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1)
대결 구도(2)
이별이 아름다워야 그리움도 생기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동료들을 보내기 위해 좀비를 유인하고 라스베이거스에 홀로 남은 노아는 invisible children 팬들에게 애틋한 감정을 남긴 캐릭터였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심심치 않게 토론이 이뤄졌을 정도로.
-마음을 연 동료가 전부 떠났으니 노아는 원래대로 혼자 지내지 않을까?
-아니지. 벤자민을 통해 동료애를 배웠잖아. 노아라면 새로운 생존자 무리를 이끌고 있겠지.
노아의 등장이 확실시되고 시즌7이 가까워질수록 이 두 가지 의견의 갈등은 더 심해졌다.
-머저리들! 제작비를 생각해야지. 이안 몸값이 한두 푼이냐.
-제작진들이 이번 시즌에 확실히 투자한다고 했는데? 기사나 보고 와라!
이번 시즌 피날레는 이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내용이었으나 제 생각이 맞았다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Aaaaaah! 우리, 우리 노아가 왜 이렇게 됐어?!
그저 혼돈과 파괴만 남았을 뿐.
-우리 노아는요. 항상 위험한 일에 앞장선 용감한 아이고, 친구를 위해 대신 희생할 줄 아는 따뜻한 아이예요. 저런 일을 할 애가 아니라고요!
└맞아. 라스베이거스에서 나쁜 친구를 만나서 저렇게 변한 거야!
└가장 나빠 보이는 게 노아인데?
└닥쳐! 우리 노아는 천사 같았다고!
-늠름했던 우리 노아. 드디어 왕까지 되다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지금 피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만.
└으아아악! 제작진 망할 놈들아! 우리 노아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두렵도다. 라스베이거스. 역시 사람을 미치게 하는 마성의 도시.
└좀비랑 겜블 돌리는 소리 하지 말라고!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드라마에서 이런 낚시 한두 번 당해봐? 시즌7 시작하자마자 군인을 속이기 위한 페이크 영상이라고 할걸?
└역시 그렇지? 우리 노아가 빌런일 리 없잖아.
└너희를 위해 기사 하나 가져왔어. 다음 가장 하고 싶은 역할이 뭔가요? 이안: 빌런이요.
└이아아안! 너였냐! 네가 범인이었냐!
-난 나쁘지 않은데. 노아가 빌런이라니 섹시할지도.
└맞아. 보면 볼수록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우린 그걸 자기암시라고 부르고 있어요. 정신 차려 이 자식들아!
└좋은 꿈을 꿀 수 있게 냅둬! 날 깨우지 말란 말이야!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다가 뒤통수를 얼얼하게 맞은 시청자들의 아우성은 이어졌다.
팬들의 반응은 격했으나.
-그래서 다음 시즌 안 볼 거냐고?
└이걸 어떻게 안 봐?!
└미쳤냐. 시즌1부터 정주행하며 기다려야지!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하늘로 치솟은 상태였다.
노아의 변신은 invisible children 팬만 관심을 가진 게 아니었다.
라이와 재스퍼 때문에 가뜩이나 큰 관심을 받는 이안의 일이니 이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안. 얘는 진짜 재스퍼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군인 재스퍼 합성.gif) 찌질하게 나온 군인과 재스퍼를 합쳐봤어.
└OMG! 재스퍼 언제 드라마에 출연한 거야! 너무 어울리는 역할이잖아!
└이 기쁜 소식을 팬들을 빼고 우리만 볼 순 없지!
주로 나쁜 쪽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관심이 높아지는 건 좋은 현상이다.
-이안! 예상한 것보다 반응이 훨씬 좋아! 재방송을 보는 시청자도 엄청 많이 찍혔고!
“다행이네요. 캐릭터 성향을 너무 급격히 바꿨다고 안 좋은 말을 들을까 걱정했는데.”
-네가 연기를 잘해서 그렇지. 우리 몰래 하차 전에 밑밥을 깔아놓기까지 했잖아?
쇼러너인 케이틀린의 목소리엔 생기가 넘쳤다.
노아를 빌런으로 만드는 승부수에 가장 노심초사했던 사람이 그녀였으니까.
-홍보는 충분히 됐으니 이젠 기대에 부합하는 드라마를 만들어야지.
“압박감이 크겠네요.”
-항상 받는 부담감인 걸 어쩌겠어. 밑에 있는 직원들을 붙잡고 있으려면 제대로 해야지.
내년에 Holy Love 제작을 맡아야 하는 이안은 저 부담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가능하면 운전허가증은 얻어 둬. 세트장 내부에서 운전하는 장면이 있을 수도 있거든.
“퍼밋이요? 알겠어요.”
차가 없으면 이동이 불편한 미국답게 캘리포니아에선 15.5세부터 운전허가증을 받아 동승자가 있을 때 운전 연습을 할 수 있다.
허가 6개월 뒤 16살이 되면 미성년자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고.
‘면허도 얻긴 해야지.’
배우 일을 하다 보면 지금처럼 운전 장면을 촬영할 일이 많을 테니까.
운전도 할 줄 알겠다 면허만 따놓으면 될 일이다.
-좋아! 그럼 몇 달 뒤에 보자고!
“네, 나중에 봬요.”
통화를 끝낸 이안은 면허 이야기를 하니 새삼 16살 생일이 한 달도 안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 생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나.
‘16살은 중요하지.’
촬영을 더욱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이니까. 기대된다며 웃은 이안은 정면을 봤다. 오스틴이 보였다.
“통화는 끝나셨습니까?”
“미안해요. 기다리게 했네요.”
“괜찮습니다. 제가 받으라고 한 건데요. 에이전트로서 invisible children 진행 과정을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그는 바로 종이를 내밀었다.
이안과 만나기 위해 찾아온 이유였다.
“라이의 성공이 꽤 충격적이었나 봅니다. 오디션 요청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오! 그래요?”
“네, 이번에는 제 면을 좀 세울 수 있을 거 같군요. 최대한 괜찮은 것들로 추렸습니다.”
에이전트는 배우가 출연할 작품을 찾는 역할이 중요했다. 배우가 정보 수집력과 인맥이 뛰어난 대형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는 이유도 이 때문이고.
문제는 이안은 평범한 배우와 다르다는 점이다.
‘무슨 아역 배우 인맥이 대형 에이전시랑 맞먹냐고.’
숫자는 적어도 굵직한 인물과 아주 친한 사이였다. 에이전트 도움 없이 잘도 작품을 계속 물어올 정도로.
결국 계약 업무만 주로 해온 오스틴은 이번에야 말로 자신 있게 말했다.
“가장 큰 건 히어로 영화입니다. 요즘 유명한 시리즈 영화에서 오디션 제안이 들어왔죠.”
“흐음. 그래요?”
“시작은 조연이지만 얼마든지 이후 드라마나 단독 영화의 주연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큰 건이긴 하다.
지금은 히어로물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근데 조금만 미래를 생각하면 영 아니란 말이야.’
작품이 쌓일수록 높아지는 진입장벽과 이상해지는 스토리 진행으로 점점 욕을 먹는 시리즈다.
당장은 괜찮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독이 된 성배가 될 가능성이 컸다.
“별로 내키지 않으신가 봅니다.”
“큰 흥미가 생기진 않네요.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남을 가능성도 컸고요.”
아쉽지만 오스틴은 굳이 설득하진 않았다. 그동안 봐온 이안이라면 길게 설득해봤자 마음을 바꾸진 않을 테니까.
“다음은 일본 만화 실사화…”
“네, 다음이요.”
“안 될 거 같긴 했습니다. 다음은 SF 액션 영화입니다. E스포츠가 인기가 좋지 않습니까?”
“좋죠.”
“그걸 모티브로 만드는 영화입니다. 가상 현실 게임을 하는 E스포츠 선수들의 이야기죠.”
독특한 설정인 만큼 이안은 무슨 영화인지 금방 깨달았다.
가상 현실이라는 배경답게 호쾌한 액션을 바탕으로 큰 인기를 끈 영화였다. 근미래 배경답게 여러 가지 상상력이 돋보인 작품이고.
“e스포츠의 시작이 한국인 만큼 한국계 인물로 나와줬으면 한답니다.”
“이건 한 번 고민해볼게요.”
흥행도 잘 된 작품인 만큼 관심을 둬볼 만했다.
이외에도 현대 배경에서 신들끼리 싸움을 하는 판타지 영화라든지 다양한 오디션 제안이 있었다.
한참을 이야기를 주고받던 이안은 울리는 핸드폰을 봤다. 닉이다.
“한 번 받아보시죠. 라이와 관련된 일일 수도 있잖습니까.”
“네, 잠시만요.”
동의를 받고 들은 내용은 예상했던 내용이 아니었다.
-이안! 너 도대체 오드리를 어떻게 가르친 거야?!
“…내가 뭐요?”
흥분과 기쁨이 담긴 목소리만 들었을 때 나쁜 뜻이 아닌 건 알겠다.
-아, 미안. 직접 말하겠다네. 집으로 찾아간다고 했으니 직접 들어.
“이렇게 끊는다고?”
황당하다는 눈으로 핸드폰을 봤다.
아니, 말을 할 거면 끝까지 해야지. 사람 궁금하게 만들고 끊으면 되나.
집으로 돌아간 이안은 왜 이렇게 그가 호들갑을 떨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오드리는 상장을 받아온 아이처럼 뿌듯한 얼굴로 두툼한 종이를 내밀었다. 출연 계약서였다.
“저 영화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어요.”
이안은 눈을 끔뻑거렸다.
스승이 빌보드에 오르는 동안 제자가 먼저 영화 주연이 됐다.
***
신인배우가 대형 작품에 캐스팅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흔치 않은 일이기도 하지.’
괜히 제작비를 탈탈 털어서 유명한 배우를 캐스팅하겠나.
영화 흥행에 배우 이름값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신데렐라처럼 신인이 떡하니 캐스팅되는 예도 있었다.
“그게 오드리가 될 줄은 몰랐는데.”
어중간한 영화라면 이렇게 놀라지도 않았을 거다.
세계적으로 엄청 흥행하는 안티히어로 영화의 여주인공이다. 물론 지금은 성공에 의문 부호가 붙은 작품이지만 그건 평범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여주인공만 바뀌었지 중요한 주인공하고 감독 같은 사람은 안 바뀌었어.’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전개가 이상하게 바뀔 가능성도 적고.
똑같이 흥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와! 오드리, 축하해요!”
“부럽다. 나는 언제 영화 주연이 될 수 있을까.”
오드리의 캐스팅 소식에 다른 애들은 순식간에 모여들었고 기쁜 얼굴로 축하해줬다.
‘질투하는 사람도 하나도 없네.’
레이첼을 제외하면 셋 다 배우다. 단번에 주연으로 캐스팅이 됐으니 질투할 만도 했는데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다.
입으로 부럽다고 말하는 도로시조차 자신도 주연이 될 거라며 각오를 다질 뿐.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는 이안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캐스팅됐어요?”
“잘 모르겠어. 그냥 파티에서 제작자랑 이야기 나누다가 오디션을 한 번 보는 게 어떻냐는 말을 들었거든. 아, 오디션장에서 그동안 본 대본들이 도움이 많이 됐어.”
“…정말요?”
“그럼! 너도 나랑 같이 대본을 보는 게 어떨까.”
오드리가 웃으며 권유하자 고개를 끄덕일뻔한 도로시는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대본병에 걸릴 뻔했다.
‘저 둘과 같은 취급을 당할 순 없어.’
셋이 옹기종기 모여 잔뜩 쌓아놓은 대본을 읽는 상상을 한 도로시는 질색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이안은 대본 뭉치를 내밀며 환하게 웃었다.
“왜? 대본 좋잖아.”
“꺼져!”
격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던 이안은 문득 한 생각이 들었다.
‘그럼 원래 캐스팅된 배우는 어떻게 됐지?’
벨라 에반스.
그녀가 원래 이 작품에 캐스팅됐을 사람이다. 보통 경우라면 바뀐 배우를 굳이 떠올리진 않았을 거다.
나왔을 작품도 안 나오는 상황인데 캐스팅에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근데 그녀는 조금 달랐다.
이안은 오드리를 봤다.
‘오드리랑 라이벌 관계인 배우였지?’
예쁜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 그리고 비슷한 나이까지. 안 그래도 비교될 조건인데 둘은 사이까지 나빴다.
사적인 생각은 철저하게 내뱉지 않는 오드리와 달리 벨라는 옳다고 생각한 일에는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걸 망설이지 않았으니까.
“오드리요? 겁쟁이 같아요. 항상 뒤로 숨죠.”
이렇게 벨라가 공공연히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뭐 이해 안 가는 건 아니다. 정의롭고 바른 성격으로 큰 지지를 받는 그녀로선 불의에도 입 다무는 그녀가 마음에 안 들었겠지.
아무튼, 미래 라이벌의 자리를 뺐었다니 좀 신기했다.
이안은 여기까지 생각하고 관심을 거뒀다. 오드리와 달리 이미 유명 스타이니 어련히 좋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을 거다.
‘나랑 딱히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었고. 딱히 엮일 일도 없잖아.’
그래,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다.
***
-Quiver는 실명제 사이트야. 가명을 사용하면 신고할 수 있는 것도 그것 때문이고. 당신 답변이 대본 추천으로 이뤄진 건 전문성이 떨어져서란 주장들이 있잖아. 오해 안 받게 본명을 드러내는 게 어때? by 벨라 에반스
…네가 여기 왜 있냐.
오디션은 안 보고 Quiver에서 제이 안을 들먹이고 있었다.
그래,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 사이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였고 원칙주의자인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나설 만도 했다.
“그래서 얠 어떡하면 좋을까.”
좀 잠잠하나 했더니 벨라의 공개적으로 말한 탓에 제이 안의 이름이 다시 주목받았다.
정체를 밝혀서 문제 될 건 없으나 가명을 쓴 장점을 쉽게 포기하긴 아쉽다.
잠시 고민하던 이안은 글을 썼다.
-내 전문성이 의심된다면 우리 내기할까?
-내기?
-2015년에 유니버스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내는 작품 3개가 나올 거야. 만약 틀리면 본명을 사용할게.
거함은 쉽게 뱃머리를 돌릴 수 없다.
아무리 이안이 많은 걸 바꿔놨다고 해도 이런 메가 히트작까지 큰 변화를 주진 못하는 법이다.
‘틀리면? 그냥 밝히면 되지.’
라이뿐만 아니라 제이 안도 자신인 게 밝혀지면 좀 시끄럽겠지만 문제 될 건 없다.
물론 내기인 만큼 귀찮게 한 대가는 치러야 했다.
-대신 내가 이기면 넌 뭘 걸래? 내가 추천한 대본들을 읽는 건 어때?
한 번 과제 폭탄을 받아 볼래?
교수로 불리는 제이 안의 내기에 Quiver가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