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9)
2년
이안은 빠르게 기억을 되짚어 봤다.
아무리 고민을 거듭해봐도 결론은 하나였다.
‘이상하다. 사기꾼의 딸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오드리는 이안에게 배우의 꿈을 심어준 셋 중 하나였고 친분은 없어도 간간이 소식 정도는 찾아봤다. 하지만 저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닉에게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날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드리는 도망쳤지.’
행동만 봐도 미처 몰랐던 사정이 있다는 건 알겠다. 아픈 상처를 건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사생활을 묻지 않았는데 이제 와선 이게 아쉽게 느껴졌다.
“프라이스 군? 무슨 일이 있나요.”
너무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걸 깨달은 이안은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요. 생각할 게 조금 있어서요. 일정부터 소화하죠.”
“그런가요.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물론이죠.”
웃음으로 감정을 지웠다. 걱정된다고 당장 움직일 순 없고 초조한 마음을 갖는다고 도움이 되진 않는다.
닉에게 문자를 보냈다.
-일정 빨리 끝내고 합류할게요. 일단 그 소문 내용 좀 모아줘요.
직원의 안내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입장권을 못 구해 암표가 거래될 정도로 인기 있는 행사인 만큼 인파로 북적거렸다.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이안을 누군가 불렀다.
“실례합니다. 그거 루죠? 와! 진짜 잘 만드셨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될…”
카메라를 들고 묻던 여성은 중절모를 눌러쓴 이안과 얼굴을 마주하고 굳었다.
동양인이라 사람 구별을 제대로 못 하는 건가. 고민하는 여성에게 이안은 고개를 숙여 속삭였다.
“쉿! 부스에서 해드릴게요.”
홀린 듯이 끄덕이는 여성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애니, 만화, 드라마 이런 것 외에도 장난감이나 카드 게임 같은 부스도 보였고 이들을 빠르게 지나가자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지 않은 부스에는 Moonlight 드라마 속 인물들이 붙어 있었고 그중 가장 돋보이게 있는 건 한복을 입은 루였다. 이것만 봐도 Melted Moonlight 홍보 부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걸 사 말아?”
“그렇게 고민할 거면 사지.”
“루가 이안인 걸 생각하면 손이 안 간단 말이야.”
“그럼 사지 말던가.”
“여기까지 와서 안 사기엔 또 아쉽고.”
그럼 어쩌란 건지. 열쇠고리를 두고 고민하는 도로시를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 다니엘이 보였다.
한쪽에선 한참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원작자인 스텔라가 보였고.
이안은 자신을 발견한 레이첼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고 둘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래, 사야겠어.”
결심한 도로시는 열쇠고리를 잡으려 했으나 움켜쥔 손에 잡힌 건 불쑥 끼어든 물체였다.
새하얗고 푹신푹신한 긴 털 뭉치.
그녀는 고개를 스르륵 돌렸고 활짝 웃은 이안과 얼굴을 마주쳤다.
“내 꼬리는 비매품인데.”
“끼약!”
“안녕, 기다렸어?”
짧은 비명과 함께 펄쩍 뛴 그녀는 이안이 꼬리 하나를 붕붕 흔들며 인사하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나쁜 놈아! 기분 나쁘게 그걸 왜 내밀어?! 아으, 짜증 나.”
“야, 왜 나한테 닦아.”
꼬리를 만진 손을 제 옷에 문지르자 다니엘은 펄쩍 뛰었다.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시선이 쏠리자 이안은 벗은 중절모를 가슴팍에 얹고 정중하게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실례했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탈옥한 괴물 하나가 있어서 시끄럽게 했군요. 이쪽은 도로시, 아주 위험한 괴… 야, 꼬리 잡지 마.”
농담 한 번 했다가 구미호에서 삼미호가 될 뻔했다.
***
Melted Moonlight가 드라마로 나온다는 소식은 이미 꽤 알려졌다.
소설 자체도 표절과 남매 작가 이야기로 흥행에 성공했고 넷플러스에서 이안을 주연으로 드라마를 찍는다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만했다.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이안이 홍보 부스에 나타나는 것까지 알고 있고.
‘다만 코스프레를 하는 것까진 몰랐지.’
일종의 깜짝 선물이었고 다행히 두 시간 남짓 이어진 홍보는 성황리의 막을 내렸다.
“으아, 힘들다. 그래도 생각보다 재밌었어.”
“그래 보이긴 하더라. 코스프레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듯 보이더니.”
다니엘의 평가에 이안은 방금까지 있던 코믹콘을 떠올려봤다.
“수영복을 길거리에서 입는 것과 수영장에서 입는 건 다르잖아.”
뭐로 만들었는지 궁금한 로봇까지 돌아다니는 곳이다. 꼬리 좀 달았다고 유별 떨 이유도 없었고.
이안은 코믹콘에서 산 물건이 담긴 쇼핑백을 끌어안고 있는 도로시에게 옆에 놓인 물건을 줬다.
복대와 연결된 꼬리가 도로시 품에 쏙 안겼다.
“자, 기념품이야.”
“필요 없어! 당장 안 치워?!”
집어던진 꼬리를 받으며 키득키득 웃던 이안은 어깨를 두들기는 감촉을 느꼈다.
고개를 돌리니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레이첼이 보였다.
“이안.”
“왜?”
“혹시 무슨 일 있어? 오늘따라 상태가 조금 안 좋아 보였거든.”
이 말에 살짝 놀랐다. 걱정하지 않게 잘 속인 줄 알았는데 오랫동안 함께 한 그녀의 눈을 피할 순 없었나 보다.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에게 물어봤다.
“레이, 만약 네가 잠적한다면 사람들에게 뭐라고 남길 거 같아?”
“잠적?”
“응, 부모랑 친한 사람들도 다신 안 만나게 몰래 떠난다면 말이야.”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변을 내놨다.
“글쎄, 날 찾지 말라고 하지 않을까. 떠난 날 찾으면서 고생시키긴 싫으니까.”
“그렇지?”
대부분 저런 말을 남길 텐데 그녀는 찾지 말란 말을 하지 않았다.
핸드폰은 켜놓은 상태로 전화를 안 받았고 아버지에겐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문자만 남겼다.
이안은 진짜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을 정도로 오지랖이 넓지 않았지만.
‘이렇게 미련을 뚝뚝 남기면서 도망치면 잡아달라는 거랑 뭐가 달라.’
아무래도 대본을 적게 본 거 같다. 이런 행동이 멍청하다는 건 대본만 봐도 알 수 있었을 텐데.
“고마워. 확신이 조금 생겼어.”
“…응, 그럼 나중에 무슨 일인지 알려줘.”
따로 묻지 않는 배려에 이안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줬다.
2시간이 안 걸려 차는 LA에 진입했고 이안은 목적지에 도착하자 몸을 일으켰다.
“뭐야? 어디 가.”
“나는 갈 데가 있거든. 마커스! 다른 애들은 집까지 잘 부탁해요!”
“걱정 마시죠. 데려다주고 바로 합류하겠습니다. 그때 동안 조심히 움직이세요. 다치면 보스에게 두들겨 맞습니다.”
“위험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다들 나중에 연락하자.”
이안은 차에서 내렸고 바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왔어?”
“늦었죠? 일단 바로 움직이죠.”
닉에게 인사를 한 이안은 차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애들에게 손을 흔들곤 차를 옮겨 탔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물어봤다.
“그래서 사기꾼 이야기는 뭐에요.”
“그냥 글을 올린 사람들이 주장하는 거라서 확실하지 않다는 건 생각하고 들어. 오드리의 아버지가 사기꾼이래. 피해자는 수십 명 정도며 그중에 안 좋은 선택을 한 사람도 있고.”
“얼마나 믿을 수 있어요?”
닉은 어깨를 으쓱였다.
“모르지. 근데 너도 알잖아. 오드리의 행동을 봐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지.”
“후우… 다른 내용은요.”
“음. 한 5년쯤 된 일인데 아직 수배 중으로 잡히진 않았나 봐.”
5년 전이라.
그때의 오드리면 지금의 자신과 같은 나이였다.
“그 뒤에 오드리가 어떻게 지냈는지는 모르고요?”
“그런 글은 안 올라오던데. 물어봐도 답장도 없고.”
“불리하다고 생각했나 보죠. 적어도 사기꾼 아빠가 도망치고 나서 행복하게 지냈을 리는 없으니까요.”
사기꾼 아빠 덕분에 떵떵거리며 살았으면 칸에서 몸으로 수심 체크를 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것보다 참 아이러니하네.’
아빠는 사기꾼이고 딸은 사기 피해자라니.
누군가는 인과응보라고 하겠지만 연좌제도 아니고 왜 엄한 사람이 고생해야 하나.
“이보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찾아서 들어야겠네요. 그래서 어디까지 확인했어요?”
“집은 빈 것 같았고 평소 다니던 동선까지 돌아봤는데 보진 못했어. 가게에도 오늘은 안 나왔다고 하고.”
사라진 지 오래 안 됐으나 대륙 반대편까지 갈 수 있는 시간이다.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숨바꼭질이라고 생각하면 암담하지만.
‘어차피 멀리 안 갔을 거야.’
이안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신호는 가지만 전화를 받진 않았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말이고 그럼 분명히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을 거다.
“어디로 갔을까.”
후보지를 고르던 이안은 한 곳을 떠올렸고 거기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찍었다.
창밖을 봤다.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빨리 찾죠. 전 아직 미성년자라서 야근 못 하는 거 알죠?”
“어휴, 잡혀가기 전에 빨리 찾아야겠네.”
둘은 농담을 주고받았고 차는 어둠 속을 달렸다.
***
반짝
어둠을 밝히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봤다.
-Life saver
생명의 은인.
또다시 이안이 전화를 걸었다는 뜻이고 무음으로 울리는 핸드폰을 보던 오드리의 시선은 화면 오른쪽 위로 향했다.
“곧 꺼지겠네.”
보조 배터리는 물론이고 충전기조차 없다. 미련이 없도록 모든 짐을 두고 왔건만 발은 선뜻 떨어지지 않았다.
배터리가 절반만 남으면 가야지. 좀만 더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빨간불이 들어왔다.
“진짜로 이젠 가야지.”
어두운 밤에 불이 들어온 집을 보던 그녀가 발을 돌렸을 때 인기척이 들렸다.
낯선 사람이 다가온다. 두려운 마음보단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저 가만히 서 있자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상대는 가까이 다가왔다.
머리로 손이 올라온다. 이걸 느꼈을 때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또르르르
“…어?”
통화 걸 때 들리는 소리였고 놀라 고개를 휙 돌리자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전화도 안 받고 뭐 해요. 사람 귀찮게.”
“…이안.”
“그리고 뭐 거창한 곳으로 갈 줄 알았더니만 온 곳이 여기예요?”
오드리를 놀린 이안은 그녀가 보던 집을 봤다.
미국에서 널리고 널린 2층 주택이지만 의미가 없는 곳은 아니다. Holy Love에서 엘라의 집으로 촬영한 곳이니까.
“어휴, 처음엔 학교로 간 줄 알았더니 무슨 수상하게 남의 집에서 기웃거리고 있어요. 용케 신고도 안 당했네.”
주춤주춤 물러나는 그녀의 팔을 이안은 잡아챘다.
동시에 어둠을 밝히듯 환한 섬광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피곤하다. 몸이 안 좋다.
다니엘을 도와준 이후로 원래 몸으론 경험해보지 못한 느낌이 몸을 휘감았고 문을 여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단아하게 꾸며진 넓은 방 안으로 낯선 여자가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고생했어. 돌아가 쉬어도 돼.”
지금보다 성숙한 오드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월이 꽤 지난 건가.’
대략 시기를 이안이 추측하는 사이 오드리는 돌아가지 않는 상대에게 물었다.
“할 말이라도 있어?”
“…그 사람들에게 돈을 계속 줄 이유가 있습니까? 차에서 살 때부터 저들에게 돈을 줬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당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돈을 준 상태입니다.”
“그건 네가 신경 쓸 바가 아니야.”
냉정한 대답에 이쯤하고 돌아갈 법도 한데 상대는 단단히 마음을 굳힌 듯했다.
“이젠 돈을 받는 저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아십니까? 입막음 비용이라고 합니다. 기사가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주는.”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런 의미도 있으니까.”
“알려지면 뭐 어떻습니까. 오드리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대신 갚았잖습니까. 언론에 공개된다고 해서 문제 될 건 하나도 없습니다.”
짧은 침묵 후 오드리가 입을 열었다.
“마야, 돌아가.”
“…알겠습니다.”
마야가 사라지자 오드리는 고개를 돌렸다. 여러 트로피가 들어간 화려한 장식장에 공허한 눈동자가 비쳤다.
“이거라도 계속해야지. 끔찍한 시간을 버텨온 이유였는데.”
몸을 웅크리는 그녀의 독백을 마지막으로 이안은 가벼운 부유감을 느꼈다.
눈을 깜빡이자 오드리의 얼굴이 보였다. 환상에서 빠져나왔다는 뜻이다.
“후우…”
빠르게 방금 본 내용을 정리했다.
‘아버지에게 당한 피해자에게 계속 돈을 줬나? 그래서 기사에 안 나왔고. 차에서 노숙할 때도 돈을 줬다고? 그럼 단순히 빚 때문에 카터의 제안을 받은 게 아니었나 본데.’
머릿속이 복잡했다. 짧은 환상은 모든 걸 개운하게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의문을 잠시 접은 이안은 오드리를 봤다. 묻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가장 먼저 물을 건 하나였다.
“왜 도망쳤어요?”
잠시 입술을 오물거리던 그녀가 대답했다.
“아버지가 사기꾼인 게 밝혀지면 둘 중 하나가 일어나더라. 가까운 사람이 안 좋게 되거나 내가 안 좋게 되거나.”
“그래요?”
“응, 아빠랑 이혼했던 엄마는 날 받아줬다가 사기꾼을 잡겠다고 계속 찾아오는 피해자 때문에 힘들어했지. 결국 피해자랑 싸우다가 안 좋은 꼴을 당하셨고.”
“그리고요.”
“나한테 사기 친 친구는 네 아빠가 사기꾼이니까 넌 당할 만하다고 하더라. 다른 이야기도 더 해줄까?”
슬픔과 두려움이 느껴지는 이야기에 이안은 대충 상황을 눈치챘다.
‘몸을 버려가며 번 돈을 준 이유를 알겠네.’
모든 불행의 싹과 그렇게라도 멀어지고 싶었을 테니까. 비록 안 좋은 방법으로 번 돈을 써서라도.
“오드리, 돈을 줄까요?”
“…응?”
“저랑 같이 피해자들에게 가죠. 그리고 달러를 던지며 이렇게 말하자고요. 톱스타가 돼서 당신들이 손해 입은 돈을 다 돌려주고 사기꾼은 꼭 잡아내겠다고요. 어때요?”
씨익 웃으며 하는 말에 오드리는 눈을 깜빡였다.
“부담 가질 거 없어요. 톱스타가 되면 배로 뜯어낼 거니까요.”
“…내가 될 수 있을까.”
“음. 정식으로 Holy Love 주인공이 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찾아오는 제작자 놈들이 짜증 나서 직접 만들려고 했거든요.”
물론 혼자는 힘드니 공동 제작자를 찾아야겠지만 인맥을 동원하면 될 일이다.
“진짜?”
“네, 대신 2년 정도 걸릴 거에요. 그동안 주인공으로 뽑힐 정도로 경력과 실력을 기를 수 있겠어요?”
2년.
명확히 주어진 목표에 고민하던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어. 꼭 뽑히도록 준비할 게.”
“좋아요. 대신 약속 하나만 하죠. 최대한 연기하는 걸 즐기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제 제자라면 연기를 즐기는 건 당연한 일이거든요.”
내민 손을 그녀가 조심히 잡자 이안은 활짝 웃었다.
환상 속에서 본 그녀의 공허한 눈동자가 떠올랐다. 연기하는 의미로 부질없는 이유를 붙잡고 있는 모습.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제자가 그딴 꼴로 성장하는 건 지켜볼 수 없었다.
“자, 가죠. 우리 부모님이 걱정하고 있단 말이에요. 가면 바로 사과부터 하세요.”
“…알겠어.”
이안은 오드리와 나란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것보다 원하는 대본은 있어요?”
“응, 있는데 알아서 구해볼게.”
“스스로 하는 것도 좋죠.”
누구 제자인지 몰라도 참 바람직한 생각이다.
***
에이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안, 오드리가 찾아와서 습작까지 전부 달라고 하는데…?
엘라를 잘 연기하기 위해선 남매의 작품을 파악해야 한다.
무슨 생각으로 찾아갔는지 눈치챈 이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참 곤란했다.
“바로 갈게요.”
-응, 알겠어.
“나한테 줄 것도 당장 준비해놔요.”
-…응?
어딜 찬물도 위아래가 있거늘.
건방진 제자를 잡기 위해 이안은 걸음을 옮겼다.
그날 에이든과 아멜리아는 두 남녀에게 습작까지 전부 강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