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8)
도망자
날조와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할리우드에서 설레발치는 기사 정도야 흔한 일이다.
Holy Love 공개되고 유명 감독 셋이 함께하는 대작은 허상이 됐지만 실망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심이 더 늘었다.
-이 시대 최고의 반전 드라마 Holy Love.
└그건 또 뭔데.
└게빈, 랜든, 아이작 세 감독과 벤, 데미안, 이안이 함께 하는 틴 무비를 모른다고?
└그 멤버로 틴 무비? 뭔 헛소리야.
└너라도 당장 가서 봐. 망할 백지처럼 순수한 저 뇌가 부럽다. 망할 기자들에게 스포일러만 안 당했어도…
-Holy Love는 얼마나 큰 인력 낭비를 한 걸까.
└천재 해커를 데려와 컴퓨터 수리를 맡기는 정도?
└미슐랭 3스타 셰프에게 라면을 끓이게 한 정도?
└네 엄마가 널 낳은 정도. 빨리 사과드려라.
└이 개자식아.
Holy Love의 소식은 미국을 넘어 이안에게 관심이 많은 한국에도 알려졌다.
-인력 낭비로 뜨거운 Holy Love에 대해 알아보자.
벤, 데미안 같은 A급 배우 출연료는 보통 50억에서 200억 사이. 게빈 같은 유명 감독은 A급 배우와 비슷한 몸값을 받아.
그래서 이들은 이 드라마에서 뭘 했냐.
(대충 노가다 중인 벤과 데미안 합성사진) 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아니, 미쳤냐고. 싱글벙글 할리우드 어지럽네.
└한 브랜드에서 우리 광고를 까고 왜 저러고 있냐고 하더라.
└음, 그것이 할리우드니까.
태평양 너머에까지 소식이 알려질 정도로 떠들썩하자 의심하는 사람도 생겼다.
-그걸 속냐. 그냥 관심 좀 끌어보겠다고 엔딩 크레딧에 넣은 거겠지.
슬금슬금 몸집을 불리던 의견은 오래가지 못했다.
촬영 현장을 찍은 사진이 하나둘 올라왔으니까.
-앵글을 잘못 잡았다고 이안에게 혼나는 벤.
-애완 공작새를 보러 가겠다고 탈주하다가 벤에게 붙잡힌 데미안.
-촬영장 한쪽에 마련된 노인정과 ‘나 때는 말이야’를 반복해 듣는 네이선.
공개된 사진들은 촬영 기간 내내 함께했다는 걸 증명하기 충분했다.
‘할리우드의 흔한 인력 낭비’라고 불리며 모인 관심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Holy Love 자체로 향했다.
“으으… 왜 하필 주인공이 이안이야.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집중이 안 되잖아.”
“별로라면서 그건 왜 계속 보고 있어.”
“내가 나오는 장면 때문에 보는 거거든? 신경 끄셔!”
퉁명스럽게 대꾸한 도로시는 레이첼을 보며 활짝 웃었다.
“그보다 레이, 작곡은 언제 배운 거야? 영상에 들어간 노래를 네가 만들었다고 해서 엄청 놀랐다고.”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그녀는 살짝 시선을 피했다.
“조, 조금 됐어.”
“그랬구나! 작곡은 아일라 씨에게 배웠지? 그럼 다들 좋다고 할만하네. 에이, 그래도 좀 섭섭하다. 진즉에 알려줬으면 좋잖아.”
“…그러게 말이야.”
그럼 양심이 쿡쿡 찔리는 일도 없었을 텐데.
“나중에 작업한 다른 음악도 들려줘. 어떤 곡을 만들었을지 엄청 궁금하거든.”
“꼭 들려줄게.”
이미 많이 들었겠지만.
레이첼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참았다. 이 주제를 더 끌고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 그녀는 말을 돌렸다.
“그래도 제일 관심을 많이 받은 건 오드리 씨잖아.”
“주인공이니까. 배우로 처음 활동하는데 누구한테 배운 효과가 있는지 연기도 괜찮은 편이었고.”
촬영을 앞둔 Melted Moonlight의 대본을 읽던 이안은 자부심을 담아 말했다.
“아무래도 역시 나는 교육에 재능이 있는 거 같지?”
“아무리 이안이라도 그건 좀…”
“양심이 없네.”
“절대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라.”
조용하던 다니엘까지 한몫을 거들자. 이안은 혀를 찼다.
성과를 눈으로 보여줬는데 저런 말을 하다니 보는 눈이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대본 교습법의 훌륭함을 설명하려던 이안은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에 시선을 돌렸다.
“에이든?”
이미 오늘 통화를 했으니 전화가 올 이유가 없었다. 이상함을 느끼며 일단 전화를 받았다.
“에이든, 무슨 일이에요?”
-Holy Love 영상화 계약을 맺자고 나한테 연락이 왔거든? 근데 널 빼고 이야기하자고 하더라.
이 대답에 이안은 입매를 비틀었다.
똥파리가 찾아왔다.
***
Holy Love가 공개되고 대중들이 엔딩 크레딧과 드라마 내용에 집중할 때 업계 사람들은 다른 곳에 관심을 뒀다.
-뭘 위해 만든 영상일까?
예고편이라면 방영할 방송사에서 진즉에 같이 광고를 했을 텐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지금처럼 위튜브에 공개될 웹드라마라고 하기엔 1화 표시 같은 것도 없고.
이 의문은 쉽게 풀렸다. 이안의 에이전시에 물어보니 친절하게 모든 상황을 설명해줬으니까.
‘작품을 만들어줄 제작자를 찾기 위해 만든 영상이라고?’
‘작품만 따내면 방송사에서 바로 달려들 거 같은데.’
구두로 드라마 기획을 설명하는 피치는 매년 방송국당 500편에 달한다. 그만큼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하는 제작자는 넘쳐난다는 뜻이다.
남매 작가에게 찾아온 제작자도 그런 사람이다.
“작가님, 정말 작가님을 생각해서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무슨 말이죠?”
에이든의 대꾸에 흥미를 보인다고 생각한 남자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상품만 해도 유통 과정이 길면 괜한 비용만 들지 않습니까. 작품도 마찬가지죠. 괜한 중간 단계를 끼워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 중간 단계가 이안인가요?”
“네. 어차피 판권 계약도 따로 안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희와 직접 계약하시는 게 작가님에게 가장 큰 수익이 될 겁니다.”
그럴듯한 제작자의 말에 침묵을 지키던 아멜리아가 입을 열었다.
“그럼 캐스팅은요? 전 이안이 주인공을 했으면 좋겠는데요.”
“좋은 안목입니다. 이안 프라이스 군은 훌륭한 배우죠. 근데 배우를 정해놓고 캐스팅을 하면 불리한 계약을 맺어야만 합니다.”
“그럼 안 된다는 말인가요?”
“물론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틴 무비를 만든 경험이 있는 만큼 다른 배우를 섭외해도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
자신감 가득한 제작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잘 알겠다.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다고 생각한 에이든은 고개를 돌려 닫힌 방문을 향해 말했다.
“그렇다네.”
끼이이익-
어리둥절하던 제작자는 한쪽 방문이 열리자 안색이 굳었다. 비웃음을 머금고 있는 상대는 여기 있어선 안 될 사람이다.
“…이안?”
상대가 놀라든 말든 에이든 옆에 털썩 앉은 이안은 장난스럽게 물었다.
“재밌네요. 돈도 많이 주고 자신도 있다는데 계약하실래요?”
“싫어.”
“싫어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단호한 대답에 만족한 이안은 삐딱하게 상대를 봤다.
‘내가 멍청해서 판권 계약을 안 맺은 줄 아나.’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런 거다. 돈 때문에 흔들릴 정도로 얄팍한 인연이 아니니.
“이 둘이 나이도 어리고 힘들게 자라와서 돈으로 유혹하면 손쉽게 넘어올 거로 생각했나 본데 생각과 달리 고집 엄청 셉니다?”
“우리가 뭐.”
“내가 아니면 멀쩡한 작품을 그냥 버리겠다고 한 게 평범하진 않죠.”
Holy Love를 두고 인력 낭비니 뭐니 시끄러운데 백수가 일하는 것보다 이 둘의 작품 낭비가 더 심각했다.
대화를 들으며 상황을 파악한 상대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방금 대화로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프라이스 군의 노고를 무시하려고 한 건 아니니 말입니다.”
“그래요? 그럼 제 출연도 확정이겠네요.”
“당연하죠. 계약 조건에 포함해도 좋습니다! 주인공에 가장 적임자니까요.”
대답만 하면 당장이라도 계약서를 준비하려는 모습에 이안은 방긋 웃었다.
“제가 싫은데요.”
“…네?”
뭘 놀라고 그러나.
저 인간이 괜히 수작을 부렸겠나. 안 그래도 알아보고 왔다.
“틴 무비를 만들긴 하셨더라고요. 한 시즌도 제대로 못 보내고 캔슬됐지만요.”
“아, 그건…”
“물론 유명한 제작자도 쫄딱 망하는 작품을 내곤 하는데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쓸데없이 자극적인 장면만 잔뜩 배치하고 망했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선정적인 것까진 좋다. 말초적인 자극으로 시청자를 모을 수 있고 실제로 많은 드라마가 그렇게 만들어지니까.
‘그럼 잘 만들던가.’
그렇게 하고 캔슬된 꼴을 보면 기준 미달이다.
냉정한 평가에 제작자는 얼굴을 구기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건방진 자식. 네가 영상을 잘 만들어서 뜬 거 같아? 남의 이름 팔아 인기를 끈 주제에 뭔 평가를 해?”
“우리는 그걸 인맥이라고 부르죠. 할 수 있으면 똑같이 하던가요.”
심드렁한 대답에 더는 참지 못한 상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휙 돌렸다.
더 성질부리기엔 뒤에서 살벌하게 노려보는 경호원이 무서웠으니까.
탁하고 닫히는 문에 이안은 아멜리아에게 사과했다.
“미안, 놀랐지? 생각보다 성질이 더 더러운 사람이네.”
“아뇨, 괜찮아요. 아마 그 작품이 콤플렉스였나 봐요. 이안에 대한 자격지심도 보였고요. 꽤 전형적인 캐릭터였어요.”
사람을 작품 캐릭터 분석하듯이 평가하는 말에 에이든은 또 이런다 싶어 입을 열려고 했으나.
“확실히 삼류 악당 느낌이야. 다른 설정을 추가하는 건 어떨까. 가족 중에 잘 나가는 제작자가 있는 거지.”
“흔한 클리셰지만 나쁘지 않죠. 아빠, 형, 동생. 어떤 게 좋을까요. 상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감정이 다르잖아요.”
“음, 다 매력이 있지. 어떤 거로 해볼까.”
죽이 척척 맞으면서 남의 가족을 갈아치우는 모습에 몸을 돌린 에이든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마커스와 얼굴을 마주쳤다.
“저희 동생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희 고용주가 문제죠.”
둘은 한숨을 내쉬었다.
***
샌디에이고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5일 남짓한 기간에 십 만의 사람이 모이는 샌디에이고 코믹콘이 개최한 탓이다.
만화,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 부스를 방문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선 좋아하는 캐릭터로 코스프레 한 사람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열정적이죠?”
“재밌네요. 이걸 입고 다녀도 하나도 안 부끄러울 거 같고요.”
“하하하, 얼마나 잘 만들어진 복장인데 부끄러워할 이유가 있나요.”
넷플러스 직원이 자신 있게 복장을 보여줬다.
검은 정장에 중절모. 이것만 보면 일반적인 복장이지만 뒤에 펼쳐진 아홉 꼬리가 코스프레라는 걸 알려줬다.
오늘 입을 루의 복장이다.
“옷 자체는 무난하네요.”
“마피아 콘셉트입니다. 드라마에서 자주 나올 복장으로 하는 게 낫죠. 일단 간단한 화장 정도는 할까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은 이안은 다니엘에게 온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야, 도로시 얘 좀 어떻게 해봐. 그렇게 싫다고 해놓고 너희 쪽 부스에서 나가질 않는다.
-내가 뭐! 여기 원작자님도 계시잖아. 이렇게 대화 나눌 기회가 언제 또 온다고.
-다니엘! 내가 여기서 방금 어떤 사람하고 대화를 나눴는데 말이야…
뒤로 희미하게 도로시와 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구미호라도 만나 정기를 쪽쪽 빨리는 것처럼 다니엘이 앓는 소리를 내자 이안은 말없이 통화를 종료했다.
정말 친구란 든든한 존재인 거 같았다.
구미호에 어울리게 가볍게 화장을 하는 사이 넷플러스의 직원이 이안에게 말을 걸었다.
“Holy Love 재밌게 봤어요. 이어서 만들겠다고 제작자들이 많이 찾아온다면서요.”
“오긴 오죠.”
오면 뭐하나. 꿀단지에 모여든 똥파리가 태반인데.
‘고작 고등학생이라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
남매가 제작 관련된 일은 이안에게 문의하라고 통보한 탓에 많은 제작자와 연락을 나눠봤는데 날강도 같은 인간이 수두룩했다.
-카메오로 벤과 데미안을 출연시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태프로 참여할 정도였으니 가능하죠?
-세 감독님이 한 편 정도 맡아주실 수 있나요. 편집 정도만 살짝 만져주셔도 됩니다.
이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거는 경우가 많았다.
‘진짜 미쳤나.’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시간을 내줬던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단물을 뽑아먹겠다고 나서는 꼬락서니가 열 받게 했다.
멀쩡한 조건을 거는 제작자들도 있었지만 작품을 맡길 만큼 믿음직한 사람들이 아니었고.
곧 Melted Moonlight 촬영을 앞두고 있는데 Holy Love의 제작자는 아직도 확정 짓지 못했다.
지난 기억을 곱씹으며 짜증을 내면서도 이안의 몸은 착실하게 움직였다.
“와! 진짜 잘 어울린다.”
“꺄악! 사진 한 번만 같이 찍어도 될까요? 사실 저 진짜 소설 팬이거든요!”
정장을 입은 모습도 잘 어울리는데 움직일 때마다 흔들거리는 꼬리들까지 있으니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진짜 루가 튀어나온 거 같은 모습에 좋아하는 스태프들과 사진을 찍어주던 이안은 울리는 핸드폰을 봤다.
또 다니엘인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닉? 무슨 일이에요. 연락할 일도 없는데.”
-이안, 혹시 오드리랑 연락이 돼?
오드리는 왜 찾는지 모르겠다.
“연락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요. 무슨 일이에요.”
-하, Holy Love로 오드리가 인기를 끌었잖아. 근데 댓글에 사기꾼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왔거든.
“그냥 헛소리겠죠.”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서 사실관계를 물었단 말이야. 근데 그다음에 연락이 안 되네.
이안은 직접 연락해보겠다고 대답하고 통화를 끊고 오드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혹시나 일 때문에 바쁜가 해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봤는데.
-그래, 안 그래도 묻고 싶었다. 오드리가 갑자기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문자를 보냈더라. 무슨 일이니.
이안은 한숨을 쉬었다.
숙식도 해결해주고 대본의 아름다움까지 가르쳐줬건만.
제자 녀석이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