도리 미모 실화냐 갈수록 리즈를 찍네
└ ㄹㅇ 이쯤이면 사람 탈피했다 싶었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서 늘 놀라움
└ 요정이라서 그럼
└ 일단 도리랑 나 둘 중 한 명은 인간이 아닌 게 확실 ㅇㅇ
└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도리토스 한입에 얌얌와구와구꿀꺽하고 싶다ㅠㅠㅠㅠ
└ 꺅 여기 식인종 있어요
[스탭분들 감사합니다ㅠㅠㅠ](사진)
미모 실화냐고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기분임ㅠㅠㅠㅠ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 저게 중학생 남자애 피부 맞냐
– 저 얼굴에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좋고 연기까지 잘하는 거 사기 아님?
└ 솔직히 설정 과다 ㅇㅈ
– 아직 앳된 거 봐 진짜 너무 귀여워 미칠 거 같음….
– 도리가 그래도 인복이 있어 도리는 인별 방치 중인데 주변인들이 대신 사진 올려주잖아
└ 그건 도리가 아니라 잼잼이 인복이 아님?
└ ㅋㅋㅋㅋㅋㅋ아 그럴 수도
[도리 여전히 베이킹이 취민가 봐] [눈사람 모양 쿠키 직접 만들었을 생각 하니 미치겠다;;;] [도대체 그 일정 소화하면서 베이킹할 짬은 언제 나는 거지] [근데 인별 해시태그에]#나의_우주
이거 뭘까?????? 영화 제목?????
– 엥 그러게
– ㅎㄷㄷ 다른 사람들도 같은 해시태그 달았네
– 도현이 배역 이름 아님??
└ 킹능성 있다
└ 진짜면 이름 너무 예쁘다 우주!!
– 영화 제목이면 무슨 내용이지? 짐작도 안 감….
└ ㄴㄷ 너무 궁금해
그리고.
인터넷 반응을 확인하던 경찬호는 한숨을 삼켰다.
‘앞으로 사진 좀 올리라고 해야겠네.’
워낙 학업이며 연기며. 이것저것 바쁜 걸 알아서 터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 한 장에 이토록 반응이 오는 걸 보니, 가끔은 올리라고 말해야 할 거 같았다.
‘아무튼, 그건 나중 일이고….’
그는 핸드폰을 끄고 다시 촬영장에 집중했다.
도현은 조명 아래 있었다.
언제나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끌며, 완벽하게.
* * *
“수고하셨습니다!”
바스트 샷을 촬영한 후, 다음 장면까지 촬영하자 오늘 찍을 장면이 모두 끝났다.
고대하던 퇴근 시간이 되자 다들 얼굴이 활짝 폈다.
스태프들은 특히나 도현을 향해 엄지를 치켜올리거나 흐뭇한 미소를 보여줬다. 그가 단독으로 촬영하는 모든 장면이 단번에 오케이가 나서 퇴근 시간이 앞당겨졌기 때문이었다.
“난 이제 도현 씨가 있는 촬영장에만 가고 싶어.”
카메라 감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도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유쾌하게 웃었다.
“하하, 말만으로도 고마워요.”
“도현 씨, 나 진심이야.”
그리 말하는 카메라 감독의 눈빛엔 약간의 욕심이 어려 있었다.
도현은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아갈 배우다.
그런 배우와 다음 작품, 다다음 작품까지 함께하고 싶은 건 감독으로서 당연했다.
그는 도현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만, 농담처럼 말했다.
“나중에 나 까먹으면 안 돼.”
도현이 눈매를 휘었다.
“그럼요. 저 기억력 좋아요.”
가끔, 도현은 미국인이라는 게 티가 날 때가 있었다.
상대의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 문을 지날 때 당연히 뒷사람을 기다려주는 거나, 모르는 이라도 눈을 마주치면 인사하는 것.
그리고 대화할 땐 꼭 상대와 눈을 마주치며, 습관처럼 웃는 것이 그랬다.
카메라 감독이 감탄처럼 말했다.
“도현 씨는 인기 많지?”
“인기요?”
난데없는 말에 어리둥절해서 묻는데 스태프가 끼어들었다.
“감독님, 이도현이잖아요. 당연하죠!”
“아니, 그런 인기 말고, 또래 사이에서 말이야.”
“그것도 당연히 많겠죠. 이도현이잖아요!”
‘이도현’이 거의 마법의 단어인 수준이었다. 그게 또 설득력이 있었다.
카메라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근데 도현 씨는 배우가 아니었어도 인기 많았을 거예요. 잘생겼는데 착하기까지 하잖아요.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요?”
도현은 목덜미를 문질렀다.
왜 자신의 앞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걸까. 좋게 봐주는 건 고마웠지만, 조금 어색했다.
“자, 자. 도현 씨는 그만 괴롭히고 정리합시다!”
그런 분위기를 정리한 건 기획팀장이었다. 카메라 감독은 자기가 언제 괴롭혔냐며 항의했다. 그러나 기획팀장에게 등이 떠밀려 사라졌다.
도현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나, 나 너 좋아해.”
그렇게 고백받을 줄은.
* * *
시간을 거슬러 한 시간 전.
“수고했어.”
“형도요.”
조수석에 탄 도현은 안전벨트를 매고 숨을 내쉬었다. 곧이어 차가 출발했다.
거리가 휙휙 지나갔다. 때때로 캐럴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도현은 제법 흥겨운 기분으로 그것을 즐기다가, 자연스럽게 잠들었다.
눈을 떴을 땐, 느지막한 오후가 밤이 되고 차가 서울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도현은 눈을 깜빡이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약간 질렸다.
“왜 그래?”
“쌓인 메시지가 너무 많아서요.”
평소보다 많은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이걸 언제 다 확인하나 싶어 막막해하던 도현은 제일 먼저 진과 니키의 연락에 답변했다.
그다음으로는 제일 활발한 단톡방에 들어갔다.
[(묶음 사진)] [(묶음 사진)] [ㅅㅂㅋㅋㅋㅋㅋ 김병철 ㅈㄴ 못생김ㅋㅋㅋㅋ] [아 내 눈;] [지는 ㅗ]이브에 만나서 놀기로 했다더니 정말 재밌게 즐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도현은 웃음을 삼키며 사진을 살펴보았다.
어쩌다 만난 건지, 서일준이 말했던 인원 외에도 2학년 4반 아이들이 섞여 있었다.
도현은 웃음을 머금은 낯으로 톡을 보냈다.
[재밌게 놀았나 보네.]반응은 빨랐다.
[ㅁㅊ] [형님!!!!!] [이도현 촬영 끝남?] [배신자 혼자 촬영장 가니까 좋냐] [이도현이도현이도현이도현이도현이도현이도현이도현]좀 이상한 반응이긴 했지만….
[이도현 너 어디임?]그때, 서일준이 위치를 물었다.
도현은 순순히 답장해 주었다.
그러자.
지잉-
곧장 전화가 걸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