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Hollywood Child Actor to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9)
포교
할리우드에선 영화감독이 제작자가 되어 여러 명의 감독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는 게 일반적인 커리어 패스다.
올리버는 이 과정을 실패한 사람이고.
‘하지만 실패도 능력이 됐으니까 할 수 있던 거지.’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을 정도로 감독으로 성공했다는 뜻이다.
정글 같은 할리우드에서 살아남은 감독이 설마 진짜로 ‘10억 불 영화가 셋이나 나오는 걸 맞추다니?! 교주님은 신이야!’ 이런 생각을 했겠나.
실패한 제작자가 투자자를 모으는 건 어려운 일이니 밑에서 일하며 경력도 쌓고, 제이 안의 대리인 활동을 하며 인맥도 쌓을 생각이겠지.
섭섭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믿음은 앞으로 쌓으면 된다.
꼬맹이일 때 본 아이가 자신 밑에서 일하라는 말을 했는데도 기꺼이 수락한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다.
“교주님, 그럼 무엇부터 하면 될까요?”
“그 교주님 타령부터 그만하면 될 거 같네요. 그냥 이안이라고 불러요.”
“하하하, 그럴까? 아직 우리는 비밀 결사니까 말이야.”
올리버의 농담에 가볍게 웃은 이안은 본론을 꺼냈다.
“저는 제작사 두 개를 만들 예정이에요. 하나는 제 이름을 내세워 Holy Love를 제작할 예정이고, 다른 하나는 독립 영화를 맡을 예정이죠.”
“드라마는 골드만 씨, 영화는 날 통해 경험을 쌓겠다고? 제작 일에 꽤 진심이네. 이유라도 있니?”
이안은 올리버의 눈이 냉정하게 자신을 살피는 걸 느꼈다.
큰돈과 인기를 얻고 헛바람이 들어 제작자 일에 참여하게 됐나 의심이 되긴 할 거다.
이 대답이 추후 올리버 행동에 영향을 미칠 테니 진지하게 답변을 내놓았다.
“솔직히 말하면 제작자 일을 하게 된 건 갑작스럽게 결정했고 엄청난 목표를 갖고 하는 일도 아니에요.”
“그래?”
“하지만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제작자 일에 뛰어들었을 거 같긴 해요. 제이 안이라는 가명을 쓰면서, 그리고 invisible children의 이번 시즌 대본 작업에 참여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거든요.”
수십 년 동안 배우로 활동했으면서도 잘 몰랐던 일이다.
“배우로서 완성된 대본을 연기로 구현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창작자들과 제작을 준비하는 과정도 즐겁더라고요.”
아마 이게 즐겁다고 느낀 건 각본가로 살아왔던 아멜리아의 경험을 함께 체험한 탓도 있을 거다.
배우 일에 집중하는 것도 버거웠던 과거에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냥 재밌어서? 그게 끝이야?”
“나중에 좋은 시나리오를 찾았을 때 캐스팅되고 싶어 쩔쩔매지 않고 직접 제작하려고요. 제작자 이안이 배우 이안을 캐스팅하면 되잖아요.”
“…응?”
뭐, 왜.
할리우드에서 화상 입은 얼굴, 아시아계, 노숙자라는 트리플 콤보를 달고 배우 생활을 한 이안은 제 밥그릇은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걸 잘 알았다.
과거와 달리 엄청난 인기를 얻은 상태라도 할리우드에서 인종은 배역을 고르는 데 여전히 걸림돌이고.
“옐로워싱을 할 생각인데 같이하실래요?”
장난스러운 이안의 말에 올리버는 입을 떡 벌렸다.
비백인 역할을 백인이 맡는 화이트워싱이나 반대인 블랙워싱도 있는데 옐로워싱은 하면 안 되나?
정치적 올바름이니, 인종 쿼터제니 앞으로 할리우드를 시끄럽게 만들 주제지만.
‘배우의 피부가 어떤 색이든 그냥 연기를 잘해서 영화만 제대로 만들어내면 돼.’
찰떡같이 잘 연기하면 워싱이니 뭐니 괜한 논란도 안 나온다. 대단하다고 손뼉을 쳐주면 몰라도.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지금이라도 마음이 바뀌었으면 말해요. 대신 비밀유지 계약서는 써주셔야겠지만요.”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안의 물음에 올리버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니까 네가 캐스팅될 정도로 규모가 큰 작품 제작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잖아.”
“…어. 그렇긴 하죠?”
“그럼 당연히 해야지. 그럼 우리 교주님의 실력을 한 번 볼까. 어떤 작품을 주목하고 있어?”
첫 번째 작품.
제이 안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일인 만큼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작품이다.
이안도 깊게 고민하고 작품을 찾아봤고 마침 괜찮은 게 있었다.
“아이작 감독님에게 투자유치 중인 작품들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괜찮은 게 있더라고요. 제목은 Happy Homeless에요.”
진짜 이 작품이 제작 준비 중인 걸 알게 된 건 우연이다.
“노숙자에 관련된 이야기네?”
“네, 뉴욕은 정책상 겨울이 돼서 날씨가 너무 추워지면 전부 실내로 이동시켜야 하거든요? 근데 노숙자 보호소가 꽉 차면 남은 노숙자는 호텔로 옮겨요.”
“그래?”
뉴욕에 사는 사람도 아니고 잘 모를 만하다.
‘2년 뒤였나 감사 결과 수천 명의 노숙자를 호텔에 묵게 하는 비용으로 매일 수십만 달러씩 들었다고 발표했었지.’
매일 수억 원이 노숙자 호텔비로 나간다고 하니 뉴욕 시민들이 불평을 토할 만했다.
이안과 함께 있던 LA 노숙자들은 ‘와, 이 자식들 겨울이라고 꿀 빠네.’라며 부러웠지만.
“감독님이라도 보호소에 들어가는 것보단 호텔에서 머무는 게 더 좋을 거 아니에요?”
“그렇지.”
“이 작품은 호텔로 들어가기 위해 보호소가 꽉 찰 동안 버티는 노숙자들 이야기에요.”
설명을 들은 올리버는 긴가민가한 얼굴을 했다.
“눈치 싸움을 하는 노숙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코미디 요소와 보호소, 뉴욕 정책, 시민, 노숙자에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올바른 정책이 뭔지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죠.”
미국의 노숙자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니 이 영화가 주목받는 게 당연했다.
“감독은 누군데?”
“뉴욕 대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학생이요.”
“오, 뉴욕 대학교.”
영화학과로는 세계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 게 뉴욕 대학교다.
아이작이 특강을 나가 인연은 맺은 감독이라고 했고.
‘이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리곤 바로 할리우드에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간 감독이었지.’
이번 기회에 인연을 쌓으면 좋은 감독이었다.
“투자유치 중이라니 만나보는 건 안 어렵겠네.”
“그렇겠죠.”
말이 좋아 투자유치지.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아 작품은 만드는 사람이 태반이다.
“목표는?”
“2017년 선댄스요.”
선댄스 영화제는 저예산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다루는 영화제로 신인 감독과 배우들에게 중요한 등용문이다.
많은 대형 영화사에서 신인 발굴을 위해 주목하는 만큼 비중 높은 영화제였고 할리우드의 인재풀로 여겨지는 곳이다.
Happy Homeless는 선댄스에서 좋은 결과를 받은 작품이었다.
“선댄스라. 목표가 좋네. 선댄스에 초청받고 베를린이나 칸의 비경쟁 부문으로 넘어가기도 하니까.”
“기간도 적절하죠?”
독립 영화의 프리 프로덕션 기간은 길면 6개월,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촬영은 최대한 짧게 잡으니 길어봐야 2개월, 편집 과정이 들어가는 포스트 프로덕션은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린다.
올리버는 기간을 따져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9월이니 내후년 1월에 열리는 선댄스에 출품하는 건 딱 맞았다.
“감독을 제대로 설득 못 하면 그냥 설레발 치는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쉽진 않을 거예요.”
레이먼 번즈.
할리우드로 가지 않고 자신 영화를 고집스럽게 찍는 아이작 감독님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한 감독이다.
제 능력에 자신 있는 사람이 으레 그렇듯 고집도 만만치 않다고 소문난 사람이고.
“뭐 그건 제이 안이라는 이름이 잘 통하길 바라야지.”
자리에서 일어난 올리버는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할게.”
“저야 말로요.”
고개를 살짝 숙인 그는 장난스럽게 목소리를 낮췄다.
“그리고 포교는 저에게 맡겨주시죠, 교주님.”
아…
이안은 잊고 있던 게 떠올랐다.
‘감독님은 벤이랑 꽤 친했지.’
이안은 고개를 흔들었다. 벤이랑 친한 사람답게 이상했다.
***
올리버와 계획을 마치고 이안은 바로 조슈아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탓일까 새하얗게 센 머리를 한 그는 환한 미소로 반겨줬고 Holy Love 제작을 위한 첫 작업에 들어갔다.
바로 방영할 방송국을 정하는 일이다.
-이안, 네가 요즘 핫하긴 하나보다. 네가 직접 참여한다는 말을 듣고 그 콧대 높은 인간들이 먼저 만나자고 요청을 다 하네?
드라마가 제작되기 위해선 자신이 낸 계획이 간택을 받아야 했다.
명확하게 정해진 갑을 관계 속에 고생했던 조슈아는 이렇게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일이 낯설게 느껴질 법했다.
-일단 협상을 해볼게. 경쟁이 붙은 만큼 편당 꽤 괜찮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급할 거 없다. 내년 중순은 돼야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갈 테니까.
조슈아가 방송사 사이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올리버가 Happy Homeless에 대해 알아보는 동안 이안은 invisible children 촬영에 집중했다.
그그긍!
노아는 달빛이 내려앉은 침대에서 눈을 번쩍 떴다.
상체를 일으키자 잘 짜인 근육과 흉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으으응… 노아님?”
얇은 옷을 입고 노아 품에 안겨 있던 비앙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쉿.”
날선 말에 비앙카는 숨을 죽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귀를 헤집어 놓는 불쾌한 소리가 뭘까. 잠시 고민하던 노아는 고개를 휙 돌렸다.
엘리베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노아는 옆 탁자에 놓인 종을 울렸고 잠시 후 경계를 서고 있던 친위대들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쥐새끼가 엘리베이터를 갉아 먹는 중인 거 같다.”
“…네?”
무슨 말인지 되물었을 때.
끼기기긱-
귀를 찌르는 불쾌한 쇳소리와 함께 쾅-하는 굉음이 울렸다.
친위대는 황급히 엘리베이터 문을 강제로 열었고 시커먼 어둠을 향해 빛을 비췄다.
“에, 엘리베이터가 떨어졌습니다!”
“…그래?”
노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총을 움켜쥐었다.
괜히 이런 짓을 하진 않았을 거다. 몸을 움직여 창 아래를 내려봤다. 엘리베이터가 떨어지는 굉음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소란이 생겼다.
-해방이다! 해방!
-싸우자!
하수도에서 올라온 일꾼들이 막아서는 병사들과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15층 높이의 먼 거리. 달빛과 조명 몇 개만 있는 어두운 밤에도 노아의 눈은 정확히 한 명을 따라갔다.
“벤자민, 결국 이렇게 나오나.”
이를 까득 문 노아는 외투를 걸쳤다.
“따라와라. 겁 없는 쥐새끼들을 청소해야겠다.”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가던 노아는 머리를 옆으로 돌렸고 날아온 도끼가 뒤따라오던 친위대의 몸에 틀어박혔다.
피를 뒤집어쓴 노아는 망설임 없이 박힌 도끼를 뽑아 겁먹은 얼굴로 도망치는 사람에게 던졌다.
콰직!
불쾌한 소리와 함께 머리가 깨져 상대는 죽었고 노아는 냉정한 눈으로 계단 아래를 내려봤다.
-노아를 죽여!
-반드시 잡아 죽여야 한다!
반역을 꿈꾸는 자들이 계단 위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캬아아아악!
저 멀리 소란을 듣고 찾아오는 불청객들의 외침 또한.
카메라에 비친 노아의 눈동자에는 잔혹하게 빛났다. 한때 동료를 만나 흔들렸던 마음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배신으로 완전한 괴물이 된 노아가 움직였다.
“컷!”
감독의 지시와 함께 이안은 지친 몸을 풀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이미 촬영이 끝나고 쉬고 있는 레오가 보였다.
“어라, 아직 안 갔어?”
“어휴, 누구 때문에 속 편하게 집에 갈 수가 있어야지. 거기다가 오늘 첫 방영이잖아.”
“아, 그렇지?”
태평한 이안의 반응에 레오는 고개를 내저었다.
1화 대부분은 노아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떻게 저렇게 태평한지 모르겠다.
“아무튼, 기대하고 있을 게.”
“시청률이 너무 잘 나와도 삐지진 말고.”
“얄밉기는.”
레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눈 이안은 차에 올라탔다.
촬영은 이미 중반부를 넘었고 10월이 되면서 드라마는 첫 방송을 시작했다.
시간이 진짜 정신없이 지나간다는 생각을 하며 집에 도착하자 여유롭게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였다.
“여, 왔냐.”
“벤? 여긴 어쩐 일로 왔어요.”
“오늘 첫 방송이라며 그거 보면서 딜런이랑 한잔하려고 왔지.”
아빠인 딜런이 맥주를 테이블에 놓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게빈 감독님도 초대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네 첫 방송인 건 잘 알고 있더라.”
“아쉽네요. 리액션 영상이라도 찍고 싶었는데. 그냥 감독님 앞에서 자서전을 낭독하는 거로 찍어야겠네요.”
“야!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때 꼭 나도 불러라? 응?”
“물론이죠.”
이안과 벤은 가볍게 손을 마주쳤다.
겁쟁이라고 솔직하게 밝힌 자서전을 낭독해주면 게빈 감독님이 온몸을 비틀며 좋아할 거다.
“아, 그러고 보니 벨라인가 걔랑 한 내기는 어떻게 했어. 네가 이겼잖아.”
“그 내기요?”
얼마 전 기어코 미니멀즈가 흥행 수익 10억 불이 넘었다.
제이 안이 이름이 더 높아졌고 벨라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어떤 벌칙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너무 가혹한 건 그렇더라고요.”
“그렇지?”
“그냥 대본 읽고 독후감을 내는 거로 했어요.”
“오, 관대한데. 몇 개인데.”
벤은 한 오십 개 정도를 예상했다.
이안이라면 그 정도 숙제는 충분히 낼만 했으니까. 하지만 이건 이안을 너무 얕본 생각이었다.
“300개요.”
“…어?”
“300개요. 얼마 안 걸려요. 거기다가 나름 고르고 골랐으니 나중에 오히려 고맙다고 할 걸요.”
…잘도 하겠다.
벤은 목록을 받고 아찔해졌을 벨라를 향해 애도를 표했다.
***
뉴욕으로 간 올리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제이 안, 있잖아.
“왜요. 일이 잘 안 됐어요?”
-그게 말이다.
역시 쉽지 않구나 싶었을 때.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주님! 사랑합니다!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뭐 이렇게 됐다.
…계약을 맺으라고 했더니 포교를 했다.
도대체 가서 뭔 짓을 했는지 머리가 아팠다.